[떠오른구름]붉은장미꽃처럼 - 7

163일전 | 83읽음

"..혀..형님..!.."



"내 말대로 해."



서강우의 말에 남자들이 크게 고개를 숙이고 최연희의 양쪽 팔을 붙들어 든다.



손도 발도 다 묶인상태에서 연희는 불안한 듯 이유하를 연신 바라봤고..이유하는 연희를 보면서 짜내는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말..하지마."



"........."



"지헌이에게...아무 말도 하..지마.."



연희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유하를 돌아보고 있었다.



타아아악---



창고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유하는 벽에 기댄채 그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벽 넘어로..곧 지헌이 오겠지..



아까전만 해도 너와 같이 있던 시간이...마치 꿈처럼 느껴져..



네가 나오는 꿈은.......분명...아주 좋은..꿈일텐..데...



......................




.......












"....오늘 권지헌을 이쪽으로 유인한 건 놈을 철저히 짓밟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서강우의 낮은 목소리가 창고안에 울렸고..유하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서강우를 바라보았다.



앞이 조금 흐리긴 했지만 아직은 견딜만 했다.. 적어도..지헌과 관계된 일이니까..



"내가 키워놨던 놈들의 반이 이유하, 너와 권지헌의 손에 묵살이 나 버렸으니 잔뜩 화가났거든.



그래서 우선 권지헌부터 여자로 유인해 혼자 오게 만든 다음..다시는 일어서지 못할만큼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 물론.. 그 다음 상대는 너였고."



".........반....이라고..?.."



이야기를 듣다가 유하는 문득 반문을 던졌다.



반이라고? 그때 싸운 인원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건가?...반이라고?....반..?



"..피식. 그럼 고작 그 정도 숫자가 전부인줄 알았던 거야?"



"........"



유하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자신의 고등학교의 일진들은 싸움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다시 전투가 일어난다면...백퍼센트 몰살이 되 버릴게 뻔히 눈에 보였다..



"역시..고등학교에서 일등 이등 가리는 짱이라 어쩔수 없군..아직 애들이야.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줄까? 왜 복학을 했는지도."



"......."



"찍소리도 없이 사라진듯 했던 내가 왜 갑자기 활동을 시작해 근처 고등학생들을 먹어버리고 있는지...말이야."


.............



유하는 대답대신 고개를 들어 서강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서강우가 한쪽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고등학교 일진들을 무너뜨려서 내 수하로 만든다음에...졸업을 해서 그들을 이용해 내 이름으로 새 조직을 일으켜 세울거다."



"...!!!.."



유하는 살짝 인상을 썼다.



젠장할.......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러니 당연히 자신과 권지헌을 눈엣가시로 생각했겠고..더 이상 손해를 보기 싫으니 미리 이렇게 비겁하게 손을 쓴거다..



"..새..조직이라...........그런 생각..하는 바보놈들이 내 생각보다 더 있었군."



유하는 시선을 내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지헌이도...그런 말을 했었지..그래..그랬었어.....



"...오늘 권지헌 대신 이유하가 나타난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아주 큰 수확이었어."



서강우가 살짝 미소를 보이며 유하를 바라본다.



"권지헌의 미끼가 이유하를 낚아왔으니....더욱 잘 된 일이야."


"........."



"..권지헌의 여자관계는 문란하니...다른 약점 잡는 건 일도 아닐것 같았지만..이유하는 좀 어려웠거든.."


"..........."



"워낙에 말이 없고 비밀이 세어나가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이유하의 약점은 어떻게 잡는게 좋을까..생각했는데.....피식.."


"........."




유하는 말없이 시선을 내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애처롭게 벽에 기대어 있는 유하를 보며 서강우는 살짝 인상을 썼다.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고 짓밟혀도...흔들리지 않는다.



정말 그래도 좋은건가. 그래, 사랑이....정말 변하지 않는 깊은 사랑이라는게 존재한다면..혼자서 독차지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게 아닌가.



엿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그만둘 수 없는 사랑이라면..자신이 갖고 싶은게 당연한게 아닌가.



어째서 친구같은 걸로 바라보면서 마음을 썩히고 있는 건지..



"......"



서강우는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런건가. 네가.......남자이기 때문에..



우정을 넘어선 사랑이라도...아무리 깊은 사랑이라도..........상대가...남자이기 때문인가..




띠리릭---



날카로운 소리가 창고 안에 울렸고 서강우는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응. 그래. .........알았다."



달칵.



통화를 끊낸 서강우는 벽에 간신히 의지한채 서 있는 이유하를 바라보았다.



"....이제 곧...권지헌은 체육관으로 도착한다."



"........."



유하는..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 것은 서강우 역시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던지 서강우의 표정도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벌어지는 서강우의 입..



"...지금 이 학교 안에는 약 오십명 정도의 일진이 숨어있다."



"........!!!!"



유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급하게 비틀거리며 고개를 들어올리자 그대로 서강우의 눈과 마주친다.



"........."



".....ㅁ..뭐..?.."



"지금 이 창고에 세명, 체육관 쪽에서 자기들끼리 일을 꾸며 여자를 납치해왔다며 연기를 할 일곱명.."


"........."



"..그리고...나머지 사십명은..창고를 지키던 일곱명을 쓰러뜨린후 멋지게 여자를 구해 나올 권지헌하고 맞닥들이게 된다."



"....!!!!.."



유하는 눈을 크게 뜬채..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혼자서 흉기를 든 일곱명을 상대하는 것은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지만......하..지만.....



"..약..속과 다르잖아!"



유하가 소리를 치자 서강우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자를 보내주겠다고 했지, 권지헌을 살려보내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



"서강우!!!"



유하가 크게 소리를 지르자 잠시 멈추었던 유하 몸의 핏방울들이 다시 바닥으로 빠르게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고 있던 서강우는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이유하의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듯 했다.



피식...말도 안되는 군..서강우.



네가 무엇 때문에 흔들리는거냐.



"............"


"........"



서강우는 잠시 굳게 닫혀있던 입을 천천히...열었다.



"..살려달라고..말해라."



........



서강우의 말에 유하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인상을 썼다.


뭐...라고..?



"지금 당장 이 창고를 박차고 나가 권지헌을 찾아서 구해달라고 해...서강우의 음모라고..자신도 속았다고 말해라."



"........."



"여자는 없다고..자신도 전화를 받고 나왔다가 덕분에 이렇게 당했다고.. 말해."




"...!!!!!!!"



유하는 눈을 크게 뜬 채 서강우를 바라보았다.



서강우는 냉정한 얼굴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토록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라면...네가 차지해. 여자의 안전따위..생각하지 말고 너와 권지헌을 생각해라."


"........"



"...어때. 그렇게 하면 너와 권지헌은 손대지 않고 보내주지."



"..............."



유하의 눈은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달콤한 이야기였다. 이 피비린내나는 곳을 도망칠 수 있다. 그것도...지헌조차도 다치지 않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고집을 피워 권지헌과 여자를 만나게 한다면...기다리고 있는 조직원들을 보는 건...네가 될거다."



"........."



"이유하. 지금 넌 당장 쓰러진다해도 이상할게 없는 상태야. 이런 곳에서 죽을건가."



"........."



꿀꺽..



유하는 마른침을 삼키며 어두워진 시야로 서강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미세하게..빛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당장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당장 죽어버릴 것만 같은데도...



눈 앞에서 들리는 이야기가.....너무나 탐이 나서..



너무나 갖고 싶어서..




"..약속하지. 네 결정에 따라 너와 권지헌은 무사히 이 곳을 떠날 수도 있다."



"........"



"더구나 여자가 사라지면 네가 아니라고 생각했던...네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자리는 자연히 비게 되니 이 처럼 좋은 기회는 없겠지.."



".........."



"...어떻게 할거냐."



유하는 잠시..허공으로 시선을 향했다.



무엇을 바라보는지 알수 없는 그 시선에..서강우는 지금 이유하가 얼마나 혼란한 상태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기회를 준 것이다. 서강우가 적에게 한 것으로는 처음으로.



애 타는 사랑이라는게 무엇인지 자신에게 말하려 필사적으로 버틴...이유하가 있을 자리를. 자비롭게.




"......피식..그것도 질문이냐? 대답은 들으나 마나 당연한거 아냐?"



유하는..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훗....후훗...하하, 정말 바보군. 서강우, 이 내가..지헌이 놈의 여자를 구하러 내 목숨을 버리겠냐? 응?"


"......."



"내가 곁에 있을 수 없게 되면...더 이상 권지헌을 볼 수조차 없게되는데....내가 이런 일에 고민이라도 할 줄 알았어..??"


"........"



"하,,...하하..사실...아까..훨씬 전부터 후회하고 있었어..이런 곳에 오는게 아니었는데..녀석의 여자따위 상관하는게 아니었는데..하고..."



"............"



"당장 달려가 말하지. 여자는 없다고. 다 속임수라고...들어가면 안된다고 나가자고! 그 녀석은 말이야......내 말은 무슨일이 있어도 믿을거야.."



"..........."



".........."



정신없게 말하던 유하는..잠시 말을 멈추었다.



서강우는 그런 유하를 바라보고 있었고..유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서강우와 시선을 맞춘다.



"......그..런데.."


"........."



"..젠장..그런데...몸이 안 움직이네.."



"........................"



서강우는 천천히 유하의 목덜미를 가르며 떨어지는 핏방울을 바라보았다.



가느다랗게 떨리는 유하의 몸은 지금의 유하의 마음을 대신해 주는 듯 가냘퍼보이기만 했다.



"...몸이.........몸..이..안 움직여서 그러는거야.."



"........"



"..알았냐? 서강우.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그냥...내 몸이 아파서..잘 안 움직여져서 그러는 거라구.."


"..........."



"..........."



"..........."



서강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유하는 더 이상 서강우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아주 많이 피곤하다는 듯이.. 두 눈을 감고 있었다.



타다다닥!!!!!!



!!



유하의 몸이 움찔거렸다.



바로 뒤쪽에서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으므로.



콰다다다당~!!! 쿠당탕탕!! 퍼어어억!!



빠아악!!!! 빠바바바박~!!! 퍼버벅!! 끼기기기긱----!!!



[[연희야!!!!]]



감겨 있던 유하의 눈이..천천히 떠지며 색소 옅은 힘없는 눈동자가 드러났다.



익숙한.......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콰아아아아아앙~~!!!!



[[이 새끼들!! 네 놈들이 감히 연희를!!!]]



"........"



성질..급한건 여전하네..



작게 한숨을 쉬는 유하의 입술로 짧게 미소가 스쳤다.



앞 뒤 알아보지 않고 달려들어 악당들을 쓰러뜨리고...사랑하는 여자를 구한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하게.....아주...멋지잖아. 권지헌..



"...피식.."



작게 웃음소리를 내는 이유하를 보면서 서강우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



유하는 대답없이 그저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유하의 귓가에 콰앙~ 하며 체육관의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곧..그리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연희야!!!]]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가서 사랑하는 여자를 안고.....



유하는 간신히 버티고 서 있었던 벽을 짚은채 자신이 천천히 무너져 내림을 깨달았다.



쓰러지지 않을것만 같은 자신의 눈 앞에 이미 어두운 바닥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털썩!!



"..!!!.."



유하가 쓰러지자 서강우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




".....하."



서강우는 곧 인상을 찌푸리고 행동을 멈추며 자리에 털썩, 앉는다.



"..못..말리겠군.."




지독하게도..유하는 아직 정신을 잃지 않은 듯 희미한 시선으로 자신이 쓰러진 벽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강우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잠시라도 놓치고 싶어하지 않은 유하의 마음을..



[[연희야..!..연희야!! 괜찮아?? 울지말고...!..응??..내가 구하러 왔어!! 이제 괜찮아!!]]



유하는..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 것은 목소리가 되어 입밖으로 나오진 않았지만..분명히 유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으...흐으..흐아아앙!!..지헌아..!!]]



[[연희야!!..괜찮아..! 이제 괜찮아!!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께!!]]




지헌아..



...지..헌아..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할께!! 이번 일로 네가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되었어!!]]




지헌아...



나....여..기 있는데..



네가 그토록 좋아하던 친구로서의 이유하가....여기..있..는데.......



[[내 곁에 누구보다 네가 소중해!! 연희야!! 나 널....정말 사랑하나봐..]]




여기 있는데...



..여기서 이렇게...항상.....



늘 너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너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너를...사..랑하는데..




[[이런게 사랑인가봐. 많이 불안했어..정말 많이 불안했어!..어서 나가자! 응?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너를 사랑하는데...



사랑하는데..



..사..랑하는데...




지헌아..



[[.......기..뻐. ...오늘..내 생일 파티하며 고백하려고 했는데..이렇게라도 네게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기뻐..!..연희야..어서 가자..]]



[[..흑....흐흑..지..헌아...]]



[[내 친구들도 소개해줄께..분명 너를 보고 아주 좋아할거야..이번은 변하지 않아....내 마음..네가 거절해도 변하지 않아..]]




지헌아....



..나....여..기 있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낮은..목소리가 유하를 깨웠다.



하지만 그에 반해 꿈쩍도 하지 않는 유하를 보며 서강우가 마저 말을 이었다.



"..늦지 않았다. 이유하. 당장 일어나서.....권지헌을 불러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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