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구름]붉은장미꽃처럼 - 6

128일전 | 36읽음

강우냐."



.....!



유하의 목소리에 남자가 웃는다.



"..그래."



낮은 목소리...그 말이 끝나자 마자 유하의 근처에 서 있던 남자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다.



"아니 이 새끼가 감히 누굴 보고!!!"



휘이익~!!!!



유하에게 다가오던 놈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자 유하는 그 것을 피하며 팔꿈치로 남자의 옆 머리를 가격했다.



빠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콰다다다당~!! 우르르르~~!!



덩치 큰 남자가 순식간에 고꾸라져 근처의 잡동사니들을 무너뜨리며 쓰러졌다.



그 바람에 다른 남자들이 순간 움찔거리며 유하에게서 떨어졌다.



유하는 고개를 들고 서강우를 노려보았다.




"........빨리..가봐야 하니까 얼른 끝내자구."





........



서강우는 순간 입가의 미소를 지우며 유하를 바라보았다.



이유하. 전부터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저번 전투때도 서강우는 차안에서 이유하를 권지헌과 함께 주시했었다.



피비린내 나는 생지옥 같은 그 현장에서 이유하의 하얗던 얼굴이 순식간에 튀긴 피를 흘러내렸고..



유난히 바쁘게 흩날리던 회색의 그 머릿카락은 새빨간 핏물을 잔뜩 머금어서 금새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으으....으...으아아아아아!!!!]



[싫어요..!!..다신 그 머리 보고 싶지 않아요!!!] [탈퇴하겠어요!!!..흑..!!..으윽..!!..]



전투가 끝난 후에도 이유하와 싸운 놈들은 붉은 색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려는 놈까지 있었고 이유하는 그 들에게 공포로 자리잡혀 있었다.



눈 앞에서 그 솜씨를 확인하면서도 서강우는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여리한 몸으로 창고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의 경호원을 순식간에 바닥에 내팽겨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도 침착하게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이유하라..




"...피식. 정말 의외인걸? 권지헌을 불러들이려 했는데 이유하라니."



"........"



서강우는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여자친구를 구하려 친구인 이유하를 혼자 보냈다..?



"권지헌이 왜 너를 보냈지?"



서강우의 물음에 유하는 귀찮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시끄러워. 지헌이는 오지 않는다."



............



서강우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아마도........연락이 잘못 간 모양이군.





"...여자를...보내줘."



유하는 짧게 말하며 서강우를 노려보았다.



여기 있는 놈들을 상대로 이기리라고 확신은 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다 상대하고 나서 자신이 온전하게 여자를 데리고 나갈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은 들었다.



서강우는 이유하를 보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보였고 깍지 낀 손을 풀어 의자의 팔걸이에 걸치며 입을 열었다.



"..흐음....혹시 친구의 여자를 좋아하는 건가?"



"......"



유하는 말 없이 엎어진채로 눈물 젖은 얼굴로 자신을 올려보는 최연희를 바라보았다.



근처에 있던 남자가 위협적으로 여자의 고개를 치켜들며 흉기를 대고..최연희는 겁에 질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본다.



".........그 여자 따위.......상관..없다고..말하고 싶지만....."



".........."



"....다치게 하지마라."



유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강우를 바라보았다.



...녀석이...싫..어할테니까..



"......."



서강우는 얼굴을 살짝 찡그린채 유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언뜻 봐선 단순한 것 같지만 지금 이 상황의 이유하에게는 더 깊은 무언가가 있어보였다. 쉽게 넘어가기로는 걸리는 것이 있었다.



여자를 몰래 좋아해서 혼자 온게 사실이 아니라면...어째서지..?



위험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자기 혼자서 이 곳으로 왔다..?



..사랑이 아니라면....



"..혹..진한 우정을 과시하고 싶은거냐? 친구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서강우는 평소와는 다르게 집요하게 이유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지만 지금의 이유하는 상당히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이유를......서강우는 알고 싶었다.



"..........피식.."



순간 이유하가 작게 웃음소리를 낸다.



그리고 비스듬하게 숙인 시선으로 서강우를 바라본다.



"..우정..? ....그 뻔한 레퍼토리는 뭐야, 여자와는 사랑하는 것과 남자와의 깊은 우정..그 밖에 다른 건 있을 수 없는거냐?"




"....이..이 새끼가!!"



"그만."



이유하의 비꼬는 듯한 말에 발끈한 남자가 흉기를 치켜올렸지만 곧 서강우의 목소리에 의해 제지되었다.



서강우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이유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말려올라간 입가의 미소가 깊어지고 곧 입이 천천히 열렸다.



"...사실, 난 사랑이니 우정이니.. 믿지 않아. .....그딴건 순식간에 변하기 마련이거든."



"......."



"세상에 믿을만한건 자신 뿐이야. 넌 거기에 동감하지 않나?....이유하."


.........



유하는 서강우를 보며 미소로 답을 해주었다.



"넌 그럴만한 상대를 못 만났나보지. 불쌍하게도."



..!



서강우의 눈썹이 비틀어지며 올라갔다.



입가에 여유롭게 걸려있던 미소도 순식간에 사라지며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있던 자세도 바르게 세워진다.



삐거덕---



"......."



온몸에서 느껴지는 위험경보같은 긴장감에 유하는 자신의 주먹을 꽈악 쥐었다.



놈의 침착함만 없어진다면 여자를 내보낼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물론.....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뻗뻗하게 굳어서 긴장한 유하의 뺨으로 가느다란 땀방울이 미끄러졌다.



서강우는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고갯짓을 하며 입을 열었다.



"..권지헌에게 다시 연락해."



"...!!!!!"



유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런 유하를 비웃는 듯이 서강우의 말은 가볍게 이어졌다.



"지금 여자를 붙잡고 있고...당장 혼자 오지 않는다면 걸레로 만들어버리겠다고."



!!!



유하는 머릿속이 새하애졌다.



지금 권지헌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타다다다다닥~~~~!!!!!!!



다급한 마음에 유하는 순식간에 근처의 놈이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빼앗아 한걸음에 휴대폰을 들고 있는 놈에게 뛰어들었다.



파바바바바바바박~~~~~~!!!!!!!!!!!!!!!!!!!!



"..!!!!!!"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말릴 생각도 못한채 속수무책이었다.



유하는 들고 있던 쇠파이프가 남자의 목을 관통하기 바로 직전에 멈추어 남자를 노려보았다.



"....헉..!....하...하악..."



".....휴대폰....놔."




유하가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자 남자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타다닥.



단 몇초도 흐르지 않은 시간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아까전만 해도 유하의 근처에서 으르렁 거리던 남자들도 닥친 상황에 당황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오직 서강우만은 그런 유하의 반응을 미리 예측한 듯 작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역시..멋지군."



".......!!!!!"



아까전만해도 흔들린 듯 느껴졌던 서강우의 목소리가 평상심을 되찾은 것을 알고 유하는 몸의 핏줄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


"........"



자신을 시험해보려 했던...건가.



이런..젠장할.



"..그렇지, 여자와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이 아니라면 가능성이 하나 더 있지.."



"......."



이렇게 바보같이...어처구니 없게...



유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서강우를 노려보았다.



자신의 오직 하나이던 가장 큰 약점을........들..켜버렸다..




"..친구와의 관계가 사랑..이라면 모든게 잘 들어맞는걸."



.......



유하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몸에 온통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



몇 년동안 지속된 지독한 사랑에도..지금껏 곁에 있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을만큼 숨겨왔던 감정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서강우는... 얼마 안된 시간동안 자신을 바라보고 가장 깊은 곳의 약점을 정확하게 끄집어냈다.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유하에게는 소중한 만큼....지헌에 대한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자신의 이성을 날려버릴..




"............"



구석에 꽁꽁 묶여 있던 최연희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유하를 바라보았다.



유하는...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아니라고...사실이 아니라고......거짓말을 하기엔 이미 자신이 그 모든 걸 행동으로 보여주었기에.




"..재미있군."



서강우는 웃음소리를 내며 이유하를 바라보았다.



"남자를 상대로 사랑이라........킥. 그 이유하가 남자를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



"내기 한번 해볼까?...어때 이유하. 난...네 사랑이라는 걸 보고 싶은데."



".........."



이..럴줄 알았어..



언젠가는....권지헌..너를 사랑하는게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알고 있었어..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어...



유하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며 눈썹을 찌푸렸다.



어쩔..수가 없어서..




너를 사랑하는 나를...도저히 어쩔수가 없어서..




"맷집이 어느정도인가..좀 볼까? ...잘 견뎌 내면 내가....저 여자애를 풀어줄지도 모르는 일이지."



서강우의 말에 유하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서강우를 보았다.



여자를....



"....정..말이냐."



여지없이 반응하는 유하의 모습에 서강우는 만족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쇠파이프...버려."




서강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창고안에 울렸다..








빠바바바바바바박~~~~~~!!!!!!!!!!!!!!!



유하는 어깨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빠아아악!!!!!! 퍼버버버버벅~~~!!!!!!!!!!!!!!!!



따악!!! 타아아아아악~~~!!!!!!!!!! 퍼어어억~~~!!!!!!!!



"..윽..!!.....크윽..!.."



순식간에 몰려오는 폭력에 유하는 몸을 비틀거리며 작게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간신히 머리를 손으로 보호하며 눈을 뜨는 유하의 몸에선 끊임없이 피가 튀어 흐르고 있었다.



'젠장할..'



유하는 이미 고통을 잊어버린 듯 몸의 감각이 점차 없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아픔을 느낄새도 없이 쏟아지는 쇠파이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무아지경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 같았다.



빠바바바바박~~~~~!!!!!!!!!!! 콰다다다다당~~!!!!!!!!!!



퍼어억!!! 퍼버버버버벅~~~~!!!!!!!!!!!!! 빠바바바바바바박~~~~~~!!!!!!!!!



"...윽..!...흐으....읍..읍..!!.."



여전히 묶인채 엎드려 있는 최연희도 눈 앞에 벌어지는 끔찍한 소리에 희미한 비명소리를 내질러대고 있었다.



둔탁한 소리가 오랫동안 창고를 울리고 있었다.




정신없이 오가는 쇠파이프들을 바라보고 있는 서강우는..왠지 기분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자기 예상대로라면 이유하는 이미 바닥을 기고 있어야 했다.



그런 서강우의 예상을 깨고 유하는 벌써 한시간이 넘도록 저 상태로 잔혹한 폭력을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



저 가느다란 몸으로...어떻게 버틸 수 있는거지.



아무리 맷집이 센 사람이라고 해도 반격조차 하지 않은채 이렇게 버텨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저 자리에 있더라하더라도 버텨낼수 없을 거라 여길만큼....유하는 지금 당장 정신을 잃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정말..이해할 수 없군.."



서강우는 손을 들어 유하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남자들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남자들도 이미 질린 듯한 얼굴로 순순히 뒤로 물러섰고...벽에 의지한채 간신히 서 있는 이유하가 드러났다.



".........."



몸에 이상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일이었겠지만..생각보다 이유하의 부상은 더 심해보였다.



이유하가 천천히 고개를 드는 순간에도 그의 피로 물든 붉은 머리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던 서강우도 순간 눈 앞이 아찔해 오는 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지금껏 이유하와 싸워온게 자신이라도 되는 것처럼...서강우의 손에 땀이 차올라왔다.


.............



"....ㅂ......벌써......끝..난거냐.."



...!!!



서강우는 순간 몸의 열기가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기 자신에게 이런 기분을 들게 한 사람은 이제껏 아무도 없었다.



다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희생을 할 수 있다는 건...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자기만이라도 살게 바닥을 기어야 했다.



원래 다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사랑한다고..아낀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피해를 입을 것 같으면 변해버리는..



금새 뒤 돌아서서..금새 마음이 변해버려서..자기만이라도 살려서 보내달라고 빌고 상대를 배반하는게.....당..연한게 아니야..?




자신이 이제껏 생각하지 못했던 그 것을..



눈 앞의 이유하라는 소년이 피를 흘려가며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한번도 믿지 않은...존재 하지 않을거라 생각한 그 것이 존재한 다는 것을...알려주고 있었다.



이유하...




"..내가...이긴거지. 내기.."



이유하의 얼굴로 약간의 미소가 띄어진다.



그 순간에도 그의 약해보이는 콧대를 가르며 피가 투둑..하며 떨어져내린다..



".......어..째서.."



서강우는 천천히 말을 했다.



서강우의 말에 이유하는 피식..하고 좀 더 제대로 된 웃음소리를 낸다.



"..치사한 자식.....넌...다..알고 있잖아."


"........"



"..빌어먹을....사랑이라는 거...........이래도 변하지 않아.."





...!!!!!!!



서강우는 눈을 크게 떴다.




이유하의 뺨에서 흘러내린 핏방울이 눈물처럼 유하의 눈가에 머물렀다 미끄러져 흘러내렸다..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괜..찮은 게 사랑인가 보지....빌어먹을........오히려..아직 부족한 것만 같아서...."


"........."



"더...해줄 수 없는게..............내가...해 줄수 없는게 있어서....너무나...안타까워서.."


"........"



"..빌어먹을..젠장...되게 아프네..........이 정도 아파서 떨어질 감정이었으면 열번도 더 할텐데.."



........



서강우는 말문이 막히는지 유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당히 겁을 주고 적당히 분위기를 알았던 싸움꾼 이유하가 아니었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유하는..너무나도 연약한 몸으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이성을 잃은 눈으로...사랑을 하고 있었다..



피에 절어서 가해자의 눈으로도 심각해 보일 정도로 부상을 당한 주제에..여전히 으시대며 자신의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



"....여자..옆 체육관으로 옮기고 권지헌에게 연락해서...데려가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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