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구름]붉은장미꽃처럼 - 3

128일전 | 48읽음

!!



!!!!!!



익숙한 소리에 유하의 얼굴은 경직되었다.



"..어?..문이 열려있네...여전히 조심성 없기는.."



......



문이 열리면서 지헌의 목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렸다.



이런..젠장!!



유하는 생각할 틈도 없이 급하게 창고의 방 문을 닫았다.



꽈아앙~!!



그리고 다급한 걸음으로 거실로 나와 여자가 엉클어놓은 카펫을 바르게 폈다.



쿵..쿵쿵..



심장이 자기자신을 삼켜먹는 듯 울렸다.



더구나 여자아이가 바닥에 머리를 박을때 흐른 혈액이 눈에 띄어 유하는 급하게 화장지를 빼내어 그 곳에 손을 뻗쳤다.



"유하야?"



!!!!



유하는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거실로 들어온 지헌과 그대로 시선이 마주쳤다.



............




"......."




"..유하야. 거기서 뭐해?"



유하는 지헌의 말에 잡고 있는 휴지를 손 안으로 넣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어...그냥..좀.."



두근..두근..



정신없이 뛰는 심장을 겨우겨우 가라앉히고 아무렇지 않은 듯 걸음을 옮기며 휴지통에 휴지를 넣었다.



"초인종 눌렀는데 왜 대답 안했어?"



"...깜박..자...잠들었나봐."



유하가 바로 대답을 하자 지헌이 살짝 웃는다.



"..피식..학교에서도 곧 잘 자면서 집에서도 그러는지 몰랐네~내가 너희 집 올때 한번도 잔 적 없었잖아~"



"......어...응..좀 피곤해서.."



유하는 대답을 하면서 창고방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혹시나 저기서 여자아이가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었다.




타악!!



!!!!!!



창고방 쪽의 창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와 유하는 몸을 움찔거렸다.



"......"



다행히도 지헌은 그 소리를 못 들었는지 거실의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털썩~



"..........."



유하는 창고방에 있던 여자애를 놈들이 알아서 잘 끌어낸 것임을 내심 확인하고 그제야 조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헌이 소파에서 양반다리를 하며 앉아 유하를 바라본다.



"에이, 난 또..너 없는 줄 알고 어디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싶었지.."



"........?.."



지헌의 말에 유하는 그제야...지헌을 제대로 보았고....



지헌의 몸이 상처투성이인 것을...알았다.



.......



유하는 올라왔던 자신안의 열기가 천천히 식는 것을 느끼며 지헌쪽으로 다가갔다.



"...또 너희 아버지가 그랬냐."



유하는 말을 건네면서 지헌의 옆에 앉았다.



지헌은 유하의 말에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망할놈의 염감탱이...젠장할..또 어디서 술 먹고 와선.."



지헌의 얼굴에 크고 작은 생채기와 부어오른 상처를 본 유하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헌을 저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지헌의 아버지 밖에는 없었다.



...지헌은 오래전부터 아버지와 둘이서만 살고 있었다.



유하는 지헌이라는 존재를 알기 전부터 옆집에서는 물건 부수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들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알코올 중독증상이 있는 지헌의 아버지는 지헌을 올바르게 잘 키우려 하기보다는 지헌에게서 아버지 대접을 잘 받으려 할 뿐이었다.



어쩌면 유하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헌은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이미 공장을 다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네 집에 들어왔다. 연주랑도 연락이 안되고........하아..나란 놈은 뭔가 전생에 많은 죄를 진걸까.."



"......."



유하는 잠시 시선을 옮겨서 거실 창가를 바라보았다.




사실..저 곳이다..



지헌은 기억하지 못하지만..지헌과 유하의 첫 만남은 이 곳 거실 창가에서 보이는 바깥의 담이 있는 곳이었다.





옆집에서 유난히 시끄러운 소동 소리가 들려오고 난 뒤..



거실에 앉아 있으면 항상 이곳저곳 상처입은 남자아이가 저 담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그 아이가..학교에서는 성격나쁘고 괴팍하기로 소문난 권지헌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유하의 눈에는 그 후에도 그저..상처입은 아이일 뿐이었다.



늘 학교에선 이것저것 마음에 안드는 건 때려부수는 불량학생이었지만...마치 혼자있는 쓸쓸한 맹수처럼...지헌은 그렇게 웅크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라보기만 했던 유하를 움직이게 한 날은..



유난히 춥고....유난히 녀석이 안쓰럽게 보였던...겨울날..




[.....울어?]



겨우겨우..다가가서 말을 거니 소스라치게 뒤 돌아보는 녀석..



그리고..



[..우..울긴 누가 울어!! 너 뭐야!! 안 꺼져??!!]



그리고 그 얼굴의 상처와...달빛에 비춰서 빛나는 눈물 자국...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남들은 알아주지 못하는 상처입은 그 마음을...자신이.......자신이 감싸주고 싶었다.



[..닦아.]



닦아주는 것 대신...안아주는 것 대신...



유하는 자기의 손에서 몇번이나 만지작거리던 손수건을 그저 내밀었다.



그리고 엉겹결에 그걸 받는 지헌을 바라보고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돌아섰다.



"........."



.......그리고...



다음에 학교에서 만난 지헌은.. 유하를 알아보지 못했다.





"망할 인간..돈을 안 주면 필요없는 자식이라고 때리고..돈을 내 놓으면 어디서 훔쳐왔냐고 패니..나보고 어쩌라는거야."



지헌의 중얼거림에 유하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를 보였다.



"말이야 바른 말씀이지. 너 삥 뜯은 걸로 아버지 술값 드리잖아."



비꼬는 투의 유하의 말에 지헌이 유하를 흘려보며 입을 삐죽인다.



".....이유하. 지금 이 상황에서 꼭 그런 말을 해야겠냐? 삥하고 훔친거랑은 다르다구~"



우기는 듯한 지헌의 말에 유하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피식. 별로 안 다른거 같은데? 권지헌~ 아무튼 이미 지나간 일은 잊어~언제부터 그렇게 심각했다고 그래?



우리 게임이나 하고 놀자. 오늘 부모님도 안 오신댔으니까 자고 가."



"엇, 정말 그래도 돼?"



지헌의 말에 유하가 웃는다.



"언제는 너 아버지한테 맞고 나서 우리 집에서 안 잔적 있냐~ 우리 부모님 눈치보느라 담넘고



창넘어 들어와서도 자고 갔으면서~ ..음..뭐 먹을래?"



유하가 밝은 투로 말하자 지헌도 다소 어둡던 얼굴에서 곧 표정이 밝아진다.



"..역시. 이유하가 있으니 내가 살맛이 난다~"



뒤에서 들리는 지헌의 밝은 말투를 들으며 발걸음을 가볍게 움직이는 유하의 표정은... 반대로 어두워졌다.



저렇게 말하며 웃는 지헌이지만..속 마음의 상처가 너무도 깊다는 걸..유하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헌은 더 행복했을런지도 모른다.











이미 오래전에 누가 깨워도 모를정도로 잠 들 자신이지만..유하는 작은 신음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하는 자기 옆쪽에서 자고 있는 지헌의 머리를 살짝 만졌다.



"......."



예상한대로 지헌의 몸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아버지와 좋지 않은 날 자기 집에서 자면 종종 지헌은 악몽을 꾸는지 땀을 흘리며 신음소리를 흘려댔었다.



유하는 몸을 조금 일으켜 조금 더 가까이에서 지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미 지헌의 얼굴도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어서 유하는 마음 한쪽이 따끔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으...음.......으..."



눈을 찡그리며 지헌은 자신의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지독한 악몽을 꾸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유하는 작게 지헌을 향해 소근거렸다.



그리고 아주 조심히 지헌의 손을 잡자 갑자기 지헌이 자신의 손을 꽉 잡는다.



!!!!



지헌이 잠에서 깬줄 알고 순간 놀랐던 유하는 곧 지헌이 고르게 숨을 쉬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꽉 쥔 지헌의 손을 양손으로 살짝 잡으면서..유하는 아주 조심스레 지헌의 손 마디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입맞춤..이라고 볼 수도 없을정도로 아주 약하게..손에 대었던 입술을 떼면서 유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다..괜찮아...."



유하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지헌의 숨소리가 조금씩 편해지는 듯이 들려왔다.



유하는 그 숨소리를 들으며 살짝 미소지었다.



아무리 가까이에 있어도..자신이 해줄 수 없는 것..자신이 될 수 없는 것이 많았지만........그래도..이렇게라도 녀석 옆에 있는 것이 좋았다.



날이 갈수록 마음이 아파오고 안타까움에 심장이 녹아들어가는 것만 같아도...그래도...



..그..래도.

























빠바바바바바박~~~!!!!!!!!!!!



"아아아아악~!!!!!!"



"크윽..!!...으...으아악!!...아아아아악!!!!!!!!!"



사방으로 피가 튀고 피에 얽혀 쓰러져있는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한채 딱딱하게 굳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이미 피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쇠몽둥이를 들고 있는 사람은.. 권지헌이었다.



"일어나."



"윽....흐윽......윽..!...아아.."



"일어나!!!!!!!!"



빠가가가가가가각!!!!!! 파바바박~!!!!!!!!!!



쿠당탕탕탕~~~~~!!!!!!!!!!



이미 쓰러진 상대를 계속해서 구타하는 모습은 너무도 잔혹해서 근처에 있는 일진들은



인상을 찌푸린채 차마 말리지도 못하고 움찔움찔 지레 겁만 먹고 있었다.



유하는 좀 늦게 장소에 도착해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안되겠는지 결국 지헌을 보며 입을 열었다.



"..권지헌."



퍽퍽!!!!! 빠바박!!!!!!



"개자식들!!..일어나!! 안 일어나??!!"



"지헌아. 나하고 먼저 얘기 좀 하자."



"이거 놔!!!"



"권지헌!!"



"..........."



유하가 소리를 지르고 나자 그제야 지헌이 유하를 보더니 들고 있던 쇠몽둥이를 바닥으로 집어던진다.



까가가가가강~~~~!!!!!!!!!!!!!!



그리고 바로 옥상 구석으로 걸어가는 지헌을 보고 유하가 따라서 걸어간다.




"...무슨일이야."



"........."



"지헌아..요즘 특별히 얘들 족칠 일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무슨 일인지 말해봐봐."



"........."



"...지헌아."



".....젠...장.."



지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 것으로...유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젠장할!!..지지리도 운도 없지!! 왜지?? 어째서야??!!"



".........."



유하는 지헌의 말을 듣다가 천천히...입을 열었다.



"...또...여자애 때문인거야?.."



"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 갑자기 피하는 바람에 얼굴 한번 보지도 못했다고!!! 어제까지 아무일 없었는데!!



좋은 분위기에서 헤어졌는데!!"



"........."



"내가 뭘 어쨌길래 그렇게 기를 쓰고 피해다니는거야!! 학교 전체를 이 잡듯 쑤시고 다녀도 만날 수가 없어!



전해들은 말로는 죽어도 싫대!"



유하는 천천히 입을 다물고 지헌을 바라보았다.



매번 반복되는 상황에..유하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고는 있었지만..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으로 인해서 생긴 일..아마 지헌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일.....



어제..그렇게 자신과 잘 놀고 먹었던 그 장소에서...자신의 연인이 끔찍한 협박을 당했다는 것을..지헌이 알리가 없었다..




"...하아..그래서 저 애들을 저렇게 패는 거야?"



"........씩...씩.."



"권지헌. 어린애처럼 굴거야? 괜히 시비건거지?"



유하가 살짝 말을 돌려 지헌을 몰아세웠다.



지헌이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괜한 시비로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왔기에 그의 책임을 묻는 걸로 이성문제로부터 말을 돌려왔고..



유하의 그런 생각은 매번 그대로 적중했다.



"..아, 아냐~ 이 녀석을 언젠가 한번 손 봐주려고 했었어. 그러니까.."



"왜. 무슨 이유로 손을 봐주려고 했는데?"



유하의 바로 묻는 질문에 지헌의 한쪽 눈썹이 힐끗 올라가며 눈동자가 왼쪽 오른쪽을 맴돈다.



분명..뭐라 변명거리를 생각해 내는 게 분명해서 유하는 금방이라도 피식..하며 나올것 같은 웃음을 참았다.



녀석의 변명을 유하가 넘어갈리가 없으니 지헌은 본의아니게 유하에게 혼나고 여자친구 문제는 꺼내지도 못 할 것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이내 잊어버리고...생활은 평소대로 돌아온다.



유하는 그 모든 것들을..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한참을 어정쩡한 자세로 뭔가를 생각하다 변명거리가 생각이 났는지 지헌이 고개를 획 들고 입을 열었다.



"그래! 저 녀석들이 학교에서 호모커플로 소문이 났더라고!!!"



!!!!!


..........



..유하의 얼굴이 굳어졌다.



원래 같았으면 그런게 변명이냐고 따지고 들었을 유하가 조용하자



자신의 변명이 먹혀들어간다고 생각하는지 지헌의 목소리가 더 커진다.



"더럽게...남자들끼리 말이야! 그래서 손 봐주고 있는거야!! 소름 돋잖아!!새끼들~ 선배로서 그런건 잡아줘야지!!!"



"........"



유하는..자신의 커진 눈으로 시야를 내려 바닥을 응시했다.



새파랗게 변한 자신의 얼굴을..지헌이 알아채지 않기를 바랬다.



"정말 재수 없어!! 난 그런거 말로만 들었지 설마 진짜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거든!



유하 너도 충격먹었지??호모라니!! 거봐. 내가 혼낼만 하지??"



.....



유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헌을 바라보았다.



자신 만만하게 시선을 맞춰오는 그 모습에 유하는 황급히 시선을 옮겼고...아까 맞고 있던 남자애 두명을 바라보았다.



이미 저쪽에 쓰러져 바닥을 기고 있는 남자애들은..서로의 상처를 확인하는 듯 해



그 옆에 서 있던 일진으로부터 욕설과 야유를 듣고 있었지만..



분명히 그 고통이 심할텐데도 불구하고 당연한 듯이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래.."



당연하다는 듯이..



비정상 취급을 받으며..쓰레기 취급을 받으며...당연하다는 듯이..



"...나도.."



유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저 사이에서 고개 숙인다 해도...이 비틀린 감정이 자신 하나만의 감정이 아니라면...



그래도 좋을텐데...



...저 것 보다 더 심하더라도.....그래도 참을 수 있을텐데...




"...나도 호모는 역겨워.."




그래도 괜찮을텐데...






"....젠장...좀 마음 놓고 쉬게 좀 해주지."




유하가 자신의 손에 검은 장갑을 끼면서 말을 했다.



그 옆에서 쇠 파이프를 목뒤에 댄 지헌이 유하의 말을 받는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쪽 소문도 강하고..저번에 경일고까지 깨져서 이곳 저곳에서 다 시비를 걸어와."




유하와 지헌의 뒤로는 서른 댓명이 되어보이는 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빼곡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쪽에는 유하와 지헌이 싸울 상대로 보이는 무리들이 마찬가지로 무기를 들고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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