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구름]붉은장미꽃처럼 - 10

162일전 | 74읽음



놈들 뒤쪽에서 비스듬하게 서 있는 사람은....




권지헌이었다.





".............."



유하는 천천히 다시 시선을 내렸다...




"...!!..지...지헌 선배..!"



"누군 선배고 누군 너희 밥이냐. 그 손 안 놔?"



지헌의 위협적인 목소리가 울리고 그것에 움찔한 놈들이 유하의 멱살을 쥔 손을 소스라치게 놀라며 놓았다.



지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보였던지 금새 남자들은 기며 지헌에게 해명하기 시작한다.



"..서..선배님..이건...그러니까..!."



"많이 컸군. 유하를 건드는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 나랑 한판 뜨고 싶냐. 이 개새끼야."



점점 낮아지며 날카로와지는 지헌의 목소리에 남자들은 순간 몸을 움찔거리며 지헌에게로부터 흩어져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아..아뇨!!..선배님!!..그런게 절대 아니고..!.."



"어디 부러뜨려줄까? 팔? 다리? 말만해. 목뼈를 부러뜨려줄 수 도 있어."



"..!!!!.!....이..이 자식은 이제 선배님 친구가 아니잖아요!! 배신자라구요!! 어째서!!.."



"...배신자? ..누가 그래."




지헌은 바로 바로 놈들의 말에 대답을 하며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이유하는 내 친구다."




"......."



"내 친구야. 누구든 이유하를 이딴 식으로 대접하면 나한테 덤비는 거라고 생각하겠다. 다른 놈들에게도 전해."



"........"



"이유하를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고...........알았으면 꺼져."



"...!..읏..!!...!!.."



남자들은 잔뜩 몸을 움츠리며 크게 인사를 한 뒤 옥상 문쪽으로 향해 주춤주춤 물러선다...



"........."



남자들이 곧 옥상에서 내려가자..



유하는 아래를 향하고 있던 시선을 비스듬히 들고 멱살을 잡혔던 옷을 제대로 매무시 했다.



툭...툭.....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걸음을 옮기며 뻔히 자기를 응시하고 있을 권지헌을 지나쳐 걸어갔다..





"...이유하.."




"......."



유하는..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뒤를 돌아서니 지헌의 검은 눈과 그대로 마주친다.



가슴 속에서..무언가가 툭 떨어지는 듯한 아련한 아픔이 느껴졌지만..유하는 애써 무시했다.



그럴리가 없었다.



..그래선...안되니까.......




"....다른...무언가가 있을거라고 생각해.."



"......."



"절대로...네가 원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게 아니라는 걸...난 알아."



확신이 서린 듯한 지헌의 목소리가 울러퍼졌고..



방금 전까지 오금을 못 추리게 싸늘했던 권지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따뜻한 표정의 권지헌이 유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하는...차마..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는..어째서..



그렇게 빛나고 있는지...



..곁에 있을때에도..있을 수 없을 때에도....어쩌면 그렇게 빛나고 있는지..



보는 자신이 이렇게 안타까워질 수밖에 없게....



어째서..그렇게 빛날 수 있는지..




".....네..멋대로 생각해.."



"..유하야."



유하가 돌아서기도 전에 지헌의 목소리가 다시 유하의 행동을 멈추게 만들었다.



지헌은 막상 불러놓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곤란한 표정을 하다가..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엄청 아픈거..아냐?"



....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지만 자신의 귀가 번쩍 뜨이는 걸 유하는 느꼈다.



아주......병이군..




"..나 아파...다 너 때문이라고.."



"....."



"네가 그 동안 노력해서...나 한동안 착하고 온순한 선배라고 소문도 났었는데.....



요즘은 다시 소문이 살벌해졌어...나 역시 성질 지랄맞은 일진이라구.. "


"......."



"네가 없으니까........다시 쓰레기인...그런....잔인한 일진 권지헌밖에...남지 않았나봐.."



"............"



"..유하야.........나..사귀던 여자애가 날 피하는 것보다...아버지에게 죽도록 맞는 것보다...지금이 더 아파.."



"................"




"너와 함께 있을 수 없는 지금이....너무 아파.."





........



유하는...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자기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없어서 아프다고....그 것이 너무 아프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사실은....모든 안 좋은 일의 근원이 자신 때문일지도 모르는데...이제 다신 여자애들이 배신할 일도 없을텐데..



자신이 없으니..이젠 무모한 싸움 하지 않아도 되는건데........




..아무 것도 모르면서..



병신 같이........아..무 것도 모르면서......





"...유하야..나에겐 넌 없어선 안되는 존재야..."



......



유하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네가 말하는 그 존재가....무얼까..



사랑하고 사랑하는....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으로 자신이 있을 수 있다면....그런 웃길만큼...기절할만큼 행복한 일이 생긴다면.........



그럴 수 있다면..지금 당장이라도 이 따위 것들 그만 둘 수 있는데...



.........그..럴수 있다면....




"한번도 부정해 본 적 없는 내 베스트 프렌드라고..."







....



유하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온 몸을 뜨겁게 달구던 피가 식어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것 봐.....역시.......그...런 존재뿐이잖아..




"..너무나 소중해서..절대 의심하고 싶지 않은...내 친구라고..."



"........"



"이유하..!...듣고 있어?!! 나 절대 널 잃고 싶지 않다고!!.."



.......



그게....아니잖아...



...네가 나를 앉히고 싶어하던 자리는........



내게는....너무나 고통스러운 자리잖아..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피가 툭툭 떨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



너를 보며 울 수 밖에 없는 자리인데........왜 어째서..넌 돌아오라고 말하는거야..?




"...네가 날 그런 상대로 생각하지 않아도....아니! 너도 그렇게 생각 할거라 믿어."



......틀려..



"너도 나와 함께 지낸 시간들이 좋았다고 난 확신해!! 내가 널 베스트프렌드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여긴만큼 너도 그런거라고!!"



아니야...



..아..니야..



너와 친구가 되기 전부터..



네가 우리 집 근처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부터..



내가 하고 싶었던 건 네 손을 잡는 것보다..너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것보다......너를......안아주고 싶었는걸..




처음엔...그저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뻐서..



너를 바라볼 수 있다는게 너무 기뻐서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하지만..아니었어..





"유하야.........다시 돌아갈 수 있어..제발 그렇다고 말해줘.......나....포기하지 않아.."




아.....니었어..




나 이렇게 앙상하게 말라가는 동안...



너는 아무 것도 몰랐잖아..



....나 이렇게 아파서 숨도 못 쉬고 쓰러져 가고 있는데도..




너는 정말 아무 것도 알지 못했잖아...






"네 자리를 채울 수 있는 다른 사람따윈 없어..."


"........"




"..내..베스트 프렌드의 자리는 이유하만이 주인이야."






.....




유하는...순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렇지 않으면....그대로 심장이 멈춰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그래..



그렇게.........그런 말도.....내게 얼마나 잔인한 소리인지...




....넌 모..르잖아....







"...정말.....고맙군.."




"유하야.."



"할 말 끝났으면 나 간다."



지헌의 말을 자르며 유하는 빠르게 걸어갔다.




젠장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가장 아픈 곳만을 건드리는 건 또 뭔지..



..그렇게 딱 잘라서..



너란 사람은 가망 없다고....완벽하게 차단받은 것 같은....내 기분을.........



네가..알 지 못하는게 화가 나....



너무 마음이 아플 정도로.....





"엇~?? 유하형님 화났다~~"



"어엇~?? 정말?? 정말?? 우와~ 화내도 예쁘구나~"



"......."



유하는 앞에서 재잘대는 우천과 우운을 한번 슬쩍 본 뒤에 다시 고개를 숙여서 바닥을 응시했다.



그러자 그 것을 보고 있던 우천 우운 형제도 같이 인상을 찌푸린다.



"..엇..진짜 많이 화났나봐.........어쩌지??"



"어쩌지?? 우웅...왠지 나도 쓸쓸해진다.."



"야아~ 안돼~ 우리가 기운을 북돋아줘야지~ 같이 쓸쓸해하면 어떻게 해~"



정신없이 떠드는 둘의 모습에 유하는 그제야 슬쩍 약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이 공간에서 싸움이 정신없이 계속되는 동안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는 그나마 이 형제가 있기 때문에 조금씩 풀려올 수 있었다.



진심으로 자신을 좋아하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유하도 느낄수 있었으니까..



"그래, 밥이나 먹고 힘내야지. 운아 뭐좀 시켜먹게 전화번호 좀 대봐."



유하의 말에 우운이 귀를 쫑긋 세우며 표정이 밝아진다.



"네~ 족발집이 XXX-VVVV번이고요, 순대집이 BBB-WWWW번이고요..횟집이.."



"야야~ 운~ 너는 너 먹고 싶은 것만 말하냐~ 짜장면 집 같은거 없어??"



"싫어~ 짜장면보다는 음...통닭~!!"



"나도 싫어~ 요즘 통닭 안좋대~ 짜장면 먹자"



"요즘 짜장면은 안좋대. 통닭먹자~"



"누가 그래~ 짜장면이 안좋다고~ 짜장면은 좋아. 짜장면 먹게."



"그럼 통닭은 누가 안좋다고 그러는데~ 통닭먹자."



"너 자꾸 따라할래?? 통닭은 말야..언론에서 말하기를...내가 신문을 좀 봤는데 말이지..요즘.."



"..............나 간다."




유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사람의 얼굴이 금방 울상이 되어버린다.



"..으엑??!! 유하형님~ 그러는게 어디있어요~~"



"이제 곧 있으면 결정된 단 말이예요~ 유하형님은 닭이 더 좋죠??"



"아니~ 유하형님은 틀림없이 짜장면을 더 좋아할거야~"



뒤를 졸졸 따라오며 말하는 둘의 목소리에 유하는 살짝 인상을 쓰며 금방 둘에게 꿀밤을 먹인다.



딱! 딱!



시원시원한 소리가 울리고..두명은 더욱 울상이 되어버린다.



유하는 고개를 쳐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순두부찌개!"




"...................................."



뒤에서 경악스럽게 '안 어울려~~'라고 소리치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유하는 힘차게 걸어나갔다.



왠지..



유하는 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어두운 생각도...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것을 느끼며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하는 눈을 떴다.



이미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은 방안을 환하게 비추었지만 휴일에 싸움도 없는 날이라 유하는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잠을 청하기도 애매한 시간에..그저 천장을 바라보며 조금 더 시간을 끌다가..결국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이미 11시가 넘어있었다.



끼이이익..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보니 아무도 있지 않는 걸 확인하고 그제야 유하는 부모님께서 어젯밤에 나란히 출장가셨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같은 회사에 다니시고 있는 부모님은 이왕이면 출장과 휴가를 한 날 한시에 맞추는 법이 많아 이런 일은 흔했다.



"...밥이나 먹어볼까."



천천히 걸음을 옮겨 부엌으로 향하던 유하의 귓전으로 벨 소리가 울렸다.



딩-동----




유하는 인터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순간적으로 '누구세요'라고 말하려던 유하는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인터폰 안에는...너무나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권...지헌..?




딩동~딩동---



"유하야~"



!!!



유하는 밖에서 들리는 지헌의 목소리에 급하게 걸어가 현관문 고리를 잡았다.



문은 잠겨있었지만..유하는 정신없이 뛰고 있는 심장을 잡고 있는 것처럼 현관문 고리를 움켜쥐었다.



.....왜..



"유하야~ 유하야~~"



"......."



".........."



"......."



"................없...나.."



다소 실망감이 깃든 지헌의 목소리가 울렸다.



유하는 숨을 죽인채 그저 현관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



"......."



"..유하야....."



".........."



"...너...오늘..........네 생일이다.."





.......



..............!




유하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거실에 걸려있는 달력을 바라보았다.



.....아...



벌써..날짜가 그렇게 지나갔었나..




"...바보같이...너 모를까봐..........항상 내 생일만 챙겨주고 정작 자기 생일은 잊어버리는게 너였잖아.."



".........."



"오늘 같은 날...집안에 처박혀 있을 것만 같아서 왔는데........그래도..어딘가 나가긴 했나보네.."



".........."



유하는 천천히 현관문에 등을 기대었다..



차가운 기운이 등을 통해서 시린기운으로 몸을 감싸안았지만..유하는 왠지...몸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이번 네 생일.....내가 먼저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





가슴이 타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는 유하는 그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렇게...



..그..렇게 차갑게 뒤돌아섰는데..



조금의 여운도 없이...가차없이 그렇게 뒤돌아서버렸는데..



왜........너 여기 있어...



......



왜....여기로 온거야......왜..




"...유하야.."




......



유하는 눈을 감았다.....






"생일 축하해.."







......



이미 굳어버린 것만 같던 눈물이 다시..흐를 것만 같았다.



유하는..그저 작게 고개를 숙인채..자신의 뒤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는 발 걸음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발걸음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게 되자 유하는 급하게 문을 열었다.



철커덕!!





하지만....



쇳소리만이 크게 울렸을뿐..방금 전까지 유하의 마음을 녹이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인터폰에 비추던 그리운 사람의 그 모습도..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유하는 금방이라도 뛰어서 뒤따라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아내며 고개를 숙였고...숙인 유하의 시선으로 곧 무언가가 비춰졌다..



"......."




..케이크였다.




작게 예쁜 상자에 담겨 있는 케이크....그리고..



그 옆의........붉은..장미.......





.....





유하는 잠시동안...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그저...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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