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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자가 회귀함 1~312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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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세계의 남쪽 끝에서 봉인되어 있던 마왕이 풀려났다.

    백만의 마족을 이끌고 북상하는 어둠의 군대 앞에서, 세계는 하나로 단결하는 듯 했다.

    그러나 북방에 웅크리고 있던 피를 먹는 자들이 일어나고.

    사리사욕에 취한 인간들이 권좌를 탐했다.

    숱한 영웅들이 깃발을 들었으나.

    결국 그들 모두가 스러졌다.

    바야흐로, 최후가 다가오고 있었다.

    ***

    쿵! 쿵! 쿵!

    사방이 불길에 쌓인 성채의 가장 깊은 곳, 굳게 닫힌 문이 몇 번이고 흔들렸다.

    지켜보던 기사 두엇이 비장한 표정으로 문을 막으러 갔다.

    대마법사 발린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뒷걸음질쳤다.

    등 뒤에서 대신관 레벤이 발린을 향해 손짓했다.

    "발린 대현자, 이리 오시오. 시간이 얼마 없소."

    "아무리 당신이 그리 말해도 나는 생각 없습니다. 신의 힘이라니, 검증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다섯 번째 계속되는 청에도 발린은 고개를 저으며 양손에 커다란 불길을 일으켰다.

    두 손에 잡히는 불길은 선명한 푸른색이었다. 일반적인 불길의 붉은색이 아닌, 불마저도 태워버리는 청색 불길.

    저것이 바로 화염계 마법의 극의이자, 9클래스를 마스터한 불의 마법사들의 필살기인 헬 파이어였다.

    사실상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최강의 마법, 그런 강력한 힘을 간단한 캐스팅만으로 두 개나 연성했다.

    과연 대현자라는 명칭에 걸맞는 무력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능력으로도 바깥을 메운 군세는 이길 수 없었다.

    발린은 허탈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몇 개의 이름을 읊조렸다.

    검왕 팔리아스, 신궁 이셀린, 성녀 크리스텔.

    모두 발린을 능가하면 능가했지, 결코 떨어지지는 않는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들 모두가 있었음에도, 결국 인간들은 마왕군에게 패배해야 했다.

    정정당당한 전투의 끝에서 진 게 아니라, 어둠의 힘에 혹한 배신자들에 의해서.

    후회와 설움으로 떠는 발린의 뒤편.

    우두커니 서 있던 레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발린 대현자. 당신밖에 없소. 과거로 돌아가, 지금의 파멸을 막을 유일한 희망. 제발, 그놈의 검증이니 뭐니 하는 고집 좀 그만 부리시오. "

    "검왕은? 신궁은? 그 많던 영웅들 다 어디 가고 내가 가야 하는 거요? 누누이 말했잖소! 난 확실한 논리가 없는 힘은 믿지 않는다고! "

    " 그 많던 영웅들, 전부 마왕군에게 죽거나, 노스트라 제국의 휘하로 들어갔지요. 죄송합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사람을 너무 믿다 보니 제 때 처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옳았어요. 발린. "

    최후의 순간이라 그런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레벤의 모습에 발린의 입이 닫혔다.

    저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둘 다 이 사태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는 잘 알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영웅들의 배신, 마왕군과 노스트라 제국의 승리.

    그 책임을 따져보면, 결국 근본적으로는 이 모든 게 발린의 결정으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조금 더 독하게 움직였다면, 조금 더 무자비하게 힘을 썼다면!

    “아니, 내 잘못이오.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던 건 어디까지나 나니까.”

    마법사가 아무리 논설에 강하다고는 하나 여기서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순 없었다.

    한풀 꺾인 발린의 기세에 레펜 대신관은 차분한 어조로 그를 설득했다.

    " 이제 여기 서서, 신의 은총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시오. 그리고 거기서는 이 파란, 기필코 막아 주시구려. "

    저렇게까지 말하는 데야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일.

    결국 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알았소. 내키진 않지만, 그 신의 유물이란 걸 한 번 써 보리다. "

    " 놈들이 문을 두드립니다! "

    문을 막고 있던 기사가 소리쳤다.

    애써 몸으로 막고 있지만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 시간이 없군. 어서 이 가운데로. "

    레벤은 발린을 마법진의 정가운데로 안내했다.

    그 곳에는 둥근 형태의 브로치가 놓여 있었다.

    " 그 브로치를 목에 걸고 있으시오. 성법을 발동시킬 테니. "

    " ...역시 내키지 않는군. 마법사가 신의 힘을 빌린다니. 차라리 저들과 최후의 결전을 치루는 게. "

    " 크아악!! "

    격렬한 비명성과 함께 기사들이 튕겨져왔다.

    놀란 눈으로 문을 바라보자 뚫린 구멍 사이로 흑색 갑옷이 보였다.

    " 내 저것들을 그냥!! "

    외마디 일갈과 함께 발린의 손에 들려 있던 헬파이어가 문을 향해 날아갔다.

    두 개의 헬파이어가 정통으로 맞자, 문이 뒤틀리며 격렬한 폭발이 일었다.

    " 잡았나? "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던 신관의 목에 창이 꽂혔다.

    신관은 그대로 피거품을 물며 뒤로 넘어가 버렸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 흑색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헬 파이어를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

    저들은 마왕군의 최정예, 암흑기사단이 분명했다.

    " 젠장! "

    " 무슨 짓을 꾸미는 건진 모르겠지만, 뭐든간에 이제는 다 끝났다. 발린. "

    문을 마저 부수고 나온 선두의 흑기사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 크으윽!! "

    레벤이 침음성을 흘렸다.

    "뭔가를 꾸미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림없지!"

    으르렁거린 흑기사가 무기를 들었다. 그러나 발린의 캐스팅이 한 발 더 빨랐다.

    "에테르 랜스! 썬더 스톰! 썬더 스톰! 체인 라이트닝!"

    흑기사가 돌진하려는 순간, 무려 네 개의 마법이 연속해서 그를 맞이했다.

    하나같이 고위 마법 아닌 게 없는 막강한 공세.

    저런 공격이라면 마왕이 직접 와도 견딜 수 없었다.

    " 크아아아악!! "

    투명한 에너지로 가득한 랜스에 맞아 물러난 팔시온의 양 옆에서 썬더 스톰이 전력을 뿜어냈다.

    모든 걸 태워 버리는 강력한 번개.

    구멍 뚫린 갑옷 사이로 직격한 번개는 전신을 지지고 또 지졌다.

    하나만 해도 철을 녹일 정도로 강력한 뇌전.

    그런 게 한꺼번에 두 개나 전신을 지지니 흑기사의 갑주도 버틸 수 없었다.

    부하들이 그를 도우려 했으나, 발린은 그것마저도 이미 수를 써 두었다.

    체인 라이트닝을 타고 퍼진 썬더 스톰.

    뒤를 따르던 십여 기의 흑기사들 전부가 그걸 타고 온 번개에 노출되었다.

    크어어억!!"

    "끄르르륵!! ".

    결과는 절명! 흑기사들 전부가 온 몸이 뇌전에 타들어가 단숨에 숨이 끊어졌다.

    발린은 숨을 몰아쉬며 문께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의 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는 안심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무리 대현자라 해도 고위 마법을 이렇게까지 몰아 쓰면 체력이 부치는 게 당연했다.

    "허억. 허억."

    지친 기색이 역력한 발린.

    레벤의 시선이 그가 걸고 있는 목걸이로 향했다.

    신의 성물이 목에 걸렸고, 당사자는 마법진 안에 있으니 준비는 다 끝난 셈이다.

    혹여 무슨 말이 더 나오기 전이라면 바로 지금이다.

    그렇게 확신한 레벤은 곧장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위대하신 주신 레이안님께 비나니, 잘못된 미래를 고쳐 쓸 수 있도록 은혜를 베푸사..."

    숨을 몰아쉬던 발린의 주변이 빛에 휩싸였다.

    기겁한 발린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잠깐만! 나는 아직 준비가...! "

    "이제 그 은총의 힘을 빌리나이다! 크로노스 디스펠!"

    번쩍이는 빛이 브로치에서 나와 마법진을 뒤덮었다.

    막대한 신성력이 소용돌이치며 발린과 레벤 사이를 끊어놓았다.

    시간을 되돌리는 신의 기적이 시작되었다.

    " 발린 대현자. "

    " 아니,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이건 아니야! 이런 불확실한 것에 의지할 수는...! "

    온 몸이 휩쓸리는 사이, 레벤은 서서히 사라져가는 발린을 향했다.

    아직까지도 불완전하느니 뭐니 말하던 발린의 눈이 크게 뜨였다.

    " 부디, 이 세계를 구해 주시오. "

    무릎을 꿇고 있었다.

    늘상 앙숙처럼 지내던 레벤 대신관이.

    거기서 온 충격은 늙은 대현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발린의 남은 몸이 빛 속에서 사라졌다.

    ============================ 작품 후기 ============================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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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로 돌아오다.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발린은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더 자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만 있던 목소리가 주는 충격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셌다.

    “오빠! 일어나! 깨워 달라고 했잖아!”

    “으음...밀리아냐?”

    “그럼 밀리아지 누구겠어. 아무튼 정신 차렸으면 빨리 앉아, 스프 다 식겠어.”

    눈을 뜨자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의 얼굴이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딱히 가족에게 별다른 애정은 없던 생이지만, 칠십 년만에 얼굴을 보자 왠지 모르게 목이 메어왔다.

    멍하니 눈을 끔벅거리던 발린의 눈동자에 급격히 생기가 돌았다.

    그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밀리아를 세게 껴안았다. 와락!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오, 오빠?”

    난데없는 포옹에 절로 목소리가 떨려 나오는 밀리아, 십삼 년 동안 같이 지내면서 처음 보는 행동이니 놀랄 만도 했다.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지만 포옹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결국 밀리아는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목소리를 높였다.

    “갑자기 왜 이래? 얼른 일어나 아침이나 먹어! 배 안 고파도 억지로라도 먹고 가야지. 안 그랬다간 저번처럼 업혀 올 거니까. ”

    “그래. 먹고 가마. 하.”

    발린은 손을 풀며 밀리아의 청을 받아들였다.

    훌쩍 일어선 그의 뒤로 경계심 가득한 시선이 날아와 박혔다.

    “오, 오빠. 혹시 어제 무슨 일 있었어?”

    “ 왜 그러느냐? 아무 일도 없었다.”

    할아버지 냄새가 풀풀 풍기는 말투! 처음 보는 모습에 밀리아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경악한 탓.

    허나 발린은 이미 식탁에 가 앉고 있었다.

    아침 메뉴는 딱딱한 검은빵과 스프, 배를 채우기엔 무난한 음식이었다.

    발린은 허겁지겁 식탁 위로 팔을 움직였다. 입 안에 빵을 밀어넣자 어렵지 않게 씹힌다.

    부드러운 것밖에 먹지 못하던 예전이었다면 기뻐 날뛸 상황.

    그러나 발린은 그런 사소한 변화는 의식조차 못한 채로 계속해서 턱을 움직였다.

    식사를 하는 사이 발린은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갔다. 전생의 종극, 그리고 마지막 순간 발동한 성법.

    ‘ 레벤 대신관이 하던 말이 사실이로군. ’

    의자와 식탁의 촉감부터 입에 씹히는 빵의 딱딱함까지, 모든 게 선명하기 그지없었다.

    대마법사의 직감과 노하우를 총동원해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환상 마법의 징후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신의 유물이니 뭐니 하더니 일단 그 아티팩트가 가짜는 아닌 모양이었다.

    ‘ 정말 내가 과거로 되돌아왔단 말이지. ’

    눈앞으로 수많은 과거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온갖 배신과 음모가 가로막던 앞길.

    혼자 90퍼센트의 일을 해도 오히려 일이 늘어나던 현실.

    떠올리고 있자니 주먹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으지직!

    너무 세게 주먹을 쥔 탓일까, 손에 잡고 있던 빵이 벽돌 부숴지는 소리를 냈다.

    옆자리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던 밀리아가 화들짝 놀랐다.

    “ 히익! "

    “ ...아. ”

    목소리를 들은 발린은 그제서야 밀리아를 눈치챈 듯, 천천히 빵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시끄럽게 먹어서 미안하구나. 헐헐. 조심하마.”

    “어? 어. 아냐. 괜찮아. 그나저나 오빠, 오늘 좀 아픈 것 같은데, 그냥 하루 쉬는 게 어때? 루퍼스 님한테는 내가 대신 갈게.”

    "아픈 것 같다고? 아니. 딱히 몸에 이상은 없는데.“

    대답을 마친 발린은 계속해서 밀리아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밀리아는 그런 발린의 행동에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하지만 붉어진 얼굴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친 발린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약초 캐러 갔다 오마.”

    “하아, 알았어. 조심해서 다녀와! 오빠!”

    문간을 나서는 발린에게 밀리아가 근심어린 어조로 깜박했던 말을 전했다.

    “ 아! 오빠! 루퍼스 도련님께서 오늘 점심 전에 꼭 찾아오라고 하셨어! 중요하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으니 절대로 잊지 마! ”

    “루퍼스? 음...그러마.”

    쉬엄쉬엄 대답을 마친 발린은 그대로 문을 나서자마자 밀리아의 말을 잊어버렸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세상을 구할 커다란 계획밖에 없었다.

    그러니 밀리아가 말하는 루퍼스가 누군지, 그리고 무엇을 시켰는지 기억할 리가 없었다.

    ‘ 붉은 오크의 대준동, 암군 크라탄의 즉위, 파이오니어 왕국 전몰, 영웅대전, 베르티나 전투...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이 망할 놈들아! ’

    집을 나선 발린은 곧장 마을 반대편의 숲으로 향했다.

    우디드 숲이라 불리는 그 곳은 여러 짐승은 물론, 가끔씩 사나운 몬스터들도 나타난다고 알려진 장소다.

    어른도 혼자 다니기엔 위험한 곳이었으나 발린은 마치 제 집 앞마당 걷듯이 움직였다.

    굳이 기억하지 않더라도 몸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약초꾼으로서 숲을 제 집 누비듯 움직였던 덕분이었다.

    십여 분 동안 숲 속을 걷자 갑자기 탁 트인 분지가 나타났다.

    어두침침한 주변과는 달리 그곳은 따뜻한 햇빛과 부드러운 잔디로 가득했다.

    약초를 캐다가 우연히 이 곳을 발견하던 때가 생생히 기억났다.

    ‘ 그 땐 이 곳이 마나 스팟인 줄 몰랐지. 나중에 알고서는 그냥 웃고 말았지만. ’

    마나 스팟, 주변 대지의 마나가 자연적으로 응집되어 생기는 땅이다.

    당연히 마나의 밀도가 다른 곳보다 높아, 무언가를 수련하기엔 이만한 데가 없었다.

    전생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넘겼다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 때는 아무 생각없이 여기서 나뒹구는 게 낙이었는데, 그게 다 마나를 몸에 받아들이는 과정이 될 줄이야.”

    절로 떠오르는 옛생각에 발린은 잠시나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 근심 없이 돌아다녔던 그 때는 발린에게 있어 몇 안 되는 행복한 기억이었다.

    “아차차,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자세를 잡은 발린은 곧바로 분지 가운데에 있는 호수를 노려보았다.

    맑은 물 아래로 바닥까지 훤히 드러난 호수는 살짝 푸른빛을 머금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한참을 그러고 있던 발린은 심호흡을 마친 뒤 옷을 다 벗어제끼기 시작했다.

    금세 알몸이 된 발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해야만 하는 일인 건 알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몇 번이고 망설이던 발린은 결국 숨을 들아마신 뒤 땅에서 발을 뗐다.

    “흐읍!”

    풍덩!

    커다란 출렁거림과 함께 물 속으로 들어간 발린.

    눈을 뜨자 흩어지는 물고기들 사이로 바닥에 깔린 조약돌들이 보였다.

    발린은 빠르게 손을 저어 그 편으로 향했다.

    호수의 깊이는 대략 오 미터 정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꽤나 차이가 있었다.

    몇 번의 물질 끝에 바닥에 닿은 발린의 손이 조약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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