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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님의 목줄을 쥐고 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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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01 잠수 이별한 바로 그 남자 =========================

    1.

    그는 어떤 남자일까.

    로네 블랑쉐는 명백히 긴장한 얼굴로 거울을 응시했다.

    지금 그녀의 안색은 느끼고 있는 초조함의 크기만큼 하얗게 질려있었다. 본래도 엄마를 닮아 피부가 흰 편인데, 오늘은 화장을 했음에도 거의 창백할 지경이다.

    그나마 꿀처럼 달콤한 빛깔의 머리칼과 봄꽃을 닮은 연홍색 눈동자의 조화 덕에 곧 쓰러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작은 위안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반대로 하자면 그런 것 외에는 위안 삼을 게 없으리만치 모든 게 불안하다는 뜻이 되기도 했다.

    “.......”

    로네는 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화장대를 꽉 움켜쥐었다.

    째깍. 째깍.

    시계의 초침이 흘러가는 소리가 너무도 크게 들린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단 오 분. 그 후에는 등 뒤에 있는 저 문을 열고 나가서 그녀의 남편이 될 사람을 맞이해야 한다. 아마도 제 발로 지옥에 걸어 들어가는 기분일 테지.

    ‘제발 오는 길에 마차 사고라도 나서 영원히 도착하지 말았으면....’

    아주 못된 생각인 걸 알지만 로네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빌었다.

    어차피 기도가 이루어질 확률은 그녀가 오늘 밥을 먹다 체해서 죽을 확률보다도 적었다. 그러니 사고를 운운하는 건 그냥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혼절해 버릴 것 같아서였다.

    미친 놈. 악귀의 자식. 들개. 학살자.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는 그런 별명을 가진 사람이었고, 전쟁터에서 그를 직접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증언했다. 영웅이라 불리는 헤반드리움의 젊은 공작을 둘러싼 괴 소문들이 모두 진짜라고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그때 그 자식이랑 결혼 해버릴걸.’

    물론 오래 된 이야기긴 하지만, 한때 로네에게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연인이 있었다. 그녀는 비록 사생아지만 어쨌든 후작가의 영애고, 그는 한낱 떠돌이 용병이었지만 그런 신분 차이도 무시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만큼 사랑했다.

    문제는 그와 그녀는 성격이 그리 잘 맞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처음 만났던 날부터 으르렁댔던 둘은 사귀고 나서도 잦게 투닥거렸다. 누가 보면 서로를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 났다고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둘은 상대방이 제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못 견뎌했다. 반드시 함께 있어야만 했고 서로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걸 용납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은 별 것도 아닌 사소한 문제로 개같이 싸웠다.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도 모자라 로네는 물건을 마구 집어던지며 당장 꺼져버리라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진짜로 종적을 감출 줄은 몰랐다.

    로네는 그의 떠남을 믿지 못하고 백 일을 기다렸다. 그런 뒤에는 깔끔하게 잊으려 노력했다.

    아니, 정확히는 모든 추억을 구겨서 마음 한 구석에 처박아 놓고 아예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녀를 무참히 떠난 남자 때문에 아파하고 운다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치겠네, 진짜. 그냥 콘체 백작이 구애하는 걸 받아들일걸 그랬어. 그 놈의 얼굴이 뭐라고!’

    로네는 차마 다 꾸며둔 머리를 쥐어뜯을 수는 없어 손가락만 비틀었다.

    콘체 백작은 그녀가 아는 그 어떤 사람 보다 옥수수처럼 생겼다. 얼굴에서 그나마 장점을 찾자면 이빨이 아주 가지런하다는 점 밖에는 없었다. 물론 그마저도 어찌나 담배를 피워대던지 누렇게 되어버렸지만.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지만 로네는 도무지 그의 구혼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콘체 백작 외에도 그녀의 얼굴과 집안 배경을 보고 접근했던 남자들은 꽤 있었지만, 로네는 그 누구와도 깊은 사이가 되지 못했다.

    문제는 역시 그 놈의 전 연인 때문이다.

    그는 성질은 더러웠지만 얼굴 하나는 세상을 씹어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냥 보고 있기만 해도 치솟았던 화가 사르르 가라앉을 만큼 미모가 훌륭했다. 용병이니 몸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남자와 불같은 연애를 한 그녀이니 그냥 평범한 남자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내가 내 인생을 말아 먹었어. 완전 시원하게 말아먹었지.’

    솔직히 스물아홉씩이나 먹어서 괴물에게 산채로 바쳐질 줄 누가 알 수 있었겠느냔 말이다. 혼기가 지나도 한참은 지나버려 드디어 아무도 결혼하자는 말을 안 꺼낼 줄 알았는데, 그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로네는 입이 바짝 마르는 기분에 옆에 놓인 물 컵을 또 다시 집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뭘 입고 있는지를 자각하자마자 다시 내려놓았다.

    코르셋을 꽉 조인 웨딩드레스는 그녀에게 물 한 모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못했다.

    달칵.

    나무 테이블에 유리잔이 놓이는 소리와 함께 바깥에서 어떤 소음이 들렸다. 아마 현관문 쪽에서 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가 온 게 틀림없었다.

    “아가씨, 마음의 준비 되셨어요?”

    아까부터 방 한쪽에서 그녀보다도 더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 하녀, 브랑이 조심히 물어왔다. 로네는 불쑥 두렵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간신히 자제했다.

    말을 해서 무얼 할까.

    이건 어차피 해야 하는 정략결혼이다. 깨트린다거나 거역하면 가문이 몰살당할 테니 그런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를 집에 데려와 여러모로 잘 키워주신 아버지인데 처형당하게 내버려 두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니까.

    앞에서는 영웅. 뒤에서는 악귀라고 불리는 남자가 왜 하필 그녀를 콕 집어서 결혼하고 싶다고 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이 길 외에는 그녀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도 없으니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니 로네는 불안감을 드러내는 대신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애매한 대답을 내놓았다.

    “......대충. 다 된 것 같아.”

    “아이, 참. 제가 다 떨리네요. 아가씨께서 드디어 결혼을 하시다니...!”

    그에 브랑이 억지로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보이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 속에 깃든 것이 분명한 공포임을 모르지 않는 로네는 그저 한숨을 삼킬 뿐이었다.

    “분, 분명 좋은 분...이실 거예요! 그러니까 너, 너무 걱정 마셔요.”

    “.......”

    브랑이 울상을 지었다. 로네는 말없이 고개를 내저으며 머리에 씌워진 면사포를 앞으로 드리워, 나갈 채비를 모두 마쳤다.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빌린 것, 푸른 것.

    신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꼭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네 가지 물건을 그녀는 모두 쥐고 있었다. 궁에서 결혼하라는 일종의 통보가 내려오고, 그 상대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자마자 로네를 측은하게 여긴 몇몇이 이런 미신이라도 믿어보자고 한 덕이었다.

    “아가씨, 이제 시간이 다 되셨어요! 문 밖에 인기척이 들려요!!”

    브랑이 숨을 죽이고 외쳤다.

    꼭 긴 꿈에서 깨어나는 사람처럼 로네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차라리 결혼식 전에 남편 될 사람의 얼굴을 한 번 보기라도 했으면 좀 나았을까.

    하지만 그는 황제 폐하 앞에서 직접 ‘로네 블랑쉐’의 이름을 말하며 결혼을 청한 로맨틱한 남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무심했다. 한 번 찾아온 적도 없고 편지를 보내온 적도 없었다. 그녀가 먼저 연락을 취하려 해도 그가 지금 당장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조차 알아낼 수 없었다.

    그러니 로네는 무성한 소문을 수집하는 것 외에는 제 남편이 될 이에 대해서 알아볼 방도가 없었다.

    “......브랑, 문을 열렴.”

    기대하지 말자.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무서워하지도 말자. 그래봤자 소용없으니까.

    잠시 뒤, 브랑이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문고리를 쥐었다. 로네는 최대한 침착 하려고 노력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 앞에서 기다리는 남자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이제 그녀는 그의 아내다. 죽상을 쓰는 것 보다는 최대한 잘 지내는 게 좋을 터였다.

    끼이익.

    신부 대기실의 묵직한 문이 드디어, 열렸다.

    “아내 되실 분을 모시러 왔습니다만.”

    그리고 다음 순간. 로네는 면사포 너머의 사내를 보고 숨을 멈추어야만 했다.

    “!”

    네 살이나 많다기에 말 그대로 아저씨를 상상했는데, 아니었다.

    춥고 아득한 북방 출신의 사내라기에 수염이 덥수룩하고 거친 가죽 옷을 입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그렸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는 사람같이 생기지 않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몹시 긍정적인 의미로.

    그러나 로네는 그게 전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오랜만이군.”

    “......!”

    “무슨 말이라도 해보지 그래?”

    개새끼가.

    로네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만약 면사포가 그녀의 얼굴을 가려주지 않았더라면 추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을 테니, 몹시 다행인 일이다.

    그녀는 희뿌연 면사포 너머로 보아도 빛이 나는 듯한 그에게서 도저히 시선을 떨어트릴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차가운 인상. 결혼식을 위해 차려입었을 흰 예복이 날렵한 몸에 잘 어울렸다.

    가지런하게 쌓여 흠결 없는 흑발. 조금도 변하지 않은 서늘한 눈매와 금빛을 머금은 눈동자. 흰 피부와 높은 콧대는 그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거기에 엘프의 혼혈이라 불리는 북부인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그를 세상과 완전히 유리된 존재처럼 보이게 했다.

    단지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가 바로.

    그녀의 옛 연인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다툼 이후에 아무런 말도 없이 종적을 감추었던, 바로 그였다.

    “아르...센.”

    “나가라. 결혼 전에 신부와 할 말이 있다.”

    “......그, 그게....”

    “당장.”

    그가 낮은 음성으로 하녀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썩 꺼지라는 듯 두 눈이 사납게 번득인다.

    예전 그때에도 저런 식으로 명령을 내리는 데 익숙한 남자기는 했지만, 지금은 너무도 완벽하게 군림하는 것이 몸에 배인 모습이다.

    외양은 조금 깔끔해진 것 외에는 그리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위압적인 그의 모습이 낯섦을 불러일으킨다. 그 바람에, 로네는 화를 낼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드디어 둘이 됐군.”

    이윽고 당황한 브랑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아르센의 두 눈이 그녀를 향했다.

    차라리 저기에 있는 게 아예 타인에 대한 무관심뿐이면 나을 텐데. 그는 오랫동안 굶은 개처럼 그녀를 샅샅이 훑었다.

    어쩌면 그간 달라진 점이 없는지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네, 네가 뭔데 내 하녀를 내쫓아?”

    그에 로네는 오히려 턱을 치켜들었다.

    솔직히 조금 무섭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느껴왔던 미지의 대상에 대한 형체 없는 공포는 아니었다. 그저 강한 존재 앞에서 본능적으로 움츠러드는 그 정도일 뿐이지.

    그러니 이 정도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뭐긴. 오늘 밤이면 널 안고 있을 네 남편이지.”

    그러나 그는 시큰둥한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 그 속에 담겨있는 노골적인 희롱에 로네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뭐?”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한 판 하고 나가고 싶지만.......”

    남자치고 붉어 색정적인 입술이 밉살맞게 비틀렸다. 로네는 그걸 보며 잊고 있던 기억이 불쑥 떠오르는 걸 깨달았다.

    그녀의 여성을 핥으며 그보다 더 깊은 곳으로 불쑥 들이밀었던 두툼한 혀. 데여 죽을 것 같은 열기를 품은 채 제멋대로 휘저어대던, 여기서 더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이미 맛이 가버린 눈을 했던 남자.

    “참아야겠지.”

    눈가를 찡그린 그가 성큼 다가와 그녀의 팔목을 붙들었다. 로네는 삽시간에 두 뺨이 붉어져서는 그를 쏘아보았다.

    나쁜 새끼.

    삼 년 만에 불쑥 나타나서는 이제 남편이라고 하면 누가 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까.

    하지만 이글이글 끓는 듯한 그의 열기 탓에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이 구겨서 먼지가 잔뜩 쌓여있던 추억이 펼쳐진다. 방금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한 장면과 맞물려 그와 보냈던 밤이 어제 일인 듯 그녀의 몸을 뜨겁게 했다.

    “각오해, 로네. 이제 더는 도망 못 쳐.”

    그가 들개처럼 으르렁거렸다. 떠난 건 너면서,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로네는 제게 쏟아지는 눈빛에 그와 처음 만났던 날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걸 깨달았다.

    그건 수도에 드물게 눈이 왔던 겨울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뵙습니다 :)

    오늘 밤 12시 00분에 8화 연참합니다.

    00002 잠수 이별한 바로 그 남자 =========================

    2.

    음탕하신 성 아그네스의 날.

    연인이 아닌 이와 하룻밤 불장난조차 허락되는 방탕한 축제가 수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밤에, 로네는 길을 나섰다.

    정숙한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역겨워하고, 귀족 가문에서는 자식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단속하지만 사생아인 로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경비병들도 그녀에게 관심이 없기에 그저 빛나는 금발을 새카만 후드 속으로 꼼꼼히 감추기만 하면 저택의 벽을 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상대방을 흘끔거리는 여자들, 몸이 한창 달아있는 남자들. 과부와 기둥서방. 난봉꾼, 쓰레기.

    발을 내딛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이 가득하다. 대부분은 사냥감을 찾아 어슬렁거리고, 어둑한 골목길에선 대게 야릇하게 질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는 했다.

    나름대로 오늘 밤에 나오면 운명의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전설이 있기야 하지만 그런 사탕발림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나같이 하룻밤의 욕정을 풀 목적으로 배회할 뿐.

    그러니 오늘만큼은 횃불이 훤한 대로보다도 좁은 골목길에 사람이 더 많았다.

    "앗, 하응!"

    로네는 재주도 좋게 교성을 피해 걸음을 옮겼다.

    불가피하게 나오기는 했지만 그건 어둠을 틈타 다리 사이에 달린 조막만한 걸 으스대며 치켜댈 치들에게 허벅지를 벌리려는 연유는 아니었다.

    그저 그녀에게 꼭 필요한 약이 하필 오늘 아침을 기점으로 똑 떨어졌기 때문이었지.

    “저 새끼 잡아!!!”

    “놓치지 마라!!!”

    그런데 그녀가 미처 목적지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어디선가 시끄러운 외침이 들려왔다. 동시에 사나운 발소리들이 마구 울리는 걸로 보아 누군가 축제의 흥겨움을 틈타 도둑질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악, 저 새끼가!!!”

    “야, 저기 막아!!!”

    그러나 금방 잡힐 거라 생각한 도둑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로네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거친 목소리들에 어깨를 으쓱하곤 가던 길을 다시 가기 시작했다.

    저러면 이 근방에 숨어든 이들의 흥분이 팍 식을 텐데.

    아무리 넣고 흔들고 싸는데 3분이 채 안 걸리는 게 평균이라 할지라도, 본디 그 찰나가 소중한 법이었다.

    “저기, 골목을 살펴!!!”

    그때, 언제 여기까지 온 건지 그녀에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골목에서 벗어나면 틀림없이 저자들의 눈에 띌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수상한 차림을 하고 있는데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그녀를 붙잡아 볼 거고, 후드를 벗기면 얼굴이 드러난다.

    자랑이지만 로네는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도 꽤 예쁘장한 편이었다.

    금발에 연홍색 눈동자는 정통적인 미인상에서는 흘긋 빗겨나갔으나 순수함보다는 요염함을 머금고 있다. 야발진 눈빛은 웃어른에게 예쁨을 받기는 어려웠으나 워낙 사람 마음속의 어딘가를 탁 건드리는 듯 도발적인 탓에 또래 영식들의 관심을 제법 끌기도 했다.

    그러니 저 남자들이 그녀에게 흥미를 보이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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