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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바겐] 앵무새 프로젝트(소책자 포함)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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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roject Mocking bird(앵무새 프로젝트)

    00. Prologue

    20년 전, 지구의 절반이 볼모지로 변했다. 태양계 여행에 만족하지 못한 인류가 성간 이동을 꿈꾸며 인공 웜홀을 실험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웜홀은 우주에서 자연 발생하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해주는 통로이다. 이 통로는 원자들을 전리시켜 하전입자로 변화시킨 후, 강한 자기장을 사용해서 블랙홀로 흡입된 물채를 단숨에 화이트홀로 전이시키는 역할을 했다. 만약 인간이 웜홀을 이용할만한 과학적 수준에 달하면 영화나 소설 속 은하 여행이 실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우주로 나가고 싶은 인류의 숙원 사업은 크리모 연구소에서 발현되었다. 십 수 년 간의 실험 끝에 인공 웜홀이 만들어졌다. 크기는 직경 2km에 길이 10km, 중성미립자 및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우주의 축소판이었다. 하지만 웜홀의 힘을 인간이 모두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엔트로피가 급증하여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자 인공 웜홀은 빅뱅처럼 폭발해버렸다. 폭발 규모는 핵융합 무기의 8만 배였다. 총 8번의 크고 작은 핵전쟁을 벌이며 이름 붙여진 ‘플라스마 이펙트’의 피해 규모를 모두 합산해도 인공 웜홀의 폭발 규모 4%에 지나지 않았다. 100억 인구 절반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해저탐사와 우주여행을 위한 시설과 설비가 날아가며 천분학적인 복구비용이 발생했다. 중세시대 이후로 인류는 가장 큰 식량 확보 전쟁을 벌였고, 빅뱅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제 4대륙에 남아 있는 웜홀의 잔해를 보며 달과 화성으로의 이주를 진심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인공 웜홀의 존재에 인류는 두려워했다. 지구가 언제 벌레구멍에 빨려 들어가 미세입자로 조각나 우주로 던져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던 인류는 어느 순간 웜홀의 엔트로피가 일정수치에서 멈춘 것을 발견했다. 웜홀로 인해 이지러진 시공간은 팽창도, 수축도 하지 않았다. 정지했다. 멈춘 월홀 주변으로 지구의 생태와 맞지 않은 생명체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웜홀이 정지하고 4년째 되는 날부터였다.

    산소가 아닌 질소를 근원으로 삼는 박테리아 출현.

    그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육식 식물의 진화.

    육식 식물을 모체 삼아 직격 10km에 달하는 거대 자우림이 확장.

    자우림에 서식하는 각종 동물과 지능체의 탄생.

    진화 속도가 지구가 기준으로 삼는 시간보다 빨랐다. 광년의 속도였다. 마치 다이달로스 계획과 성간 램제트 엔진의 개발이 현실화 된 것과 같은 충격의 변화였다. 자고 일어나면 생명체들은 유전자에 변형이 일어나 퇴화와 진화를 반복했다. 웜홀로 인해 일그러진 시공간에서 나타난 생명체는 지구인이 상상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확장되었다. 자우림에서 퍼진 점막이 지구의 땅을 바꾸어가면서, 웜홀의 중심에 거대한 나무 하나가 자라게 되었다. 그것은 ‘가온수’라고 불리게 되었다. 가가온수를 중심으로 점막이 펼쳐진 부분을 ‘블랙존’으로 불리, 블랙존 너머의 구역 역시 ‘레드존’과 ‘옐로존’으로 단계별 구분을 통해 인류의 접근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인간이 웜홀에 대응하는 방법은 고작 현상유지가 전부였다. 무모하게 접근하다가는 웜홀의 활동을 자극하여 이번엔 지구 전체가 소멸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인류와 ‘가온수’의 생명체들은 지구라는 똑같은 모행성에서 정반대의 생명활동을 펼쳤다. 블랙존에서 뿜어 나오는 질소가 지구 표면을 덮을수록. 깨끗한 산소 확보가 힘들어지고 지구의 온도가 적응 가능한 속도 이상으로 올라갔다. 전축 구조와 의류가 더워진 지구에 맞춰 변해갔다. 더위에 적응 못한 동식물 개체가 줄어드는 반면, 극악의 환경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유전자 변형 생명체가 식량으로 양성됐다. 도저히 함께 지낼 수 없을 듯한 인류와 가온수의 생명체들의 공존이 안정을 이루었다. ‘나흐체라’라는 새로운 유인원이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사람을 잡아먹는 사람.

    인류의 고기를 최고의 별미로 생각하는 식인 미식가.

    나흐체라의 탄생으로 인류는 가온수와의 전면 전쟁을 선포하게 되었다.

    01. 나흐체라 대응 연구소, 크리모

    술집은 어둑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졌다. 장식물 하나하나가 수백 년 전 유물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요즘 건축 기술은 식물 세포를 이용해서 광합성이 가능한 건물 외벽을 만들고, 해파리 촉수에서 나오는 섬유로 내벽의 보온을 구성한다. 그러한 일반적인 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술집은 보기만 해도 끔끔하고 불쾌했다. 회백질을 칠한 벽은 곰팡이에게 먹혀들었다. 장마철 우기에 관리 받지 못한 나무장식은 합성 플라스틱 섬유처럼 물컹거려서 만지면 젤리처럼 변해버렸다. 이젠 홍등가나 외곽에서도 쓰지 않은 불쾌하고 낡은 양식의 구조물이다. 식품위생부 쪽에선 이 같은 불결한 장소에서 술을 파는 것을 불법으로 여기고 잦은 단속을 벌였다. 그래서 주인을 잃은 집은 철거되기 전까지 부랑자와 거지들이 술을 마시는 곳으로 이용되었다. 다른 곳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고, 맥주 따위를 알아서 챙겨와 마시는 곳, 사람들이 하도 옮겨 다니며 이런 식의 이동식 술집을 차린다하여 통상 ‘메뚜기 집’이라 불리는 곳이다.

    메뚜기 집은 정부 당국의 말 맞다나 불결하지만, 그거야 당국의 철저한 보호를 받으며 수중생물처럼 배양되어 자란 높으신 인간들의 관점에서만 그럴 뿐이다. 원래부터 더러운 곳에 태어나 더러운 장소에서 더러운 것을 먹고 자란 인간들에게 메뚜기 집은 추억을 되새김질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인류가 오랜 역사동안 동고동락했다는 나무로 만들어진 집과 가구를 쓰는데 얼마나 운치 있나. 가끔 불법으로 끌어다 쓰는 전기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서 형광등 불빛이 치직거리며 사그라지긴 하지만 그마저도 멋스럽다. 이 메뚜기 집도 철거되기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아쉬운 일이다. 새로운 메뚜기 집이 언제 어디에 생겨날지 모르는데 그동안 어디에 발붙이고 있어야 하는 걸까.

    “들었냐? 이번에 여왕의 사설학회에 한 차례 파장 일어난 거.”

    맥주잔을 휘휘 돌렸다. 정식 술집처럼 물자를 들여올 책임자가 없기에 맥주의 질은 최하였다. 아니다. 상품 등급도 받기 힘들다. 맛을 보면 도시에 속하지 못한 이들이 멋대로 보리를 길러 정부당국에 신고도 안하고 맥주로 제조한 것 같다. 맥주에 약을 타서 장난질만 안했다면 그거야말로 다행인 일이다.

    “야, 너 내 말 씹냐.”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는 마른 오징어보다 더 맛있는 친구 말, 냠냠 쩝쩝 소리까지 내면서 녀석을 빤히 바라보았다. 눈치 빠른 놈은 내 저작운동의 의미를 알고 눈꼬리를 사납게 치켜떴다. 안 그래도 산적처럼 험악한 인상이 살인자 수준으로 흉악해졌다. 이러다 한 대 쥐어터질까 싶어서 재빨리 대답했다.

    “사실 학회라면, 그거 무늬만 학회고 고상하신 여편네들 돈 자랑하는 곳 아니었냐.”

    수백 년 전, 제 2대륙 왕조가 존재했던 때엔 학회의 학술자가 인류의 발전에 공연을 했던 때도 있었단다. 그러나 그것도 역사 속에나 있는 말이다. 요즘 학회는 흘레붙는 남녀들의 회합장이다. 옛날 전통 문화를 즐기는 척 치마만 걷어서 교접을 하는 게 일반화 된 곳이다. 그런 더러운 곳의 얘길 왜 입에 담나 싶어 멀뚱한 눈으로 쳐다봤다. 친구 놈이 내 말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뭐 예전 방식기술로 만든 벼슬 드레스 따위 입고 나와서 공작 깃털 부채 살랑살랑 흔드는 건 가증스럽지만, 그만큼 돈 굴러다니는 구석이라는 방중 아니겠냐. 거지 학자들은 돈줄 구해서 좋고, 미친년들은 지 머리에 똥만 차였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자리라 좋고, 어쨌든 그 똥통에서 간만에 괜찮은 논문 하나 나왔더라.”

    똥통에서 나와 봤다 구더기밖에 더 되나, 퉁명스레 되물었다.

    “뭔데?”

    “나흐체라 초진화론(Hyper-evolutionary of Nachzerer Theory). 잔느 테일러란 젊은 여 학자 논문이야.”

    마른안주만 뒤적이던 손이 멈칫했다. 손으로는 새 안주를 찾아도 입 안에는 아직 씹다 만 오징어다리가 반쯤 분해된 상태였다. 여기서 저작운동을 멈추면 가장 어중간하다. 삼키기엔 무리고, 그렇다고 뱉잖니 더럽고, 내버려두면 침이나 고이고, 왜 하필 지금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그 씨발스런 타이밍에 욕부터 터졌다.

    “캭, 퉤. 입맛 떨어졌어.”

    먹던 오징어 다리를 재떨이에 뱉자 대작하던 녀석이 펄펄 뛰기 시작했다.

    “비위 상해! 먹던 건 삼켜! 왜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래?”

    “좆까. 뭐 먹을 때 나흐체라 얘기 한 게 누군데 이래. 넌 뭐 먹으면서 똥 얘기 하면 좋겠냐?”

    “언제 나흐체라 얘기를 했다고! 난 그저 학술적 얘기를 했을 뿐이야.”

    “학술적 제목이 똥이잖아. 사설학회라는 똥통 얘기할 때부터 알아봤다. 너 어디 가서 그런 더러운 얘기 함부로 입에 담지 마라. 맥주병에 머리 맞는다.”

    “신고하라 그래. 맥주 맛 다 떨어졌네.”

    맥주잔을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신경질적으로 밀어내느라 출렁거리던 액체는 그릇 밖으로 튀어 원목 테이블을 적셨다. 친구는 그런 나를 시정잡배처럼 바라봤다. 경멸하는 시선에 나는 눈썹만 까딱이며 대응했다. 친구가 혀를 차면서 턱 끝을 세웠다.

    “너 그 연구소 마크 찍힌 옷 입고 이렇게 추접하게 굴지 마. 진심이야. 누가 볼까 무서워.”

    투박한 주걱턱이 가리킨 내 옷을 살폈다. 바람막이로 입고 있는 검은색 저지의 왼쪽 팔목엔 평생토록 지겹게 본 마크가 붙어있었다. 단조로운 선으로 표현된 마크는 입을 벌린 앵무새의 옆얼굴 모양이다. 그 그림 너머로 “In the name of God. Do your duty.” 라는 타이포그래피 문양이 찍혀있다. 문양 안쪽에는 A Cring Mockingbird라는 연구소 풀네임이 표식 되어 있었다. 통칭 ‘크리모’라 불리는 연구소는 나흐체라보다 밥맛 떨어지는 존재다. 친구란 놈이 나흐체라에 이어 연구소까지 걸고넘어질 줄이야. 이번엔 학술자 얘기처럼 시시 껄렁 넘어가지 않았다. 눈썹을 잔뜩 그려 모아서 흉흉하게 친구를 노려봐줬다.

    “내가 뭐만 하면 이 연구소 타령이지.”

    “하여튼 말하는 싸가지 하곤, 알아. 생각 좀 똑바로 해. 너네 연구소가 관심 가질만한 학술자야. 그런 연구소 소속원인 네가 욕해봐. 사람들이 널 뭐라고 생각하겠냐.”

    “알게 뭐야.”

    “인류를 구원할 영광스러운 연구소가 그렇게 마음에 안 차냐?”

    “아, 인류구원. 아, 나 말 떨리는 거봐.”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때려치던가.”

    “10년 전부터 윗선에 던진 사표만 몇 천개 된다.”

    “사표 수리 안 해주디?”

    “어. 습관적인 반항이라며 오히려 내 목에 개 줄까지 채우던데.”

    “신께서 너에게 올바른 품성을 앗아가시고 위대한 능력을 내린 게 분명해. 크리모가 너한테 목메는 이유가 뭐냐.”

    “하하, 그래. 내 재주가 참 별난데 쓰이긴 하지? 이런 내 존재가치의 영광을 나흐체라에게!”

    맥주잔을 번쩍 들면서 외쳤다. 잔의 반이나 남은 술을 한숨에 들이켰다. 친구는 말릴 타이밍을 놓치고 어어, 하면서 급하게 술을 마신 나를 걱정스레 바라봤다. 급성을 주로 예전에 위세척 했던 일이 생각난 모양이다. 위세척을 하며 건강 검진을 함께 받았다. 내 간 기능은 건강한 성인 남성의 40%에도 못 미쳤다. 간 곳곳에서 염증이 발견되어 주치의는 간경화가 간암에 관한 위험성을 늘어놓았다. 미란다 원칙이라도 읊는 양 가능성을 고지하던 주치의는 끝내 말을 덧붙였다.

    요즘 시대에 술 잘못 마셔서 몸 상하는 일이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담당환자가 암이라도 걸리면 부끄러워서 주치의도 못 합니다.

    이름도 모르던 영감네에 그 침울한 얼굴이 딱했다. 나 때문에 의사 자격 박탈까진 안갈 테지만 연구소에선 내가 병이 걸릴 때까지 방치했단 죄목으로 사퇴를 권고할 수도 있는 일이다. 나 때문에 한 가정을 책임질 늙은이가 실업자가 되는 건 원치 않아서 그 후로 술을 자제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 번 고삐가 풀리면 나도 나를 잘 제어하기 힘들다. 스스로 술이 세다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병채 나발을 부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일이었다. 간 기능이 저하되었다지만 거야 숫자가 보여주는 실질적인 사실일 뿐, 잠재적인 술 반응 능력은 간 기능보다 월등하다. 뭐, 그것도 내 바람이자 차기최면일지 모르겠지만 중요한건 이런 자리까지 와서 몸 생각하며 술을 빼는 건 싫다는 거다.

    알콜 중독자를 앞에 둔 친구 놈 표정은 가관이었다. 습관적인 반항이라며 사표수리를 안 해주는 연구소 노친네들처럼, 친구 녀석도 습관적 음주에 학을 떼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방관하는 친구의 태도가 마음에 들어 히죽 웃었다. 친구는 내 미소를 보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웠다.

    “사설학회에게 발표된 논문이 나흐체라의 진화론에 대한 거야. 하이퍼 이볼루션이라 부를 만큼, 그들의 유전자가 한 세대 걸러 하나씩 급진적으로 변화고 있는 현상이지.”

    대꾸 하지 않았다. 술잔을 깨끗하게 비우고 시원하게 트림했다. 머리가 알딸딸하고 빙글빙글 도는 게 기분이 좋다. 친구 얼굴이 두 개로 보이는 것도 재밌다. 이렇게 기분 좋은 상황에서 꼭 학회니 나흐체라니 논문이니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걸까. 배는 부르지만 술은 더 먹고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방에서 대형 냉장고 문을 열어 안을 살폈다. 맥주가 병째로 몇 개 남아 있었다. 옆의 상자에 돈을 찔러 넣고 맥주 한 병을 챙겨왔다. 자리에 앉아 뚜껑을 열자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친구 놈이 그제야 입을 뗀다.

    “인류가 수만, 수십만 년 동안 천천히 변화해온 진화가 나흐체라에겐 한 세대의 변화에 불과해. 어마어마한 환경 적응능력이지. 인류에 위협이 될 정도야. 이대로 가다간 인간의 지능까지 뛰어넘을 거야.”

    세대별 진화라, 그런 표현을 쓰니까 빈정거리며 반응하고 말았다.

    “플라나리아냐? 박테리아야? 지들끼리 자가 번식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분열 능력이 단세포 수준이구나.”

    “웃음이 나오냐.”

    “똥덩어리들 게놈 분석 끝나고 발표한 건 맞냐.”

    “아니, 그건 아니야.”

    “그럼 뭐 학설이 아니라 가설이네, 신경 쓸 일도 아니구만.”

    “지능형 나흐체라를 포획하는 일은 쉽지 않잖아. 비지능형 나흐체라야 여기서 좀만 나가도 바로 보이지만 지능형은 그게 아니니 잡아다 유전자 분석하는 건 쉽지 않지. 그러니 네 말대로 게놈 분석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그렇지만 가설 자체가 흠잡을 데가 없어. 나흐체라의 변화를 단순 돌연변이로 취급한 기존 학자들도 이번 진화설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을 정도지.”

    “흐음.”

    “수백 가지에 달하는 엑시움은 너나 나나 유전공학을 기본밖에 안 배워서 여기서 뭘 더 이해하긴 힘들다만, 핵심은 그거야. 나흐체라도 인간처럼 진화한다. 그 속도는 인류의 역사를 초월한다.”

    파격이란 말은 이럴 때 가져다 쓰는 모양이다. 나흐체라의 지능을 인간과 동급으로 두는 가설이란다. 듣기만 해도 파격적인 한편, 그런 가설을 세간에 발표한 과학자의 신상이 걱정되기도 했다. 테일러라는 학자는 나흐체라를 인간에 버금가는 인격체로 여기고 있다. 아니, 인간보다 더 뛰어난 존재로 생각한다. 인간보다 빠른 진화, 그 진화에 버금가는 지능, 내일이면 높으신 분들이 보는 매거진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실릴 것이고 정치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떠들기 좋아하는 여인네들 모임에 학설을 발표했으니 매거진에 실리기도 전에 정치인들 귀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그럼 학문 연구에 필요한 돈줄은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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