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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든 자들의 도시 1-66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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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스트클래스를 타고 온 무인(1) ##########################

    “의사 선생님 계신가요? 의사분!”

     승객이 발작을 일으키자 승무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의사를 찾는 동안 다른 승무원이 매뉴얼대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남자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숨이 가빠지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때 심폐소생술을 하던 고참 승무원이 퍼스트클래스의 손님을 생각해냈다.

     ‘아! 어쩌면.’

     그녀가 환자를 후배에게 맡긴 후 앞쪽으로 달려갔다. 비즈니스석을 지나 퍼스트클래스로 들어선 그녀가 한 남자를 향해 달려갔다.

     “죄송합니다만, 위급한 상황이라서요.”

     창밖을 응시하고 있던 장천이 승무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가 끼고 있던 헤드셋을 빼자 승무원이 빠르게 물었다.

     “무림인이시죠?”

     과연 장천의 옆에는 한 자루의 검이 세워져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장천은 부드럽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응급환자가 있어서요. 혹시 도와주실 수 있나요?”

     “일단 가면서 얘기합시다.”

     장천이 흔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상당히 큰 키에 균형 잡힌 몸매, 거기에 지성미 가득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무림인이라기보다는 젊고 잘생긴 교수 이미지였다.

     “감사합니다.”

     승무원이 장천의 뒤를 따르며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승객의 상태를 설명했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는 남자의 상태는 심각했다. 창백한 얼굴에 이미 의식을 잃었고 숨소리도 미약했다.

     장천이 침착하게 남자 손목의 맥을 잡아보더니, 빠르게 몇 군데 혈도를 눌렀다.

     죽음으로 내달린 것도 순식간이었지만, 돌아오는 것도 그만큼 빨랐다.

     “후아아아.”

     남자가 참았던 숨을 몰아쉬자 그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승무원들은 물론이고 지켜보던 승객들도 깜짝 놀랐다. 정말이지 두 사람이 짜고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거짓말같은 회복이었다.

     “응급처치만 했으니 공항에 의사를 대기시키세요.”

     “브라보!”

     외국인 승객 하나가 소리치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들 박수를 쳤다.

     장천이 배우가 무대인사를 하듯 가볍게 손을 휘저으며 고개를 숙인 후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여유를 되찾은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말했다.

     “보셨다시피 우리 비행기에는 무림고수분이 타고계십니다. 혹시라도 하이재킹을 생각하신 분이 계시다면 오늘은 포기해 주세요.”

     “하하하.”

     그녀의 농담에 승객들이 기분 좋게 웃었다.

     승무원이 장천의 자리로 돌아왔다.

     “정말 감사했어요.”

     “늦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승무원이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장천을 바라보았다. 처음 그가 탔을 때, 모든 승무원들의 관심을 받았다. 바로 장천 옆에 세워진 검 때문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검을 향하자 장천이 웃으며 물었다.

     “유난스럽죠?”

     비행기에 무림인이 탄 적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비행기 표를 두 자리를 끊어서 나머지 자리에 자신의 칼을 세워둔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 비싼 일등석에 말이다.

     “무림인분들은 검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긴다고 들었어요.”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음, 친구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친구를 바닥에 내려두고 갈 수는 없죠.”

     승무원이 검을 자세히 보았다. 검집에는 수많은 흠집이 나 있었고 손잡이는 닳아 있었다. 그 세월에 베인 피냄새까진 맡을 수 없었지만, 그녀는 이 검이 단지 장식용 검이 아니라 진짜 사람을 베는 검임을 알 수 있었다.

     “오래 사귄 친구인가요?”

     “꽤 오래 사귀었죠.”

     검을 바라보는 장천의 눈빛에 신뢰가 깃들었다.

     “지금까진 이렇게 귀하게 대하지 못했습니다. 고생 많이 시켰거든요. 오늘만큼은 제대로 데려가고 싶어서요.”

     “특별한 날인가 봐요?”

     “아주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무림인이라고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고, 쓸 데 없이 재력을 과시한다고 생각했다. 그 돈 있으면 나나 주지, 그런 농담을 동료들과 주고받았다.

     그래서 첫인상이 썩 좋지 못했는데, 장천이 승객을 구하고 젠틀한 모습을 보이자 이젠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오히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미안했다.

     “오늘 너무 감사했어요.”

     장천이 미소를 지으며 헤드셋을 꼈다.

     돌아서려던 승무원이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물었다.

     “아까부터 듣고 계시던데, 무슨 음악을 듣고 계시나요?”

     “음악이 아니라 무공구결입니다. 가끔 이렇게 mp3에 담아서 듣곤 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럼 편히 쉬세요.”

     승무원이 환하게 웃어준 후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가 후배 승무원에게 말했다.

     “저 분, 왜 일등석에 타셨는지 알 것 같아.”

     “왜죠?”

     “다른 승객들이 저 검을 보고 위화감을 느끼고 겁낼까봐 이곳에 탄 것 같아.”

     “아깐 돈지랄이라고 하셨잖아요?”

     “마이 미스테이크.”

     “칼 든 남자에게 이렇게 쉽게 빠져들다니. 언니, 조심해요.”

     “멋있잖아?”

     승무원이 커튼 사이로 객실 내부를 바라보았다.

     장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처음의 그 모습 그대로 손바닥만한 창 너머로 광활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 * *

     

     삐.

     장천이 허리에 검을 찬 채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자 경고음이 울렸다.

     옆 라인을 지나던 사람들이 장천을 쳐다보았다. 여러 감정이 깃든 눈빛이었다. 호기심, 동경, 두려움. 보통 사람이 무림인을 바라보는 감정 그대로였다.

     무림인이라고 모두 다 입출국시 무기소지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국내무림연맹의 허가를 받으면 국내에서만, 대륙무림연맹의 허가를 받으면 그 대륙에서만, 세계무림연맹의 허가를 받으면 세계 어느 나라를 들어가더라도 무기소지가 허용된다.

     장천은 흔하지 않은 세계무림연맹의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물론 무기소지가 자유롭다고 입출국 심사마저 생략되진 않았다. 무기 반입이 자유롭기에 일반인들보다 더 엄격하게 심사했다.

     장천이 입국 심사관에게 여권을 내밀었다.

     신분증과 마찬가지로 여권도 일반인들의 것과 달랐다. 여권 중앙에 무(武)라는 붉은 직인이 찍혀 있었다.

     장천의 여권을 기계에 통과시키자 위조 신분증이 아니라는 표시로 녹색불이 들어왔다.

     “어디 소속이십니까?”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습니다.”

     “프리랜서시고.”

     심사관 앞에 놓인 작은 스크린에 장천의 정보가 떠 있었다.

     “14년만의 귀국인데다 이전 환승지가 블라리 공화국이었군요.”

     심사관이 예리한 눈빛으로 장천을 쳐다보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블라리 공화국에서는 내전이 한창이었다. 하루에도 수천 명씩 사상자가 생겼던,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무슨 일로 그곳은 가셨습니까?”

     “사업차 갔다가 발이 묶였습니다.”

     “한국에 입국하는 이유는요?”

     “역시 비즈니스 때문입니다.”

     심사관의 시선이 다시 화면을 향했다. 그때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하나의 숫자.

     그가 은밀히 벨을 누르자 뒤쪽 대기실에 있던 무장경찰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찰 책임자가 심사관과 대화를 나누더니 장천에게 다가왔다.

     “잠시 이쪽으로 오시죠.”

     “네, 그러죠.”

     장천은 순순히 경찰의 지시에 따랐다. 무림인이 경찰지시에 불응하면 가중처벌을 받는다. 특히 공항의 무장경찰이라면 더욱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사방의 총구가 장천을 따라 움직였다. 무장경찰들은 기관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음에도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무림의 고수들은 총으로도 상대할 수 없었다. 반사신경이나 움직임이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림고수가 단 몇 초 만에 중무장한 병력 수십 명을 몰살시킨 사건도 있었다.

     “신분증에 문제가 있어요. 여기 보시면 무림인 등록일자가 26년 전으로 나옵니다만?”

     “네, 그런데요?”

     “한데 장천씨의 현재 나이는 34세.”

     사실 장천은 많아봐야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외모였다. 물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동안이라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럼 여덟 살에 BST에 패스했다는 겁니까?”

     BST(Blade Spirit Test)는 정식 무림인이 되는 시험이었다. 무림인이 되면 의무와 책임도 커지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다양했다. 많은 곳에서 무림인들을 고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림연맹에서 제공하는 혜택과 지원 역시 무시하지 못할 만큼 컸다.

     그래서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응시하지만 합격률은 굉장히 낮았다.

     “그렇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는지 장천은 차분하게 대처했다.

     경찰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통상적으로 BST시험은 아무리 빨라도 스무 살은 넘어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죄송하지만 무림연맹에 연락해서 신분이 확인될 때까진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장천이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짓던 바로 그때였다.

     “잠시만요.”

     돌아보니 늘씬하고 뽀얀 피부의 단발 미녀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늘씬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몸매에 순수함이 물씬 느껴지는 얼굴, 강단 있는 눈빛에 깃든 냉소적인 느낌이 부드러운 미소와 합쳐지면서 그녀를 단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독특한 매력의 미녀로 만들어주었다.

     사방에서 겨눠진 무장경찰의 총구마저 그녀의 미모에 분위기를 더하는 소품이 되었다.

     “HT그룹 본사에서 나온 보안3팀의 이연이에요.”

     HT그룹이란 말에 경찰책임자가 흠칫 놀랐다. HT그룹은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이었다. 전국 곳곳 그들의 힘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녀가 내민 신분증을 휴대용 기계로 확인한 경찰의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잠시 먼저 확인부터 할게요.”

     이연이 장천에게 다가갔다.

     “장천씨?”

     “네. 접니다.”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초대장은 받으셨지요?”

     “여기.”

     장천이 초대장을 건넸다. 이연이 휴대용 기계로 초대장을 스캔하자, 삐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색 불빛이 들어왔다.

     “결례를 용서하세요. 가끔 가짜를 가지고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양해를 구한 후 이연이 경찰에게 돌아섰다.

     “여기 이 분은 본사의 연말파티에 초대되신 귀빈이에요.”

     “아! 그러시군요.”

     경찰이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장천을 쳐다보았다. HT그룹의 연말파티에 초대받는 이들은 정계, 재계, 문화예술계의 유명인사들이었다. 초대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이 잘 나가는 사람이란 것을 입증했다.

     “이분 신원은 저희가 보장하죠.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본사가 책임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모시고 가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이연이 장천과 함께 그곳을 나왔다.

     공항 앞에 엄청난 덩치의 대형세단이 대기하고 있었다.

     장천이 뒷자리에 탔고, 비행기에서처럼 검을 옆 자리에 세웠다.

     “출발하겠습니다.”

     이연의 태도는 정중했다. 회사의 VIP인데다가 무림인이었다.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무림인과 관련된 소문들은 대부분 무서운 것들이었으니까.

     “이 차는 VIP용 방탄차로 로켓포와 대전차 지뢰의 공격까지 버티도록 설계되었어요.”

     조수석에 앉은 이연의 설명에 장천이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 자리에 자주 타십니까?”

     “가끔 탑니다만.”

     “그럼 조심하십시오. 조수석 쪽 방탄유리에 결함이 있습니다. 최근에 결함이 고쳐졌지만, 이 차는 고쳐지지 않은 것 같군요.”

     “어떻게 아시죠?”

     “창문에서 잡음이 들리네요. 초기 버전의 현상이죠.”

     “잡음이 들린다고요?”

     그녀가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보자 장천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틴팅도 예전 것 그대로고요.”

     “아!”

     새로운 창문으로 교체되었다면 틴팅도 최신 제품으로 바뀌었을 것이란 뜻이었다

     물론 이 역시 그녀는 예전 제품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었다.

     장천이 했던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마움을 전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별말씀을요.”

     “한국에는 오랜만에 돌아오셨다고 들었어요.”

     “14년만입니다.”

     “와! 그러시면 감회가 정말 새롭겠어요.”

     과연 창밖을 바라보는 장천의 눈빛에 알지 못할 회한이 스쳤다.

     그때 이연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가 속한 3팀 팀장 권혁수의 전화였다.

     “네, 팀장님. 지금 가고 있어요. 네, 네. 걱정 마세요.”

     전화를 끊고 나서 그녀가 말했다.

     “오랜 시간 비행에 피곤하실 텐데, 잠시 쉬세요. 도착할 때까지 한 시간쯤 걸릴 거예요.”

     “네.”

     장천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을 향해있었다. 이연은 창문에 비친 그의 모습을 잠시 응시했다. 무덤덤한 표정에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서 다음 일정을 확인하는 사이 안락하고 힘 좋은 차는 저 멀리 화려한 빌딩 숲을 향해 빠르게 달렸다.

    ########################## 퍼스트클래스를 타고 온 무인(2) ##########################

    이연은 HT그룹 본사에서 멀지 않은 곳의 레지던스에 장천을 안내했다.

     이곳은 VIP들이 묵는 곳으로 5성급 호텔에 준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 역시 스위트룸부터 작은 크기의 일반 객실까지 구분되어 있었는데, 장천은 일반 객실에 배정되었다. 이연이 정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정해진 방이었다.

     “아시겠지만 연말파티는 사흘 후에 열립니다. 그때까진 편히 쉬세요.”

     보통 연말파티의 참가자들은 당일 바로 참석한다. 하지만 이렇게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은 며칠씩 일찍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다.

     “혹시 불편한 일이 있으면 제게 연락주세요. 로비에 있는 보안실 직원에게 말하면 즉시 제게 연락해줄 거예요.”

     “그러지요. 그리고 차를 쓰고 싶어요.”

     “곧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본사의 기사가 편안히 모실 겁니다.”

     “아뇨, 차만 주세요. 큰 차 말고 평범한 차면 좋겠습니다.”

     “네, 로비에 키 맡겨두죠.”

     “감사합니다.”

     “그럼 편히 쉬세요.”

     장천의 방을 나온 이연이 2층에 마련된 3팀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번 연말파티 행사 때문에 보안팀 전원이 비상근무 중이었고 이곳 레지던스에 각 팀별로 임시 사무실이 열렸던 것이다.

     3팀장 권혁수가 그녀에게 말했다.

     “늦었다면서?”

     “네. 박 대표님 쪽 일정이 갑자기 바뀌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공항에서 픽업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 일 없었어? 무림인들은 종잡을 수가 없어서.”

     “아주 젠틀하던데요?”

     “다행이네. 박 대표는?”

     “1시간 후에 도착합니다.”

     권혁수가 목소리를 낮춰서 이연에게만 나직이 말했다.

     “박광철 그 인간 소문 들었지?”

     박광철 그 인간, 이 여섯 글자가 그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었다.

     박광철은 HT그룹 박인환 회장의 막내아들이었다. 박인환에게는 자식이 셋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망나니가 바로 박광철이었다.

     어려서부터 온갖 사고를 쳐대던 박광철은 서른이 넘어서야 그나마 철이 들었고, 몇 년 전에 박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차린 후 연예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그 본성이 어디가겠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보여주겠다는 듯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여러 여배우들과 스캔들을 일으켰다. 그의 가장 큰 문제는 그런 난잡한 스캔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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