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소공자 5-8 - 1

167일전 | 347읽음

남궁세가 소공자 제 5권, ‘陰謀’ - 자하




제 5권 목차



제1장. 검제 모용조덕


제2장. 무림의회


제3장. 충성의 대가


제4장. 허창으로 가는 길


제5장. 흑의조객 반우대


제6장. 잠룡회의 위기


제7장. 첫 대면


제8장. 허창에 휘몰아치는 태풍


제9장. 음모의 시작


제10장. 마교와의 협약





제1장. 검제 모용조덕



“어디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강호에 무림맹이 재소집 되었음을 선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부산해야 할 때였음에도 무림맹은 지나치게 조용하고 가라앉아 있었다.


서휘와 일행들이 서둘러 무림맹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암울한 분위기가 무림맹이 자리한 하남 전역에 깔려 있었다. 등에 칼을 찬 무사들이 굳은 얼굴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녀 흉흉한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혈교에 대한 견제의 역할로 만들어진 무림맹이 마교와 사이가 틀어져 곧 커다란 싸움이 일어날 거라는 소문이 강호에 자자했다. 그 소문을 뒷받침하듯 한창 손님 맞을 준비에 정신이 없어야할 무림맹의 정문은 한산했으며 오히려 경계가 강화되어 웬만한 이들은 가까이 가기조차 꺼려질 정도였다.


서휘는 자신의 옆에 다가와 정중하게 묻는 무림맹의 문지기를 힐끔 쳐다본 뒤 냉담한 얼굴로 정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디서 오신 분들....?”


“청현이라 합니다.”


서휘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함을 알고 있는 청현이 나서서 말했다.


“헛! 무당의 용이시군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무림맹의 하위무사가 감격한 듯 청현을 향해 소리쳤다.


무림맹이라고 해서 커다란 문파들의 연합만은 아닌 것이다. 강호의 정기를 세우는 무림 전체를 위한 일이란 명목 아래 대문파들은 속가제자들을 보냈고, 중소 문파들은 거금을 성금으로 내놓거나 휘하 제자들을 무림맹에 보내고 있었다.


자신들보다 강한 문파들의 눈치를 보아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번 기회에 문파의 이름을 날려보려는 생각도 있었다. 또 좁은 우물 안에서 아옹다옹하지 말고 넓은 강호의 후기지수들과 교분을 가지라는 이유로 적전제자나 문파의 후계자들을 보내는 곳도 많았다.


그들에게 딸려온 하급무사들은 무림맹 내에서도 가장 밑바닥의 보직을 맡곤 했는데, 청현을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거기에 속했다.


“들어가서 청현과 남궁세가의 2공자가 오셨다고 알려주십시오.”


하급무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강호에 알려진 소문과 맞아떨어지는 아름다운 소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리 전해주시면 됩니다.”


청현이 목소리에 힘을 주자 하급무사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하급무사가 제법 날쌘 걸음으로 등을 보이며 사라지자 청현이 이미 저편으로 걸어가고 있는 서휘를 불러 세웠다.


“우리가 어느 처소를 배정받을지 정돈 듣고 들어가야 하지 않겠냐? 먼저 간다고 가 있을만한 곳을 아는 것도 아니잖아.”


청현의 말에 서휘가 물끄러미 청현을 바라보았다.


“남궁세가가 배정받은 처소가 있지 않을까?”


청현이 ‘흠.’ 하고 침을 삼켰다. 자신은 이제 무당의 인물이 아니지만 서휘는 여전히 남궁세가의 직계다. 어느새 자신들은 소속된 곳 하나 없는 떠돌이가 되어 있단 생각을 은연중에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무당에서도 이곳에 사람을 보낼 테지.


마지막에 자신을 아프게, 차갑게 바라보던 노신선들과 동기들이 떠오르자 청현의 눈동자가 우울하게 가라앉았다.


“무당의 용과 남궁 공자님, 오셨습니까?”


다급한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이는 무림맹에서 총관의 역할에 해당하는 외당 당주를 맡고 있는 인심철담 황주혁이었다.


“미리 전갈이라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황주혁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하면서도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청현이야 그 고아한 기품에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만, 소문만으로 들어온 남궁서휘가 누구인지 도통 알아차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청현입니다.”


“무당의 분들께선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으셨지만 특급에 해당하는 숙소를 남겨두었으니 그리로 가시겠습니까?”


황주혁이 인상 좋아 보이는 미소를 띠며 말하자 청현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남궁 공자와 같은 곳에 묵겠습니다. 그렇지?”


청현이 서휘 쪽을 바라보며 묻자, 서휘가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뜻을 표현했다.


“저분께서 남궁서휘 공자님이십니까?”


황주혁이 실례란 것도 잊은 채 서휘를 바라보며 물었다.


소문처럼 아름다운 건 사실이지만 환하게 웃으면 천하가 밝아지는 듯하다는 사랑스러운 소년은 아니었다. 오히려 보는 이의 심장마저 얼려버릴 듯한 냉기가 뚝뚝 떨어져 내리는 미공자가 아닌가.


“흠흠!”


청현이 황주혁의 시선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작게 헛기침을 했다.


“자, 이리로 오십시오.”


겸연쩍은 표정을 지어 보인 황주혁이 서휘 일행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남궁세가에선 소가주님과 창룡회의 분들, 2장로님께서 와 계십니다. 다른 문파나 세가에서는 가주님들과 장문인들께서 주로 와 계십니다.”


황주혁은 가는 동안 아직 무림맹 내의 사정에 익숙하지 않을 남궁서휘를 위해 무림맹에 대해 알려져 있는 제반 사항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제법 상세하게 말해 주었다.


아무리 남궁세가의 2공자라 하나 세가의 실세도 아니고, 지닌바 무력이 뛰어나지도 않은 서휘를 이리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불화설이 퍼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황룡이 귀애하는 동생이자 제갈세가의 지봉과 혼담이 오가고 있는 무림의 중심에 자리한 혈통이기 때문이었다.


“팽가가 자리하고 있는 유심각에 비해도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곳입니다.”


필요 없는 말을 덧붙이며 슬쩍 서휘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무래도 팽가가 먼저 도착해 남궁세가보다 좋은 전각을 차지해 불화가 일어났었던 모양이다.


서휘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무심한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서윤이나 창룡회의 무인들은 보이지 않은 듯했다.


서휘의 기색을 읽어낸 황주혁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가주님께서는 창룡회와 잠룡회 소속 무인들과 함께 마교의 소교주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으셨습니다.”


서휘가 멈칫 어깨를 굳혔다. 무린 형과 서윤 형님이 같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어디쯤입니까?”


서휘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림맹이 있는 정주의 밑에 자리한 허창 인근이라 합니다.”


“그렇군요.”


서휘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허창이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가볼까? 아니다, 가서 무얼 어찌하려고.


멀어져 가던 형님의 심장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옅은 바람결에도 산산이 부서져 내리던 상처 입은 고동소리는 자신의 것인지, 형님의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뒤섞여 희미해져만 갔다.


“2공자, 오셨습니까?”


저편에서 2장로인 남궁태가 반색하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리 훌륭히 자라시다니, 주모께서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꼬.”


이전에 있었던 불쾌했을지도 모를 일은 이미 다 잊었다는 듯, 남궁태는 노안을 붉히며 서휘의 손을 잡아온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서휘도 그에 걸맞게 서윤을 베껴낸 듯한 미소를 얼굴에 그리며 남궁태를 맞이했다.


“이렇게 의젓하실 수가! 이제 남궁세가를 더욱 굳건히 지켜내실 수 있을 겝니다.”


주름진 손바닥으로 서휘의 손등을 토닥이며 대견하다는 듯 남궁태가 말했다.


“저는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황주혁이 허리를 살짝 숙이며 남궁태와 서휘 일행에게 말했다.


“수고하셨네. 그럼 다음번 회의 때 보지.”


“네, 그럼 그때 뵙도록 하지요.”


황주혁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등을 보이며 사라지자 남궁태가 서휘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검제께도 사람을 보냈으니 먼저 인사를 하심이 좋지 않겠습니까?”


남궁태가 마냥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서휘가 고개를 저었다.


“2공자?”


설마 검제를 만나는 것마저 제 형에게 불편한 감정을 일으킬까 저어하는 것은 아닐 테지?


그 정도로 형에게 얽매여 있다면 아무리 몸이 자랐다 해도 남궁세가의 가주위는커녕 제 형 등뒤에 숨기 바쁜 철부지일 뿐이다.


남궁태는 그래서 서윤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통의 남궁서휘를 제 품에 감싸고만 돌고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마음으로 비롯된 것이건 간에.


세가로 돌아왔을 때 자신을 짓누르던 절대적인 기도! 분명 2공자에겐 감춰진 비장의 한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2공자가 거부하고 외면해도 세가의 가주는 2공자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세가의 순혈을 이어나가며 후대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지 않을 수 있어!


남궁태의 노안이 흐릿해지며 눈빛에 걱정스러움과 누군가를 향한 적의가 깃들자 서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외할아버지께서 이곳으로 오고 계신 듯합니다. 이제 거의 다 오신 듯하군요.”


남궁태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아직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강대하고 심유한 기운이 이곳을 향하고 있음이 느껴진 것이다.


“어찌 2공자가 그걸....?”


자신도 이제야, 그것도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을 서휘는 진작 느꼈다는 것이다. 그것은 서휘의 무공 경지가 자신보다 높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서휘가 담담히 웃어 보였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서휘의 말에 남궁태의 노안에 빛이 번뜩였다.


“그렇다면 때를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설렌다. 이제 늙어 죽을 때만 기다리며 세가와 자신의 영화를 위해서나 몸을 움직이며, 세가를 적통으로 잇게 하겠다는 마지막 사명감만 남아 있다 여겼던 남궁태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 늙은이가 한 짓이 헛짓거리가 아니었음을 보여주실 겝니까?”


서윤이 잘하는 만큼 서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절망적이었다. 심지어는 자신의 계파 사람들마저도 남궁세가의 언저리에 머무는 무능력한 놈들로, 모용세가의 덕을 바라는 이들로 채워져 있단 것이 자신도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그리고 뜻이 맞는 이들을 잘 다독여주시구요.”


서휘가 가늘게 눈동자를 휘며 웃어 보였다.


어째서 저 눈이 섬뜩하게 느껴질까? 늙은이가 간만에 심장이 뜨겁게 타오르니 별것도 아닌 것에 가슴이 서늘해지는구나, 싶어 남궁태가 미간을 찌푸리다 서휘를 바라보고는 굳은 결심이 서린 얼굴을 했다.


“알겠습니다, 2공자님. 맡겨주십시오, 이 남궁태가 남궁세가의 적통이 누구인지, 세가를 지켜나가는 것은 순혈의 이어짐이란 것을, 그것이 ‘전통’이 되고 지켜야 할 ‘명예’가 된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모두 알게 하겠습니다.”


서휘가 믿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남궁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서윤과의 사이에 불화가 있다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설마, 설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렇게 죽고 못 살던 두 형제 사이가 완전히 돌아서 버린 듯하다.


가주와 남궁 혈족에겐 안쓰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세가를 위해선 더없이 잘된 일이다. 아주 잘된 일이야.


“검제께서 오신 모양입니다.”


좀 전보다 한층 정감어린 눈으로 서휘를 바라보던 남궁태 장로가 웃으며 몸을 돌렸다.


“검제께서 직접 몸을 움직이시다니요.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2공자님과 함께 찾아뵈었을 것을.”


“흥, 5년이 넘게 밖으로 내돌리며 고생만 시키고... 이 할아비를 만나러오는 길은 험하기만 하니 어쩌겠나? 눈앞에서 놓치기라도 하면 이 늙은이 애간장이 다 타버렸을 게야.”


남궁세가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담겨 있는 말에 남궁태가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현 무림에서 소림의 목영 선사를 제외하고는 최고의 배분과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검제 모용조덕이다.


현 무림에서 모용조덕의 앞에서 고개 조아리길 부끄러워 할 이는 얼마 되지 않으리라.


“할아버지.”


서휘가 성큼 발을 내디뎌 모용조덕의 앞에 섰다.


“휘야.”


모용조덕이 서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눈매가 누그러지고 자연스레 풍기던 묵직하게 가라앉은 기도가 부드럽게 풀려 따스하게 서휘를 감싸고돈다. 무림의 이름 높은 검제가 아니라 다만 한 아이의 외할아버지로서, 자식 손자 걱정에 근심했던 평범한 촌부들과 같은 눈으로,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다친 곳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본다. 시선으로 서휘를 안쓰럽게 쓰다듬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서휘가 그런 할아버지를 느끼고 모용조덕의 품에 안겼다.


“어찌 오랜만에 보는 사랑스러운 외손자를 안아주지도 않으세요?”


모용조덕이 서휘의 등에 손을 두른 채 토닥이기 시작했다.


“내 손자... 그래, 얼마나 힘들었느냐? 고생이 많았느냐? 어린 몸으로 강호에 내던져져서 험한 일을 얼마나 당했기에 자라지도 못하고 5년 만에 아이인 채로 돌아왔단 이야기에, 내 노구를 이끌고서라도 남궁세가를 뒤집어놓으려 했었다.”


평소 감정 표현이 드문 모용조덕이 저리 말할 정도이니 그의 진노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냉랭한 그가 유독 서휘에게만큼은 자애로운 외할아버지가 되었던 것은 서휘의 어머니인 모용수란 때문이기도 했다.


늦둥이 외동딸로 사랑스럽기만 하던 그 아이를 남궁세가에 시집보낸 것은 남궁세가란 배경을 본 것이 아니라, 남궁진이라는 든든한 사내를 믿었던 것이다.


그 녀석이라면 수란을 아끼고 사랑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랬는데, 그 녀석이 자신과 모용세가를 무시한 채 밖에서 사생아를 낳아 데려와 키웠고, 끝내 소가주로 삼았을 때의 배신감이란!


수란이 말리지 않았다면 남궁세가와 모용세가의 사이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틀어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한없이 가슴 아픈 딸이 낳은 유일한 사내아이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고르고 골랐다고 반강제로 혼인시켰기에 미안한 마음도 안쓰러운 마음도 배가 되었다.


남궁진의 피를 이어받았다 생각하면 치가 떨리지만, 아이의 얼굴 곳곳에 소중한 딸의 흔적이 남아 아픔을 중화시켰다. 딸아이에게 못한 만큼 더 품에 안고 어르고 달래주고만 싶었다.


“이제 괜찮아졌는걸요.”


서휘가 어리광부리듯 모용조덕 앞에서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웃었다.


“네 이야기는 많이 들려오더구나.”


일부러 서윤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무공 실력도 일천하고, 남궁세가의 적통이란 걸 제외하곤 그다지 소문거리가 없는 제가요?”


처음 알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오는 서휘를 보며 모용조덕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내 잘못들은 건가 했더니 정말 달라졌구나, 달라졌어. 이리 의젓하게 커서 늙은 외조부 앞이라고 어리광도 부리고.”


서휘가 외할아버지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동안 제 걱정 많이 하셨지요?”


모용조덕이 서휘의 손을 토닥였다.


“했지, 했고말고. 검성과 검제의 피를 한 몸에 이어받은 네가 방황하고 엇나가기만 해 이 늙은이의 심장이 새카맣게 썩어 들어가는 것 같았단다.”


주눅 들지도 않고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어른스럽게 구는 서휘가 기꺼워 검제는 그동안 불편하고 좋지 않았던 마음이 단번에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자,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자꾸나.”


모용조덕이 서휘의 등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저....”


모용조덕의 말에 남궁태가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남궁세가를 마땅치 않아 하는 모용조덕이라면 서휘를 데려가서 남궁세가가 머무는 처소로는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서휘를 가주위에 올리기 위해 그동안 구상해왔던 것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조용히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흠, 남궁세가엔 황룡이라 불리는 대단한 아해가 있으니, 여리고 무공도 약한 내 외손자까지 무림맹의 개싸움에 밀어 넣지는 않을 테지?”


더불어 남궁세가 내의 세력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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