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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량]다사다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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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량

    다사다난 1.

    -0.

    도진의 친구 주원은 대체로 참 친구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매사 틱틱거리기는 하지만, 그도 일종의 애정표현으로 정말로 도진을 친형제같이 생각했다.

    친형제.

    그 단어가 가장 적절한 것 같다. 두 사람 다 게이이지만, 아무리 외로울 때도 서로는 성적으로 담백했다.

    너무 오래 같이 있어서 그런지, 노력해도 그런 눈으로는 봐지지 않는 것이었다.(물론 그런 눈으로 보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하여간 정말 내색은 안 해도 피붙이처럼 소중한 놈이 바로 김도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이 있은 밤. 그는 도진의 전화를 기다리며 선잠을 잤다.

    무언가 비장하게 뛰어나간 몸이 걱정 돼서, 나쁜 일이라도 벌어진 것은 아닐까. 밤새도록 초조하고 불안한 상상에 몸을 떨었다.

    주원이 상대를 개인적으로 만난 것은 단 한 번뿐이었지만, 그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그가 얼마나 무서운 인종인지는 잘 알 수 있었다.

    '팔 다리를 잘라도 사람은 죽지 않는다'며, 뱀처럼 온기없는 눈을 하는 놈의 목소리에는, 한점 거짓 없는 독점욕이 깃들어 있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고 바랐지만 정말로 아무 일도 없을지, 주원은 자신 할 수가 없었다. 도진에게 전화가 온 것은 이틀 뒤 저녁이었다. 만나자는 말에 두 번 묻지도 않고 달려 나갔다. 정신없이 뛰어 나가느라 그 추운 겨울날 맨 발에 구두를 신고 나갔다.

    고기집 구석에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도진을 본 순간, 주원은 웃고 있는 놈의 모습에 탁, 하고 무언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살아있구나, 다시 보게 됐구나, 그런 전쟁 통에나 할 법한 생각이 머릿속을 메웠다. 놈은 헬쑥해진 몰골로 말갛게 웃고 있었다.

    놈은 주원이 밤새 어떤 생각에 몸을 떨었는지는 전혀 모르는 듯 킬킬킬 짓궂게 웃으며 주원의 빨갛게 언 발을 놀렸다.

    "이야, 동상 걸리는 게 목표세요?"

    놈이 어린 동생처럼 방긋방긋 웃어대는데도, 주원은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갈색 목폴라 안쪽으로 검은 멍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주원의 시선을 느꼈는지 놈이 얼굴을 붉히며 스웨터 자락을 끌어올렸다. 주원은 외투를 벗지도 않고 놈 앞에 우뚝 선 채로 물었다.

    "너 괜찮아?"

    "뭐, 그럭저럭. 안 앉고 뭐해?"

    주원이 도착할 시간을 계산한 건지 벌써 고기가 익어가고 있었다.

    주인 아저씨가 한껏 온도를 올려놓은 듯 바닥은 따뜻했지만 차가운 발은 아직도 새빨간 채였다.

    주원은 한참을 도진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내려다보다가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쏘아붙이듯 물었다.

    "헤어졌냐? 어떻게 됐어? 응? 어떻게 된 거야?"

    "뭐가 그렇게 급해? 방 따뜻하니까 외투 좀 벗지 그러냐."

    도진은 고기를 뒤집으며 웃었다. 조금 멋쩍은 미소였다.

    주원은 그 미소에 좀 더 답답해졌고, 그의 젓가락을 뺏으며 매섭게 물었다.

    "어떻게 됐냐니까!"

    ".........걔가 한 거 맞아."

    그런 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확인사살조차도 필요없었다.

    주원은 굳이 '거봐. 내가 뭐랬어' 하는 말로 놈의 기를 죽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어? 헤어지자고 말했어?"

    주원의 닦달에 도진은 다시 젓가락을 빼앗아 들고 고기를 뒤집었다.

    도진은 고기 타잖아. 라는 눈으로 흘겨보기까지 했다.

    "당연히 말했지."

    주원은 잠시 숨을 멈췄다. 굳이'그래서?'하고 묻지는 않았지만, 다음 말은 내뱉으려고 입을 연 도진이 어쩐지 끙, 하고 앓으며 귓불을 붉혔다.

    전혀 생각지 못했을 정도로 쌩뚱맞은 반응이라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감히 짐작도 안 됐다.

    "그러니까, 헤어지려고 했는데..............."

    했는데. 그 부정적인 연결사에 주원은 말문을 잃었다.

    왜 저런 표정인지는 알기 힘들었지만, 확실히 상황은 예상했던 대로인 듯 했다.

    그렇구나. 역시. 팔다리가 잘리지 않은 것이 어디인가.

    주원은 힐끔, 멀쩡하게 고기를 누르고 있는 그의 팔목을 바라봤다. 커다란 밴드가 손등에 붙어 있었고, 팔목에도 푸르스름한 멍이 들어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저 몸 안 쪽에 더 많은 멍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을 조르고 팔을 붙들고, 아마도 놈은 도진을...

    떠오르는 끔찍한 상상 끝에 처참한 기분이 된 주원은 손을 들어 난감한 듯 우물거리는 도진의 입을 막았다.

    "됐다. 그럴 줄 알았어. 자세히 이야기 할 필요 없다."

    "응?"

    멍든 얼굴로, 무슨 말이냐는 듯 갸웃하는 도진을 잠시 참담한 마음으로 바라본 주원은 소주를 한 잔 따라 건넸다.

    "고생했다. 난 네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어, 그럼-. 설마 죽이기야 했겠냐. 아, 물론 쇠파이프 들고 찾아 왔을 때는 정말, 맞아 죽는가 싶긴 했는데."

    도진의 웃음기 섞인 말에 주원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 새끼는 뭐가 좋다고 쳐 웃고 있단 말인가.

    주원은 밤새 생각했던 레파토리와 비슷한 상황을 이야기 하는 도진 때문에 착찹한 마음으로 소주를 따라 마셨다.

    협박과 위협으로 받아들인 것이 얼마나 지속 될 수 있을까? 주원은 도진이 참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봐 두려웠다.

    주원이 생각하는 것과, 도진이 헤어지지 못한 진짜 이유에는 상당히 커다란 갭이 있었지만 주원은 자신의 추리가 틀릴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밤새 상상했기 때문에, 거의 머릿속에서 영사기 돌리듯 도진이 협박당하고 폭행당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너,,,,,진짜 괜찮냐?"

    "뭐 일단은"

    다 익은 고기를 집어먹는 도진을 보며 주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라면 얼굴 보기도 싫을텐데 어떻게 사귈수가 있을까. 어쩐지 담담한 듯, 일견 기분이 좋아 보이기까지 하는 놈을, 주원은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놈은 가끔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주변은 그것이 다행스럽다고 생각되는 한편, 걱정이 되기도 했다.

    주원은 이틀 새 비쩍 마른 것 같은 놈 앞으로 익은 고기를 몰아줬다.

    "많이 먹어라. 나 이제 안 바쁘니까, 힘들면 전화 해.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그래도 그 새끼 욕 정도는 들어줄 수 있으니까..........."

    "하하. 진짜?"

    주원은 도진의 미소에 마음이 아팠다.

    힘들것이 뻔한데, 밝게 웃고 있는 것을 보니, 쥐뿔만큼도 도움이 안 되는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건 단순히 주원의 입장일 뿐이었지만, 이미 그는 어떠한 말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주원의 마음속에서는 도진은 완전히 비련의 여주인공이었다.

    아 이 불쌍한 자식......... 생각할수록 안쓰러워서 눈가가 시큰했다.

    쓰디 쓴 소주를 가득 담은 잔으로 건배를 청하며 주원은 친구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이 인생이 갑갑해진 친구를 위해 별 건 홋해도. 그 자식 때문에 고립되는 것 정도는 막아줄 수 있다고, 주원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 놈이 좀 눈치를 주더라도, 자주 좀 만나서 '너는 혼자가 아니야' 라는 희망을 심어줘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귀기 싫은 사람과 만나는 도진의 스트레스를 이해해 주겠다는 말이었지, '나도 그 놈이 좋긴 한데.' 로 시작되는 염장성 상담을 해주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한 달이 지난 지금, 주원은 상당히 미묘한 기분이었다.

    -1.

    번화가 호프집 주황색 조명 아래 도진의 미간이 찌푸려지면서 그림자가 졌다.

    "또 문제가 뭐야?"

    주원이 짜증난다는 듯이 물었다. 도진은 주원의 까칠한 반응에 좀 더 인상을 쓰면서 소주잔을 들어 원샷했다.

    나쁜새끼. 네가 친구냐. 이런 고민을 상담할 만한 사람이 주위에 이 자식밖에 없다는 것에, 도진은 분통이 터졌다. 인생 헛살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지난달 도진이 계선우와 계속 사귀기로 결정했을 당시, 주원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그럴 줄 알았다.' 고 했었다.

    그리고는 '놈이랑 사귀면서 힘든 일 있으면 꼭 다 이야기 해라. 도와주진 못해도 들어주긴 할게.' 라고 제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분명히 다 이야기 하라고 해놓고 고작 두어 번 고민 상담을 했을 뿐인데 벌써 이런 무관심을 보이다니,

    너무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는 것 아닌가.

    도진이 노려보자 주원은 헛기침을 큼큼하며 물었다. 저도 그때의 비장한 말들이 생각 난 듯 했다.

    "왜, 그 새끼가 너 돈 없다고 싫다디?"

    제발 좀 싫다고 하라고 해. 라는 기색이 역력한 말투였다.

    "그런 건 아닌데........."

    "그런 건 아니고, 뭐야? 똑바로 이야기 해."

    주원이 좀 들어줄 자세가 되자 도진이 다시 우물거렸다. 도진이 주원에게 말할 수 없는 고민과 말하고 싶은 고민을 다 가지고 있었는데 말하고 싶은 고민은 다른 고민을 모르면 상당히 우스워지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줄줄이 털어놓을 처지도 못 되었기 때문에, 도진은 좀 한숨을 쉬었다.

    그 말 못할 고민 때문에 근 며칠 사이 살도 좀 빠졌는데, 알아서 좀 눈치 채주면 어디가 덧날 까.

    도진은 괜한 주원의 탓을 하며 궁시렁댔다

    저런 것도 친구라고...............

    아쉬우나따나, 비웃을 것을 알면서도 도진은 말 하고 싶던 고민을 털어놨다.

    "그게........,, 놈이 안 자고 가."

    "그게 뭐? 잘 된 거 아냐? 너 얼마 전까지 절륜하긴 한데 너무 끈질겨서 죽을 것 같다고 투덜댔잖아?"

    진짜 짜증났었지, 그때.

    예상했던 대로 주원이 놀리듯 말했고, 도진은 유유자적하게 안주를 집어먹는 놈을 흘겨보며 다시 설명했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섹스 한 다음에 안 자고 집에 가버린단 말야. 자고 가라고 해오, 아침이면 없어."

    조금 누워 있다가, 도진이 피곤함에 지쳐 까무룩 잠이 들면 어느 샌가 사라져 있는것이다.

    나른한 섹스의 여운을 느끼며 아침에 눈을 떴는데 휑한 옆자리가 보이면 기분이 정말로 썰렁했다.

    "그건 꼭 원나잇이나 콜걸을 부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구."

    도진의 말에 주원이 피식 웃었다.

    "콜걸 불러보긴 했냐? 원단 게이 주제에."

    킬킬대는 빈정댐에 도진은 울컥했지만, 목소리를 높이진 않았다. 대신 조용히 젓가락으로 놈의 손등을 강하게 찍어줬다.

    신음을 뱉는 놈에게 도진은 진지하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여간 난 놈이랑 같이 살고 싶은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단말야. 안 그래도 놈은 너무 부자라서, 코딱지만한 내 집에서 같이 살자고 말하기 껄끄러운데...."

    지난주 문득 어차피 매일 보는데 굳이 따로 살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이 놈이 드다드는 것보다, 차라리 사정이 있다는 식으로 같이 사는 것이 이웃들 보기žo 편하고, 전화비라던가 기름값도 여러모로 절약이고,뭐............

    온갖 구구절절한 이유를 다 가져다 붙이는 도진의 말을 툭 자르며 주원이 말했다.

    "미친 새끼. 이거 완전 중증이네. 그 놈이 같이 살자고 해도 빡빡 우겨서 따로 살 생각은 못할망정. 인생 종치려고 환장을 했구만, 아주."

    ".....다 지껄였냐?"

    가볍게 웃은 도진이 이번엔 포크를 집어 들자, 주원이 조금 누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음, 그래서 문제가 뭐야? 넌 같이 살고 싶은데, 그 새끼는 싫다고 할 것 같다는 거냐?"

    "말하자면........ 그렇지."

    그랬다. 도진은 연장자인 자신이 마련한 집에서 놈과 함께 살고 싶은데, 놈은 자신의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집에서 섹스를 하고 나면 꼭 새벽에 밤손님마냥 사라지곤 했다.

    처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한 번 신경쓰기 시작하니까 계속 눈에 밟히고 거슬렸다.

    물론 새벽에 사라지는 이유가 집이 마음에 안 들어서냐고 꼭 집어 물어본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이유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집이 나니면, 자신 때문이란 말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여간 도진은 자신이 같이 살자고 했을때, 놈이 부담스러워하거나 너무 이르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됐다.

    자고 가라고만 해도 난처한 미소를 지어대는 통에 도진은 요즘 정말로 뻘쭘했다.

    도진의 씁쓸한 말에 주원이 머리를 긁적였다.

    놈의 시선은 '넌 너무 계선우를 몰라' 라고 써 있었다.

    "걱정도 팔자다. 그 새끼가 뭐가 거슬리는데 남 배려하느라 참고 있을 놈이냐?"

    정말 그런거면 얼마나 좋겠냐.

    붙이는 말에 도진은 수긍하는 한편 여전히 떠나지 않는 걱정에 애꿎은 소주잔만 만지작거렸다.

    좀 이른 일인 것 같긴 하지만, 정말로 도진은 계선우와 동거를 하고 싶었다.

    도진이 놈과 동거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같이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든가, 이웃 보기에 더 나아서라는 것도 있지만, 그건 사족에 불과했다.

    두 사람 다 경제적으로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웃 문제도 아직까진 심각한 편이 아니었다.

    어쩌면 같이 사는 것이 더 무리하는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도진은 좀 무리수를 두더라도 며칠 안에 놈에게 동거하자는 말을 할 셈이었다.

    주원이 '조금 더 생각해 봐. 네 미래를 진창에 처박아 버릴 셈이야?' 라며 극구 말려도 소용없었다.

    도진의 마음은 아주 확고하고 비장했다. 이 불안한 마음을 달래 줄 것은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답답한 마음에 위통과 화병과까지 생길 지경에 이른 문제의 시작은 , 사실 별 일 아니었다.

    적어도 도진은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건 정확히 2주 전의 일이었다.

    -2.

    "........앗, 아, 읏.........그만..!"

    도진은 저도 모르게 베개 끝을 물고 짓씹어 그것을 흥건하게 적셨다.

    지탱해야 할 팔은 진즉에 기운을 잃고 이와 마찬가지로 침대보를 쥐어짰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는, 또 이불 빨래를 해야 한다며 짜증을 내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걸 생각할 정신이 없었다.

    뒤에서 무섭게 몰아붙이는 놈 때문에 말이다.

    놈은 그만이라던가, 쉬자던가 하는 단어를 모르는 듯 벌써 몇 번이나 도진을 쥐어짜고 있었다. 정말로 가슴 아픈 먹이사슬이었다.

    놈이 도진을, 도진은 이불과 배게를, 섹스 후에는 역으로 이불과 베개를 빨아달라고 도진을 압박했으니, 가운데 낀 도진이 가장 불쌍한 것은 두 번 말할 필요도 없었다.

    수건이라도 깔고 시작하면 좋으련만, 놈과 할 때는 항상 그 정도의 정신도 없다.

    놈이 한 번 달콤하게 웃기만 해도 도진은 달아올라 발정난 개 마냥 덤비게 되고 마니 콘돔 챙기는 것도 힘들었다.

    오늘도 분명 처음 시작할 때는 콘돔과 함께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아래로 줄줄 흐르고 있었다. 질꺽이는 마찰음이 지독히도 음란했다.

    이윽고 놈의 숨도 거칠어지고, 도진은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이러다 언젠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 같은게 강렬하게 들었다.

    왜 섹스를 하면서 그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진은 구명줄을 붙잡듯 강하게 침대보를 움켜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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