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네]The Rabbit Holic 1,2부 - 8

127일전 | 86읽음

은 다들 말이 없었다. 뭔가 일에 지쳐있다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생기가 없이 해초처럼 흐느적거리면서 다니는 느낌이다. 문 앞에 어디서 본 듯한 남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서 있었다.




“라세인...”


“늦게 돌아오는 군.”




남이 늦게 오든 말든 지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갑자기 급격하게 피로가 몰려오는 기분이다. 무시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따라 들어온다. 알리샤에게 폐를 끼치게 되었다. 알리샤가 안경너머로 두 사람을 주시했다. 제상은 살짝 고개를 끄덕여 괜찮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안 그래도 바쁜 곳인데 이상한 놈이 와서 방해를 한다.




“무슨 일입니까?”


“폐하께서는 다정하신 분이시다. 그분께 누를 끼친다면 너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 알아서 조심하도록.”




무슨 일인가 했더니 와서 한다는 소리가 고작 시에란에게 폐 끼치지 마라, 라는 말이다. 참견도 정도껏 해야지, 해도 해도 너무 심하다. 시에란이 유치원 다니는 어린애도 아니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뒤 쫓아다니면서 친구는 가려 사귀라고 하는 것도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동네 치맛바람 센 아주머니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지랖이 어찌나 넓으신지. 제상은 아주, 삐뚤어지고 싶어졌다. 초면에는 그래도 존댓말을 써줬지만 이런 무례한 사람에게 존대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닐 텐데.”


“건방진...”




라세인은 씹어 먹어버리고 싶다는 듯한 말투로 말하며 분노에 불타는 눈으로 제상을 노려보았다. 그래봤자 안 무섭다. 그래봤자 몽중인(夢中人)이다. 다른 직원들은 일하던 것을 멈추고 둘을 주시했다.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몰랐다.



청의 기사단장 라세인경은 유난스러운 황제사랑으로 유명했다. 현 황제가 황태자였을 때부터 그에게 기사서약을 했던 이였다. 제상이 뭐라고 그에게 저런 말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사로 자란 사람들에겐 황제가 더 애틋한 사모의 대상인지는 몰라도 조금 더 많은 보수를 위해 황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겐 그런 류의 마음은 거의 없었다. 물론 여신의 축복인 황제는 누구보다 아름다웠고 정치를 잘 하는 훌륭한 황제였다. 그것이 대부분의 일반 직원들이 느끼는 황제에 대한 감상의 전부였다.




“당신의 방문, 시, 아니 황제폐하께 말씀드려도 되는 건가?”




무심코 시에란이라는 이름을 올릴 뻔 했다. 재빨리 말을 바꿨지만 심장이 쿵쾅거렸다.




“폐, 폐하께는 말씀드리지 마라. 남자가 쪼잔하게 일러바치기나 하겠다는 건가!”


“남자가 몰래 뒤에 와서 협박하는 것도 그다지.”


“이, 이!”




제상의 삐딱한 웃음에 라세인은 흥분하여 할 말을 잊고 씨, 씨 거렸다. 숨죽이고 있지만 다들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 귀족에게 저렇게 당당하게 쏘아붙이는 제상이 신기하고 대단했다. 시선을 느낀 라세인의 얼굴은 시뻘개져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토마토가 되었다.




“할 말 다했으면 나가세요. 바쁩니다.”




라세인은 결국 본전도 못 찾고 돌아가야 했다. 오를레아가 말릴 때 들었어야 했다. 돌아가면 또 얼마나 잔소리를 들을까. 점심시간을 틈타서 잠시 나왔다가 꼬마에게 비웃음만 샀다.












“끝났다.”




오후 7시 14분이었다. 서류 확인이 끝나자 다들 분류에 동참했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많은 양을 하루에 끝내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그저 오늘의 할당량을 끝냈을 뿐이다. 내일이 되면 또 다시 전국에서 밀려든 서류가 쌓일 테고-다행히 모레는 없다- 앞으로 일주일은 더 이 지긋지긋한 격무에 시달려야 한다. 그나마 주말은 쉰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오늘은 그 주말의 시작인 즐거운 금요일 밤이지만 일에 지친 그들은 놀러 다닐 힘도 없었다.



다 같이 외투를 걸치고 마지막으로 알리샤가 불을 끄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복도 끝에 한 남자가 서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사무실의 문이 열리자 그는 곧장 그쪽으로 다가가 제상의 앞에 섰다.




“황제폐하께서 찾으십니다.”




제상은 고개를 그냥 끄덕이지만 알리샤를 제외한 나머지들은 피로로 반쯤 감겼던 눈을 번쩍 뜨고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었다. 제상은 꾸벅, 인사하고 남자를 따라갔다. 누군가에게 선가 한숨소리가 들렸다.






-8-






“일은 즐거웠나?”


“아니. 재미없었어.”




어제처럼 잘 차려진 식탁에 앉았다. 다른 점은 제상이 시에란의 음식을 잘라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상은 수프부터 샐러드, 스테이크까지 전부 그의 손으로 시에란에게 넘겼다.







남자를 따라간 곳에는 당연히 시에란이 있었다. 제상은 시에란의 얼굴을 보자마자 외쳤다.




“이제 내 토끼가 되는 거야.”




시에란은 깔깔거리면서 뒤집어졌다. 남자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황당해 하고 있었다. 제상을 데려온 파삭파삭해 보이는 노란 머리카락에 파란 눈을 가진 남자는 제1시종장, 키르체예프 델 라인워즈였다.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은데 시에란이 재미있다고 웃고 있으니 끼어들 수가 없었다.




“좋아 좋아. 크큭.”




키르체예프는 황제의 대답에 더욱 기함하고 말았다. 귀족 출신으로 제1시종장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일을 겪었지만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 목격하는 것이었다. 그, 시에란이 토끼 취급하는 사람을 가만 두고 있었, 아니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뒤따른 황제의 식탁에서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일 끝에 서서 음식을 감독하던 키르체예프의 눈에 시에란이 하고 있는 짓은 꿈이라고 해도 믿지 않을 놀랄만한 것이었다.




“아, 해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내어 시에란에게 주자 입을 벌려 받아먹는다. 빨간 입술 사이로 말랑말랑해 보이는 붉은 혀가 나와 포크에서 고기를 빼어갔다. 제상의 얼굴이 빨개졌다. 당연한 결과였다. 시에란을 보는 이들의 얼굴은 항상 홍조를 띤 상기된 얼굴이었다.



자신이 좀 먹는가 싶더니 이번엔 당근이다. 샐러드에서 당근을 집어내 갖다 대자 잠시 입이 멈칫했다. 이내 다시 당근을 받아먹었다.




“왜?”


“아니다.”




한두 번 대충 씹는가 하더니 와인을 마신다. 이번엔 양배추말이를 잘라 내밀었다. 시에란이 휙, 고개를 돌리더니 시종을 향해 무언의 눈빛을 쏘아냈다. 힉, 하고 작게 소리를 내며 시종은 알겠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시종장은 그럼 그렇지, 하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작게 한숨을 쉬며 시에란이 제상의 포크에서 자신의 입으로 양배추말이를 넘겼다. 제상은 홀로 신이 나 있었다.




“저녁이 되면 알려준다고 했었지.”




생선살을 발라 시에란에게 먹이며 여상스러운 어조로 제상이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 토끼가 되라느니, 연신 음식을 잘라 먹이더니 잊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시에란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내며 답했다.




“정확하게는 저녁에 이야기 하자고 했었지.”




이야기가 끝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시에란은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마쳤다.







시에란과 그의 호위 기사들과 함께 가넷의 궁으로 돌아갔다. 호위 기사들은 무엇 때문인지 먼발치에서 따라왔다. 자박자박하는 여러 개의 발소리가 신경 쓰인다. 어제는 그냥 둘만 다닌 거 같은데 오늘은 무슨 영문인지 다섯 명이 따라붙었다. 왠지 과잉보호 라세인이 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시에란의 예의 그 하얀 여우 망토를 입고 있었다.



칼시디나를 지나면서 제상은 잊고 있었던 계약의 불평등함을 깨달았다. 가까운데 살면서 치사하게 8시까지 오라고 한다. 칼시디나의 새하얀 벽은 달빛을 받아 더욱 하얗게 보였다. 어쩌면 눈빛이 반사되어서 더욱 그러한지도.




“칼시디나는 시에란만의 궁이라며?”


“뭐, 선택받은 자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긴 하지. 가보고 싶어?”


“조금?”




제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에란이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 절반에 못 미치게 왔으니 정문으로 가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제상에게 이것저것 시킬 것이 많긴 했다. 이참에 칼시디나로 처소를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가넷의 궁이 칼시디나에서 가장 가까운 궁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그곳에 머물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칼시디나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아, 귀족들의 반대를 생각지 못했다. 다들 왈왈거리면서 귀찮게 굴 것이 뻔하니 당분간은 가넷의 궁에 두는 것이 낫겠다. 대신 칼시디나에 드나들 수 있는 권한은 줘야지. 시에란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작게 웃었다.





무엇보다 화려한 문일 것이라 상상했는데 심플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하얀 대리석으로 된 칼시디나의 정문-정확하게는 세 개의 문 가운데 첫 번째 문이다-은 별다른 장식 없이 금색으로 문양이 그려진 것이 전부였다. 커다란 보석이 박혀있던 다른 궁의 문과는 달랐다. 경비병 두 명이 문을 지키고 서 있었다. 경비병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은 일반 병사가 아닌 로열기사단의 기사였다. 시에란은 평소처럼 그냥 지나치는 대신 제상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을 앞으로 검문 없이 통과시키도록.”


“폐하, 단장님께 승인을 받지 않은 출입자는 불가합니다.”


“그랬나?”




시에란에게 있어 대륙에서 유일하게 만만하지 않은 사람인 이샤카를 떠올렸다. 화사한 얼굴로는 시에란에 버금가는 사람이지만 이미 품절되어 상대적으로 인기는 떨어졌다. 시에란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성장하는 내내 델루인의 아이돌이나 다름없었으니 어찌 보면 둘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도 곤란하긴 하다.



매일 한량처럼 헬렐레 다니는 줄 알았더니 나름대로 일을 잘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에게 보고를 하는 것은 빼먹었지만 말이다.




“송구스럽습니다, 폐하.”


“일단 오늘의 신원보증은 나로 해두지. 부족한가?”


“아닙니다.”




아샤 델 칼시디나에 드나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중에 한 가지를 만족시켜야 했다. 첫째, 입출입이 가능하다는 증표를 보여줄 것. 둘째, 백작 이상의 고위 귀족이 신분을 보증할 것. 어느 조건이라도 관계없이 방문 시점부터 퇴장 시점까지 감시인을 대동하고 다녀야 했다. 그것은 로열기사단장에게도 황제의 손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덕분에 제상이 머무르는 동안 시에란은 근위기사를 한명 더 데리고 다니게 되었다.




“역시 까다롭구나.”


“뭐, 암살의 위협을 최소한으로 해두고 싶은 것이겠지. 그것이 그들의 임무이고.”




불편했지만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시에란은 일부러 근위기사들을 떨쳐내려거나 따돌린다거나 하는 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다. 유난하다는 사춘기 때에도 그랬다. 자신이 목숨을 위협 당함으로써 벌어지는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제상의 경우에는 과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시에란에게 있어서는 최소한이었다.



칼시디나의 내부는 기묘했다.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방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중앙에 홀이 있고 사방으로 문이 있었다. 시에란은 커다란 홀을 가로질러서 중앙계단으로 곧장 올라갔다. 왼쪽으로 꺾어 들어간 곳은 티 테이블이 놓인 작은 규모의 방이었다. 발코니로 연결된 창으로 달빛이 들이쳤다.




“앉아.”




시에란이 자리를 권했다. 기묘한 새와 꽃이 새겨진 상아색의 음각 테이블에 찻잔이 놓였다. 힐끗 올려다보니 아까의 남자이다. 외알 안경이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하얀 김이 오르는 차를 따르며 남자가 고개를 숙여 말했다.




“또 뵙겠습니다, 제상님. 아까 미처 인사를 드리지 못했지요.”


“내 시종장인 키르체예프.”




제상도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펠른 산 홍차입니다. 첫눈이 내릴 때 찻잎을 따는데 달콤한 꽃향기가 나지요.”




시에란이 찻잔을 들자 제상도 따라 한 모금 마셔보았다. 꽃향기는 모르겠고 풀냄새는 좀 난다. 떫은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미묘하다. 녹차가 차라리 낫겠다 싶을 정도로 맛이 없었다. 시에란은 이 붉은 빛이 도는 누런 물을 맛있다는 얼굴로 마시고 있었다.



제상은 말없이 쿠키를 집어 들었다. 낮에 먹었던 초코칩 쿠키였다.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좋았다. 쿠키의 힘을 빌려 차를 마시니 아까보다는 맛있다. 단맛과 함께 독특한 향이 풍겼다.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응?”




차의 향을 음미하던 포즈 그대로 시에란이 물었다. 달콤한 쿠키에 빠져 있던 제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는데 주객이 전도되고 말았다. 단맛을 홍차로 지워내며 물었다.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거야?”


“글쎄. 미안하지만 나는 돌아가게 해줄 능력이 없군. 무엇보다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니까.”




시에란의 시선을 따라 바라본 창밖에는 어느새 하얀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새하얀 달빛에 빛을 내며 흩날리는 눈송이들은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시에란의 은빛 머리카락이 은실처럼 반짝였다. 지금, 이 꿈같은 상황이, 현실이라고 했다.




“거짓말.”


“내가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지. 안타깝지만, 그대가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모른다..”




돌아갈 수 없어, 라는 말이 번개처럼 머리에 꽂혔다. 거짓말이다. 제상의 손에 있던 잔이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산산조각이 나버린 잔을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제상은 무심코 천천히 몸을 내려 조각을 하나 집어 들었다. 따끔한 통증이 손가락에서 느껴졌다. 붉은 피가 새하얀 도자기에 번져갔다.




“꿈이 아니라고?”




손가락이 아팠다. 살갗이 베인,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프다. 피가 나고 있다. 정말, 꿈이 아닌가? 제상은 망연히 자신의 손가락만 들여다보았다.



키르체예프가 황급히 커다란 조각들을 집어냈다. 패닉에 빠진 제상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시에란은 말없이 찻잔을 비웠다. 키르체예프는 시에란에게 차를 따르며 다른 시종을 시켜 깨끗이 바닥을 치우도록 시켰다. 손수건을 꺼내 제상에게 내밀었지만 제상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후우, 하고 한숨을 쉰 시에란이 일어나 손수건을 빼앗아 들고 제상의 손가락을 감쌌다. 지혈을 할 만큼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피를 보면 더 흥분하기 마련이다. 손등에 이상하게 긁혀 부풀어 오른 상처가 있었다.




“손등은 뭐지?”




한 손으로는 손수건을 꽉 눌러 피를 멎게 하며 시에란이 다른 손으로 부어오른 상처를 살짝 건드렸다. 앗, 하고 눈을 찡그릴 정도의 따끔함이었다. 손톱이나 그런 물건에 긁힌 듯한 상처였다.




“단추에 긁혔나?”


“바보. 옷도 하나 제대로 못 입는 건가.”


“아니거든.”




문득 정신이 들어 자신의 손을 감싸고 있던 시에란의 손을 치웠다. 어느 정도 피가 멎었을 것 같아 꽉 조여 두었던 손수건을 풀어내자 다행히 피는 멎어있었다. 생각보다 깊은 상처는 아닌 것 같다. 갑자기 손을 낚아채더니 베인 부위에 할짝, 하고 혀가 닿아왔다.




“읏...”




찌릿한 느낌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시에란은 제상의 반응엔 아랑곳없이 쪽, 하고 빨고 혀로 핥았다. 비릿한 쇠 맛이 느껴졌다. 이샤키아는 다쳤을 때 핥아두면 빨리 낫는다고 언제나 그 방법을 고집했다. 시에란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샤키아의 완력이나 경험을 따라갈 수 없으니 언제나 이샤키아 쪽이 핥는 쪽이었다. 상처가 나면 핥는다, 가 고정관념이 되어서인지 무심코 손가락을 입에 넣고 말았다. 내려다보는 키르체예프도, 당사자인 제상도 경악한 표정이었다. 제상은 둘째 치고 키르체예프의 떫은 표정에 시에란이 툭, 말을 건넸다.




“왜.”


“....이샤키아입니까.”


“응.”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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