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네]The Rabbit Holic 1,2부 - 10

128일전 | 75읽음

. 도망치는 다람쥐 같다.



연고를 다시 주머니에 넣어 대충 테이블에 던져두고 촛불을 껐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쉽게 잠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꿈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곳이 앞으로 살아가야할 현실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어서, 그래서 더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혼자 남겨지자 낮 동안 문자를 가장한 그림으로 혹사당한 눈이 아파왔다. 시에란의 말대로 황궁에 떨어진 것은, 그중에서도 시에란의 앞에 떨어진 것은 행운이었다. 시에란이 아닌 다른 이였다면 자신을 곧바로 죽이거나 고문을 했을지도 모르고, 최악의 상황에는 아무도 없는 숲에 떨어져 아사하거나 짐승들의 밥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호화스러운 방에서 지내고, 옷도 잔뜩 샀고, 이 나라의 황제와 친해졌고. 이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 제상이 단란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더라면 지금과는 반응이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제상은 혼자였고 딱히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돌아가고 싶다고 울부짖는다거나 다시 뛰어내려보겠다며 설치거나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에서도 고독은 언제나 제상을 따라다녔다. 그래서 사실 아까 콜린이 울었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자신을 위해 울어준 사람…….



물론 돌아갈 방법이 있고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면, 언제든지 돌아갈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옷에 음식을 먹고 지낸다고 해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보다는 익숙한 곳이 나은 것이 당연했다. 조금 더 한국에서의 생활에 정을 뗐다면 모를까, 그냥저냥 평범하게 살고 있는 자신이 왜 이곳으로 와야 했는지 모르겠다.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는데 하품이 나왔다. 졸리다. 혹시나 자고 일어나면 다시 자신의 원룸에서 깨어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다. 제발 그렇다면 좋을 텐데…….







-10-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화려한 방. 역시나 제상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콜린이 가져다준 아침을 대강 먹고 곧바로 칼시디나로 향했다. 그전에 콜린에게 다시 약을 발라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상이 선택한 것은 이곳에서 적응하기였다. 사실 그것 외엔 올바른 해답은 없었다. 내가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방랑자가 되겠다고 하기엔 자신은 칼을 쓸 줄도 몰랐고 특별한 능력이 있지도 않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글자를 배우는 것이었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의욕에 가득 찬 제상이 한 가지 잊은 것은, 칼시디나에 드나들기 위해서는 증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어제와 같이 얼굴을 기억하는 근위기사가 있는 정문으로 들어가도 안 될 판에 멀다고 뒷문으로 왔더니 왠지 더욱 깐깐하게 구는 것 같다.



제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에란을 만나야 했다. 제상이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에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편한 지름길이었다. 근위기사의 눈을 쏘아보며 계속 압박을 주어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럼 부탁은 들어줄 수 있어요?”


“자리를 비울 수는 없습니다.”




꽉 막혔네. 제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원래 기사란 사람들은 다 이런 것인지 어제고 오늘이고 그 놈의 규칙에 꽉 잡혀있다. 라세인은 별로 안 그런 것 같은데……. 라세인이다. 해결책은 라세인 밖에 없었다. 분명히 자신을 만나면 까칠하게 굴겠지만, 들어가게 해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밖에는 없었다.




“오웬 백작님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웬 백작님?”




오웬 백작이라는 표현을 오랜만에 들어서 바로 인식하지 못했다. 청의 기사단장 라세인 델 오웬은 기사 단장답게 작위보다는 청의 기사라고 불리거나 라세인 경으로 불리는 일이 잦았다. 생소한 호칭으로 그를 부르는 눈앞의 남자가 미심쩍긴 하지만 라세인 기사단장님은 자신보다 상급의 실력자이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질 좋은 코트에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는 남자가 어느 정도 신분이 높은 사람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런 사람에게 함부로 대했다가 나중에 강등이라도 당하면 큰일이다. 기사는 가능한 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본성을 등지고 붙어있는 다섯 개 중에 맨 오른쪽의 건물입니다. 청의 기사단이지요.”




멀다. 그래도 하는 수 없었다. 칼시디나에 들어가려면 라세인이 필요하다. 제상은 하는 수 없이 칼시디나의 옆길로 빠져 본성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여유롭게 천천히 걸었다. 밤사이 눈이 와서 발이 푹푹 빠졌다. 오늘 본성의 공무원들은 쉬는 날이기 때문에 주위엔 사람 하나 없이 오로지 제상의 발자국뿐이었다.




“못 보던 도련님이네.”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라버렸다. 앞뒤로 고개를 돌려봐도 아무도 없다. 이상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위를 보자 검은 코트를 입은 빨간 머리의 남자가 본성의 벽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다. 콜린의 노란 기 도는 빨간색과는 다른 선명한 붉은 색이었다. 눈은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파란 색이다. 어딘가 장난기 많아 보이는 얼굴은 재밌다는 듯이 제상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눈을 깜박하는 사이 남자의 모습이 없어졌다. 어- 하고 소리를 낸 제상이 여기저기를 살펴보는데, 사라졌나 싶던 아주 잠깐 사이 남자는 어느새 바로 앞에 다가와 있었다.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어디 가는 길이야?”


“오웬백작님께 가고 있습니다.”


“라세인? 그 바보에게 왜?”




라세인에게 곧장 바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그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사람일 것이다. 왠지 이 남자는 첫 인상이 아주 좋았다. 상대적으로 그 라세인과 비교되어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대조적인 머리색 때문에 느낌이 더 그랬다. 제상은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목적을 말했다.




“푸훗. 칼시디나에 들어가야 해요.”


“칼시디나?”




시원하게 웃고 있던 남자의 눈이 잠시 매섭게 변했다. 또다. 의심을 하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자신은 아무 힘도 없는데 이렇게 매번 시에란과 관련되면 의심을 받는다. 생글생글하는 것이 가벼워 보였는데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오싹한 느낌에 제상은 양 팔로 몸을 감쌌다. 남자가 한톤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용건이지?”


“황제폐하를 만나야 합니다.”




제상이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가볍게 자신의 용건을 말하자 조금 누그러진 눈치로 남자가 물었다. 무표정할 때와 아닐 때의 갭이 상당히 큰 남자이다.




“그래? 이름이 뭐야?”


“백 제상입니다.”




남자의 표정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를 알고 있나? 하는 의아함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자 남자가 귀엽다는 듯이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아, 네가 제상이구나. 나는 세일룬 델 아인데르프라고 해. 세일룬이라고 불러도 좋아.”


“절 아세요?”


“라세인이 어찌나 네 얘기를 하던지...게다가 천장에서 떨어진 손님은 흔치 않으니까 말이지. 나도 지금 황제폐하께 가는 길이니 같이 가겠어?”




라세인이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이상한 놈이 황제폐하를 귀찮게 한다고 소문이라도 냈나 보다. 어찌되었건 불확실한 가능성을 위해 멀리까지 가는 수고를 덜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이쪽에서 부탁해도 모자를 판에 먼저 선뜻 권해주는 것을 보니 좋은 사람이다.




“고맙습니다.”


“어차피 가는 길인걸. 그럼 같이 위로 갈래?”




제상이 위? 어디? 라는 의미로 갸웃거리며 어깨를 으쓱하자 세일룬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본성의 높은 벽을 가리킨다. 제상은 아연실색하여 놀람의 탄성 외엔 아무 답도 할 수가 없었다. 세일룬이 짐짓 서운하다는 듯이 입을 삐죽이고는 다시 씨익 웃었다.




“에에?”


“하는 수 없구나. 그럼 그냥 길로 가자.”




세일룬은 아주 유쾌한 사람이었다. 라세인의 험담을 하기고 하고 심지어 시에란의 일화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했다. 시에란을 거의 신처럼 모시는 라세인이 보면 죽이겠다고 달려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중에는 어제 알게 된 핥아두면 나아, 도 있었다.




“황제폐하는 말이지. 핥으면 상처가 빨리 낫는다고 알고 계셔.”


“크큭. 왜 그런 거에요?”




제상은 모르는 척 이유를 물어보았다. 대강 듣긴 했지만 그때는 자신도 정신이 나가 있어서 제대로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세일룬은 질문이 기쁘다는 듯이 신이 나서 말했다.




“지금의 로열 기사단장인 이샤키아님이 어렸을 때부터 폐하를 세뇌시켰거든. 그래야 빨리 낫는다고.”


“큭. 푸핫. 알면서 왜 안 알려 줬어요?”




제상의 질문에 세일룬이 기지개를 펴며 씨익, 웃었다.




“재밌잖아. 게다가 이샤키아님은 나도 무섭다고. 라세인이야 황제폐하를 다치게 할 리가 없으니 서로 상처가 안 나서 몰랐겠지만, 이샤키아님은 아마 일부러 뺨이나 팔을 긁어 놓았을 걸.”




둘 다 악취미였다. 상처를 일부러 내는 남자도 이상하지만 알면서도 자신의 황제에게 알리지 않는 세일룬도 이상했다. 제상은 애써 세일룬에 대한 판단은 접어두었다.




“그런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지. 혹시나 만나게 된다면 조심해. 나처럼 예의바른 신사가 아니라구.”




벽 위를 걸어 다니는 그쪽도 그다지 신사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참고해 두기로 했다. 라세인은 예전부터 황제의 빠돌이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덕분에 제상이 당분간 고생할 거라고 토닥거리기도 했다. 세일룬은 라세인이 변태가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폐하가 다섯 살일 때부터 반해서 당신에게 목숨을 바치겠다고 했다니까. 변태.”


“지금까지도 그러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네요.”


“그야말로 근성의 집요한 변태인 거지.”




키득거리면서 어느새 칼시디나의 정문에 다다랐다. 세일룬은 품속에서 붉은 술이 달린 금색의 펜던트를 꺼내 근위기사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꼼꼼히 들여다 본 기사는 창을 거두고 길을 열었다. 제상이 잠시 멍하니 있자 세일룬이 자연스럽게 허리를 안아 에스코트 했다.




“손…….”




덕분에 들어오기는 일단 들어왔다만 너무 찰싹 붙어있다. 이놈의 나라 인간들은 왜 이렇게 다들 스킨십이 진한지 모르겠다. 시에란도 그렇고 세일룬도 그렇고 붙어 있는 것에 전혀 거부감이 없나 보다.




“응, 손? 아아.”




제상 흘깃 자신의 뒤로 시선을 주는 것에 눈치 챈 세일룬이 감았던 팔을 풀었다. 불편한 표정을 하고 있던 제상의 얼굴이 풀렸다.




“예민하네~.”


“예민하다기보다는, 스킨십을 별로 안 좋아해요.”


“알았어. 조심할게.”




까탈스럽다고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세일룬은 수긍한 듯 웃어보였다. 매너남이구나.







“폐하! 저 왔습니다.”


“왔나, 세일룬. 어, 제상?”




세일룬은 반기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못 볼 것이라도 본 듯이 놀라는 시에란을 보자 괜히 기분이 저조해진다. 세일룬과 함께 온 곳은 칼시디나에 있는 시에란의 집무실이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서 들떠있었는데 시에란의 반응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사실 제상의 생각대로 시에란은 놀란 것이 맞았다. 어제의 반응으로 보아 회복기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다. 그런 제상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신의 앞에 나타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회복력이 빠른 편이 좋긴 했다. 시에란은 표정을 관리하며 제상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자연스럽게 제상의 코트를 받아 시종에게 이것을 걸어 놓은 뒤에 쿠키와 따뜻한 차를 가져오라고 일렀다.




“제상이만 챙기는 겁니까. 이거 서운합니다.”




없는 사람 취급받으며 짐짝처럼 서있던 세일룬이 툴툴거렸다. 한 번도 본적이 없던 시에란의 배려이다. 시에란은 세일룬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제상에게 물었다.




“춥지 않은가?”


“괜찮습니다.”




제상은 세일룬 때문에 어색한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사실 세일룬도 이쪽에 볼 일이 있었을 텐데 자신 때문에 방해가 된 것 같아 조금 찔리기도 했다.



제상의 무릎에 담요를 올려주고 간식으로 두었던 말린 과일을 가져왔다. 이것저것 챙기고 나니 더 이상 할 것이 없는 것 같다. 그제야 시에란은 아주 선심을 쓰는 듯한 말투로 세일룬을 불렀다.




“그대도 앉겠어?”


“당연하지요!”




세일룬은 언제 삐졌었냐는 듯이 냉큼 달려와 제상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의기양양하게 제상을 향해 눈을 찡긋해보였다. 푸훗, 하는 제상의 웃음소리에 서류를 뒤적거리던 시에란이 돌아보았다.




“나 빼고 둘이 신난 거야?”


“폐하는 치사하시니까요. 이제 저는 폐하와 놀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상이랑 저를 차별하시고. 흑흑. 제가 몇 년을 폐하를 모셨는데……. 이제 절 버리시는 건가요. 흑흑흑.”




세일룬이 우는 시늉을 하면서 엄한 제상을 붙들고 하소연을 했다. 손을 꼭 잡고 애절한 듯 연기하기에 제상은 그저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줄 뿐이었다.




“제상. 속지 마. 폐하는 이런 분이라니까. 잡은 물고기에게는 밥을 주지 않는 거지.”


“시끄러. 그대 말대로라면 제상이 나쁜 거 아냐? 그대의 사랑을 제상에게 빼앗겼으니까 말이지.”




참다못한 시에란이 세일룬에게 쏘아붙였다. 세일룬은 끄덕도 하지 않고 말린 과일을 집어먹으며 그 나름의 재롱을 부렸다. 시에란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진부한 것이었으나, 제상에게는 재미있는 것이었다.




“제상은 착하고 귀여운 걸요.”


“이거나 가지고 나가.”


“차도 한 잔 안 주시는 겁니까!”


“안 줘. 나가.”




세일룬이 항변했지만 시에란은 딱 잘라냈다. 그리고 돌돌 말려서 리본으로 묶인 종이를 창 던지듯이 세일룬에게 던졌다. 세일룬은 슬쩍 몸을 비틀어 피하며 가볍게 획,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과장스러운 동작으로 팔을 저으며 시에란에게 인사를 했다.




“알겠습니다. 치사하신 황제폐하. 소인 세일룬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설마 나갈까. 제상은 말린 과일을 하나 집어넣으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런데 장난으로 말을 주고받는 줄 알았는데 정말로 방을 나간다. 제상은 혹시나 세일룬이 다시 들어오지 않을까 유심히 문을 지켜보았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상은 자신이 정말 둘의 중요한 대화를 방해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내가 방해된 거 아냐?”


“전혀. 원래도 서류만 줘서 보낼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무슨 용건이지?”




시에란이 제상의 맞은편에 앉자 시종이 때마침 차와 과자를 가지고 들어왔다. 아침을 먹었는데도 식욕을 돋우는 달콤한 향기가 났다. 세일룬에게 정말 차를 대접할 생각이 없었는지 두 잔 뿐이다. 앞에 내려놓인 잔을 들여다보니 핫 초콜릿이다. 음료가 단 대신 과자가 담백한 것이었다. 다른 재료는 넣지 않고 오로지 버터로만 구운 버터쿠키였다. 제상이 진갈색의 액체를 내려다보며 용건을 말했다.




“글을 배우고 싶어.”


“풋, 안되겠군.”




된다, 안 된다의 가부대신 다른 소리를 한다. 초콜릿을 마시려던 제상이 잔을 내려놓고 반문했다. 앞뒤 자르지 말고 제대로 설명을 해주면 좋을 텐데 화법이 참 불친절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남자의 의중을 파악하세요. 이 무슨 언어영역 듣기평가도 아니고, 아니 듣기평가는 시에란에 비하면 친절하다.




“뭐가?”


“거처를 옮기도록 하자.”


“에? 어디로?”




역시나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다른 소리가 나온다. 시에란이 뜬금없이 방을 옮기자고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고 자꾸 혼자만의 생각에서 연장을 해서 말을 한다. 시에란이 쿠키를 깨물며 답했다.




“아샤 델 칼시디나로. 드나들 때마다 누군가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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