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네]The Rabbit Holic 1,2부 - 1

193일전 | 1,650읽음

[아카네] The Rabbit Holic 1부



-prologue-







이야기의 발단은 어느 날, 재수 없는 사고로부터 시작되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대한민국의 신흥계급 고3이라는 신분을 가진 19살의 소년, 백제상은 동물을 사랑하는 남자였다. 정확하게는 많은 동물 중에 토끼를 사랑했다. 마침 냉막한 얼굴을 가진 그가 막 마트에서 당근과 브로콜리를 사오던 길이었다. 어깨에 멘 책가방보다 무거운 마트의 비닐봉지를 든 채로 그는 책가방만 메고 있을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시라도 빨리 토끼들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토끼들과의 달콤한 시간을 위해 야자도 제끼고 나온 그였다.




“어어?!!!”




다음 발을 내딛는 순간 갑자기 중력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제상의 몸은 아래로 쭉- 빨려 들어갔다. 하수도 공사로 인해 맨홀 뚜껑이 열려있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그것을 막는 통제표지판 하나 세워져 있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어이없게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제상은 빛 한 점 없이 캄캄한 통로를 따라 떨어지고 있었다. 머리가 쭈뼛 설 정도의 빠른 속도였다. 무서웠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낙하이다. 물론 제상에게는 앨리스와 같은 여유는 없었다. 그는 고소공포증이었다. 그런 자신이 이렇게 아무런 장비 없이-장비가 있다고 해도 싫었겠지만- 자유낙하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 무서워서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앨리스는 간이 부은 소녀였던 것이 분명하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보아 맨홀이 이렇게 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제상은 그 간단한 사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혼비백산한 상태였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극한의 공포만이 제상의 머릿속을 사로잡고 있었다. 끝도 없을 것 같은 무한한 어둠의 심연 속에서 갑자기 낙하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뿐하게, 땅에 안착했다.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어 눈을 떴을 때, 제상이 제일 먼저 마주친 것은 꿈만 같게도 그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토끼였다. 하늘도 빙빙 돌고, 넋이 나가 사지분간도 못하는 제상에겐 오로지 흰 털에 빨간 눈을 가진 토끼만이 명료하게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토끼의 품에 안겨 있는 건가? 코앞에 토끼의 얼굴이 왔다 갔다 했다.




“토끼...토끼야!!!!”




제상은 득달같이 토끼에게 팔을 뻗었다. 토끼의 가냘픈 목을 껴안고 매달렸다. 토끼가 무거웠는지 뒤로 넘어갔다. 무거울 법도 하다. 제상은 건장하지는 않지만 평균의 키와 몸무게를 가진 19세의 남성이었다. 안 그래도 동그란 토끼의 눈이 더 커졌다. 어리둥절한 눈이 정말 귀엽다. 앙증맞은 새빨간 눈에 눈처럼 티끌 한 점 없이 하얀 털, 보기만 해도 애지중지 길러진 고급 애묘(愛卯)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인이 얼마나 잘 빗겼는지 폭신폭신하고 복슬복슬하고 쓰다듬으면 비단결 같을 것이다. 그 정도로 제상과 마주한 토끼의 털은 윤기가 흐르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만지고 싶다. 토끼털은 토끼가 방금 제상과 함께 뒤로 넘어져서 조금 흐트러지긴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완벽했다.



토끼가 말하고 있었다. 만져줘요...어서 날 만져줘요...토끼의 털이 유혹했다. 깨끗하고 순결한, 눈보다 더 하얀 내 토끼. -어느새 토끼는 재상의 것이 되어있었다- 이 만남은 필시 운명이었다. 이 토끼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예비 된 것이었다. 나만의 작고 사랑스러운 생물. 제상은 감격에 겨워 외쳤다.




“내 토끼구나!!”


“이게...지금 뭐라는 거지?”




토끼가 정말로 말을 했다. 역시 아까 만져달라는 것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제상이 멀뚱히 토끼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자 갑자기 토끼가 새하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인상을 확 구겼다. 그 모습마저도 앙증맞고 귀여웠다. 수줍음이 많은 것일까. 정말로 말을 하는 토끼였다. 행복하다. 이젠 사랑하는 토끼와 말을 나눌 수도 있는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토끼가 날 이해해 줄까. 오늘의 브로콜리는 평소보다 맛이 있었을까. 유기농이 정말 더 맛있는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간 인간과 토끼라는 종족의 벽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가! 이젠 토끼가 학교 잘 갔다 왔니, 라고 물어오기도 할 것이다. 정말로 이것은 운명이다. 분명히 이것은 자신의 토끼였다.



제상의 행복한 망상과는 달리 토끼는 잔뜩 짜증이 난 얼굴이다. 제상은 걱정이 되었다. 토끼가 왜, 왜?! 역시 낯선 사람이라서 경계하는 것일까.




“내, 내가 무서운 거니? 난 착한 사람이란다. 해치지 않아요.”


“.....이녀석 당장 치워. 끌어내.”




토끼의 차가운 명령이 떨어졌다. 토끼는 인상을 팍 구기며 짜증난다는 눈으로 제상을 바라보았다. 역시 자신이 싫었던 것일까. 제상의 눈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토끼가 짜증을 내고 있다. 나한테 화가 많이 났던 모양이다. 제상은 갑자기 서러워져서 눈물을 흘려버렸다. 매일같이 브로콜리 먹이고 양상추 먹이던 토끼가 자신을 배신했다.




“흑....흑...미안해...”




토끼는 제상의 팔에서 빠져나가려던 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제상을 보았다. 뿌옇게 흐린 시야 너머 새빨간 눈 가득히 자신이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토끼에게서 자신을 떼어내려고 했다. 토끼에게서 떼어놓으려는 악의 무리들은 처단해야 한다. 내 토끼는 연약하니까...지켜줘야 하니까.....




“폐하, 괜찮으십니까?”




패닉에서 벗어난 악의 무리들이 달려들어 제상을 던져버렸다. 가장 먼저 달려들어 제상을 멀리 던져버렸던 악의 무리 중 하나가 토끼에게 물었다. 제상은 구석에 처박혀서도 토끼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토끼가 가냘픈 손을 흔들었다. 제상이 볼 때 저건 분명 구해달라는 표시이다. 제상은 벽 한쪽에 처박혀 있던 몸을 일으켜 토끼를 괴롭히는 악당에게로 다가갔다.




“내 토끼를 건드리는 건...무엇이든 용서 못해!!”




제상은 알 수 없는 괴력으로 나쁜 놈을 멀리 던져버리고 다시 토끼를 껴안았다. 안 그래도 없는 힘을 너무 써버린 탓일까. 의식이 점점 멀어졌다. 토끼가 날 버리고 가면 안 되는데....







눈이 풀린 그날의 제상은 마치 좀비와도 같았다, 라고 모두가 회상했다. 갑자기 이상한 놈이 천장에서 떨어지더니 멍한 눈으로 입을 벌린 채 휘적휘적 코앞의 왕에게 달려들었다. 침입자를 막기 위해 황제의 친위대 로열나이츠들이 달려들었다. 믿기지 않는 괴력으로 주위의 로열나이츠들이 한 손에 제압당하고 황제가 암살자-침입자에서 암살자로 생각을 바꾸었다-에게 당할 각오를 굳히고 칼을 뽑았을 때, 그 암살자는 민첩하게 황제를 꼭 껴안고 매달렸다.



정적이 흘렀다. 침입자 혹은 암살자가 자신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황제는 자신에게 달라붙은 침입자를 떼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침입자가 어찌나 악착같이 달라붙는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침입자는 손에는 이상한 봉지를 들고 이상한 옷을 입고 이상한 가방 같은 것을 메고 있었다. 가방 안에 어떤 위험물질이 들어있을 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다. 끌어내라는 황제의 명령에 죽음을 각오한 로열나이츠들이 달려들었다. 모두들 황제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는 자들이다. 그런데 침입자의 힘이 어찌나 장사인지 떼어내도 떼어내도 다시 들러붙는다. 떼어내기에 성공해서 던졌더니 다시 밀어내고 황제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침입자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퉁, 하고 봉지가 떨어졌다. 그 안에서는 주황색의 당근이 데구르르, 굴러 나왔다.





-1-





“정신이 들었나?”




차가운 목소리에 제상은 무거운 눈을 비볐다. 흐릿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은빛이 도는 털에 빨간 눈. 제상은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토끼?”


“그럴 리가.”




역시 미친 건가...라는 작은 목소리와 함께 후, 하는 한숨소리가 들렸다.




“안 미쳤어.”




조금 정신이 맑아지자 알 수 있었다. 토끼가 연상되었을 뿐 사람이었다. 눈앞의 남자는 은발에 빨간 눈을 하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토끼와 착각을 해버린 것이다. 제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고 했다. 제상의 작은 움직임에 번개같이 칼을 뽑아 목에 가져다댄다. 스릉, 하는 소리와 거의 동시에 선뜩한 칼날의 느낌이 목에 느껴졌다. 이상하게 비현실적이다. 피가 날까? 궁금하지만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 제상은 몸을 일으키려던 불편한 자세로 굳어 있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시 몸을 눕혔다. 칼날이 제상의 움직임을 따라 내려왔다. 예민하고 섬세한 움직임이다. 잠에서 막 깨어난 무방비 상태의 사람에게 이러는 것은 옳지 않다. 제상이 눈을 치켜떴다. 예상 외로 칼을 뻗은 남자의 자세는 살기 한 점 없이 평온했다. 이상하게 속이 울렁거렸다.




“뭐야.”


“함부로 움직이지 마라. 그리고 묻는 말에 대답해. 넌 도대체 어디서 온 거지.”




그에게 맨홀을 타고 왔다, 라고 말하면 과연 알아들을까? 제상은 아찔한 표정을 지었다. 맨홀을 다시 한 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절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경험이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역시 지구의 반대편일까? 비현실적인 남자의 머리색과 눈동자의 색은 제상의 생각대로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명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알비노가 아닌 이상 저런 색은 불가능하다. 흰 머리도 아니고 미묘한 색이다. 굳이 따지자면 은색이라는 쪽이 정확하다. 제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서울. 대한민국.”


“서울. 대한민국?”




고대로 따라하는 목소리는 정확한 발음이었다. 외국인 주제에 한국말은 참 잘한다. 그러고 보니 국적불명의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말로 말하고 있는데 이해가 된다.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사실에 풋, 하고 웃자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허튼 수작하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




위험하다는 측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별궁에 제상을 데려다 놓은 것은 남자, 그, 델루인의 황제 시에란이었다. 그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온 몸을 샅샅이 뒤졌지만 별다른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한 문자가 기록된 책들은 비밀 지령을 적은 암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따로 조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괴상한 옷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이었다.



위험하니 직접 조사하겠다는 기사단장을 물리치고 혼자 별궁으로 왔다. 푹신한 침대에서 잘도 자고 있다. 침입자 주제에 잘 자고 있는 것이 괘씸했다. 덕분에 델루인의 황궁은 난리가 났는데 정작 소란의 주범이 편안하게 자고 있는 것이다. 시에란은 잠시 침입자를 관찰했다. 길지 않은 까만 머리카락이 잔뜩 흐트러져 있다. 분명히 눈동자도 까만 색이였다. 침입자가 가지고 있는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은 델루인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었다. 하겐의 검은 머리카락 역시 태어났을 때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검은 색의 머리카락은 밤을 상징하여 여신의 축복으로 칭해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시에란도 하늘에서 그가 떨어졌다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었다. 그 어설픈 행동이 암살자나 스파이의 것일 리가 없다. 잠정적으로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확신을 위해 루미노라 신전의 무녀에게 신탁을 내려달라는 통보를 해 놓은 상태였다. 그 답에 따라 이 검은 머리의 행보가 결정되는 것이다. 죽거나, 혹은 살거나.



제상은 남자의 말에 빈정이 상한 상태였다. 사실대로 말했는데도 안 믿는 것은 그쪽의 책임이다. 말을 해줘도 난리다. 머리가 아팠다. 아직도 눈이 무거웠다.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몰라도 온 몸이 쑤시고 아팠다. 자꾸만 저절로 눈이 감기려고 했다. 속도 메슥거린다.




“토끼. 여긴 어디지?”




제상이 삐딱하게 고개를 들고 물었다. 말이 끝나자 남자의 표정이 사납게 돌변했다. 토끼라는 말이 거슬린 것일까. 어쨌든 이곳에도 토끼가 존재하는 모양이다. 여긴 도대체 어딜까. 이 남자는 누구일까. 왜 자신은 목에 칼을 대고 있어야 하는가. 사실 묻고 싶은 것은 제상의 쪽이 더 많았다.




“무례하군. 감히 나에게 토끼라니.”




한 번도 그런 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는 시에란이다. 고작 작은 동물 따위와 같은 취급을 받다니, 납득할 수 없었다. 다들 신이 내려준 최상의 외모라며 시에란을 극찬했고, 모두가 조금이라도 시에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안달했다. 누구도 면전에서 토끼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시에란은 생전 처음 듣는 무례한 발언에 화가 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네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았잖아.”




무슨 생각으로 자신에게 반말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선황의 사후 지금까지 아무도 시에란에게 반말을 한 적이 없었다. 관심을 끌려는 의도라면 제대로 성공했다.




“침입자. 너에게 내 이름을 부를 자격은 없다.”


“그럼 토끼라고 부르라는 건가?”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칼이 제상의 목을 빗겨 베게에 꽂혔다. 마치 영화처럼 깃털이 흩날렸다. 제상은 몽롱한 감상에 젖어 하얀 깃털들을 눈으로 좇았다. 멋진 광경이다. 잠시 넋을 잃었다.



그나저나, 황제? 재미있는 일이다. 황제라니. 황제라고 스스로를 칭할 수 있는 자가 지구상에 있었던가. 세계사를 배운 기억을 뒤져도, 제상의 상식선에서도 없었다. 꿈이 이렇게까지 상세한 설정을 가질 수도 있나보다.




“그럼 황제씨. 여긴 어디지.”


“끝까지 무례하잖아. 배운 것이 없는 건가? 천한 태생인가?”


“하, 그러하시다면 고귀하신 황제폐하. 미천한 소인에게 폐하께서 다스리시는 나라가 어디인지 부디 알려주시겠습니까?”




제상은 비꼬는 말투로 대꾸했다. 시에란의 눈썹이 꿈틀했다. 침입자가 지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기억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일까. 꾸며내는 것도 정도가 있지 도가 지나치다. 하긴 자신에게 반말을 할 때부터 제정신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미친 것이었을까.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그 속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른다고 할 셈인가?”


“하찮고 천한 제가 어찌 폐하의 앞에서 거짓을 고하겠나이까?”




어린 아이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극이지만, 이럴 때 조금은 도움이 되고 있다. 제상은 의기양양한 태도로 말을 했다. 말투에 문제가 있을지언정 담고 있는 내용은 지극히 공손했다. 그 갭은 시에란에게 차라리 아까의 반말이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거북한 것이었다.




“폐하. 신탁이 내렸습니다.”




둘 사이의 대치를 끊어낸 것은 바깥의 목소리였다. 시에란은 칼을 거둬들였다. 푸른 기가 돌 정도로 잘 벼려진 칼이 칼집 속으로 갈무리 되었다.




“도망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잠자코 있어.”




어차피 제상은 여기가 어딘지도 몰랐다. 그런 그가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나가고 싶은 생각도 아직은 없었다. 과잉 친절의 대접에 어찌나 감사한지 눈물이 날 지경이다.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다. 슬슬 울렁증이 가라앉고 나니 배가 고픈 것 같다. 침입자라고 의심받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용의자에게도 인권은 있는 법이다. 물론 이 사람에게 그것이 통할지는 의문이었다. 제상은 몸을 일으켜 과장된 모습으로 허리를 굽혔다. 물론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그만큼 제상에게는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감금할 땐 하시더라도 부디 먹여가면서 해주십시오. 존경하는 황제폐하.”


“일러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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