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무이]엉겅퀴 - 7

128일전 | 119읽음

근처를 찌르는 점차 몸을 세우는 그의 성기를 자극하기 위해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조의 입술에서 나직한 신음이 새어 나오며 허리를 끌어안은 손에 더욱 힘이 가해졌다. 입술은 서로를 삼킬 것처럼 맞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커다란 음경처럼 붉은 혀가 안을 거세게 침투해왔다. 채 삼키지 못한 타액이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하아……."



이렇게 흥분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결국 조는 재이를 번쩍 안아 들고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키스를 멈추지 않으며 재이의 셔츠를 가슴께까지 끌어올렸다. 손바닥 아래에 미끈하게 잘 빠진 육체가 그대로 느껴졌다. 손가락 끝으로 갈색의 작은 젖꼭지를 애무하자 재이는 튕기듯 전율하며 달뜬 신음을 토해냈다.



"여기…… 민감하구나."



조는 축축하게 젖은 입술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고 입술을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혀로 천천히 유륜 주위를 애무하며 애를 태우자 재이가 손가락을 가볍게 물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세운 혀끝으로 젖꼭지를 슬쩍 건드렸다. 몸이 비틀어지며 흐느끼는 것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상기된 뺨 위로 파르르 떨리고 있는 긴 속눈썹이 색스러웠다. 이대로 계속했으면 좋긴 하겠는데 맞대고 있는 몸의 열이 장난이 아니었다. 거의 마지막까지 타올랐기에 욕망을 누르는 것은 조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악문 채 으르렁대는 신음을 마지막으로 토해낸 조는 셔츠를 끌어내리고 툭툭 재이의 뺨을 치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그만 약 먹읍시다. 병약미소년군."



갑작스레 중지된 애욕의 향연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재이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조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병약…… 뭐?"



조는 차가운 물을 단숨에 들이켜고 컵에 물을 따른 후 지어 온 약과 함께 재이에게 건넸다. 재이는 당황했다. 뭐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대로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레 그가 멈춘 이유를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재이는 주춤거리며 일어나 침대 헤드에 기대앉아 반바지 위에 그대로 드러난 흥분한 성기를 가리려 살짝 다리를 모아 세웠다.



"그러니까 Mr. weak handsome boy라고 해야 하나?"



물과 함께 약을 삼키다 말고 재이는 고스란히 모든 것을 뿜어낼 뻔 했다.



"Shit! 지금 무슨 소릴! 나 그거 아니에요. 난 weak 하지 않아!"



"어쨌든 지금은 열이 장난이 아니야. 약 먹었으면 어서 자. 착하지?"



조는 아이를 어르듯 뺨을 툭툭 치며 침대 발치에 내려가 있는 이불을 끌어 올렸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자요?"



볼멘소리로 투덜대면서도 재이는 시키는 대로 순순히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힘을 받은 성기는 좀처럼 수그러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열이 많이 나나? 재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오전보다는 훨씬 좋았다. 아침에는 뼈 마디마디까지 쑤시는 게 장난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해도 상관없는데, 재이는 빙글빙글 웃고 있는 조를 불만스러운 눈으로 쏘아봤다. 역시 지나치게 친절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재이의 착각은 1초도 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만면 가득 미소를 띠고 있던 조는 장난기가 가득한 눈을 빛냈다.



"쿡쿡, 내가 이 빚은 톡톡히 갚는다고 했지? 자, 이렇게 되면 1:1인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재이의 옆에 놓여 있던 베개가 정통으로 조의 얼굴을 내리쳤다. 조는 펄쩍 일어나 황급히 뒤로 물러났고 재이는 분을 참지 못해 이번에는 조를 향해 베개를 힘껏 내던졌다.



"젠장! 내가 미쳤지! 미쳤어!"



"헤이, 헤이! 진정해. 농담이야, 농담!"



침대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도망 다니던 조는 안 되겠는지 침대로 달려들어 온몸으로 재이를 제압했다.



"참내, 성깔하곤. 농담이야, 농담. 귀여워서 그래. 네가 너무 귀여워서."



"이젠 안 속아. 이 팔 안 놔? 놔!"



재이는 무섭게 쏘아보며 이를 악물고 으르렁댔다.



"정말이야. 미안. 화나게 했으면 미안."



속삭이듯 말하는 목소리에도, 내려다보는 눈길에도 거짓은 없었다. 하지만 짓궂어. 정말 너무 짓궂어. 재이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왜인지 알 수 없지만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손목을 누르고 있던 조의 손에서 스르르 힘이 풀렸다. 재이는 등을 돌려 뻐근해진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조는 한데 뒤엉켰던 이불을 깨끗하게 펼쳐 다시 어깨 끝까지 덮어준 후 침대에서 물러났다. 가려는 것일까. 재이는 힐끔 눈을 돌렸다. 화장실에서 쏴 하고 쏟아지는 물소리가 났다. 조의 그림자가 다시 침실로 드리워질 때 재이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의 체향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마에 서늘하고 축축한 기운이 느껴졌다. 수건에 차가운 물을 적셔 이마에 대준 모양이었다. 엄마가 살아 계실 때도 어쩌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나면 꼭 이렇게 차가운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열이 많이 나면 이렇게 해주던데, 도움이 되는 거겠지?"



가슴이 욱신거렸다. 정말이지 이 사람은 미워할 수가 없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미풍처럼 불어와 뺨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재이는 이불을 굳게 움켜쥐었다. 믿어도 되는 걸까. 그냥 한때의 장난이 아니라고 믿어도 되는 걸까. 말할 수 없이 마음이 흔들리는 가운데 약기운이 밀려왔다. 낮에 그렇게 잤는데 또 잠이 오다니, 정상이 아니긴 아닌 모양이었다. 재이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 두 번 의식이 불빛처럼 깜빡거리다 까무룩 멀어졌다.



"아아, 이제 두 번째인가?"



상대와 호텔에 들어왔다 아무 일도 안하고 나가는 거 말이다. 재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보며 조는 피식 혼자 웃었다. 어쩌면 지금까지가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한참을 앉아 재이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던 조는 조심스레 일어났다. 그리고 재이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힘을 조정해 아주 천천히 문을 닫았다.



호텔 밖으로 나오자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훅 감쌌다. 며칠 전만 해도 밤이면 제법 선선하게 불던 바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는 벌써 이마에 맺히기 시작한 땀을 손으로 닦아내었다. 어느새 공기가 바뀌어 있었다.





3. 열한자리 숫자의 마법







"이사랄 것도 없어요. 가방 하난데요, 뭘."



이틀 후에 이사하면 도와줄 수 있다는 조의 말에 재이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언제나 제멋대로다 싶어 꽁한 마음이 들면서도 입 밖으로 나가는 말은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꼭 바람 같았다. 생각과 동시에 열어놓은 창문 새로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방 안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집고 들어와 이리저리 툭툭 건드리고 다녔다. 문을 닫으면 그만이지만, 그다지 닫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꽁꽁 닫은 방 안에서만 도는 에어컨 바람은 시원하긴 했지만 답답했다. 그래도 전화가 와서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자신이 우스워 재이는 꼼꼼하게 꾸려놓은 커다란 여행 가방을 발로 툭툭 찼다.



조가 들렀던 다음 날 아침 재이는 또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이 남자가 또 장난을 치나 해서 무뚝뚝하게 문을 열었는데 배달원은 갓 만든 따끈따끈한 죽을 건네고 갔다. 아무런 메시지도 설명도 없었지만 조의 짓임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죽 봉투 안에는 녹색의 산 소주가 들어 있었으니까.


재이는 뒤섞인 복잡한 감정에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한 채 죽과 소주를 번갈아 보기만 했다. 죽을 보면 도대체 이 남자의 친절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졌고 소주를 보고 있으면 이게 정말 친절해서인지, 아니면 장난기가 심해서인지 알 수가 없어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 여전히 그와는 연락불능이었다. 핑계 삼아 고맙다고 전화하려 해도 조의 번호는 미스터리였다. 처음 만났다 헤어졌을 때처럼 재이는 조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신데렐라 마법의 밤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창가에 어울리지 않는 장식품처럼 놓아둔 초록색 소주병이 아니었다면 재이는 열이 심해서 꿈을 꾼 거려니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학원에서 방이 났으니 아무 때나 이사 와도 좋다고 연락이 온 것이 벌써 사흘 전이었다. 그러나 재이는 스스로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이사를 하루하루 미뤘다. 기실은 그와 연락이 끊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업의 연락처도 알고 있고, 바로크도 알고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찾을 수 있겠지만 내키지 않았다. 전화번호조차 말해주지 않는 사람에게 그렇게 애써서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버틸 때까지 버티다 항복을 선언하고 체크아웃을 결심한 날 아침 호텔의 구식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었다. 예감처럼 가슴이 뛰었고, 전화벨이 서너 번 울리기를 기다린 후 천천히 수화기를 들었다. 조였다. 재이는 바쁜 와중에 전화를 받은 것처럼, 전혀 그의 전화 따위는 기다린 적이 없는 것처럼 무심하게 굴었다. 그러나 자꾸 새어 나오는 미소는 어쩔 수 없었다.



"괜찮아요, 택시 불렀어요. 네. 신사동이에요. 음, 그냥 작은 스튜디오. 스쿨에서 쓰는 숙소 같아요. 하하, 그럴 리가요."



재이는 시계를 힐끗 봤다. 택시가 올 때까지는 대략 십오 분 정도가 남았다. 체크아웃하려면 대략 오 분 후에는 나가야 하니까 그 전에 통화를 마무리 지어야 했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그의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는데 조가 먼저 핸드폰을 만들었는지 물었다.



"네, 며칠 전에 만들었어요."



기다렸다는 듯 냉큼 번호를 말하기가 어쩐지 쑥스러웠다. 그동안의 기다림에 대해 조금 심술이 나기도 해 쉽게 알려주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재이는 수화기를 바꿔 들고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음, 아직 넘버를 못 외웠어요. 조 넘버 불러줄래요? 메시지 보낼게요."



수화기를 머리와 어깨 사이에 끼우고 핸드폰을 든 채 번호를 입력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런데 너머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전화가 끊어졌나 싶어 재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손가락으로 송화기 부분을 툭툭 건드렸다.



"헬로? 여보세요?"



나직한 한숨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흘러들어왔다. 주저하며 끄는 듯 무의미한 웅얼거림이 들렸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어 의아해하던 재이는 어느 순간 그가 지키고 있는 침묵의 정체를 알아챘다. 조는 자신에게 번호를 알려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당황한 나머지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툭 떨어뜨렸다. 반사적으로 다시 주웠지만 손이 가늘게 떨렸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가 지금까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친절한 행동,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던 교감은 전부 착각이었던가. 가시라도 박힌 것처럼 심장이 쿡쿡 쑤셨다.



여기까지, 그가 허락한 선은 여기까지였다.



한 마디도 말하진 않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 없었다. 더 이상 들어오려고 하지 말라는 무언의 명령이었다. 편하게 만나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그냥 아는 사이. 결코 나쁘지 않은 적당한 관계. 머리는 점점 차가워지는데 이상하게 눈시울은 뜨거워졌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이 다르다고 해서 그에게 같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그가 눈치 채기 전에 어서 아무 말이나 해야 했다. 재이는 핸드폰을 뒷주머니에 밀어 넣고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아, 정말이지, 나도 정말 기계치라니까요. 코드 넘버를 뭐로 설정해놨는지 까먹었어요. 아, 정말 바보야, 바보."



최대한 침착해지려고 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전화기 너머에서 변명하려는 듯 미안하다고 말하는 나직한 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사과의 말에 심장이 더욱 내려앉았다.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심경이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동요를 들킨 것도, 미안하다는 결코 듣고 싶지 않았던 그의 말도. 속이 상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조는 무어라 말을 더 이으려 했지만 재이는 못 들은 척 중간에서 말을 가로채버렸다.



"택시가 왔어요.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미안하지만 지업 씨한테 넘버 알려줬으니까, 물어보세요."



짤막한 침묵 후 알았다는 말이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가 끊어졌음을 알리는 신호음이 커다랗게 울렸다. 재이는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숨을 몰아쉬었다. 전부 알았으리라. 실망하고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 고스란히 눈치 챘을 거였다. 바보 같다. 너무나 바보 같았다. 번호 따위 말해주지 않을 수도 있는 건데, 그냥 가볍게 넘겼으면 그만인 일인데, 괜히 떠볼 생각하지 말고 그까짓 번호 말해버렸으면 되는 건데. 아마도 다시는 연락하지 않을 거다. 지업에게 자신의 번호를 물을 일도 없을 거다.



자꾸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 재이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차가운 물을 세면대에 가득 받아 얼굴을 물속에 처박았다. 숨을 참고 눈을 감았다. 몸에서 흘러나온 미지근한 체온의 물이 차가운 수돗물에 뒤섞였다. 세면대를 잡은 손아귀에 힘이 더해졌다. 점점 숨이 막혀왔다. 몸 안의 산소를 최후까지 소비해버리는, 밀고 또 밀어 얼굴이 새빨갛게 붓도록 밀어내버려 쓸데없는 모든 것을 쥐어짜버리는 느낌. 재이는 확 고개를 쳐들어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물이 뚝뚝 떨어져 연두색의 셔츠가 점점이 짙어졌다. 수건으로 물기를 대충 닦으며 숨을 고르던 재이는 마지막 한숨을 작게 토해냈다.



"Ok. Bring it on."



재이는 벽에 기대 놓았던 배낭을 둘러메고 여행가방 손잡이를 길게 뺐다. 방 안을 마지막으로 휘휘 둘러 빠트린 것은 없나 살펴보는데 열어놓은 창문 새로 불어온 바람이 커튼을 크게 휘익 날렸고 동시에 무언가 쿵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재이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드럽게 펄럭이는 하얀 커튼의 자락이 반짝이는 녹색의 소주병을 감싸듯 품에 안고 있었다.



한참을 문 앞에 서서 커튼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주병을 바라만 보던 재이는 창가로 다가갔다.



의미부여.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생길 수도 있는 일에 마음을 담아 의미를 부여한다. 예감이라고도 하던가. 무의미를 유의미로 만들어버리는 인간만의 착각 말이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에도 예감이 있었다.



전날까지 죽 병상을 지키다가 호전된 엄마의 상태에 안심을 하고 잠깐 학교에 들렀다. 햇살은 눈부시고 바람은 시원하고 파란 하늘에는 베일 같은 층운이 물결처럼 번져 있었고, 여상스러우나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로 인해 여느 때보다 근사한 하루였다. 카페 스트라다의 모카는 비린 맛 하나 없이 맛있었고, 언덕 위로 보이는 작은 숲과 군데군데 위치한 붉은 벽돌 건물은 그림처럼 선명했다. 평온한 골목길을 돌아설 때 한 무리의 아이들이 들고 가던 카세트라디오에서는 ‘what a wonderful day’가 흘러나왔고, 테니스장을 뚫고 하늘로 솟구치던 홈런 볼은 근사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도로 위에 안착했다. 도서관에서는 다른 날보다 책 냄새가 그윽할 정도로 퍼져 나와 가슴을 흔들었다. 그래서 반납만 하고 가려던 계획을 접고 괜히 서가 사이를 오가며 무슨 책을 읽을까 배회했다. 그러다 미국현대문학 서가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한 소설의 구절이 너무나 아름다워 재이는 충동적으로 그 페이지의 귀퉁이를 살짝 접어 엉뚱한 서가의 맨 위에 깊숙이 꽂아놓았다. 아무도 찾지 못하길 바라는 내밀한 바람이 심장을 맥박 치게 만들었고,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돌아섰을 때 헨리 다트머스와 마주쳤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헨리 제임스 책을 힐끗 보더니 말을 걸었다. 서가 끄트머리에 위치한 창턱에 걸터앉아 부드럽게 미소 짓던 헨리는 헨리 제임스가 묘사한 베네치아의 운하만큼이나 깊은 물빛 눈동자로


RELATED 113 [진무이]엉겅퀴 - 8 128일전 111 [진무이]엉겅퀴 - 9 128일전 112 [진무이]엉겅퀴 - 10 128일전 172 [진무이]엉겅퀴 - 11 128일전 113 [진무이]엉겅퀴 - 12 128일전 102 [진무이]엉겅퀴 - 13 128일전 105 [진무이]엉겅퀴 - 14 128일전 113 [진무이]엉겅퀴 - 15 128일전 97 [진무이]엉겅퀴 - 16 128일전 95 [진무이]엉겅퀴 - 17 128일전
TODAY BEST 더보기 1336 [천연과실]라스넬 - 1 128일전 1154 [청몽채화]화랑세기 - 1 128일전 494 [아키즈키 코오] 후지미교향악단 3부 - 1 128일전 493 [떠오른구름]붉은장미꽃처럼 - 1 128일전 678 1.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 1 128일전 609 [에르아르]붉은 여왕red queen - 1 128일전 508 [아카네]The Rabbit Holic 1,2부 - 1 128일전 928 [진무이]엉겅퀴 - 1 128일전 426 [Hippocampus]메마른바다 - 1 128일전 588 블레싱. - 1 128일전 712 [레드럼] The game 4round - 1 128일전 632 [반] blue blue friday 외전 - 1 128일전 364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 1 128일전 866 [미코노스]2.복숭아는 맛있다 - 1 128일전 484 [voice]강수, 강공에게 걸려넘어지다-1부 - 1 128일전 1181 [헤이어]_내_침실에_원시인이_산다_내_정원~외전 - 1 128일전 605 [조흔이한]선생님 사랑해요 1,2부 - 1 128일전 279 [판타지]엘디아룬 - 1 128일전 740 [헤이어]닭뼈의 왕자님 - 1 128일전 465 3.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1 128일전
다음 페이지
요청게시판 요청하기
진행중 자료 부탁드려요! 완료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