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무이]엉겅퀴 - 1

167일전 | 2,398읽음

[엉겅퀴]by.진무이



엉겅퀴 草



1. 즐거운 지옥으로






때에 이르면 연어는 긴 여행을 시작한다. 한평생 살았던 익숙한 바다를 떠나 자신과 자신의 부모가, 그리고 또 그들의



부모가 태어났던 강으로 돌아간다. 기억하지도 못하고, 안내해줄 길잡이도 없는데 그들은 어떻게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 지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처럼, 별들의 운행을 이해해 따라가는 것처럼 정확히 그곳, 고향으로 말이다.



***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도심의 소음 속에서, 목을 부러질 정도로 젖혀야 하늘 조각이 보이는 마천루 사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재이는 연어를 떠올렸다.



다시금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길고 날카롭게 울렸다. 달팽이관을 어지러이 뒤흔드는 소음은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파고들어 미



간 사이에 깊은 주름을 새겼다. 구겨진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이와 때를 같이 해 커다란 버스가 매캐한 연기를 내뿜으며 출발



했다. 아아, 이래서야 모처럼 돌아왔다 한들 알이라도 낳을 수 있겠는가. 뿌옇게 차오르는 매연을 피해 고개를 돌리며 재이는 쓴웃



음을 입술 위로 힘없이 피워냈다. 뭐랄까,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랄까. 사투를 벌여 돌아온 고향 강이 각종 폐수



로 인해 오염된 바람에 알을 낳을 수 없게 된 연어의 절망적인 심정이 고스란히 심장에 포개졌다. 그러나 재이는 곧 고개를 가로저었



다. 자신은 그저 서울의 소란스러움에 피로한 것일 뿐, 알을 낳을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까지는 아니니까 말이다. 연어에 비하기에 자



신의 곤란은 매우 사소했다.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도심의 번잡함에 기운을 완전히 소진해버린 재이는 부평초처럼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었다. 매연과 소음에 넋을 잃고 끊임없이 곁을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을 멍하니 바라본 채, 폐사해 강물 위를 둥둥 떠다



니는 연어의 시체를 생각하며 말이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것은 뺨 위에 떨어진 차가운 물방울 때문이다. 재이는 하늘을 쳐다봤다. 차가운 물방울이 연속해서 눈꺼풀과



이마에 떨어졌다. 주변의 흐름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빨라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은 빠른 속도로 커지며 경쾌한 소리와 함께 쏟아지



기 시작했다. 비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달려가던 남자가 거칠게 팔을 치고 지나갔다. 순간적으로 얼굴을 찡그리면서 습



관이 된 “Excuse me.”를 말했지만 이미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한 번도 자신이 모자라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서울에 와서부터 재이는 자신이 바보가 아닐까 끊임없이 의심했다. 지금처럼. 비가 쏟아지는 거리 한복판에 홀



로 서서 비를 쫄딱 맞고 있는 꼬락서니는 의심을 확신으로 변하게 했다.



바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재이는 터벅터벅 가장 가까이 있는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쩐지 짜증이 났다. 문 옆에는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머리카락에 묻은 빗방울을 터는데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괜히 눈에 힘이 들어갔다. 시선이 마주치면 반사적으로 눈을 돌리는 대개의



한국 사람들과는 달리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외려 빙그레 웃기까지 했다. 다른 때 같았다면 반가운 마음에 재이 역시 환한 미소



로 화답했겠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남자의 미소는 호의보다는 비웃음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재이는 남자를 무시하



고 유리창 너머에 보이는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진한 에스프레소라도 한 잔 마셔서 정신을 차리든지 해야지 이 상태로는 숙소



까지 돌아가는 것도 힘들었다. 길게 한숨을 내쉬며 앞 사람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무거운 유리문이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지 않아. 그러니 어디 들어갈 때는 굉장히 조심해야 해.'



서울에 간다고 했더니 한국에서 삼 년을 살다가 온 친구가 제일 먼저 한 충고였다. 문이 달려드는 순간 친구의 충고를 떠올리고 ‘아



차!’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대로 부딪히겠다 싶어 재이는 눈을 질끈 감고 두 팔을 올렸다. 그러나 예상했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쿵 하는 소리도, 팔을 강타하는 충격도 없었다. 조심스레 실눈을 떴다. 유리문은 눈앞에서 천천히 멀어지고 있었다.



"조심하셔야죠."



예의 발랐지만 웃음기가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직전에 눈이 마주친, 유리문 옆에 서 있던 남자였다. 그러나 고마운 마음보다는 시



끄럽고 복잡하고 공기 나쁘고, 부딪히고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고 뒷사람을 위해 문조차 잡아주지 않는, 배려라고는 없는 이 나라에 대한



짜증이 한순간에 솟아올라 재이는 무뚝뚝한 얼굴로 남자가 잡아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이 나라 식으로 말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식을 따르라고 했겠다, 그래 서울에서는 서울식으로 해주마.'



대상 없는 전의를 활활 불태우며 카페의 카운터로 성큼성큼 걸어가 커다란 목소리로 에스프레소 도피오를 주문했다. 일시적이



나마 기력을 회복하는 데는 커피가 최고였다. 어쨌든 살아남아야 할 것 아닌가. 역시나 비강을 파고드는 진한 커피 향만으로도



정신이 번쩍 났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카운터 앞에 선 채 단 세 모금에 에스프레소를 전부 마셔버렸다. 그리고 차가운 얼음물을



컵에 가득 받은 후 밖이 보이는 유리창 옆에 자리를 잡았다.




푹신한 소파에 깊숙이 몸을 기대자 절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여유가 생기자 좀 전에 자신이 저질렀던 무례가 떠올랐다. 고개



를 빼고 남자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이 바쁜 서울에서 평일 한낮에 일없이 오랫동안, 그래봤자 5분여 정도지만,



한곳에 서 있을 사람은 없었다. 한 번씩 불쑥 튀어나오는 이놈의 성질이 문제였다.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 셈이니, 재이는



자신의 실수가 열없어 낯빛을 붉혔다. 아빠가 봤다면 ‘허허, 저 녀석 성깔하곤.’ 한 마디 했을 텐데. 연이어 떠오른 생각에 재이는





그제야 이곳에 왔던 목적을 상기했다. 가슴이 뛰었다. 맙소사, 그와 한 건물 안에 있잖아. 처음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재이는 바닥에 남은 미지근한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꼭 가야겠니?'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빠의 질문을 듣는 순간 꼭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을 맞닥뜨렸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은 추



상적이고 모호했다. 막연히 서울을 가야 하겠구나 결정하긴 했지만 즉흥적이고 모호했던 결심이 당위적 명령으로 바뀐 것은 그 순간이었다. 때에 이른 연어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쪽 생활을 정리하고 얼마가 걸릴지 모르는 여행을 준비하는 데만도 꼬박 일 년이 걸렸고, 서울에 도착해 이 건물로 들어오기



까지는 열흘이 걸렸다. 아마 그것도 얼이 빠진 상태에서 카페인을 찾아 헤매지 않았다면 더 걸렸을지 모르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서두



를 생각은 없었다. 비록 쫓기는 것처럼 초조하게 굴다가 예상보다 훨씬 일찍 이곳으로 걸음하고는 말았지만, 이성은 ‘천천히, 느긋하게.



’를 꾸준히 말하고 있었고 재이는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 단지 처음의 결정처럼 본능이 강했을 뿐이었다.



이십삼 년이었다. 이 정도는 괜찮았다. 재이는 느긋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연어보다 기특하지 않은가. 서울에서 살았던 것은 태아



시절의 8주간뿐이었지만 길도 잃지 않고 제대로 돌아왔다.



한결 가뿐해진 마음에 재이는 카페에 흐르는 감미로운 선율의 음악에 피로한 심신을 싣고 긴장을 풀었다. 세차게 쏟아 붓는



빗속에서도 사람들은 우산을 펴든 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소나기가 분명한데도 사람들은 비를 피해 잠시 쉬었다 갈 생각



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무엇이 그렇게 바쁠까. 시티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자기네 사는 곳을 일



컬어 시티라고 부른다. 뉴요커들이 뉴욕을 맨하탄, 혹은 타운이라고 부르듯이.


도 한가한 도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서울은 차원이 달랐다. 어딜 가나 차와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다들 곁눈질하는 법 없


이 어딘가를 향해 맹렬히 나아갔다.



재이는 버스가 도착하자 우르르 뛰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쿡쿡 웃었다. 그 속에 뒤섞여 있을 때는 넋을 앗아가던 복잡함도 한 걸



음 떨어진 구경꾼이 되자 엇박자를 지닌 무곡처럼 경쾌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도착한 다음날 정류장에서 이리저리 뛰는 사람들



속에 휩쓸렸다가 버스를 놓쳤고 인터뷰 시간에도 삼십 분이나 늦어버렸다. 숙소로 돌아올 때는 그래서 지하철을 택했지만, 수



많은 노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복잡한 지도라니. 겨우 세 시간의 외출이었지만 완전히 녹초가 돼 식사도 잊고 죽은 듯이 내리 열두 시간을 잤다.



"그래,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지옥."



아빠의 표현을 떠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빠가 그랬다. 서울의 무질서한 혼잡함은 처음에는 공포로 다가오지만 익숙해지면 세상에



서 제일 재밌는 지옥이 될 거라고. 재이는 비가 멎은 지옥 속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소나기에 젖은 지옥의 보도에는 예상치 못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물웅덩이라는. 타고 갈 버스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뛰기 시작한 자신에 감격할 새도 없이 풍덩 하는 소리와 함



께 오른쪽 발이 웅덩이에 빠졌다. 사방으로 흙탕물이 튀었고 옆에 있던 여자는 높은 비명을 질렀다. 절망적인 기분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기요, 조심 좀 하세요."



"죄…… 죄송합니다."



허둥지둥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냈지만 어느새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두리번거리는 재이의 눈에 버스 앞에 서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재이는 여자를 태운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서 있다 고개를 푹 숙였다. 바지 밑단에서 허벅지까지,



흙탕물은 베이지색 면바지에 요란스런 무늬를 새겨놓았고 오른쪽 운동화는 흠뻑 젖어 구정물이 질질 흘리고 있었다. 갈라진 보



도의 사이를 따라 한숨은 검은 궤적을 그리며 깨진 틈 속으로 스며들었다.



언제쯤이면 세상에서 제일 재밌게 될 것인가. 재이에게 서울은 아직까지는 적응하기 힘든 지옥일 뿐이었다.



***



"하하, 그런가요?"



"예. 서울 사람들은 다 대단해요. 아직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난 일 년 동안 쓸 기운을 보름 만에 다 써버린 느낌이에요."



재이는 바에 엎드리듯 상체를 완전히 기댄 채 앓는 소리를 냈다.



"하하, 기운 내요. 금방 적응할 거예요. 자, 이거. 지옥으로 온 거 축하, Let‘s Celebrate. 샴페인 베이스에 보드카와 라즈베리 믹스."



바텐더가 눈앞으로 내미는 큰 고블렛 잔을 보고 재이는 탄성을 내질렀다. 핑크색의 음료 위에는 풍부한 생크림과 색색의 꽃과



과일, 금빛과 은빛의 반짝이는 금속가지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와우, 세상에, 맙소사, 이렇게 예쁜 건 처음 봐요."



"지옥엔 더 근사한 것도 많아요. 그거, 금속가지만 빼고 다 먹어도 오케이."



예쁜 칵테일과 입가에 가느다란 주름이 새겨지는 바텐더의 푸근한 미소는 지옥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



다. 재이는 길게 뻗은 날렵한 은제 스푼으로 조심스레 크림과 함께 꽃 하나를 떠서 입에 넣었다. 저절로 미소가 활짝 피었다. 행복해지는 맛이었다.



"어? Let‘s Celebrate? 웬일이야, 저걸 다 만들고."



재이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가게로 들어온 흰 면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하나 건너 있는 스툴 위에 털썩 걸터앉으며 바텐더에게 물었다.



"아아, 지옥에 온 걸 환영하는데, 평범한 것으론 영 곤란해서."



바텐더는 비밀스럽게 윙크를 하며 옆에 앉은 남자에게 애매한 답을 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남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고 재이는 수저를 입에 문 채 바텐더와 둘만이 통하는 미소를 교환했다. 두 사람의 은



밀한 눈짓을 번갈아 바라보던 남자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재이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는 귀엣말을 속삭였다.



"흐음, 조심해요. 독한 도수의 달콤한 칵테일로 유혹해서 편안한 미소와 부드러운 매너로 상대를 안심시킨 다음, 덥석 물어가는 남자가 하나 있는데, 아주 유명합니다."



"너, 이 자식, 처음 온 분한테 무슨 소릴?"



크리스털 글라스를 씻던 바텐더는 남자에게 주의를 줬지만 목소리에는 조금도 언짢거나 불쾌한 기색이 없었다. 남자도 마찬가지였



다. 두 사람의 여유 있는 태도를 보건대 이건 두 사람이 흔히 하는 장난의 하나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서울이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이야길 했거든요. 전 얼마 전에 미국에서 왔고요, 어찌나 복잡하고 정신없는지 완전히 지쳐버려서……."



"재미있는 지옥? 근사한 표현이네. 자~, 그렇다면 환영 음악도 맞춰줘야지. 첼로조곡은 영 아니라구."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 옆으로 걸어갔다. 무언가를 누르자 벽을 장식하던 빗살무늬 나무판이 스르르 미끄러지며 열렸다. 재이



는 또 한번 감탄사를 내질렀다. LP판이며 CD가 바닥에서 천장까지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대단한 컬렉션이네요."



넋을 잃고 중얼대는 말에 생수를 꺼내 잔과 함께 준비하던 바텐더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허리를 굽혀 판을 뒤적이던 남자가 큰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멜쿠스? 오이스트라흐? 아니면 산뜻하게 만츠, 어떤 걸로 할까?"



바텐더는 보관함에서 발베니를 꺼낸 후 재이를 힐끗 쳐다보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축하용이라면 역시 오이스트라흐 아닌가?"



"Exactly right. 지업아, 세컨 테이블에서 마신다. 세팅 부탁해. 아, 미안해요, 그런데 이름이 뭐죠?"



바텐더에게 이것저것 부탁하던 남자는 턴테이블 앞에 서서 머쓱한 얼굴로 이름을 물었다.



"재이에요. 재이 킴."



"아아, 재이. 난 친구들이 보통 조라고 해."



"사실은 조조라고 하지. 발음을 좀 세게 해서."



칵테일과 위스키를 쟁반 위에 옮기면서 바텐더는 식지를 들어 남자를 놀리며 덧붙였다. 조조라고 부르는 게 왜 웃긴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재이는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씩 웃었다.



"헤이, 베이비. 이러면 곤란해. 재이,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 괜히 웃지 말아요. 모르는 거 다 알아. 자, 저기 저쪽에 붉은색 소파가



놓인 테이블 있죠? 거기로 옮겨요. 진짜 근사할 거야. I promise."



조의 목소리는 묘하게 신뢰를 주는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시킨다면 기분이 나쁠 텐데, 이상하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거침없지만 강압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일까. 어쩌면 바텐더의



부드럽고 편안한 태도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설핏 스쳤다.



재이는 조가 시킨 대로 붉은 우단으로 만들어진 푹신한 소파에 앉아 검갈색의 마호가니 테이블 위에 바텐더가 세팅하는 것



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다섯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작은 바와 테이블 다섯 개가 고작인 술집치고는 전체적으로 고급스



러워 보였다. 저 엄청난 컬렉션도 그렇고, 진열되어 있는 술도 하나같이 비싸보였다. 재이는 처음 가게에 들어왔을 때 바텐더 표



정이 이상야릇했던 것을 떠올렸다. 도착한 이래로 거의 호텔에 처박혀 있다 보니 사람이 그리워 이태원 클럽이나 한번 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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