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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불길한손님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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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길한 손님

    3번 국도를 달리던 은색 승용차가 방향을 틀어 서행을 시작한 것은 오후 4시 반 경이었다. 아직 한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아스팔트 위를 천천히 움직이던 차는 곧 인적 없는 좁은 도로로 접어들었다. 시퍼렇게 솟구친 풀과 나무들이 뜨거운 태양아래 희미한 그림자를 던지는 샛길이었다.

    돌을 튕기며 차가 멈추고, 앞좌석에서 내린 남자는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제 삼십대 초반의 젊은 남자였다. 곧 이어 내린 얼굴이 하얀 여자는 남편의 어깨와 허리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피곤하지?”

    묻는 아내의 말에 그는 깊게 빨아들인 연기를 날리며 씩 웃었다.

    “휴가철 치고는 생각보다 괜찮은데? 한 시간 정도만 더 가면 도착하겠다.”

    열어놓은 뒷문으로 노란 반바지를 입은 남자아이가 내려섰다. 젊은 부부의 외동아들이었다. 아이는 오줌이 마려운 듯 발을 구르더니 제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몇 번 흔들었다. 남편의 허리를 주무르던 그녀는 수풀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제 다 컸으니 혼자서도 눠야지. 휴게소가 요 앞인데, 그것도 못 참고. 아빠 힘들게 이게 뭐니.”

    입을 몇 번 비죽거리던 아이는 바지춤을 잡고 풀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얼굴과 팔이 여리고 하얀 전형적인 서울 아이었다. 자갈과 검은 흙이 얇은 샌들 아래로 딱딱하게 밟혔다. 몇 걸음 들어가자 빳빳한 잎들이 손등과 무릎을 찔러댔다. 아이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처음 보는 나무들이 위협적일 만큼 가지를 늘어트리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보던 기운 없는 단풍나무나 화초들과는 너무 달랐다. 바닥에는 잔가지와 떨어진 잎들이 갈색으로 썩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길게 올라온 풀들은 꼭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꼿꼿했다. 어디에서 어떻게 오줌을 눠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깨끗한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볼일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엄마와 아빠는 차 옆에서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엄마가 뭐라고 말하자 아빠가 하하하 큰소리로 웃었다. 둘 다 이쪽은 좀처럼 쳐다보지 않았다. 단념한 아이는 풀이 적게 난 곳을 찾아 몇 걸음 더 들어가 바지를 내렸다. 젖은 낙엽이 쌓여 푹신했다. 낯설어서인지 오줌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혼자서 오줌을 누면 항상 바지에 묻혔었다. 바지를 바짝 잡고 자리에 쪼그려 앉은 채 아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옆에 있는 큰 나무는 아파트 주변에 있는 가느다란 가로수들과 같은 나무라고 하기에는 완전히 달랐다. 딱딱하고, 거칠고 만지면 뜨거울 것 같은 두꺼운 기둥이 하늘까지 뻗어있었다. 하늘은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구름 한 점 없이 파랬다. 뜨거운 땀이 흘러 등이 축축해졌다. 갑자기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왈칵 들었다.

    엄마가 바다에 가자고 했지만 아이는 아직 바다가 어떤 것인지 잘 몰랐다. TV에서 봤던, 들어왔던 이미지의 기대감은 지금 당장 답답한 차 안과 더위, 오줌이 마려워 불편한 것들에 눌렸다.

    서서히 소변이 주위 흙과 풀 사이로 축축이 젖어들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검은 얼룩이 퍼져나가는 것을 멍하니 보던 아이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로 큰 새가 지나가며 뭐라고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아이는 분명 새 이외의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뭔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것 같은 소리였다. 서걱서걱 땅을 밀고 파헤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것은 앞쪽의 그늘진 잡초 사이에 있었다. 다섯 발자국 정도의 가까운 거리였다.

    아이는 얼른 일어나 바지를 입고 소변이 고인 웅덩이를 피해 돌을 하나 주었다. 조용한 덤불은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뱀일지도 몰라. 아이는 잇 사이로 슛, 하는 소리를 내고는 비틀려 자란 나무 옆을 조준해 돌을 던졌다.

    소리가 멈췄다. 그러나 잠시 후 그것은 더 큰 소리로 킁킁 거리고 끙끙거리고, 더 크게 풀을 흔들어댔다. 아이는 겁이 나서 가만히 그 자리에 서 그만 엄마 옆으로 돌아갈까 고민했다.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서 있는 그늘진 나무 아래에서, 차가 있는 곳은 밝고 더워 보였다. 허리를 굽힌 엄마가 샌들을 벗고 돌 위에 맨 발을 내려놓는 것이 보였다. 풀 속에서는 여전히 뭔가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 이쪽으로 올 기미는 없었다.

    어쩌면 TV에서 보았던 아기 너구리나 흙속에서 움직이는 두더지일지도 모른다. 아침방송에서 보았던 인형극을 떠올리며 썩어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가까이 가 풀을 갈라보았다. 처음에는 풀에 가려 무엇이 있는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잠시 후, 아이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이상하게 생긴 동물을 발견했다.

    해가 닿지 않는 젖은 땅위에 ‘그것’은 누워있었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린 채 그 이상한 것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털도 없고, 꼬리나 솟아오른 귀도 없었다. 그것은 개나 고양이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TV에서 봤던 어떤 동물과도 달랐다. 아니 알고 있는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 그냥 썩은 나뭇잎이 달라붙은 검고, 웅크린 덩어리 같은 것이었다.

    아이는 순간 혐오감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천천히 숨만 쉬던 그것이 천천히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아니, 그냥 그런 것 같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것에는 코가 없었다. 눈도 없었다. 몸의 끝 부분에 그저 커다랗게 뻥 뚫린 구멍 같은 것이 하나 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구멍은 마치 벌름거리는 콧구멍처럼 아이가 서 있는 쪽을 향해 서서히 벌어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그 기괴한 모양을 가만히 쳐다보던 아이는 한발 물러났다. 꿈틀거리던 그 까만 동물은 바닥을 기어 이쪽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얼른 뒤돌아 수풀을 헤치고 나왔다. 몸이 차갑고 기분이 나빴다. 무척 좋지 않은 것을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뜨거운 해 아래 엄마가 마시던 캔을 접어 비닐봉지에 넣는 것이 보였다. 엄마, 하고 부르려던 아이는 순간 발을 멈추었다. 뒤에서 첩첩 하는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름이 쭉 끼치는 불쾌한 소리였다. 뒤돌아본 아이는 숨을 삼켰다. 그 까만 동물은 어느새 아이가 앉아있던 장소까지 이동해있었다. 그리고 뻥 뚫린 얼굴을 오줌이 고인 곳에 붙인 채 첩첩거리며 게걸스럽게 빨아먹고 있었다.

    “······엄마?”

    아이는 손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바닥에 버렸다.

    “엄마?”

    그 놈은 이제 오줌이 묻은 주변의 흙과 풀까지 삼키기 시작했다. 서벅서벅하고 흙이 파헤쳐지고 있었다. 맹렬한 기세로 흡입하던 것은 아쉽다는 듯 주변 풀들을 하나하나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쩍 고개를 들어 아이를 향해 뻥 뚫린 큰 구멍을 열었다. 흙과 풀이 범벅이 된 그것은 꼭 입처럼 보였다.

    “엄마!”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린 아이는 뒤돌아 차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이번 여름휴가를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소소한 잡담을 늘어놓던 여자는 당황했다. 차로 돌아온 아들은 창백하게 질려서는 빨리 집으로 가자는 말만 반복했었다. 아이 생애 처음으로 떠나는, 처음으로 바다를 보게 될 여행이었다. 도로에서 내내 오줌이 누고 싶다고 징징대는 것이 얄미워 혼자 보낸 것이 실수였던가. 달래보려고 시도했지만 아이는 무작정 소리를 지르며 빨리 집에 가자고 울기만 했다. 왜 그러는지 묻는 말에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도 한동안 아이는 뒷좌석에 낮게 엎드려 제 엄마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그리고 차가 국도로 접어들었을 때쯤에야 일어나 뒤쪽 유리에 달라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래? 응?”

    “도연아, 왜 그래?”

    입을 꾹 다문 채 아이는 점점 어두워지는 도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얼마나 멀어졌는지 궁금했다. 묻다 지친 부모가 뜻 모를 시선을 주고받은 줄도 모르고, 차가 가는 방향이 집이 아니라 낯선 바다인지도 모르는 채.

    “어디 아픈 건가. 가다가 병원 있으면 잠깐 들르자”

    “그냥 멀미 하는 거 아냐?”

    “애가 얼굴이 창백한데······.”

    보는 게 아니었어. 돌을 던지는 게 아니었어. 휴게소까지 참는 건데 그랬어. 불길한 후회가 자꾸만 반복되었다. 차가운 유리에 바짝 코를 댄 채 아이는 점점 어두워지는 도로만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어디선가 몰려온 차들이 도로 위를 가득 메웠다. 노란 중앙선은 서서히 어둠속에 묻혀, 헤드라이트 불빛 사이로 마치 길게 늘어진 끈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1

    8월의 격렬한 열기가 온 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오후, 노년의 남자가 병원 문을 들어섰다. 오랜 농사로 단단하게 마른, 희끗한 머리가 부스스하게 자란 남자였다. 남자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팔뚝까지 둘둘 걷어 부친 낡은 와이셔츠 주변에서는 금방 밭에서 뽑혀진 야채처럼 시골 흙냄새가 풍겼다. 도시의 건물에는 어울리지 않는 체취였다.

    흙 묻은 신발을 바닥에 몇 번 탁탁 턴 남자는 로비 한쪽에 서서 주머니에 구겨뒀던 종이를 꺼내들었다. 갈겨쓴 글씨로 짧은 주소가 적힌 쪽지였다. 알아낸 것은 며칠 전이었지만, 도무지 결심이 서지 않아 삼일을 서울에서 하는 일도 없이 뭉갰다. 태풍이 지나간 후 일손이 모자란 집에서 참아주는 것도 이제는 한계였다. 꺼림직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척 간에 모르는 척 할 수도 없고······.

    손등으로 이마를 슥 닦아내며 그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 로비를 둘러보던 남자는 곧 매점에서 작은 음료수 박스 하나를 사들었다. 문병 준비가 서툰 사람들을 위한 병원의 장사였다. 익숙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지나 502호실 앞에서 발을 멈췄다. 뒷주머니에서 갈색 손수건을 꺼내 콧잔등과 이마를 닦으며 남자는 못마땅하게 쯧, 하고 짧게 혀를 찼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안쪽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그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문을 열었다.

    소란스럽고 더운 밖과는 다르게 병실 안은 조용하고 서늘했다. 문병을 온 사람들 몇 명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며 과일을 깎고 있었다. 들어서는 남자를 향해 몇몇이 눈길을 던지고는 이내 자기들끼리 얼굴을 돌려 뭐라고 수근거렸다. 듣지 않아도 대강 짐작은 가는 대화였다.

    창가 쪽 침대 옆에는 젊은 남자가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흰 티셔츠가 팽팽하게 당겨져 운동으로 다져진 등과 어깨가 단단하게 드러났다. 꽤 깊이 잠이 들었는지 한쪽 팔이 시트위에 아무렇게나 올려져있었다. 긴 다리가 의자와 침대 사이에 끼어 꽤 불편해 보였다.

    의자 뒤로 다가간 그는 음료수를 내려놓고 큼, 하고 짧게 헛기침을 했다. 잠 든 청년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불편한 자세로 앞으로 깊게 수그린 채 색색 숨이 골랐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침대 머리 쪽으로 향했다. 침대에는 얼굴이 동그랗고 이마가 반듯한 어린 여자가 잠들어 있었다. 미인은 아니지만 병색이 가신다면 무척 귀염성 있을 이목구비였다. 그러나 지금은 피부가 온통 트고 입술에는 피가 맺혀 엉망이었다. 남자는 살짝 찡그린 얼굴로 그녀의 눈가를 유심히 살폈다. 얼마나 깊이 잠이 든 것일까. 이렇게 잠들어있는 걸 보면 일어나도 저 여리한 몸이 무슨 힘이 있을까 싶지만, 병원에 온 첫 날 본 광경은 나이 많은 남자를 무섬증에 걸리게 만들었다. 그 난장판은 아마 두고두고 못 잊을 것이다.

    남자는 떠오르는 기억에 작게 몸서리를 쳤다. 처음 병원을 찾은 날, 하필이면 그녀가 링겔 병을 부수고 복도로 나가려는 때에 부딪혔었다. 품으로 달려들던 형형한 눈빛에 놀라 그만 손주뻘인 그녀를 바닥에 패대기치고 말았다. 달려온 영준이 제때 받아 안지 않았다면 어디가 다쳐도 심하게 다쳤을지 모른다. 뭐라 욕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게 자신이 아닌 누구라 한들 그 상황에서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그건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평온하게 잠든 여자의 눈가는 파르스름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녹색 같기도 하고 푸른색 같기도 했다. 아무리 보아도 낯설지 않은 안색이었다. 몇 가지 오래된 기억이 스쳐갔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끙, 하는 얕은 신음을 흘렸다. 그 기척에 앞쪽의 침대에 누워있던 환자가 주춤 상반신만을 일으켰다. 잠이 덜 깬 눈으로 상대를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다시 누웠다. 뭐라고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어이구, 간 떨리고 무서워서 어디 잠을 자겠어. 에이, 추워라, 왜 이렇게 추워.

    남자는 손에 힘을 풀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일이었다. 창피한 일이었지만 더 이상 길게 끌고 싶지는 않았다. 결정을 내렸다면 빨리 하는 것이 좋았다.

    “자냐?”

    그는 잠든 청년의 어깨를 쥐며 말했다. 담배를 오래 펴 가래 끓는 소리가 거친 음성이었다.

    뚝 떨어지던 고개를 퍼뜩 든 영준이 멍한 얼굴을 들었다. 짙은 눈썹아래 검은자가 큰 선해 보이는 눈이었다. 자신을 부른 사람을 확인한 영준은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냥 있으라. 피곤하겄지.”

    “언제 오셨어요?”

    “방금 왔다. 거 앉아라.”

    남자는 손을 내저었다. 영준은 침대 밑에서 의자 하나를 더 빼 내놓았다.

    “앉으세요.”

    “밤새 여기 있었나?”

    “네.”

    “학교는······.”

    “사정은 말해뒀어요.”

    “니도 그 뭐냐, 곧 방학이고 할 턴디. 그 전에 시험 치고 그러지 않여?”

    “지금은 그게 급한 게 아니니까 괜찮아요. 나중에 볼 수도 있는 데요 뭘. 이거 하나 드세요.”

    영준은 망고 쥬스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미지근한 음료를 몇 모금 마신 뒤 그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소영이는?”

    “그냥 그래요.”

    영준은 침대에 누운 여동생을 돌아보며 짧게 대답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깊이 잠든 채였다. 밤새 옆에서 손을 잡고 눌러주었다. 자신도 지쳤지만 동생은 더 할 것이다. 이제 갓 스물, 아프기에도 쓰러지기에도 너무 이른 나이였다. 영준은 시트위에 놓인 그녀의 작은 손을 한번 꽉 잡았다 놓았다.

    “식사는 하셨어요?”

    “내려갈라믄 성가시지 않게 미리 먹어둬야지.”

    “오늘 내려가세요?”

    “그래야지. 언제까지 서울에 있음 되겠는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영준은 자기 몫의 캔을 따서 마셨다. 입안이 텁텁해서 맛이고 뭐고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왕래 없이 지내는 친척 중에 그래도 찾아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며칠 사이에 정이 붙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때 어른이 한명 있어주는 것은 큰 위로였다. 소용없는 생각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럴 때 부모님이 살아계셨다면 지금과는 좀 달랐을지 모른다.

    영준은 침침한 눈을 비비고 어깨를 쭉 폈다. 우두둑 하고 굳어있던 뼈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하루 이틀 정도 밤새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었는데, 맥이 쭉 빠지는 것을 보아 지치긴 지친 모양이었다. 벌써 3주째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3주, 떠오른 날짜에 영준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영준은 손에 쥔 캔을 바라보며 지난 3주 내내 반복했던 의문을 생각했다. 왜 하필 이런 일이 동생과 나에게 일어난 것일까. 처음에는 대학 입학식의 흥분에 고단한 수험기간이 끝난 기쁨이 겹쳐 좀 들뜬 탓이려니 생각했었다. 첫 엠티에 다녀와 지쳤던 모양이라고도 생각했다.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유난히 더위를 탔다. 하루종일 누워있더니 결국 욕조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것을 발견하기까지, 일주일이나 모르는 채 있었던 것이다.

    “이상시리 춥구만.”

    “네?”

    상념에 잠겨있던 영준은 얼결에 대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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