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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사신비록[백청록]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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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에크] 사신비록(四神秘錄)(백청록)

    메레04-17 16:54 | HIT : 2,109

    문제의 쓰리피에 대한 문의가 많길래 6장을 먼저 올립니다.

    경고 : 쓰리피(3P)가 나옵니다.

    第六章 白靑錄

    “....아퍼.....”

    “.......그래그래.”

    “칭칭(靑靑), 아퍼어.....”

    고단한 일 직후 간신히 취할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은 달디 달아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싶은 것

    이 당연지사. 지은 죄를 아는건지 아니면 훗날을 기약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단순히 자신 역시 피

    곤해서 인지 주작 역시 그런 청룡을 되도록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 물론 정 사정이 힘겨울 때면 예외

    이긴 하고, 그 예외의 사정이 너무 많다는 것이 청룡의 근심거리 중 하나이긴 하지만 청룡은 같은 사

    내로서 그런 주작의 사정을 최대한 이해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여하튼 그런 사정 덕에 늘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곤 하는 청룡이 간신히 손에 넣곤 하는 수면 시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도 귀하겠

    는가. 청룡은 그 귀한 시간을 자신에 손 안에서 앗아가는 존재가 단지 주작 하나 뿐은 아니라는 것을,

    오늘 깨달아야 했다.

    거처가 무너져라, 아니 실제로 일부분은 무너뜨리고 달려들어온 백호의 소란 덕에 잘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야 했던 청룡은 잠자리에서 억지로 질질 끌려나온 심정으로 부스스하게 그를 맞이해야 했다.

    물론 무슨 소란이 나던 말던 눈썹 한 번 꿈틀거리지도 않고 쿨쿨 잘만 자는 주작의 모습은, 혹여 청

    룡의 배려심과 참을성이 보통 사람의 정도만 되었더라도 당장에 치솟는 혈압을 느끼며 쓰러질법한 그

    런 광경이었다. 다행이 청룡은 배려심도 참을성도 많았고 덧붙여 저혈압이었다. 혈압이 올라 쓰러지지

    는 않았지만 잠에서 깨는 게 너무도 힘든 나머지 비몽사몽간에 홑옷 한 장만을 걸치고 비틀비틀 침대

    에서 나온 청룡은, 그랬기에 역시나 신경이 보통 사람만큼만 되었어도 그 자리에서 경기를 일으킬 법

    한 피칠갑 몰골을 하고 서있는 백호의 모습을 보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저 퉁퉁 부어 제대로

    뜨지도 못한 눈을 하고는 멍하니 그런 백호를 바라보다가 철철 흐르는 피가 바닥을 적시는 모습에야

    아, 하는 짧은 깨달음과 함께 약초를 챙기러 움직였을 뿐이다. 물론 그는 잠기운으로 몸의 균형을 잡

    지 못해 비틀거린 나머지 벽과 그닥 유쾌하지 않은 조우를 꽤나 여러 번 치루어야 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치료 시간은 또 다른 고문 시간이었다. 백호는 자신의 아픔을 참을 생각도 숨겨야

    할 생각도 전혀 하지 못했고,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고 울고 칭얼거렸다.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은, 주

    작과의 동거(同居)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보인 청룡의 인내심은 그 정도에는 까닥도 하

    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다. 어쩌면 단순히 신경과 머리가 잠기운에 마비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지만. 청

    룡은 전과 달리 백호의 그 모든 소음이 전혀 거슬리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심 놀라며 거의 습관

    적이나 다름없이 손이 움직이도록 내버려 두었다.

    머리가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손은 거의 본능과도 같이 알맞은 약초를 찾아

    알맞은 장소에 알맞게 붙이고는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다. 처음에는 머리를 털며 잠기운을 쫓아보려

    노력을 하던 청룡이었지만, 그것이 전혀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자 그만 포기해버렸다. 그렇게 꾸벅꾸

    벅 졸며, 잔뜩 골이 난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투덜거리는 상대를 향해 핏대 한 번 세우지 않은 채로

    청룡은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 아무리 익숙한 일이라지만 역시 부상이 너무 크고 많았기에 간신히

    일이 끝난 것은 꽤나 시간이 지나서였다. 물론 그동안 청룡의 수면에 대한 갈망은 옅어지거나 사라지

    기는커녕 점점 심해져가고 있었다.

    “배고파. 칭칭 나 배고파. 배고파아.”

    대답을 할 기력조차 없어서 말없이 벌려놓은 약초들을 치우며 고개만을 끄덕인 청룡의 대답에 성이

    차지 않는다는 듯 백호는 와락 청룡의 소매를 잡고는 마구 흔들어댔다. 본인은 그저 귀엽게 떼를 써

    보겠다는 의도였을 뿐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귀엽게 떼를 쓰기에는 이미 그의 몸은 너무 컸고 당연하

    지만 힘도 강했다. 덧붙여 청룡은 지금 기력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마치 쥐여서 휘둘리듯 휘청휘청

    소매가 흔들림에 따라 같이 흔들거리던 청룡은 치솟는 어지럼증을 견디지 못해 쓰려질 지경까지 치달

    았고, 간신히 말로 대답하는 것에 성공하고 나서야 스스로의 괴력에 대해 자각 없는 그 손에서 해방

    될 수 있었다.

    “화과자(花菓子)면 충분겠는가.”

    “응! 나 좋아해!”

    곳곳에 볼품없이 붙어 있는 약초나 면포(綿布) 따위가 어떻게 깎아내릴 수 없을 정도로 얼굴에서 빛

    을 뿜어내기라도 할 듯 반색을 하는 얼굴을 보자니, 있던 화도 풀어질 참이어서 청룡은 미묘한 맥빠

    짐마저 느끼며 웃고야 말았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에 착하게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이상하지만은

    않은 것은 백호가 기본적으로 성정이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리라. 생각이 없어서 그렇지. 팔 끝 다

    리 끝 전신을 칭칭 얽어매는 기묘한 무게를 애써 무시하며 청룡은 느릿느릿 방을 나섰다. 물론 백호

    를 제대로 의자에 앉혀놓은 채 아무거나 건드리지 말고 얌전히 앉아있으라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아무래도 위태로워 보이는 청룡의 뒷모습을, 착하게 그가 하라는

    대로 의자에 앉은 백호는 손만을 흔들어 배웅했다.

    백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면 역시 현무가 손수 만든 재료와 그 비율과 그리고 제조 과정이 영 불

    명인 특제 과자들일 것이다. 맛이 강하고 자극적이며 동시에 포만감을 가득 안겨주는 그 과자들을 백

    호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백호는 청룡의 거처에 오면 얻어먹을 수 있는 과

    자들을 매우 좋아했다. 현무의 것과는 달리 은은한 기품 아래 묘하게 달달하고도 아기자기한 맛을 내

    는 그것들은 하나하나가 알록달록 어여쁜 색을 띄우고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모양이 예뻤다. 하나하나

    가 같은 것이 없을 정도로 각기 다 다른 그 꽃들은 들판의 작은 들꽃이기도 했고 탐스럽게 핀 나무꽃

    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다 청룡 그 자신이 피워내는 춘화(春花)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섬세하게 꽃 종류마다 지니고 있는 특유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느낄 수는 없는 백호였지만, 어찌되

    었든 달디단 향과 부드러운 색을 지녀 모두가 무난하게 어여뻐 할 수 있는 그네들을 그 역시 좋아했

    다.

    덧붙여 같이 내어주는 청룡의 차 역시 백호는 매우 좋아했다. 현무는 나름대로 백호를 신경써주어 찻

    물을 엷게 우려내주지만, 그래도 본연의 맛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닌지라. 진정으로 차를 즐길 줄 아는

    이들이나 그 맛과 향을 음미할법한 어려운 깊이를 지닌 현무의 차보다는, 달달한 청룡의 차가 단연

    백호의 입맛에는 맞았다. 그래도 역시 현무의 차가 가장 좋은 것은 단순히 그것이 현무가 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후우......”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간신히 돌아오는 데 성공한 청룡은 어린 아이들이 흔히 그러하듯, 과자가 잔뜩

    담긴 접시를 자신의 앞으로 바짝 끌어놓고 아구아구 먹어치우기 시작하는 백호를 전혀 신경 쓰지 않

    은 채 -신경써봤자 손해는 자신에게 돌아올 뿐이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자신의 몫의 차를 들고 낮

    게 신음을 뱉었다. 피곤함으로 질척질척 젖은 그 한숨 소리에는 끈끈할 정도의 지난밤의 여파가 달짝

    지근하게 묻어나오고 있었지만 청룡 자신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이제는 아릿해져오는 눈

    을 힘겹게 깜빡이며 하얀 김이 폴폴 올라오는 찻잔을 가만히 감싸 쥐고는 올라오는 향기를 깊이 들이

    킬 뿐이다.

    역시 힘겹다. 현무가 꼬박꼬박 내어주는 특제 차를 한 모금을 조심스럽게 들이키고, 그 온기와 향이

    특유의 효과와 함께 느리게 전신으로 퍼져나가며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눅진하게 쌓여있던 몸 내부의

    양기(陽氣)를 슬슬 쫓아내는 것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끼며 청룡은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지그시

    그 고통에 가까운 감각을 참아내며 사그러들때 쯤 해서야 다시 한 모금을 들이킨다. 그것을 반복 또

    반복하며 청룡은 그렇게 어떻게든 잔뜩 받아들여버린 지나친 양기를 몰아내며, 그 고통에 가까운 감

    각을 기준으로 하여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다.

    물론 백호의 치료는 끝났고, 그 말인즉슨 청룡이 해야 할 일은 다 끝났다는 것이다. 물론 기껏 찾아온

    손님을 두고 자리를 뜬다는 것은 주인으로서의 도리가 아니었지만, 어차피 서로 주객(主客)에 대한

    도리를 생각할 만한 사이도 아니고 사실 고백하자면 서로가 주인이고 손님이라는 자각조차 없었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새삼스럽게- 라는 심정이겠지. 백호가 워낙에도 혼자 잘 노는 성격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철도 없고 생각은 더더욱이나 없는 백호는 그런 것 치고는 모든지 혼자서도 잘 한다.

    단순히 야성(野性)의 발달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백호는 옆에 누가 있어주던 없어주던

    그 차이를 잘 몰랐고,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그가 찾곤 하는 존재는 현무뿐이었다. 즉, 청룡이 아니라

    는 소리다. 그냥 다시 침상으로 돌아가서 누워버려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가운데 청룡이 굳이 자리를

    지키며 잠기운을 몰아내려 애를 쓰는 이유는 다름이 아닌 그의 성실한 성정 때문이었다. 한 번 일어

    났음에도 불구하고 피곤을 이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시 잠자리로 돌아가 누워버리는 것은 그의 상식

    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그저 걸음을 옮겨 이불을 들추고 누워버리기만 하면 될 일을 떠올리지 못해

    이토록 힘겨워 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아동바동 버티고 있는 청룡의 모습을 아마 주작이 보기라도 하는

    날에는 성대한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깨야지, 깨야 돼, 깨야하는데. 쉬지 않고 웅얼웅얼 거리면서도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아무리 봐

    도 졸고 있는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을 하고는 반사적으로 찻물만 들이키고 있는 그 모습이

    우습기 이전에 애처롭다.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머리는 산발에 제대로 다듬지를 못해 다 풀어헤쳐져

    맨살을 내보이고 있는 옷깃을 하고는 전혀 자각이 없다. 물론 알았더라면 지난밤의 열정적인 여파가

    낙인처럼 빼곡히 들어차있는 선정적인 맨살을 내보이고 있을 리가 없었겠지만. 가뜩이나 수면부족으

    로 약해져 있어 자신이 남부끄러운 짓을 태연히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당장에 그 자리에서 혼

    절해 넘어갔을 그의 정신 건강상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스스로가 어떤 모습인지조차 모를

    상태였던 청룡이 백호의 약간 이상한 상태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열심히, 그야말로 정열마저 느껴지는 태도로 과자에 집중하고 있던 백호의 코끝이 갑자기 킁, 하고 작

    게 꼼지락거렸다. 몇 번이고 들썩들썩 움직이며 무언가 공기 중의 미묘한 것을 잡아내듯 코끝을 움직

    이던 백호의 시선이 어느 순간 청룡에게 고정된다. 깜빡깜빡, 손 안의 과자조차 잊었다는 듯 그의 하

    얀 홍채의 눈동자가 몇 번 눈꺼풀 뒤로 사라졌다 도로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그 가운데 섬

    뜩하리만큼 뚜렷한 흑색 동공이 집요하리만큼 목표한 곳에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와중에 그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된다.

    그리고 늘 그렇듯 백호의 생각은 짧았고, 그 뒤로 이어지는 행동은 빨랐다. 쥐고 있던 과자를 조용히

    도로 내려놓은 한 마리 거대한 맹수가 슬금슬금 접근하는 것을, 불행히도 가련한 희생물은 전혀 알아

    차리지 못했다. 알아차리더라도 재빨리 반응했을지는 심히 의문인 사냥감은 그렇게 눈을 거의 감은

    채 꾸벅꾸벅 자꾸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 쓰러지고 저리 쓰러지려는 머리를 제대로 가누는

    데만도 여력을 다 쓰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갑자기 목이 꺾어질 정도로 확 뒤로 젖혀졌

    을 때도 단순히 또 중심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조금 격하게 잃긴 했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은 뒤로 누어버린 몸이 자신의 뜻대로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았기 때문이

    었다. 그제야 청룡은 어쩐지 몸이 매우 쑤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냄새......”

    “......응?”

    킁킁, 킁킁. 기이한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며 어쩐지 피부가 간질간질 해진다. 뜨겁기도 하고 축

    축하기도 하고, 어찌되었든 그닥 좋은 느낌은 아닌 바로 그런 감각이 스물스물 신경을 긁어대는 통에

    청룡은 얼굴을 찌푸렸고, 당연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귀와 목을 오가고 있는 그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밀어내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제야 손은 물론 팔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는다. 꿈

    지럭거려도 마치 무언가로 묶여버린 듯한 느낌에 청룡은 뒤늦게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약간 창백

    해져버렸다.

    “자....잠깐. 이게 무슨.....”

    “좋은 냄새 나. 칭칭한테서 좋은 냄새 나.”

    물론 그 광경은 머리를 식힌 후 상당히 객관적으로 본다면 단순히 기분 좋은 냄새에 살짝 취한 강아

    지가 애교를 부리며 몸을 비벼오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당하고 있는 당사자는 차마 그런

    냉철한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강아지는커녕 곰에게 덮쳐져 시식 직전 맛보기를 당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버린 청룡은, 그래도 필사적으로 이성을 그러모으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아이를 달래는

    듯 힘겹게 자아낸 상냥함으로 설득을 시도한다.

    “차향(茶香)이겠지. 방금 마시고 있었으니....그보다 바이후. 이것을 좀 놓아주는 편이 좋을 듯 하네

    만......”

    “으음....차 냄새 아닌데.”

    청룡의 필사적인 시도를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짓뭉개 버린 백호는 도리도리 고개까지 저어가며 그

    의 말을 부정하더니 그대로 먹이를 물듯 덥썩 청룡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무언가가 급소를 정통으로

    압박하는 느낌. 무엇보다 이제는 그의 혈액 속에 완전히 뒤섞여 일부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의심

    마저 들 정도로 사그러들 줄 모르는 열기 어린 나른함이 그런 사심(私心)없는 접촉에서조차 금세 눈

    을 뜨고 꿈틀거린다. 지난밤에도 예외 없이 지독하게 시달렸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그랬다. 그 감각에

    치를 떨며 청룡은 어떻게든 백호를 달래어 떼어놓으려 꼼지락거렸지만 정작 당사자인 백호는 청룡의

    말을 아예 들을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흐읍, 하고 깊이 숨을 들이키며 그에 딸려 들어오는 청룡의 체

    취를 깊이 들이킨다. 마치 음미라도 하듯 잠시 호흡을 멈추더니 곧 이어지는 하, 하는 내쉼. 그 소리

    가 묘하게 들떠서 달아올라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건 제발 부탁이니 정신머리라고는 없는 자신의 주

    책으로 인한 착각이라고 믿고 싶어진 청룡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바램을 다시 한 번 싸그리 무시

    한 백호는 그대로 만족한 고양이 마냥 목구멍으로 갸르릉 거리더니 날름, 청룡의 목을 핥았다. 기겁을

    하고는 뛰어오르는 청룡을 꽉 안고는 나른하게 속삭인다.

    “슈안이랑 교미(交尾)했을 때 냄새가 나.”

    너무 좋아- 라고 이어지는 백호의 말을 들을 것도 없이 청룡은 그대로 육체를 흐물흐물 빠져나가려

    는 자신의 혼을 붙잡아두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었지? 지금 얘가 무

    슨 소릴 했더라? 당장이라도 탈혼(奪魂)해버릴 것 같은 스스로를 추스르느라 청룡은 그 다음 바로 이

    어지는 백호의 행동에 전혀 대비할 수 없었다. 그저 갑자기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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