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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염, 화花 1-28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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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카페는 적당히 차 있었다. 잔잔한 음악 소리가 사람들의 대화 소리에 묻히고 쾌적한 에어컨 바람이 그것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카페의 접이식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한낮의 빛이 쨍한 거리가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그 비현실 속을 줄무늬 양산을 든 중년 여인이 지났다. 양산에 이고 가는 빛의 무게가 버거운 듯 천천한 걸음으로. 창가에 앉아 있는 나이 어린 여자애의 생동감 넘치는 얼굴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여자애는 그저 입가에 옅은 웃음을 머금고 있을 뿐인데도 그랬다. 웃음을 머금은 그 입술이 빨대를 물었다. 양 갈래로 묶은 머리 모양을 하고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애는 테이블 위로 몸을 깊이 숙인 채, 음료 잔에 꽂힌 빨대를 입술과 혀끝으로 살살 간질이듯 하고 있었다. 정작 그녀의 정신을 빼앗고 있는 것은 음료도, 빨대도 아닌, 음료 잔 옆에 놓인 휴대폰이었지만. 그 휴대폰을 내려다보면서 여자애는 제 눈매를 반달 모양으로 만들었다. 갈래머리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그러느라 제 뒤로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눈치채지 못했다.

    “웬 남정네야아?”

    또래의 여자애가 부러 귀신 음성을 흉내 내어 물었다. 갈래머리를 한 여자애는 화들짝 놀랐다.

    “어휴, 누가 왕눈이 아니랄까 봐…….”

    눈이 휘둥그레진 갈래머리 여자애를 보며 친구 역시 눈을 부라렸다.

    “누군데? 좀 더 보자. 좀 보자니까. 야, 진이솔, 베프한테 이러기야?”

    휴대폰을 들고 가리려는 이솔과 그것을 보려는 친구가 장난스럽게 몸싸움을 했다.

    “알았어, 알았어.”

    이솔이 웃음을 터뜨렸다.

    “봤어?”

    이솔은 제 맞은편에 막 앉는 친구에게 목을 길게 빼고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얼핏.”

    친구 역시 속삭였다.

    “존잘이던데…….”

    “당연하지. 신인 아이돌 오빠거든.”

    “진짜?”

    이번에는 친구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러자 이솔이 꺄륵, 웃었다.

    “야아, 뭐야, 너? 진짜야? 네가 직접 찍은 거야? 가까이서? 구라면 너 죽어. 어디 봐 봐.”

    이솔은 약간 부끄러워하면서 슬그머니, 또 마지못한 듯 친구 앞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 그 화면 앞으로 친구가 눈을 바짝 갖다 댔다.

    “히야…….”

    친구가 감탄의 소리를 낮게 흘렸다. 이솔의 휴대폰 화면에 스물 전후의 남자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가슴께까지 나온 크기였다. 나이에 비하면 이목구비의 윤곽이 무척 또렷한 남자의 얼굴은 입술 끝을 살짝 말아 올린 채였다. 눈에도 아주 서글서글한 웃음이 담겼지만 그 선한 웃음과 달리 눈매는 무척 예리했다.

    “고등학교 오빠?”

    친구가 눈만 들어 이솔을 보며 물었다. 이솔은 먼저 고개를 끄덕했다.

    “고3. 공부 엄청 잘해.”

    “그러니까 누구냐니까. 이름이 뭐야? 진짜 아이돌이야? 난 처음 보는데? 진짜야? 아니지? 누군데? 말해 봐아…….”

    ​친구가 숨도 안 쉬고 질문을 쏟아 냈지만 이솔은 휴대폰을 도로 제 앞으로 가져가 가슴 앞에 모아서 들고 웃기만 했다.

    “설마…….”

    친구가 눈을 흘겼다.

    “남친?”

    “글쎄……?”

    “야아, 너 진짜……. 나한테두 속이고. 언제부터야?”

    “아냐, 그런 거.”

    이솔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런 건 아니구…….”

    “썸타는 중? 근데 누군데? 어떻게 알게 된 오빠냐구. 너 교회도 안 다니고…… 고3이 우리 같은 중딩이랑 소개팅을 할 리도 없고……. 얼른 내년 돼서 고등학생 되고 싶다. 근데 어쨌든……. 혹시 엄친아? 진짜 말 안 해? 비겁하게 나한테도 숨기기야? 어후, 나년 답답해. 두고 보자.”

    이솔이 새침한 얼굴로 계속 대답을 미루자 친구는 마침내 짜증을 냈다. 그러다 머그잔을 들어 잔이 빈 것을 보고는 “다 마셨네.”라고 하면서도 그것을 굳이 거꾸로 들어 입 안에 털어 넣는 시늉을 해 보였다.

    “나도 다 마셨어. 우리 일어나자. 지금 가면 시간이 딱 맞을 거야.”

    이솔이 먼저 일어났다. 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하고 예매를 한 터였다. 친구가 뒤따라 일어나 이솔과 나란히 카페를 나왔다.

    “진짜 말 안 해? 나 삐짐이야.”

    카페를 나와서도 친구는 채근했다.

    “진짜 삐졌다. 영화 안 보고 그냥 집에 갈 거야.”

    “정말?”

    “나 어차피 그 영화 별로였어. 후견인의 비밀, 그거 보고 싶었는데. 너도 보고 싶다고 해 놓고 왜 딴 영화 보자고 하냐?”

    “그냥…….”

    “혹시…… 후견인은 그 존잘 오빠랑 보기로 한 거?”

    “아, 아냐…….”

    “어쭈? 얼굴 빨개진 거 봐. 완전 수상하다니까. 말 안 해? 안 해?”

    친구가 이솔의 옆구리를 간질였다. 그러자 이솔이 비명과 웃음소리를 동시에 터뜨리며 옆으로 피했다.

    “남친 없는 나년 서럽다, 서러워…….”

    친구는 양 손끝으로 뺨에 눈물자국을 찍은 시늉을 했다.

    “남친은 아니고…….”

    ​이솔은 괜히 주위를 살폈다. 제 비밀을 꺼내듯 조심스러우면서도 쑥스러운 미소를 머금고서.

    “사실은…….”

    친구가 귀를 쫑긋 세웠다. 이솔이 친구의 귀에 입을 바짝 대었다. 그러고 숨결 같은 소리로 속삭였다. “나만의 비밀인데.”라고 시작하는.

    ***

    “야, 하녀.”

    빛이 서서히 사라지는 하늘의 평화로움을 어떤 목소리가 깨뜨렸다. 스무 살 전후의 남자 목소리였다. 그 소리만 듣고도 이솔은 대번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그녀 앞은 너른 뜰이었다. 뜰의 정면은 주택이고 그 왼편은 아담한 정원이었다. 소나무, 단풍나무, 측백나무 등이 다양한 모양의 조경석과 잘 어우러진 정원. 그 정원은 또한 커다란 캐노피와도 함께였다. 캐노피 아래에는 열 명 이상 족히 모여 앉을 수 있는 야외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뜰은 대부분 잔디였지만 그 중앙만큼은, 편평하고 폭이 넓은 인조석이 깔린, 주택을 향하여 난 길이었다. 그 길에 이솔이 서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한쪽으로 몸을 틀었다. 정원과는 반대편인 주택의 오른편으로. 그곳은 차고였다. 주택의 부속 건물처럼 붙어 있는 차고는, 문은 따로 없이 개방형이고 승용차 열 대 이상을 충분히 수용할 만한 크기였다. 그 차고 앞쪽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농구 골대 하나가 서 있었다. 이솔은 그 골대 위로 공이 날아 바스켓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툭, 툭, 툭, 바스켓 아래로 떨어진 농구공이 잔디 위로 튀었다. 튀면서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솔의 눈이 공보다 먼저 움직여 한 곳에 머물렀다. 그곳에 아주 젊은 남자가 있었다. 스무 살 전후의 남자였다. 남자는 잔디 위를 구르는 공을 발로 가볍게 밟아 그 움직임을 잡고서 이솔을 향해 까닥, 고갯짓을 했다. 이솔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사진과 달리 흰색 민소매 티를 입고, 다만 땀을 많이 흘리고 있을 뿐이었지만. 땀은 그의 티도 적셔 그것이 살에 찰싹 붙어 있었다. 이솔은 더욱 굳은 얼굴로, 농구공을 밟고 선 남자에게 주춤주춤 다가갔다. 남자는 이솔이 제 앞에 오자 척, 손부터 내밀었다. 이솔은 ‘뭘?’ 하는 눈빛으로 눈을 깜박댔다.

    “폰.”

    남자가 짤막하게 뱉었다. 이솔은 입술을 삐죽삐죽대면서도 순순히 휴대폰을 꺼내 내밀었다. 남자는 그것을 받자마자 제 발밑의 농구공을 발끝으로 슬쩍 밀치더니 바지 뒷주머니에서 제 휴대폰을 꺼내 곧장 번호를 눌렀다. 이내 이솔의 휴대폰에서 벨이 울렸다. 화면에 ‘강도’라고 뜨면서.

    “강도?”

    남자가 화면에 뜬 것을 읽자마자 이솔이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리며 헉, 소리를 냈다.

    “내가 강도야?”

    “오, 오타…….”

    “오타?”

    “고, 고칠게.”

    이솔은 남자에게서 제 휴대폰을 돌려받자마자 ‘강도’를 지우고 ‘나강도’라고 쓰다가 아차, 싶은 눈치더니 ‘나강두’라고 재빨리 고쳤다가 잠깐의 머뭇거림 끝에 ‘강두 오빠’라고 재차 고쳐 썼다.

    “됐어.”

    이솔이 제 휴대폰 화면을 강두에게 보여 주었다.

    “한 번만 더 강도라고 해 봐라.”

    이솔의 휴대폰 화면을 힐끔 보고 나서 강두는 윽박질렀다. 저에 비해 키가 작고 왜소한 이솔을 삐딱한 눈길로 내려다보며 말투마저 삐딱했다.

    “오빠도 하녀라고 하잖아.”

    “그럼 네가 뭔데? 공주야?”

    이솔은 대꾸하지 않았다. 굳게 다문 입을 앞으로 삐죽이 내민 채.

    “근데 왜 혼자 들어와?”

    강두가 말을 이었다.

    “강운인 뒤에 들어오기로 둘이 짰냐?”

    “뭐? 그, 그게 무슨…….”

    “어쭈, 잡아떼네? 강운이랑 후견인 어쩌고 하는 영화 본 거 내가 모를까 봐? 조그만 게 까져 갖고…….”

    “아니야. 친구랑 봤어.”

    “증명해 봐.”

    “강운이 오빠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야한 영화지?”

    “아니야…….”

    이솔은 고개를 흔들었다.

    “청불 아니야. 우리가 볼 수 있는 거야. 못 믿겠으면 확인해 봐.”

    “확인해 보라면 내가 못 할까 봐?”

    강두는 말하며 휴대폰 든 손의 엄지만으로 톡톡, 화면을 눌러 뭔가를 찾았다. 그는 그것을 이솔의 눈앞으로 척 내밀었다. 그 화면에 알몸의 남녀가 서로 엉킨 사진이 담겨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찍은 것 같은 사진이었다. 이솔은 대번에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한 발 물러났다.

    “이 여자 너 닮았더라.”

    강두는 실실 웃었다. 이솔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아니야.”

    이솔이 소리쳤다.

    “그런 더러운 영화 아니야.”

    ​이솔은 이어 뒤돌아 달렸다. 거의 동시에 강두가 농구공을 들어 이솔을 향해 가볍게 던졌다. 공은 이솔의 뒤통수를 맞혔다. 순간 이솔은 “앗.”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보지 않고 주택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 그녀 뒤로 킬킬킬, 조롱하는 웃음이 따라 붙었다.

    주택은 아주 컸다. 회색 벽돌로 외벽을 쌓은 긴 사각 모양의 1층 위에, 지붕이 있는 2층이 올라앉은 형태였는데 1층은 부분적으로 필로티 양식을 써서 두 개의 커다란 기둥이 있고, 2층에는 꽤 넓은 테라스를 두었다.

    집안으로 들어온 이솔은 회색 대리석 바닥을 소리도 없이 가로질러 아치형 입구로 들어갔다. 문짝은 따로 없었다.

    ​“강두 아직 밖에 있니?”

    크림색 가죽 소파에 앉은 중년 여인이 물었다. 팔걸이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앉아 제 무릎에 있는, 눈부시게 흰 털을 가진 말티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런데 정작 그 말티즈는 여인의 무릎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네.”

    이솔은 리빙룸의 아치형 입구를 등지고 서서 대답했다. 눈은 그 말티즈를 보면서. 말티즈의 발버둥에 중년 여인은 결국 녀석을 놓아주었다. “그놈 참.”이라고 중얼거리며. 그것이 그 말티즈를 두고 하는 말인지 강두를 두고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티즈는 풀려난 즉시 소파에서 뛰어내려 곧장 이솔에게 달려갔다.

    “내가 걱정이야, 걱정. 강운이 반만 됐어도…….”

    중년 여인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이내 이솔에게 나가 보라고 손짓했다. 이솔은 꾸벅 인사하고 그곳을 나왔다. 말티즈가 꼬리를 흔들며 이솔의 발뒤꿈치를 좇았다.

    ​“걱정이야, 걱정. 그치, 초롱아?”

    이솔이 말티즈 초롱을 돌아보며 작게 말했다. 홀(Hall)의 중앙으로 나와 걸음을 멈추고서.

    “나강두는 평생 골칫덩어리야. 그치, 그치?”

    이솔은 초롱 앞에 앉아 녀석과 눈을 맞추고 강두의 흉을 봤다. 초롱은 앞다리를 이솔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혀를 길게 빼물었다.

    “언니 옷 갈아입고 나와서 간식 줄게. 기다려.”

    그때 인기척이 났다. 이솔은 벌떡 일어났다. 현관에서 강두가 들어오는 소리였다. 그는 손등으로 턱 아래를 슥 문지르며 안으로 들어와 이솔을 보며 걸음을 멈췄다.

    2화

    이솔은 경계하는 눈빛을 하고서 뒤로 슬그머니 한 발 뺐다. 그러자 그가 다가왔다. 땀에 푹 젖은 흰 티를 훌렁 벗어젖히며. 이솔은 더욱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런 그녀 앞으로 젖은 티가 턱, 날아왔다.

    “빨아.”

    티를 던지고 나서 강두가 내뱉었다.

    “깨끗이. 알았지? 하녀야.”

    강두는 말을 내뱉고 곧장 돌아서서 이내 2층의 계단을 밟았다. 그의 젖은 티를 엉겁결에 받은 이솔은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손에 축축함을 느꼈다.

    “더러워…….”

    이솔은 얼른 제 손의 그것을 떨어뜨렸다. 울상을 지으며.

    여름의 해는 길었다. 이솔이 6시가 다 돼 귀가해서 가사도우미 아줌마와 함께 저녁 식사 준비를 끝낸 뒤에도 아직 정원은 환했다. 주방에서 이솔이 하는 일은 식탁 위에 그릇과 수저를 놓는 등의 단순한 것이었다. 식사 준비가 끝난 뒤에 “저녁 준비 다 됐습니다.”라고 알리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

    “강두는?”

    다이닝룸으로 막 들어온 강두 엄마가 물었다. 커다란 대리석 식탁에 세 사람의 식사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부를…… 까요?”

    이솔이 물었다. 살짝 어두워진 낯빛으로.

    “인터폰으로 불러. 올라가지 말고.”

    “네.”

    이솔은 환한 얼굴이 돼서 다이닝룸의 입구 오른쪽으로 갔다. 그곳에 벽걸이 인터폰이 있었다. 그때 강두가 슥, 들어왔다. 이솔이 인터폰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채 누르기도 전이었다. ​그는 제 젖은 머리를 한 손으로 툭툭 털면서 들어왔다가 엄마가 “물 튀잖아.”라고 핀잔을 주자 엄마 옆에 서서 대놓고 털었다.

    “짜증 나, 정말.”

    강두 엄마는 손끝을 이마에 대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더는 아들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야, 하녀.”

    식탁 앞에서 강두가 제자리에 앉기도 전에 이솔을 쳐다봤다.

    “누가 내 앞에 청국장 놓으래? 나 이거 안 먹는 거 몰라?”

    “내가 하라고 했다, 내가.”

    대번에 엄마가 끼어들었다.

    “청국장이 얼마나 몸에 좋은데 안 먹는다고 고집을 부려? 더구나 아줌마가 청국장을 얼마나 맛있게 끓이는지 몰라. 그러니 좀 먹어봐. 먹다 보면…….”

    “네가 다 처먹어.”

    강두는 엄마 말을 무시하고 이솔을 윽박질렀다. 그러자 엄마가 곧장 이솔에게 “치워라.”라고 말했다. 이솔은 냉큼 강두 앞에 있는 청국장 국을 들었다. 때맞춰 주방에서 가사도우미 아줌마가 나왔다. 다이닝룸과 주방은 일정 크기의 가벽으로 나뉘어 있었다.

    “회장님 식사는 어떻게 할까요? 사모님.”

    “아, 내가 말을 안 했네. 오늘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고 늦으신다네요.”

    강두 엄마는 그제야 생각난 듯했다.

    “청국장 먹는다고 시간 맞춰 온다더니 갑자기 그 뭐냐, 골프 친구들이 불렀나 봐. 늘 핑계는 좋아. 좀 이따 강운이 오면 좀 챙겨 주고 퇴근해요.”

    아줌마는 “네.”라고 대답하고 이솔에게서 청국장 국그릇을 건네받아 주방으로 물러갔다.

    “이솔아, 어서 먹자.”

    “네.”

    이솔은 얼른 자리에 앉았다. 강두 엄마의 옆자리고 강두의 맞은편이었다.

    “야, 하녀.”

    이솔이 앉기 무섭게 강두가 눈을 치떴다.

    “너 다시 한번 더 청국장 내 앞에 놨다간 알아서 해.”

    강두의 협박을 듣고 이솔은 밥그릇 위로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어지간히 해라. 남이 들으면 이솔이가 진짜 하년 줄 알겠다.”

    강두 엄마가 아들을 보며 사뭇 나무랐다.

    “좋은 이름 놔두고 하녀가 뭐야, 하녀가? 어릴 때는 야, 야, 거리더니. 전에 아빠한테 그렇게 혼나고도 또…….”

    “하녀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얘가 대체…….”

    “아니면 뭔데?”

    “뭐……?”

    “하녀 아니면 뭐냐고? 가족이야?”

    “가족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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