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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흥신소 1-836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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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위대한 행동은 그 향훈을 뒤에 남긴다.

    위대함의 들판에는 그 여운이 계속 머무른다.

    형태는 바뀌거나 지나가고

    신체는 썩어 없어지지만

    정신은 계속 머무르면서

    영혼의 신성한 자리를 빛내어 준다.

    아주 여러 세대 전에 살아서

    우리가 알지 못하고 또 우리를 알지 못하는 위대한 사람들이

    이 곳에 와서 깊이 생각하며 인생의 심오한 꿈을 꾼다.

    그리하여,

    그 비전의 힘이

    그들이 알지 못하는 후대사람의 영혼 속으로 흘러든다.

    -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中, 조슈아 로렌스 체임벌린.

    장흥, 출발합니다!

    1. 사람이 온다는 것은(1)

    1.

    한 번을 살아 일생이라는데

    백 생 천 생 불로장생의 묘약에 취해서일까.

    <조선, 1443년(세종 25년)>

    부엉이 우는 소리가 컴컴한 숲을 에두르면, 자시가 넘어가는 밤은 몽환처럼 더욱 현실감이 없어지며 인지로부터 멀어져간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으로 온 몸을 흠뻑 적실 것 같은 한여름의 습기찬 무더위가 숲을 온통 지배하고 있음에도, 그 숲 속을 잰 걸음으로 걸어가는 여섯 명의 사내들은 검은 색 일색의 복장으로 온몸을 두르고 있었다. 누군가 옆에 있어 그들을 관찰할 수 있다면, 일상적인 속도로 수풀의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걸어가고 있음에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얼핏 무작위스러워 보이는 그들의 대오가 사실은 교범에 가까울 정도의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서, 그들이 평범한 행인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부분을 주의해서 신경쓰지 않는다 해도, 단지 그들이 옆에 차고 있는 일본도만 알아볼 수 있어도 이미 그들을 평범한 조선의 행인으로 간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복장과 칼집이 온통 검은 색이고, 검병(검의 손잡이)마저 검은 색 칠이 되어있어, 달이 한껏 이지러진 지금, 어지간히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서는 검을 발견하기는 커녕 그들이 사람인지 짐승인지 분간하는 것조차 수월하지 않을 듯 했다.

    한참을 걸어가던 그들이 마침내 걸음을 멈춘 곳은, 숲 속에 있을 법 하지 않은, 마치 그저 숲 속을 부지런히 걸어가던 그들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 어느 초가집 앞이었다. 불은 꺼져 있었고, 안에서는 특별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있다면 자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가장 앞서 걸어오던 자가 천천히, 조용하게 칼을 뽑아들었다. 스르릉하는 낮은 소리와 함께 깔끔하게 뽑아져 나온 도신은 이미 비반사처리가 되어 있는 듯 달빛을 받고도 거의 빛나지 않았다. 그가 뒤를 돌아보며 눈짓을 하자 뒤에 있던 인원 중 두 명이 검을 뽑아들며 자세를 낮춘 상태로 천천히 초가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이 초가집으로부터 오십 보 정도 떨어진 위치까지 다가가서 근처의 나무에 달라붙어 몸을 숨기는 것을 확인한 뒤 다른 네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 갑자기 그들이 몸을 숨기고 있던 나무에 앉아있던 부엉이가 푸드덕 날아올랐다.

    "왈왈! 으르르르..왈!"

    부엉이가 푸드덕거리는 소리와 동시에 문 안으로부터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내들은 잠시 당황한 듯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었으나 대장을 돌아보면서 지시를 기다린다거나 하여 시간을 지체하지는 않았다. 이런 경우도 예상하지 않고 훈련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일언반구도 없이 미리 약속한 듯 일제히 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훈련된 그들로서도 문 안 쪽에서 갑자기 그들을 향해 개가 맹렬하게 뛰쳐나오리라고 예상하기까지는 못했으리라. 정확히는, 방금 뒷마당 쪽에 있는 것처럼 들렸던 개의 짖는 소리와, 그 짧은 순간에 정문까지 달려나와 순식간에 앞 쪽의 대원의 목줄기를 노리고 뛰어오르는 풍산개를 연결짓지는 못했으리라.

    목표물이 된 사내는 기겁하며 몸을 뒤로 빼 간신히 개의 송곳니에 목줄기가 뜯기우는 신세를 피했지만 뒤쪽의 대원이 길을 막는 바람에 공중을 날아가던 개가 휘두르는 앞발까지는 미처 피하지 못했다. 마치 오랜 세월 무술을 연마한 고수의 움직임처럼 풍산개의 앞발이 사내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크윽!"

    사내는 충격에 잠시 비틀거렸고 그 사이 개는 공중을 날아 반대편에 사뿐히 내려섰다. 꼿꼿이 서서 마치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를 내려다보듯 자신들을 노려보는 개를 보며 순간적으로 목표물 선정에 대한 우선순위에 혼란을 느꼈는지 자객들- 이 정도 상황이면 누구라도 이제 충분히 이들을 자객이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은 급하게 고개를 돌려 아까 앞서 걸어오던 대장을 바라보았다. 대장은 자신들이 기선을 빼앗겼음을 직감했다. 기습하려던 작전은 실패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그는 개로부터 가장 가까이에 있는 두 명을 지목한 후 개를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그는 다른 두 명에게 초가집에 있는 두 개의 방문 중 왼쪽을 가리키고, 남은 한 명에게 오른쪽 방문을 가리키며 신호를 보냈다.

    '가라'

    그러나 그들이 미처 움직이기도 전, 대장의 수신호가 끝남과 동시에 왼쪽 방문이 열리며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워 보이는 한 사내가 하품을 하며 문 밖 마루로 걸어나왔다.

    "아이쿠, 미리 약조를 하고 왔더라면 술상이라도 준비했을 터인데, 야심한 시각에 오느라고 고생이 많았소들."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사내 쪽에 있던 왼쪽 두 명의 자객이 갑자기 졸도하듯 땅에 쓰러졌다. 남은 네 명의 자객들은 영문을 몰라 당황한 모습으로 일본도를 움켜쥐었다.

    "네가 장영실이냐!"

    "하아..안 그래도 그 질문은 너무 많이 받아서, 방문에 써 붙일까 생각중이야. '이 쪽은 효령, 저 쪽이 영실이니 원하는 쪽을 알아서 찾아가시오' 하고 말이지. 아, 일단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움직이는 즉시 넌 정신을 잃게 될 것이고, 네가 아무래도 대장으로 보이니까 나는 너하고 좀 더 대화를 하고 싶거든. "

    풍산개를 향해 일본도를 꼬나들고 있던 두 명이 앞서의 두 명과 마찬가지로 바닥에 기절하듯 쓰러졌다. 사실 그 두 명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난 꼴이기도 했다. 조금 전까지 마주 보는 두 명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눈에서 형형한 빛을 뿜어내던 풍산개는, 사내가 방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본 뒤 갑자기 전의를 잃은 듯, 마치 '자, 나는 이제 할 일을 다 했으니 가서 자고 싶구려'라고 시위하는 듯한 태도로 바닥에 엎드려서 무심한 눈으로 두 명의 칼잡이를 바라보고 있었고,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를 완전히 상실한 듯한 그 모습은, 개를 공격할 것을 명령받은 두 명의 칼잡이에게 혼란을 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따라서, 비록 원인은 몰라도 차라리 이렇게 기절해서 쓰러져 버리는 것이 당장의 난처함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눈만은 가릴 수가 없기에, 대장의 눈이 놀라움으로 인해 커지는 것은 분명히 효령의 눈에 들어왔다.

    "효령이라고? 비실대고 다닌다는 조선의 둘째 왕자 말이냐? 네가 왜 장영실과 함께 있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냐?"

    "응, 효령이지. 비실대고 다닌다는 조선의 둘째 왕자 효령 맞아. 그냥 딱히 여기 있으면 안 될 이유가 없으니까. 술친구가 필요했는데, 호군하고 이야기가 잘 맞더라고. 당분간, 그러니까 한 10년? 그 정도는 계속 여기 있을 생각이야. 그리고 보다시피 난 아무 것도 안 했어. 당신들이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여독이 쌓여서 쓰러진 거 아닌가 하고 생각되지만."

    효령은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숙여 마루에 걸터앉았다. 불과 십 몇 보 앞에 결코 자신에게 호의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일본도 두 자루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음에도, 그는 마치 주막에서 지나가는 거간꾼들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태도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 일단 뭐랄까, 사과부터 해야 되겠군. 자기 집 앞마당에서 한밤중에 자객 여섯 명을 맞닥뜨린 집주인으로서의 적절한 모습, 그러니까 뭐 놀라서 허둥댄다던지, 아니면 눈을 빛내면서 능숙하게 머리맡에 있던 검을 빼들고 대치상황을 연출한다던지 하는 것들을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하오. 그 동안 주변국들에서 하도 자객들을 여러 번 보내서,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는 일상이 되어 버렸거든. 그리고 내 검은 사실 저 아랫마을 주막에 잠깐 보관중이오. 하필 술값이 아주 약간 모자라서 맡겨 놓은 거야. 오늘 날이 밝는대로 돈을 들고 가서 다시 바꿔오려고 했지. 그러니까 주막에 가면 절대 그 검 주인이 효령대군이라고 이야기하지마. 괜히 소문나서 관리들 귀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모르는 주막주인 목이 달아날 게 뻔하니까. 그리고 비록 비실거리고 다닌다지만 그래도 명색이 조선의 왕자인데, 당신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도를 찬 명나라 왕족이 아니라면 존댓말 좀 써 주면 안 되겠나?"

    한 쪽이 이렇게까지 차분하게 나오면 다른 쪽도 맹목적인 적의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비록 대장이 마음 속으로 아무리 이를 간다 한들, 분명 효령의 말에 잘못된 부분은 없다. 대장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것은 이미 명백하고, 설사 일본의 최고 권력자, 야마토 국왕이라 해도 조선의 왕자에게 말을 놓을 수는 없다. 하물며 일개 자객인 자신 따위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리고 자신이 알기로도 일본에서만도 귀양간 장영실에게 자객을 보낸 것이 벌써 여러 번이다. 그러니 장영실을 눈엣가시로 여겨서 결국 귀양을 보내게 만든 명나라야 오죽하겠는가.

    잠시 말이 없던 대장은 남아있던 다른 부하에게 들릴 수 있게 의식적으로 소리를 높여 말했다. 왕자는 분명히 '주막에 가면'이라고 했고, 대장은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왜 우리를 보내주겠다는 거지?"

    "아아, 여전히 존댓말을 듣기란 요원한 건가. 이제 그만 좀 오라는 거지. 그 동안 당신들도 궁금했지? 도대체 장영실이라는 자가 어떤 자이길래 아무리 자객들을 보내도 함흥차사인가, 아, 이건 우리나라에서 쓰는 표현이야. 대단하신 선왕마마 덕분에 생긴 말이지. 그러니까 성공한 건지 실패한 건지 당최 아무런 소식도 없어서 궁금했을 테고, 그러니 알 때까지 어쩔 수 없이 계속 자객들을 보내는 악순환일 수밖에 없었겠지. 서로 피곤한 일은 이제 그만 하자는 거지. 당신 눈으로 봐서 알겠지만, 몇 명이 이 곳으로 오건간에 어차피 당신들은 절대 성공할 수 없어. 그리고 호군, 그러니까 장영실은 어차피 여기에 귀양온 상태이고, 빌어먹을 사헌부 놈들 때문에 다시 벼슬길에 나서서 뭔가를 하기는 어려워. 물론 당사자도 그럴 생각이 없고. 그러니 어차피 여기서 늙어죽기로 작정한 사람을 두고 서로 피곤한 헛수고를 하지 말자는 거지. 결론적으로, 가서 이제 그만 보내도 된다고 전해달라는 거야."

    대장은 복면 때문에 자신의 한껏 일그러져 있을 얼굴이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음을 다행으로 생각했지만, 눈가의 떨림까지 감출 수 있었는지는 자신이 없었다. 그나마 밤인 것을 고마워해야 되겠지. 저 자의 말이 맞다. 상대방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자신의 부하들 네 명이 기절해 쓰러지는 것을 대장은 직접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왜 쓰러졌는지, 대장은 알 수 없었다. 이 비밀을 풀기 전까지는 아마도 효령의 말대로, 자객을 보내는 것은, 이제까지의 헛수고를 반복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설사 저 비밀을 알아낸다 해도, 효령의 자신만만한 태도로 미루어 보아 다른 무엇이 또 준비되어 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대장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오른쪽 방의 문이 열리며, 또 한 명의 사내가 비틀거리며 나왔다.

    "아, 또 왔습니까?"

    (계속)

    1. 사람이 온다는 것은(2)

    "심사 편해서 좋겠어 영감. 앞으로는 좀 문가 가까이에서 자는 게 어떻겠나? 좀 빨리빨리 나와줘야 자객들이 기다리는 수고를 덜 거 아닌가."

    "아, 송구합니다 대감. 내일부터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자신의 목을 노리는 자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좀 더 빨리 나와달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 하고 유일하게 깨어 있던 부하는 대장을 바라보았지만, 짐작한 대로 대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로 담담하게 물었다.

    "네가 장영실이군?"

    "그런 것 같소만, 잠이 좀 덜 깬 상태라서 확신은 못 하겠구려."

    "우리는 너를 죽이기 위해 왔다."

    "솔직해서 좋군. 어때, 당신 보기에는 좀 가능성이 있어 보이나? 내가 둘러보기에는 별로 없어 보이는데."

    특별히 상대편을 자극하거나 조롱하기 위해서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객관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어조였지만, 자객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말이었다.

    "내 부하들을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숨소리가 고른 걸 보니 독 같은 걸 쓰지는 않은 것 같은데."

    효령이 웃었다.

    "그걸 그렇게 쉽게 알려주면 되나.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다시 말하자면, 우리도 맛있는 것들 먹으면서 당신들한테 안 죽고 살아야지."

    손에 칼을 들고 있는 것은 침입자 쪽이었지만,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고 마루에 앉아있는 두 명이 오히려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상황이었다. 대장은 등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지만,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부하에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기에,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려 애썼다.

    "..영실, 넌 조정에 복귀할 건가?"

    "그럴 상황도 안 되거니와, 이젠 그럴 생각도 없네. 절대 복귀 안 할 거야."

    "알겠다."

    대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어리둥절해 하는 부하를 돌아보았다. 마치 '지금 들은 것들을 잘 기억해 두어라'하고 명령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대장은 다시 효령을 향했다.

    "전부 돌려보내준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난 왕자긴 하지만 성인군자는 아니거든. 너희들은 내 백성도 아니고. 남의 것을 뺏으러 왔으면 자기 것으로 갚아야지. 소식을 전할 입은 두어 개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 한 명으로 안 되는가?"

    "음?"

    "내 부하들은 내 명령에 따라 바다 건너 여기까지 목숨걸고 따라왔다. 이들을 여기까지 데려온 것도 나이고, 책임도 나에게 있으니, 내 목숨 하나로 안 되겠는가?"

    영실이 미미한 표정의 변화를 보였지만, 효령의 마뜩잖아하는 표정은 별반 변화가 없었다. 동시에 대장의 뒤에 서 있던 부하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그가 대장을 향해 크지 않지만, 강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장!"

    대장은 돌아보지 않았다. 남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는 것은 궤변이다.

    “조장? 어라, 이제 보니 단순히 일개 대장급 무인이 아니라, 조장급 사무라이시다..시시한 놈은 아니었구만? 별로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좋아, 다섯 명 어치 목숨은 대신할 만하겠군."

    "닥쳐라!”

    부하 자객이 효령을 향해 소리치고 대장에게 몸을 돌렸다.

    “조장! 이들이 계속 이런 무례한 입을 놀리게 두실 겁니까!"

    대장은 부하의 외침을 전혀 못 들은 것처럼, 조선의 둘째 왕자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여기에서?"

    "불편한가?"

    "뭐, 상관없다."

    "..풍장으로 해 주겠나? 서풍이 불었으면 좋겠군."

    "그렇게 하지."

    부하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대장을 향해 무어라 급히 말을 하려는 찰나, 부하의 말을 끊으며 대장이 말을 이었다.

    "가서 네가 본 것들을 그대로 전하고, 장영실은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으니, 이제 자객은 더 이상 의미없다고 전해라."

    부하쪽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효령과 영실을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지만, 부하의 면전에 대고 소리지르는 것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검은 복면 속의 부하의 표정은 알 수 없었으나, 그가 검병을 고쳐 잡는 것은 분명히 보였다.

    "용서하십시오 조장!"

    울부짖는 듯한 외침과 함께 달려나간 그는 대장을 지나쳐 영실을 향해 뛰어들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드는 인간의 빠르기란 평상시의 한계를 초월하는 법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제 아무리 훈련된 두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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