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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그때 그러길 잘했습니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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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스베이더가 되는 방법

    1

    어떤 것이든 섞이면 싫다.

    특히 글자들은.

    ‘너는 글자를 못 읽는 게 아니야. 그냥 그 아이들이 춤을 추는 거야.’

    글자들이 춤을 춘다. 어떤 춤은 빠른 박자이고, 어떤 춤은 느린 박자이다. 이 현란한 춤을, 아주 어릴 때 겪은 일이 있다. 부모님은 놀라서 의사들에게 데리고 갔고, 의사들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아드님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난독증이란 글자 하나하나는 읽을 수 있지만 그게 문자가 되면 덩어리가 되는 게 아니라…….”

    다행히도, 기호에게 난독증은 고치기 쉬운 분류에 속했다. 18살, 고등학교 2학년 때 재발하기 전까지 문자들은 문자로 읽혔다. 가족들은 이 난독증에 대해 잊었고, 심지어 당사자마저도 그랬다. 18살, 겨울 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만 아니었어도 6살의 악몽, 난독악마를 만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18살 때였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글자들을 뒤죽박죽 섞는 난독 악마가 다시 나타난 것은-.

    「달콤한 기획사」

    인쇄 광고 기획사 「달콤한 기획사」는 늘 분주하다. 지역 가게들과 계약을 맺고 전단지며, 쿠폰이며 하는 것들을 돌려서 그렇다. 게다가 이번에는 구에서 열리는 연말 구민 축제의 스폰서까지 맡아서 홍보물과 초대장이 차고 넘친다.

    방금 막 관련 홍보 현수막을 구청에 배달하고, 기호는 기획사의 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50CC 스쿠터의 용맹한 속도 때문인지, 추워진 날씨 탓인지 손이 얼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하려고 물을 내릴 때, 종희 누나가 어깨를 툭 하고 건드렸다.

    “달리, 헬멧 좀 바꿔라. 깨지겠다.”

    누나의 어깨에 거의 한 달 넘게 본 기타가 걸려 있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오해하겠지만, 임종희 누나는 달콤한 기획사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회계 관리 업무자다. 그런 사람이 한 달 동안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달콤한 기획사가 구청에서 열리는 달콤한 행사에 스폰서 및 진행 총괄까지 맡기로 한 마당이어서, 그녀는 회사의 허락을 받고 노래 연습 중이다.

    그녀는 지난 2주 동안 ‘Kiss me~.’로 시작하는 노래를 한음 한음 연습했다. 평상시 장인 회계 정신을 강조하는 그녀의 기타 주법 또한 장인 정신이 빛났다. 그러던 그녀가 2주 만에 득음을 위해 노력하더니, 결국 보헤미안 회계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2주 전, 그녀는 기타를 야구 선수처럼 휘두르며 공언했다.

    “나는 공연에서 카우보이 모자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사슴뿔을 달고 노래 할 거야. 누구보란 듯이!”

    달콤한 기획사의 보헤미안 회계 경리사 임종희는 바로 2주 전에 이 회사의 사장 달콤한 사장 형과 헤어졌다. 둘은 1년이 넘게 만났고, 나이도 얼추 비슷해서 모두가 예상 못한 결과였다.

    왜 헤어졌어. 사장 형에게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종희 누나는 입을 꾹 다물고 노래 연습과 자유로운 회계 정신에 몰두했다. 모든 회사 사람들, 혹은 회사 가게가 있는 건물의 5m 전방에 있는 가게 사람들은 그녀의 노래에 차차 적응해야 했다.

    Sixpence None the Richer의 「Kiss Me」. 대학을 나온 다른 사원 형이 제목과 가수 이름을 알려주었다. 달콤한 노래였으나, 아직 완곡 연주를 다 듣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칭찬도 하루 이틀이면 질리는 법.

    노래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기호는 지겨웠다. 이제 좀 그만뒀으면 하는 기분이 들 때, 달콤한 사장 형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가왔다.

    “야, 인마, 달리!”

    회사 내장을 담당하는 누나랑 헤어지긴 했어도 좋은 형이다. 달콤한 사장은 1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후 잉여 인간으로 놀고 있을 때 회사에 뽑아준 고마운 사람이다.

    “너 또 우신빌라 1라인에 훙보물 버렸지?”

    사장 형, 35살의 대범한 독거 청년. 그가 머리통을 가볍게 때렸다. 우신빌라 1라인? 그 부근에 오래 서 있기는 했지만 다른 이유로 있었던 거지 나쁜 짓은 안 했다. 나는 자부심이 있는 양아치라고.

    기호는 부정했다.

    “안 버렸어.”

    달콤한 기획사는 형의 아버지 대(代)부터 있어온 동네 지역 사업이다. 족히 38년은 됐다는 이 달콤한 회사는 여러모로 감시의 눈이 많다. 형이 기저귀 찰 때부터 손님이었던 고객도 있으니, 어딜 가도 달콤한 모자를 쓰고는 딴 청을 피울 수가 없다.

    “안 버렸어?”

    달콤한 사장 형은 종희 누나의 뒷모습을 힐끔 보더니 못마땅한 얼굴로 확인했다.

    “하긴, 네가 달리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지.”

    ‘달리’라는 이국적인 별명은 어릴 때부터 따라왔다. 동네 비슷한 고등학생 양아치들을 구별하기 위해, 어른들은 동네 양아치들에게 성(姓)과 특징을 붙여 불렀는데 기호는 개중에서도 ‘참한 양아치’였다.

    참한? 처음에 들었을 때는 이상했다. 친구 녀석들은 대놓고 낄낄댔다. 히히, 사내새끼가 ‘참한’이 뭐냐, ‘참한’이.

    모른다. 그런데도 동네 어른들은 항상 그렇게 불렀다. 듣기에는 좀 그랬지만 나쁜 의미는 아닌 것 같아서, 기호는 얌전히 그 별명에 적응했다. 아마 친구들 덕에 폭주 오토바이 그룹에 속했어도 늘 반듯하게 헬멧을 쓰고 다니고, 절대 막장으로 달리지 않아서 그렇게 불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꽤 오래 전부터 동네 어른들은 그래도 기특하다고 ‘이기호가 달리 모범 양아치겠냐.’ 라고 불러댔다.

    동네 어른들의 특성 상, 결국 그 긴 문장은 줄고 줄어서 ‘달리’로 굳었다. 최근에는 부모님조차도 달리라고 불렀다. 개중에서도 달콤한 기획사 사장, 달콤한 형은 그 별명을 좀 더 즐겼다. 때로 그가 달리, 하고 부를 때는 동네 개를 부르는 듯한 어감이 묻어났다. 따지고 보면 동네 메리나, 쭈쭈나, 또또, 나나 등을 부를 때랑 비슷했지만, 상관없었다. 기호는 그가 좋은 어른이라고 여겼다.

    적어도 기호가 나고 자란 지역에서, 이 대범한 독거 사장만큼 저녁 6시 이후로는 퇴근 시간도 자유롭고 보너스도 두둑이 주는 이는 드물다. 근방에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잉여의 고삐리를 채용하는 사장도 많지 않았다. 달콤한 기획사 사장은 그나마 기호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형이고, 까끌까끌한 수염으로 이마를 마구 문지르며 “형이다!” 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쪽으로 치밀한 영혼이다.

    1년 전.

    그는 이 지역에서 19살이나 된 수험생이 글을 못 읽게 된 희대의 사건에 대해 익히 들었다. 그러나 별 말없이 문제의 19살 끄트머리 소년의 계약직 채용을 결정했다.

    ‘여기는 전단지와 인쇄물 기획이 많으니까, 글자가 거꾸로 됐는지 아닌지만 볼 수 있으면 돼. 그러려면 깐깐한 양아치 달리면 충분해.’

    오지랖은 좀 넓어도, 마음은 상냥한 형이다. 그는 구민들의 행사나 앞으로 있을 봉사 축제에 대해서도 폭넓은 관심을 부여했고, 그건 종희 누나와 헤어지고 나서도 여전했다.

    “아, 씨, 저 노래.”

    누군가 그의 앞을 지나가며 툴툴댔다. 이틀 내도록, Kiss me를 듣고 있으려니 머리가 아픈 표정이다. 달콤한 형은 회사 앞에 붙은 종이를 바라보았다. 종희 누나는 팝송 아래에 한글 독음을 붙여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Kiss me out of the bearded barley 키쓰 미, 아웃 오브 더 비어(ㄹ)디드  베얼리 →

    Nightly, beside the green, green grass 나이(ㅌ)리, 비싸이드 더 그린, 그린 그레쓰 ↗』

    2주 쯤 지나면, 저렇게 대놓고 붙여놓은 것도 모자라 하루에 두 세 시간 씩 같은 노래를 들으며 익숙해진다. 그게 남의 나라 말이라도 그렇다. 기호는 노래를 흥얼대며 커피 가루를 옮겨 담았다. 아직 손이 얼어 있던 탓인지, 절대로 섞어 마시지 않는 커피 가루 두 개를 엎질러 당황했다. 에스프레소 볼드와 모카 프렌치였다.

    어쩐다.

    난처했다. 뭐든 방향 없이 섞이는 것을 싫어한다. 서로 색깔은 조금 다르지만 손 쓸 수 없이 섞여 버린 가루를 보자, 당혹스러웠다. 달콤한 사장이 담배 냄새를 풍기며 다가오더니 “어?” 하고 놀랐다.

    “엎질렀냐?”

    “……어.”

    “저런.”

    비록 종희 누나의 키스 미 노래에 묻혔지만 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어쩌겠어, 하고 달랬다.

    “이번만 그냥 마셔, 달리.”

    섞여 버리는 것들은 혼란을 만든다. 전단지나 홍보물에 오타가 섞이는 것도 그렇고, 맛이 섞이는 것도 그렇다. 무리에 섞인다는 것은 항상 무서운 일이다. 기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종희 누나의 노래와 기타 가락이 같은 부분에서 계속 멈춘다. 되풀이되는 것은 참을 수 있다. 견딜 수 없는 것은 빠져나갈 수 없을 때이다.

    “종희 누나는 옆 가게 보트 형님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저 노래 준비하는 거래.”

    보트 형님이란, 달콤한 기획사 건물 옆 가게에서 뽑기 기계 대여 장사를 하는 형이다. 종희 누나가 그 남자, 뽑기 기계에서 한번에 보트를 뽑는다는 보트 형에게 관심을 가졌을 리가 없다. 누나는 그냥 복수를 하려는 거다. 혹은 달콤한 형에게 재기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이거나.

    “어, 알아.”그러나 달콤한 형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였다. 기호는 휴, 하고 갈색 커피에 섞여 버린 검은색 가루를 조금씩 털어냈다. 이렇게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할 때 삐삑, 문자 수신음이 울린다. 또야, 달콤한 형의 화제는 종희 누나에서 금세 선회했다.

    “야, 너 그거 보이스 피싱이야.”

    그는 막 도착한 문자, 최근 이틀 동안 내리 온 문자의 정체를 파고들었다. 그럴 지도. 기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박반했다.

    “그렇지만 도서관에서 책 찾아가라고 문자 보내는 도서관 보이스 피싱 같은 건 들어본 적이 없는 걸.”

    “인마, 너나 나 같은 사람이 도서관이라는 무서운 곳을 가는 일이 없으니까 그렇지. 책, 신청한 적도 없다며.”

    문제의 문자는 엊그제부터 오고 있다. 이상한 문자이기는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저 먼 대륙의 사투리를 쓴다는 일반적인 보이스 피싱과는 달리, 그 목소리는 매우 단정하고 상냥했다. 오히려 아나운서에 버금가는 단란한 표준어를 썼다.

    ‘신청하신 도서가 따뜻한 도서관 1층에 구비되었습니다. 고객님은 신분증과 회원카드를 챙기시고 따뜻한 도서관 1층으로 찾아와주세요.’

    달콤한 형은 흠, 하고 턱을 쓸었다. 이상하잖아, 그는 수상쩍은 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런 문자를 받는 게 너일 리가 없잖아. 아니면 너 언제부터 나에게 비밀로 하고 도서관이라는 곳에를 갔냐.”

    그럴 리가 없잖아.

    강한 부정에도, 달콤한 형의 눈은 아련하게 빛났다. 왜 뜬금없이 아련해지는 거야. 기호는 궁금했다. 정말 좋고도 이상한 형이다. 달콤한 회사 안에는 달콤한 사장에게 아직도 마음이 있는 달콤한 경리 누나가 있다. 그 누나가 며칠 전부터 미쳐서 계속 Sixpence None the Richer의 「Kiss Me」를 연습한다.

    달콤한 사장에게 들으라고 부르는 노래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달콤한 사장, 본인뿐이다. 그는 요새 왜 달콤한 기획사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모른다. 바보 같은 형. 기호는 헬멧을 들어올렸다. 금이 간 헬멧에 반창고를 직직 붙여서 생명력을 더했건만, 달콤한 형은 동네 노는 형들의 걱정꺼리를 할부로 예약이라도 했는지, 또다시 걱정이다.

    “너 도서관에 정말 갈 거야?”

    마법학교라도 보는 어투였다.

    “달리 새꺄, 그거 보이스 피싱이라고, 너 돈도 없으니 아무 것도 입금할 것도 없겠지만, 씹할, 얼굴은 좆같이 반반하니까, 혹시 얼굴 보고 새우 잡이 배에 팔리면…….”

    달콤한 형의 창의성은 그의 뇌 속, 경계 없이 넘나드는 장르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걱정으로 터질 것 같은 머리가 맥없이 움직였다. 흔들흔들.

    기호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형……. 잘 모르나 본데, 도서관은 책 읽는 곳이야. 입금할 일이 없다고.”

    사실 어제 가려 했는데 그만 도서관인줄 알고 우체국을 갔다. 동네 행정기관은 왜 다 그곳이 그곳처럼 생긴 걸까. 그렇게 한적한 시골도 아니고, 나름 도시다운 명맥을 갖춘, 동네 토박이와 외지인이 절반씩 섞인 곳인데-.

    반창고로 상처를 가린 헬멧을 집어 들며, 기호는 스쿠터에 시동을 걸었다. 한 평생 한 남 걱정을 옭아매면 자기 집을 샀을지도 모를, 달콤한 형이 유리창에 촥, 달라붙었다.

    “너 월급 타면 헬멧부터 바꿔, 인마. 거, 뭐냐, 요새 이 근처에 펭귄 헬멧 쓰고 돌아다니는 정장맨이 있다던데, 그거 멋지더라!”

    헛소리는.

    종희 누나가 짜릿한 눈을 치켜뜨며 기타 소리를 높였다. 누나가 형을 보는 눈은, 유리에 붙이는 홍보 필름이 잘못 됐을 때의 눈길이다. 예전에 누나는 잘못 붙인 유리 필름을 손톱으로 북북 긁어댔다. 이번에도 그러려나.

    제발, 그러기를. Kiss me, beneath the milky twilight, 설탕 두 스푼을 원 샷 한 것같은 노래가 거리에 퍼졌다. 오, 키쓰 미 비닛(th) 더 밀키 트와일라잇!

    2

    벌써 1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달콤한 기획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만 졸업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거라는 학교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달콤한 기획사는 일하기 편했다. 스무 살이 되면 술을 마시러 가는 거야, 달콤한 사장은 감격에 겨워 외치곤 했다. 마치 제 손으로 키운 자식에게 음주의 도를 가르치는 악어처럼-.

    난독증은 일시적인 것들이지만, 18살 이후로 대학은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학교 성적은 중간 정도여서 그렇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죽어라 돈을 벌고, 또 돈을 벌어서 군대를 다녀오면 여행이나 좀 다니고 싶다.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말에 아버지는 ‘죽일 놈’이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미친 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록 ‘죽일 놈’이라고 말씀하신 아버지는 스쿠터를 사주셨다. ‘미친 놈’이라고 명명하신 어머니는 스쿠터의 비용을 12개월로 나눠 종이 명단에 적어주셨다.

    ‘잘 들어라.’

    당신은 선언하셨다.

    ‘이 명단에 적힌 1개월 단위의 비용을 매달 정산해. 그렇지 않으면 스쿠터와 네 몸을 같이 분해해서 골수탕을 해 먹을 테다.’

    그 사고, 문제의 오토바이 사고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두 번 다시 오토바이는 타지 않을 거야, 기호는 다짐했다. 부모님도 그런 의지를 잘 아셨다. 막내 아들이 이틀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으니 걱정도 많으셨다. 두 분은 ‘절대 안전하게’ 그리고 ‘헬멧을 반드시’ 착용하는 조건으로 스쿠터를 허락하셨다.

    2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기호는 친구를 잃었다. 그렇게 많이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가장 친했던 것은 피시방에 같이 오락을 하러 다니던 다른 한 녀석이다.

    오락을 하며 친해진 녀석의 별명은 ‘오죽했으면’이다. 다들 줄여서 ‘오죽’이라고 부른다. 동네에서 제법 큰 병원을 운영하는 오가네 둘째 아들이었는데, 2년 전 사고 이후로도 무사히 입시를 치르고 대학을 갔다. 죽은 녀석은 오죽이 녀석이 동네 강변에서 주워 온 양아치 녀석 ‘차라리’였다.

    놈은 오가네 병원 맞은편에 사는 차가네 외동아들이다. 차라리 녀석에게 가족은 아버지 한 분뿐으로, 사고가 나기 전까지 막 노동판에서 일당을 벌고 계셨고, 사고로 아들을 잃은 이후 2년 남짓, 집 밖으로 거의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고 있다.

    차라리의 죽음. 이후로도 기호는 종종 생각했다. 녀석의 불안한 사고에 죄책감을 가진 것은 누구였을까.

    이런 생각들을 한 것은 어른들이 말하는 ‘참한 성격’ 때문만은 아니다. 본래 깍듯한 품성의 동네 양아치였지만 모범적인 기질은 있었다. 6살, 남들이 영어로 된 동화까지 읽어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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