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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용기 있는 자가 미남을 얻는다 1_64 @윤홍차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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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두어 번 마주친 너드, 우중충한 줄로만 알았는데 비에 쫄딱 젖어 드러난 얼굴이 대체 무슨 일이야? 사랑은 스릴 쇼크 서스펜스 중 아무것도 없고 사랑만 있는, 착한 사람들이 착하게 사랑하는 평화로운 이야기.

    예쁘고 잘난 여주가 상처 입은 유기 댕댕이 주워다 예쁘다 예쁘다 해줍니다.

    채연우: 자신을 감추고 싶은 너드 남주/ 사실 잘생긴데다 몸도 좋은 남주/ 상처 있는 남주/ 잘생기고 순하고 조신한 남주

    윤세령: 빠지는 거 하나 없이 잘난 여주/ 얼빠 여주/ 어쩌다 취향 스트라이크존에 백 마일로 꽂히는 남주를 만나 예쁘게 가꿔주고 사랑 주느라 바쁘게 사는 중

    성실연재/완결지향

    00001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

    #1.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학생회관 뒤편에는, 몇 년을 살았는지 학생들도 모를 터줏대감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내고 있다. 언제, 어디서 와서 머무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만일 고양이에게도 학번이 있다면, 그 노랑 고양이는 지금 대학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학생들보다 훨씬 고학번일 거라는 추측만 여기저기서 난무했다.

    노랑 고양이는 제법 팔자가 좋았다. 대학생들이 자진해서 가져다 바치는 간식도 잘 먹고, 집도 있고. 가끔 심심하면 조금 멀리 마실 나가 도서관 앞에서 뒹굴어대는 그런 팔자 좋은 고양이. 골골골 목을 울리며 한바퀴 영역 순찰을 돌고와서는 따뜻한 봄바람과 햇살 아래 뒹굴기도 하고, 학생들이 불철주야 공부하며 책장을 붙들고 있을 때 여유로이 도서관 주위를 산책하는 고양이. 학교에 자리 잡은 이래 배를 곯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가끔 학생들이 주는 특식조차 제 배가 부르면 거들떠도 안 보는 눈 높은 고양이었다.

    세령은 오늘 그 고양이를 위해 고양이용 간식을 가져왔다. 2년 만에 복학하고,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렀을 때 만난, 여전히 햇살 아래 통통한 배를 드러내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가 더없이 반가웠기 때문이었다. 고양이를 만지려고 다가갔지만, 통통한 배만큼 도도하기 그지없는 고양이는 제가 중국의 고대 미녀 양귀비라도 된 것 마냥 단호하게 세령의 손을 거절했다. 정말 사람이 거절하듯 공손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앞발을 들어 세령의 손을 밀어냈다.

    “어쭈, 이거 아주 웃기는 놈일세.”

    하긴. 아무것도 없는데 배를 내줄 리가 없었다. 세령이 쩝, 하고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굳이 고양이를 만지기 위해 억지를 쓰지는 않았다.

    첫날,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던 세령은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고,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한다는 비즈니스계의 생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에 오늘은 인터넷 사이트를 모두 뒤져 고양이들이 백이면 구십구 좋아한다는 유명한 간식을 가져왔다.

    “고양아, 안녕!”

    두 번째로 찾아온 세령이 산뜻하게 인사를 하는데도 고양이는 쳐다보는 둥 마는 둥 그녀를 흘긋 일별하곤, 발톱을 감춘 앞발을 들어 혀로 할짝거리며 몸단장을 했다. 세령은 고양이에게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무시를 당했어도 꿋꿋하게 고양이 캔을 따서 노란 고양이 앞에 밀어주었다. 고양이는 코를 자극하는 강렬한 냄새에도 별 반응을 하지 않고,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돌아누워 세령에게 등을 보였다. 완벽한 거부였다.

    자신이 간식을 가져왔는데도 고양이가 먹지 않을 것이라곤, 아니 먹기는 커녕 입에도 대지 않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세령은 굴하지 않고 캔을 들어 고양이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다시 머리맡에 캔을 놓아주었다. 고양이는 다시 한 번 캔을 흘긋 보더니, 이번엔 아예 몸을 일으켜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 총총총 제 집으로 돌아갔다.

    뭐지, 세령은 한 번도 고양이에게 이렇게 무시당할 자신의 모습을 상상 속에서조차 그린 적이 없었다. 오히려 자기가 캔을 가져다주면 버선발로 뛰어나와 애교를 부릴 거라는 상상만 해보았지. 동물에게서 무시 받다니. 그것도 연일 이틀 째. 생각해본 적 없는 상황에 캔을 들어 치우지도 못하고, 돌아가지도 못하고 멀거니 서있었다. 세령이 그린 완벽한 시나리오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와장창 깨져나갔다.

    그때, 천천히 풍화되고 있는 세령의 뒤편에서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세령이 발자국 소리에 반응하기도 전에, 고양이가 냉큼 몸을 일으켜 바람같이 세령을 지나쳐 뒤편으로 달려갔다.

    “잘 있었어, 별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려온 그 다정하고 조근조근한 목소리에 세령이 그제야 천천히 뒤편을 돌아보았다. 세령이 준 간식은 본체만체하던 고양이가 반갑게 달려가 새롭게 등장한 사람의 바지에 온몸을 살갑게 부비고 있었다. 몸을 부볐다가, 다리 사이로 지나다녔다가, 턱으로 남자의 신발코며 다리를 문질러댔다. 저렇게 살갑게 굴 수 있는 고양이었던가 하고 배신감이 들 정도였다. 세령이 눈을 가늘게 뜨고 등장한 남자를 바라보며 누구인지 가늠했다.

    저 상태로 앞이 보이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앞머리가 길게 자라 눈을 덮어버려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남자였다. 긴 더벅머리, 공대 남자의 패션으로 우스꽝스러운 인터넷 게시글에 필수 아이템으로 등장할 법한 체크무늬 셔츠. 통이 넓은 코듀로이 바지. 까만 메신저 백. 앞코가 더러운 운동화. 영 별 볼일 없는 남자군. 세령은 짧은 시간에 그렇게 남자의 견적을 냈다.

    세령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남자는 제가 가져온 사료를 고양이 밥그릇에 부어주고, 가지고 온 생수병을 따서 물도 물그릇에 부어준 후 몸을 일으켰다. 고양이는 남자가 옮기는 발걸음 하나하나를 쫓아다니며, 다리 사이를 지나가기도 하고 드러누워 배를 뒤집기도 하는 등 온갖 애교 공세를 퍼부었다. 남자의 다리에 턱을 한참 부비던 고양이는 곧 배를 내보이며 남자에게 자신의 신뢰를 한껏 드러냈다. 몸을 굽혀 고양이의 풍성한 배털을 한참 쓸어주던 남자가 자신 앞에 드리운 그림자에 몸을 일으켰다. 남자는 그제야 세령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듯, 고양이에게서 손을 떼고 벌떡 일어났다. 미간을 찌푸린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세령을 보고 흠칫 놀란 남자는 가볍게, 너무나 작은 동작이어서 세령의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게 고개를 약간 숙인 후 우물쭈물 있다 조용히, 곧바로 몸을 돌려 사라졌다.

    “뭐야?”

    세령이 갸웃거렸다. 사람이 있는데도 무시하고 제 할 일만 하고 가버린 남자며, 제가 준 간식은 거들떠도 보지 않더니 남자가 주고 간 사료로 다가가는 고양이를 보고 힘 빠진 소리를 냈다. 고양이는 세령이 사온 비싸고 고급스러운 고양이 캔은 거들떠도 보지 않더니 남자가 부어준 사료를 맛있게 먹었다. 까득까득 소리까지 내며 챱챱 먹는 모습에, 세령은 하는 수 없이 자기가 가져온 고양이 캔을 그대로 들고 가 학생회관 1층의 쓰레기통에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날에도 똑같은 과정의 반복이었다. 오늘도 세령이 고양이를 만나러 오기 전 그렸던 시나리오는 폐기돼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사흘 째 되던 날 마침내 오기가 생긴 세령은, 동네 동물 병원의 사료와 간식 코너를 몽땅 털어왔다. 별 것도 아닌 고양이 주제에 자신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냈다. 조금 얼굴이 작고 갸름해서 예쁘게 생겼달 뿐,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희고 노란 짧은 털에 노란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에게 왜 이렇게 집착을 하는지는 세령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어제 주었다가 이미 단단히 실패해버린 간식 캔은 빼버리고, 다른 간식들로 중무장한 세령이 위풍당당하게 학생회관 옆, 고양이의 서식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평이 좋은 걸로만 골라왔으니 더 이상의 퇴짜는 없다. 세령은 굳게 의지를 다졌다.

    사람의 눈에 완전히 오픈되지 않아 자신이 찾아왔을 때는 고양이 한 마리만 유유자적하던 노랑 고양이의 집터에 오늘은 이미 선객이 있었다.

    “어?”

    그제 만났던 그 남자였다. 앞이 보이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더벅머리에 큼지막한 뿔테안경. 체구를 다 가리고 있는 큼지막한 외투에 사이즈며 기장이며 몸에 맞지도 않는 것 같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는 남자였다. 모두들 한껏 세련되게 가꾸고 다니는 캠퍼스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눈에 들어오는 남자였다.

    남자는 오늘도 쪼그리고 앉아 고양이의 귀며, 턱을 부드럽게 쓸어주고 있었다. 고양이는 골골골 목을 울리며 남자의 손길을 받다, 곧 몸을 돌려 따뜻하고 햇살냄새가 고여 있는 제 배를 남자의 손아래에 내주었다.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저 멀리에서 넘어오는, 제법 평화로워 보이는 광경이었다.

    ============================ 작품 후기 ============================

    처음 써보는 글이이에요.

    업로드 하기 위해 후기를 쓰는 지금, 정말 설레고 기분이 좋습니다 히히.

    현생이 충분히 다이나믹하니 저는 평화로운 이야기를 쓸 거예요.

    잠깐 쉬었다 가실 때, 읽으시는 분들께 잔잔한 미소를 남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성실하게,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내일도 뵈어요!

    오탈자, 비문을 보시면 언제든지 댓글 남겨주세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수정하겠습니다!

    00002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

    세령은 그 일련의 행동들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며칠 동안 아무리 만져보려고 해도 절대 머리는커녕 등조차 만지지 못하게 허락하지 않던 고양이 주제에, 남자의 손길은 어떤 거부감도 없이 받고 있는 것이 괘씸했다. 오늘도 남자가 이미 밥그릇을 채워주었는지 사료와 물도 풍부했다.

    세령은 남자가 쳐다보든 말든 개의치 않고 다가가 이번엔 어제와 다른 맛 캔을 까서 뒹굴뒹굴 거리며 태양빛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 옆에 놓아주었다. 고양이는 그제도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당연히 세령이 가지고 온 캔에는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고양이의 옆에서 무릎을 굽혀 고양이를 쓸어주고 만져주던 남자는 세령이 다가오자 남자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내비치며 벌떡 일어나 사라졌다. 세령은 부리나케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한참 노려보았다.

    “저 남자, 왜 자꾸 도망가는 거야?”

    세령이 한쪽 눈만 가늘게 뜬 채로 고양이에게 물었지만, 고양이는 그저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곤 세령의 말을 고이 무시했다. 남자가 가버리자 세령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배를 까뒤집고 누워서 뒹굴 거리던 고양이는 꼬리를 늘어트린 채로 느릿느릿 걸어 제 집으로 가 몸을 동글게 말곤 눈을 감았다.

    애초에 고양이에게 답변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무시당할 줄이야. 오늘도 세령이 가지고 온 고양이 캔은 덩그러니 남겨졌다. 세령은 캔을 치울까하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혹시나 두고 가면 먹을지도 몰랐다. 사람도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었다. 간식도 먹어야하고, 빵도 먹어야하고 떡이며 단 것들도 먹어야했다. 하다못해 사람도 간식을 더 좋아하는데 고양이도 당연히 사료보다는 각각 다른 맛인 간식을 더 좋아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세령은 오늘은 가지고 온 고양이 캔을 치우지 않고 돌아갔다. 나중에 배가 고파지면 먹을 거야.

    세 번이나 고양이에게서 무시를 당한 세령은 자존심이 가득 상해 며칠은 고양이에게 찾아가지 않았다. 어차피 학교도 매일 나가지 않는걸. 그래도 혹시 몰라 지난번에 가득 사둔 고양이 간식은 아직 버리지 않은 채였다.

    세령은 보름 만에 다시 학생회관으로 가 고양이를 찾았다. 고양이는 여전히 팔자가 늘어져보였다. 노란색 털뭉치는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어슬렁대고 있었다. 한참 학생회관 마당을 걷던 고양이는, 어느새 낮은 담벼락 위에 폴짝 올라가 드러누워 앞발을 꼼꼼히 핥으며 몸단장을 하기 시작했다. 근처로 나비가 나풀나풀 날고 있었지만 고양이도 굳이 나비를 잡으려 하지 않았고, 나비도 별 두려움 없이 고양이 주변을 팔락팔락 날아다녔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굴러다니는 고양이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등바등 사회에 나가 취업이며 결혼이며 저축이며 뭐며 경쟁하는 인간의 것과 비교할 때, 저것도 제법 행복한 삶이다. 세령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세령은 조심조심, 제 그림자가 고양이의 햇살 맞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멀찍이 돌아가 고양이의 뒤통수를 살짝살짝 만졌다. 고양이는 기분이 무척 좋은지 오늘은 세령이 자신을 만지든 말든 개의치 않고 여전히 앞발을 싹싹 그루밍하고 있었다. 노랑 고양이는 집에서 기르는 것 마냥 털결이 뽀얗고 고왔다. 확실히 학교에서 기르는 고양이라 보살펴주는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어지간한 집고양이들보다 더욱 팔자가 좋아보였다.

    팔자 좋은 고양이의 모습을 보던 세령의 생각은 어느새 두 번 만났던 볼품없는 남자에게로 도착해있었다. 뭐하는 사람이기에 그렇게 나만 보면 경기하듯 놀라 달아날까. 이 학교 학생일 텐데. 세령의 생각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고 있을 때 양반은 못되는 남자가 타이밍 좋게도 등장했다.

    “어.”

    남자가 단조롭게 내뱉은 짧은 소리가 세령에게로 도착했다. 처음 만났을 때 고양이에게 잘 있었느냐고 물을 때 들은 이후로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남자는 쭈뼛쭈뼛 다가와 조심히 사료와 물을 채워주곤, 어느새 세령의 손을 떨치곤 남자에게로 사슴이 뛰듯 가볍게, 소리 없이 달려온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어 주었다. 눈을 감고 골골 소리를 내며 남자의 손길을 즐기고 있던 고양이의 등허리를 오랫동안 쓸어주다, 남자는 이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봐요.”

    세령이 말을 붙였다.

    “예?”

    “이 고양이는 사료만 먹나요?”

    세령의 질문이 남자의 발목을 붙들었다. 그녀의 물음에 남자는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캔도 먹고, 간식도 먹고 사료도 먹고 그래요.”

    남자가 약간 느리게, 하지만 제법 듣기 괜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의 목소리를 처음 제대로 들은 세령이 속으로 놀랐지만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정도의 예의는 가지고 있었다.

    “그럼 왜 내가 주는 캔은 먹지 않죠?”

    세령이 당돌하게 물었다. 남자는 여전히 세령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말을 이었다.

    “별이는, 아, 별이는 고양이의 이름인데요. 별이는 닭고기 맛을 좋아해요. 다음에는 닭고기 맛 간식을 가져다주세요. 지난번에 주신 캔은 생선 맛인데 별이는 생선 맛을 좋아하지 않아요. 원래 거의 안 먹어요.”

    남자의 목소리는 의외로 무척이나 듣기 좋았다. 조근조근,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상냥하고 나지막하게 흐르는 목소리라고 느꼈다. 아주 얕은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것 같은 느낌. 크지도 않고 나긋한데다 저음이 풍부한 그런 목소리. 일견 꾀죄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볼품없는 남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라고 세령은 생각했다.

    남자는 거기까지 말하곤, 잠깐 고민이 되는 듯 주저했다가, 이번에는 조금 더 눈에 띄게 꾸벅 고개를 세령에게 숙여 인사했다.

    “별아, 나 가볼게. 잘 있어. 내일 또 보자.”

    고양이에게 나지막하게 속닥거리고 머리를 토닥거린 남자는 발걸음을 옮겨 계단을 내려갔다.

    아무리 봐도 저 남자는 정말로 세령을 아주, 몹시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왤까. 세령이 남자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냥 몇 번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시간이 겹쳤을 뿐이다. 눈인사조차 제대로 한번 해본 적이 없는데. 세령은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이미 사라진 남자가 지나간 계단 아래를 조금 노려보았다.

    세령과 남자가 다시 마주친 것은 이틀 후였다. 남자의 충고대로 닭고기 맛 간식을 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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