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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치명적인 아름다움 외전(10년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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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수] 치명적인 아름다움 소장본 외전(10년후)

    w.유리님

    궂은 우기의 겨울 날씨는 제법 볼만한 눈요기 거리였다. 운전대를 잡은 한 손에 알게 모를 긴장이 스몄다.

    뉴욕에서 내내 왼손으로 운전을 하다 보니, 날씨를 셀 수도 없이 오랜만에 오른손으로 잡은 운전대는 극강의 이질적인 것이었다.

    거기가 우울하게 쏟아져 내리는 궂은 우기는 내 기분을 꺾게 만들기 충분한 조건이었다. 무섭게 창을 때리는 빗소리에 예민한 신경이

    곤두섰다. 손목에 찬 비싼 시계를 신경질적을 풀러 옆 좌석에 던져두었다. 모가지를 조이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입이 심심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열네 시간동안의 지겨운 비행시간은 예민한 나를 잔뜩 신경질적으로 만든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뇌를 짓누르는 공기의 압력에 구역질이 올라오려는 걸 간신히 참아냈다. 이래서 오지 않으려고 했다. 지겹다. 모든 게 다.

    전혀 생소한 게 없는, 오랜만에 밟아보는 고국의 땅 따위.

    "가고 있어요. 얼마 안 걸려요."

    - 밖에 비 많이 오니? 운전 조심하구. 그냥 기다리면 수혁이가 데리러 갈텐데........

    "수혁이 귀찮게 뭐하러요. 다 와가요"

    새엄마의 지나친 걱정은 내가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진 별스럽지않은 것이었다. 와이퍼가 두세번 정도 움직이고

    난 후에야 새엄마와의 통화가 끝이 났다. 귀를 때리는 빗소리마저도 내게 신경질적이다. 좆같은 날씨가 내 기분을 더 우울하게 만들어놓았다. 한 손으로는 입에 문 담배를 깊게 빨아 마시며 운전대를 잡은 오른손으론 핸들을 꺾었다.

    왔냐? 싸가지 없이 형한테 톡 쏘듯이 얘기한다. 오랜만에 보는 수혁이 얼굴은 놀랄 정도로 많이 바뀌어있었다. 날라리 고등학생 같던

    소년의 얼굴이 금세 자라 제법 건장한 남자 티를 내고 있다. 내가 뉴욕에 있을 동안 이것저것에 적응해나가고, 학교를 다니고 졸업을

    하고, 안정된 직장을 잡은 사이, 수혁이 뿐만 아니라 내 곁을 스쳤던 다른 모든 것들도 변해있었다. 십년이란 세월이 이리 긴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추월할 수 없을 것 같던 시간들이......애석하게도 이곳저곳에 흔적조차 남기지 않으며 사라져간다.

    "살이 너무 많이 빠졌다. 준수야."

    "뭐....... 그냥 이런 저런 환경 때문에요"

    말라비틀어진 생선이 따로 없네. 수혁이는 많이 자란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은 그대로다. 형한테 말버릇 좀 봐. 작게 나무라는 새엄마를

    만류하고 얼마 되지 않은 짐을 들고 이층 내방으로 향했다.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깨끗한 벽지들이 나를 철저한 이방인으로

    만들어놓았다.

    "얼마나 있다 가는 거야?"

    "일주일이요"

    "너무 짧다......"

    아쉬운 표정이 역력한 새엄마의 목소리에 씁쓸하게 웃을 뿐이다. 애초부터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새엄마껜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변한 게 전혀 없는 풍경들 속에서도 발칙한 변화를 가진 한국 땅에 오래 있고 싶진 않다. 사람 부대끼는 일이야 원래부터 꺼려했었고,

    아직도 못 버린 내 까칠한 천성은 여전히 몸 곳곳에 기생해있다. 나는 나를 자유에 묶어놓는 뉴욕의 내 오피스텔이 더 좋다.

    어느새 나는, 여보세요, 보단 헬로- 가 더 익숙해졌고, 오른 손으로 기어를 꺾는 것보단 왼손으로 기어를 잡는 게 더 편해졌으며,

    쓸데 없이 푸짐한 아침상보단....... 깔끔한 모닝커피가 입에 더 익은지 오래였다. 살아가는 게 치열한 미국의 도시 뉴욕은 나를 좀 더

    예민하게 만들었고 세상과 나 사이에 좀 더 높은 벽을 쌓게 만들었다. 나 스스로 만든 고립은 꽤나 즐길 수 있는 여유였다.

    필요치 않은 것이 없는 내 환경은 나를 좀 더 예민한 오만에 떨게 했다. 한층 더 날카로워진 것 같은 내 무심함에 새엄마는 그저 섭섭함을

    작게 표출할 뿐이다. 십년이란 세월은 이렇듯, 나를 기묘하게 바꿔놓기도 했지만....... 다시 제자리를 찾게 만들기도 한 것이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묘한 기억이 잔상처럼 내 정신을 괴롭히며 발칙하게 좀먹기 시작했다. 무엇일까,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내 치열한

    현실을 괘씸하게 파먹고 있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어떤 불순한 잔상이 내 모가지를 움켜쥠에 날카로운 신경을 좀 조아려본다.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 거니? 반찬은? 음식들은 입맛에 맞구? 십년 동안 해왔던 전화 통화내용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읊어주신다.

    썩 괜찮은 표정까지 지으며 대답을 했었던 것 같은데 아직도 먹는 걸로 마음 쓰고 계신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 크니 할 말 없다.

    새 엄마와 같이 살 적, 까다로운 입맛 덕에 아예 수저를 들지 않은 날이 허다했었다. 그 때마다 수혁이의 무서운 눈초리를 받았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잘 차려진 밥상이 부담스럽다.

    "괜찮아요. 먹을 만해요. 거기 음식 맛있어요"

    "그렇담 정말 다행이구"

    입가에 경련이 이른다. 세안을 하고 급히 내려온 덕에 로션을 바르지 않아서다. 아, 내가 로션을 챙겨왔던가?

    여권은 어디가 챙겨뒀었지? 아 맞다. 두번 째 서랍이었지.

    "국도 좀 떠 먹구. 숟가락 잘 안 쓰는 것도 여전하구나"

    고개를 살작 끄덕이며 밥을 한 술 떠먹었다. 숟가락에 묻은 음식물이 비위를 상하게 해서 잘 쓰지 않는 편이다.

    그걸 아직도 기억해주시고 계신 새엄마가 어딘가 모르게 달라보였다. 많다면 많은 내 쓸데 없는 버릇들을 이토록 기억해주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많은 세월 내가 사라졌던 이 한국 땅에서...... 과연 얼마나 될까. 훌쩍 떠나버린 것처럼 나도 그들의 뇌리에서 훌쩍 떠나버렸을까. 아니면 어느 곳 어디간에 초라한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뭉뚱그려져 있을까. 씁쓸하다. 쓴 반찬이 전혀 없는데도 쓸개즙을 문것처럼

    혀가 쓰다.

    "어머 다 먹은 거니?"

    "...네, 죄송해요. 비행기를 오래 탔더니 속이 안좋아서....."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신 새엄마였지만 쓰린 내 미간을 보시곤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주신다. 약 있는데 약이라도 먹겠니?

    아뇨,. 한숨 자면 괜찮아질거에요. 걱정스러운 낯빛을 지우지 못하는 새엄마를 뒤로하고 이층 내방으로 올라왔다. 벌써 오후 여덟 시를

    향해 가는 시간이다. 일주일 휴가 중 이틀을 비행기 안에서 보냈고, 많은 가족과의 인사로 반나절을 보냈다.깨끗하게 세탁된 시트가

    곱게 펼쳐진 침대 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새로 도배한 벽지를 빼고는 모든 게 그대로다. 티끌 하나 없던 깨끗한 분위기도 그대로다.

    변한 것이 있다면 유행에 따라 새엄마가 바꿔놓았을 법한 침대 시트의 색깔뿐이었다.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불순하게 자라버린

    나의 수상한 마음. 시간은 빨리 흐른다. 그 시절보다 훨씬 더 빠르고 유약하게.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주 아무렇지 않게.

    오랜만이다.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고요했다. 나는 잠시 원치 않게 회상 같은 구질구질한 것에 젖어야했다. 무섭도록 짙은 우리의

    불순했던 시절. 건조한 살갗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어깨를 작게 떨어야했다. 메마른 손끝이 날이 선 겨울바람에 아프게 배였다.

    혀로 입술을 축였다. 꼿꼿이 세워 앉은 등허리가 뻣뻣하다. 태이블에 올려두었던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의 고요한 시선이 자연스레 내 동선을 쫓았다.

    "그러네"

    말간 대답에 픽 웃는 소리가 힘이 없다. 나도 그를 따라 픽 웃어보였다. 건조하고 매캐한 담배연기가 우리 둘 사이를 묘하게 가르며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십년 만에 보는 그는........왠지 모르게......더 멋있어졌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볼품없이 살이 빠져 앙상하게

    뼈만 남아있는데.... 그는....... 내가 기억하던 스물한 살 때와는 정말 다르게 기품 있게 고유한 멋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제법 높은 자리까지 올랐다더니 정말이구나. 단정하게 메여진 타이가 그를 한껏 돋보이게 했다. 서류를 전달하고 오던 길이었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펼쳐진 호텔 안을 빠르게 걸으며 막 빠져나가려는 나를 먼저 알아본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도 여전한 이 박유천이었다. 손목을 꼭 움켜잡은 손길도 그대로였고,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맑은 눈동자도 그대로였다.

    그를 에워싸고 있는 세월은... 그를 변하지 않게 붙잡아 둔 것 같았다.

    "잘 지냈어....?"

    "글쎄...."

    내 애매모호한 대답에 그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불을 다 붙인 라이터를 테이블 위에 살짝 던져 내려놓았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무엇을 떠올리며 담배를 피우는 내 모습을 아련하게 쫓고 있는 것일까. 담배를 피우며 잔뜩 골이 난 표정을 짓던 내 지난 스물 한 살 때의 모습....? 욕지기를 밭으며 자신을 무시하던 내 개 같은 성격......? 아니면, .....네 밑에 깔려 미친 듯 신음 밭던 내 발칙한 모습.....? 그것도 아니면.... 처절하게 울며 그를 돌려놓으라던 내 간절한 목소리....?

    "살이......"

    "......"

    "많이 빠졌다."

    앙상한 뼈만 남은 내 손목을 내려다 본 그가 고요하게 뇌까린다. 그는.... 지난 날의 불순한 우리 시절을 어떤 식으로 내던졌을까.

    어떤 식으로 집어삼키며 수많은 밤을 지새웠을까..... 내 모가지를 핥던 너의 순수를 원망했을까.....? 나를 원했던 너의 갈망을 저주했을까....?

    "준수야"

    "..... 말해"

    "...."

    "...."

    그의 깊은 눈동자를 부러 피하며 담배를 깊숙이 빨며 마셨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박유천은 늘 저런 식의 시선이었다. 순수한 진실을 담은 소년의 맑은 눈동자, 나는 늘상 그랬듯 오늘도 잔인하게 차단한다.

    "보고 싶었어."

    "......"

    "아주 많이"

    나를 젖게 하던 소년의 순수한 목소리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까만 정장을 멋스럽게 차려입은 박유천은 나를 다시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기묘한 것이다. 나는 사랑을 했다. 사랑을 했고 사랑을 잃었다. 내 모가지를 움켜잡을 만큼인 지독히도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했고... 추악한 현실에 아름다웠던 내 망상의 사랑을 빼앗겼다. 괜찮을 줄 알았던 내 지난 시간은 보기 좋게 채였고 우습게도 좆같았다. 삼 년을 미친놈처럼 살았다.

    무엇이든지 이질적인 이국문화에 정신병자처럼 적응해 나갔고 가장 염려하던 언어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에만 매달렸다.

    "나는 뭐 그다지."

    "...."

    내 솔직한 대답에 그가 다시 픽 웃는다. 넥타이를 정갈하게 멘 박유천의 모습은 꽤 볼만하다. 넌 여전히 그대로구나. 잘생긴 얼굴도, 깔끔한 모습도, 낮았던 고요한 목소리도.

    "영국 간다더니."

    도대체 얼마의 세월이 흘렀던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내 영국소리는 그에게 우스운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세월 전, 우리 집 앞에서 그와 나란히 앉아 유학 얘기를 꺼냈을 적만 해도 이렇진 않았다. 유학을 끝내고 돌아왔을 수도 있었고, 아예 떠나지 않은 걸 수도 있다. 그가 기억하고 있을 진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그 시절의 내가 되어 묻는다. 영국 간다고 그러지 않았나. 바로 어제 얘기했던 것처럼.

    "응. 공부 끝내고 돌아온 지 한참 됐어."

    내 관심사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한다. 일차적으로 끝내고 쓸데 없는 것을 더 캐묻지 않는다. 기나긴 정적이 지루하고.... 지겹다.

    "넌.....?"

    조심스럽게 묻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담배를 깊숙이 빨아마셨다. 나를 중독에 허덕이게 만드는 지독하게 쓴 담배.... 끊을 수 없어....절대....

    "잠깐 들어온 거야. 삼일 후면 바로 떠나."

    유천의 얼굴에 잔잔하게 피어있던 맑은 생기가 사라졌다. 여전히 내겐 뭐든지 조심스러운 그의 깊은 침묵 같은 고요. 네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 안 건드려. 불순했던 그 시절. 담백하게 밭았던 낮은 목소리. 생생이 뇌리를 스치는 기억의 조각에 픽 웃어버렸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토록 순수하지 않은 불쾌한 갈망을 요구했던 것일까. 멋있었던 유천이었다. 술에 취한 나를 데려다주기 위해 자신은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던 너의 자상함... 곧 쏟아져 내릴 비를 위해 우산을 사다주었던 상냥함... 데인 내 마음을 묵묵히 고요로 지켜주었던 따스함....

    "넌 여전히 예쁘네."

    예뻐라... 귓가를 관통하는 짙은 목소리에 손잡이를 잡고 장난치던 손길을 우뚝 멈췄다. 귓가를 통해 심장까지 관통된 이지러진 목소리는 낮은 침묵을 지키던 네 눈동자를 일렁이게 만드는 불순한 것이었다. 전혀 다른 목소리에 기묘하게 덮어진 정체모를 짙은 무언가 보지 말아. 난 이미 비참한 시절을 남부럽지 않게 아프게 겪었잖아. 보이지도 않는 곳에 아무렇게나 숨겨두었던 내 치부를 그가 들추어놓는 것 같았다.

    "잘 살고 있어."

    "....."

    아주 잘. 덧붙여지는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단호하기까지 했다. 담배 하나를 더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그렇구나. 그런가보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아무렇지 않은 척인 것일까. 낮게 깔린 내 목소리가 혼란스러웠다. 반쯤 식어버린 커피를 의미 없이 홀짝였다.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깔끔한 원두커피는 복잡하고 고단했던 내 일상을 담백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쓴 커피 향이 텅텅 빈 내 위를 천천히 옭아매며 태운다. 갖은 풍파를 겪었었던 것 같은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불행과 비극을 모조리 몰아서 받았던 것 같은데... 나는 한 부분의 뇌리를 누군가에게 빼앗긴 것처럼 멍청하게 눈만 가만히 깜빡여야했다.

    "......"

    "......"

    필요한 침묵은 나를 고달프게 한다. 쓸데없는 과거의 기억들에게 내 손이 뻗치기전, 무의미하게 커피를 다시 홀짝여본다. 박유천도 입을 꾹 다문 채 피우던 담배를 살며시 비벼 끈다. 고결한 남자의 손이 우아하게 뻗어 내렸다. 정신을 빼앗긴 사람처럼 그의 손가락에 시선을 죽은 듯이 두었다. 커피 잔을 톡톡 거리는 소리가있는 것일까. 과거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을 끄집어 낼 수 있을까. 분명 어느 한 곳에 잠재되어 있을, 아무런 곳에 뭉뚱그려져 있을 잔상들을 들추어낸다면 고달픈 침묵을 좀 만회할 수 있을까.

    너는 우리의 불안한 절망 같은 그 시절을 어떻게 생각하니. 아직도 괴로움에 떨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니, 아니면...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텅텅 빈 공간을 그새 마련했니. 뜻하지 않게, 겨우겨우 붙들고 있던 내 기억이 과거의 조각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들추어본 과거는 짧고도 강렬했다. 애석하게도... 단 하나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내 모가지를 움켜잡았던 짙은 그 무언가. 목을 매달고 울고 싶었던 치명적인 그 무언가. 무엇일까 그것은. 나를 철저하게 죽여 놓았던 그것은... 살아있던 생명이었던가..? 아님.. 환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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