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어]_내_침실에_원시인이_산다_내_정원~외전 - 9

163일전 | 340읽음

까.


"필요 없어! 이 여자야!"



닥터는 기겁하며 키스하려 달려드는 죽은 친구 아내를 밀어냈다. 한숨이 절로 새어나온다. 이 집안과 엮이면 년 단위로 팍팍 늙어갈 만큼 피곤하다. 그저 얼른 편안한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이나 괴롭히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귀여운 것들. 지금쯤 나 오지 말라고 고사지내고 있겠지. …그래서 못 돌아가는 건가.






성무는 전신거울 앞에서 한없이 미적거렸다. 내 생에 이만큼 거울을 많이 들여다본 적이 또 있었던가. 면도할 때 외에는 쳐다도 보지 않았거늘. 누가 보면 된장남이라고 착각하겠다. 스스로도 꺼림칙했으나 열심히 들여다 볼 수밖에 없었다. 오늘이 바로 대망의 남자친구 어머님을 처음 뵙는 날이니까! 긴장 탓에 아침도 제대로 못 먹었다. 달랑 한 공기로 끝이었다.



"으으… 괜찮은 걸까……."



당최 보는 눈이 있어야지. 안내받은 드레스 룸에는 성무의 몸에 딱맞는 옷이 한 가득이었다. 그가 잠든 사이에 비페르가 직접 치수를 재 주문한 맞춤옷들이었다. 전부 다 비싸고 전부 다 최신 유행에 맞춘 세련된 것들이지만 성무 눈엔 그 옷이 그 옷이었다. 옆에 있는 비페르 또한 아무런 도움이 못되었다. 뭘 집어 들어도, 심지어는 위는 푸른색 계통, 아래는 붉은색 계통의 시각적공해-물론 옷걸이에 따라 다르다-인 옷을 입어도 예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는 감상 외엔 나오지가 않는다.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그 말만을 반복해대니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성무는 한숨 푹 쉬고 아래위 세팅 되어있는 옷을 집어 들었다. 따로따로 맞춰 입기는 내공이 좀 많이 부족하다 못해 주호입마 들 기세다. 무난하게 가자, 무난하게.



"음… 괜…찮겠지?"



나쁘지는 않은데. 뭐 괜찮아 보였다. 더 이상 고르기에는 정신력도 체력도 모자라고. 전투 시작종이 울리기도 전에 지쳐 나가떨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무는 다시금 한숨 크게 내뱉고는 드레스 룸을 빠져나갔다.



'많은 게 꼭 좋은 것은 아니구나….'



나 한국 살 적엔 계절마다 두 벌 씩 놓아두고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갈아입고 다녔지. 고민일랑 할 필요도, 할 내용도 없었다. 몸은 좀 추레해도 마음은 얼마나 편했던가. 아아, 무소유. 교복이 최고.



"슬슬… 오시려나……?"



성무는 비페르에게 물으며 벽에 걸린 거대한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손목시계도 있지만 아직 시차에 따른 시간을 맞추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8시를 약간 넘기고 있었다. 마침 울린 핸드폰을 받은 비페르가 짧은 통화 끝에 대답해주었다.



"공항에서 출발했다는군."


"으악! 여, 여기까지 얼마나 걸리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그, 그렇군…."



마치 네 수명은 앞으로 한 시간- 소릴 들은 것만 같다. 성무는 부들부들 떨며 소파에 쓰러지듯 앉았다. 여우가 그의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올라온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성무의 옆에 앉아 비페르가 위로하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걱정마라, Fesse. 괜찮아."


"……."



너네 엄마니까 넌 걱정 안 되겠지! 손끝부터 발끝까지 덜덜 떨린다. 아, 아냐. 겁내지 말자. 당당하게 외치는 거야. 나는 남자잖아! 드라마 속 가녀린 여주인공이 아니라고! 군필 사내다!



"그래… 할 수 있어……."



성무는 슬쩍 비페르의 손을 붙잡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 버리지마라, 응? 버리면 저주할 테다. 시계 팔아서 무당집 가서 저주할거야. 애도 낳아오지 마. 설마 벌써 있는 건 아니겠지? 진짜로 저주 할 거다. 계룡산 들어가서 굿할 거야. 비페르는 그런 성무를 품으로 끌어안아주며 토닥거렸다. 귀여운 엉덩이.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종종 상대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무언가를 기다리거나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자유자재로 신축한다. 전자의 경우는 주로 늘어나고 후자의 경우는 주로 줄어든다. 성무는 후자였다. 때문에 시계바늘이 평소보다 두 배는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착각이 들었다. 특히 초침이 스피드 했다. 진짜 1초에 한 번 움직이는 것이 맞는지 의심 갈 정도다. 그렇게 한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지나갔다. 연락을 받은 비페르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Fesse, 가자."


"아, 알았어…요……."



으아, 무서워! 그새 속 편히 자든 여우는 소파에 내려놓았다. 여우 팔자가 상팔자다. 성무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꼭 끌어안은 채 비페르의 뒤를 졸졸졸 쫓았다. 호텔 방 바깥으로는 처음 나와 본다. 들어올 때도 지나치긴 했겠지만 그땐 의식이 없는 상태였으니까.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도 성무는 웅장한 복도 장식물에 시선을 빼앗겼다. 무지하게 비싸 보이는 곳이다. 하루 숙박료가 백만 원 쯤 될지도. 단정하게 차려입은 호텔 직원들이 마주칠 때마다 공손하게 인사를 해온다. 성무는 반사적으로 함께 꾸벅거리며 열심히 두리번거렸다.



비페르가 향한 곳은 1층에 자리 잡은 널따란 응접실이었다. 벽 한쪽이 유리와 유리문으로 되어있어 바깥으로 인공 연못이 보인다. 연못 위로 세워진 테라스에 티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에 한 쌍의 남녀가 앉아있었다. 남자 쪽은 눈에 익다. 어제도 왔었던 의사선생님이다. 하지만 여자 쪽은 성무로선 난생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스물 중후반 쯤 되었을까. 젊고 아름다운 귀부인이었다. 때문에 바로 옆에 선 커다란 남자의 모친이라고는 곧장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냥 누구지, 하고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저기, 어머님은…."



하고 조그맣게 묻는데 테라스의 두 사람이 이쪽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있는 듯 없는 듯 구석에 서 있던 여집사가 유리문을 열어준다. 귀부인이 앞서서, 닥터가 약간 뒤쳐져 실내로 들어섰다. 성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그 여성과 짧은 인사를 나눈 비페르가 나직이 알려주었다.



"내 어머니다."


"…무 뭐?! 거짓말!"



으악! 암만 봐도 서른이 채 못 되어 보이는데! 성무는 기겁하면서 리지에와 비페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모자가 아니라 연인관계라 해도 충분히 믿기겠다. 눈을 커다랗게 치뜨고 당황해하는 성무를 리지에가 부채 끝으로 입가를 가리며 바라보았다. 뭐, 솔직히 생긴 건 영 아니다. 그냥 못생긴 동양인 남자애다. 그 시선을 느낀 성무가 더더욱 허둥거리며 자세를 바로잡으려 애썼다. 내, 내가 지금 똑바로 서 있는 거 맞지? 알고 보면 삐뚤어졌다거나 물구나무 서 있다거나… 하진 않겠지? 그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심호흡을 했다.



"저, 저기, 저……."



우물우물 하다가 버럭 소리쳤다.



"저, 저는 비페르를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합니다- 해요~. 침실처럼 천장이 둥글고 넓디넓은 응접실이다 보니 목소리가 메아리를 친다. 제 심정을 커다랗게 토해놓은 성무는 헉헉대다가 깜짝 놀란 리지에의 표정을 보고 아차 했다. 한국어잖아! 못 알아들은 거 아냐?! 하지만 옆에 선 남자는 철석같이 알아들었다. 비페르는 대번에 성무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Primi…."



귀여운 것! 나 역시 너를 사랑한다! 이리 온, 하고 확 잡아다가 뜨겁게 입을 맞춘다. 모친이 앞에 있든 죽은 부친이 살아 돌아와 지켜보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하긴 그렇게 섬세한 신경줄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 품에 꼭 끌어 안겨 키스당하며 바동거리는 성무를 리지에가 어머어머 하며 바라보았다.



"어쩌면 애가 귀엽네. 미뇽과는 다른 매력이지만 아주 귀여워. 한국인은 다 귀여운 건가?"



종특이야? 닥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거든. 청와대 한 번 가봐라. 그런 말 나오나. 어쨌거나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나름 인정해준 듯했다.



"으악! 야! 어디까지 내려가! 엄마 보고 계시잖아!"



변태 짓도 상황 봐가면서 해야지! …안 보니까 변태인가. 성무는 기를 쓰고 비페르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첫인상이 좋아야 하는데 다 망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 떨어뜨릴 얼굴로 젊은 어머님의 돌아보았다.



"그, 그게요…."


"귀여운 아이로구나."


"…어?"



한국어다. 성무는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말했다.



"하, 한국어 할 줄 아세요?"


"미뇽 때문에 그럭저럭 회화가 가능할 정도로 배웠지."



옆에 서 있던 미뇽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하지만 성무는 미뇽이 누구를 뜻하는지도, 그 말뜻이 무엇인지도 까맣게 몰랐다. 그냥 어머님 친구 중에 미뇽이라는 한국 사람이 있구나- 싶을 뿐이었다.



"그렇군요! 아,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한성무라고 합니다."



이마가 땅에 닿을 듯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한다. 리지에는 진줏빛 부채를 한들한들 흔들며 미소 지었다.



"비페르와는 전혀 어울리지가 않아."



성무가 뜨끔했다. 심장의 뒤편이 순간 싸늘하게 식는 듯했다.



"그렇…지만요……. 물론 제가, 비페르 씨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전부 다 뒤쳐진다. 외모도 능력도 재력도 모두. 유일하게 나은 점이라곤 변태가 아니라는 것 정도? 비페르는 성격도 좋지 않은가. 상냥하고 다정하고…. 성무의 두 어깨가 풀이 죽어 아래로 처졌다.



"얘야, 저 녀석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물어봐도 될까?"



어울리지 않는다는 차가운 말에 비해 목소리는 참으로 상냥했다. 성무는 코끝을 조금 훌쩍이며 대답했다.



"음… 좋은 사람이잖아요. 저한테 잘해줬어요. 친절하고 다정하고 상냥하고…. 게다가 절 많이 좋아해주니까요."



성무가 느리게, 차근차근 말하는 사이 입술만 살짝 가렸던 부채가 점차 위로 올라갔다. 끝내 리지에는 닥터의 어깨에 기댄 채 소리죽여 어깨를 들썩였다. 닥터는 그냥 먼 천장만 쳐다보았다. 저놈만 콩깍지 쓰인 게 아니었어.



"어머, 어떡해! 친절하고 다정하고 상냥하대! 세상에, 우리 아들을 잠깐 본 것도 아니고 내내 곁에 머물면서도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젤먼 말고 또 있었네!"



참고로 불어라 성무는 못 알아들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젤먼도 저 말을 자주 하지는 않는다. 아주 간혹 가다가 한 번, 가뭄에 콩 나듯이 말할 일이 생기곤 했다.



리지에의 말을 단어 하나 이해 할 수 없었던 성무는 불안하게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표정은 나빠 보이지 않는데… 얼굴은 밝긴한데 무어라고 하신 건지……. 비페르가 미소를 머금으며 불안해하는 성무를 다시 제 품으로 끌어들였다.



"그래, 네가 저 녀석이 좋다면 괜찮겠지."



당밀처럼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를 쓰다듬었다.



"혹여 아들 녀석이 싫어진다면 내게 오려무나. 내가 키-보살펴 줄터이니."



비페르는 한국어를 못 알아들어 뚱했고 성무는 놀람 반 기쁨 반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그럼 제가 싫은 게 아니세요?"


"물론 아니지. 이리 온, 아가. 아들 놈 한국어 서투를 때 뒷담화나 잔뜩 해주마. 저 녀석도 한국어를 배울 기회는 많았고 가르쳐도 주려했는데 글쎄-."


"그쯤 하시죠."



대화의 내용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분위기는 대충 파악한 비페르가 인상을 썼다. 부친도 그랬지만 모친 역시 만만치가 않다. 내 귀여운 엉덩이를 뺏어다가 무슨 짓을 하려고 팔랑팔랑 손짓이란 말인가. 성무를 끌어안은 팔에 힘이 더해졌다. 비페르는 빠른 불어로 차갑게 말했다.



"건드릴 생각, 꿈도 꾸지 마시죠."


"어머나 쟤 좀 봐. 하다하다 엄마 꿈까지 조절하려드네. 나도 못 하는걸 자기가 하겠대. 미뇽, 아빠 대신 볼기깍 좀 때려버려!"



닥터는 조용히 한 발 뒷걸음질 쳤다. 어디다 또 끌어들이려고. 절대 거절이다.



"제겁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란다."


"하나 있으면서 또 눈독들이지 마시죠."


"양 손의 꽃, 얼마나 좋니. 여인의 로망이란다. 게다가 미뇽은 네 아버지와 한쪽이 죽는다하더라도 공유하기로 각서를 써버렸다고.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오랜만의 아들과의 대화를 즐기고 있는 어머니를 쳐다보던 닥터가 멍해있는 성무에게로 손짓했다. 성무가 그 손짓을 따라가려하자 어쩐일인지 사슬처럼 옥죄던 팔이 순순히 풀어진다. 아무래도 애 보내놓고 제대로 담판을 지어 놓겠다는 생각인 듯했다. 성무는 비페르를 힐끔힐끔 돌아보며 닥터에게로 다가갔다.



"반나절은 족히 걸릴 테니 나가자."


"헉, 그렇게나 오래요?"


"오랜만이니까. 쌓인 말이 많겠지."



대화 내용을 조금도 알 수 없었던 성무는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모자가 만났다면 쌓인 회포를 푸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는 하겠지. 성무는 닥터의 뒤를 졸졸졸 따라가며 물었다.



"여긴 어디 호텔이예요?"


"…호텔?"


"네. 비싼 곳이죠?"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거든요. 자신감 가득찬 성무의 말에 닥터는 잠시 침묵했다. 설마 그 별장도 아직 진짜 전세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그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비교하자면 바늘에 살짝 찔린 정도로 따끔했다.



"여긴 집이다."


"…네?"


"비페르 놈 집이라고. 애초에 왜 호텔이라고 생각한 거냐? 집안 식구들도 다 와있는 이곳을."



성무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그… 룸서비스……."


"집사랑 연결딘다고 말 해줬잖아."


"어… 그럼 여기가, 진짜……."


"세 번째 말하지만, 집이다."



성무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집이라고? 이게? 여기가? 이렇게나 큰데? 복도의 끝이 보이질 않는데! 대단하다, 놀랍낟, 엄청나다. 성무는 약 십분 간 멍청하게 걸음만 옮겼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탈색되어버린 탓이다. 우와, 집이래.



"어, 엄청… 부자였어요…?"


"어. 그 섬의 건물은 별장이다. 전세가 아니라 전부 비페르 놈 소유야."


"으아아악?!! 그, 그게 다! 집도 아니고 별장이라고요?!"


"그래. 어디서 시간을 때울까. 혹시 배는 안 고프냐?"


"모, 모르겠어요… 저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요……."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뇌에 과부하가 걸렸다. 성무의 상식선을 뛰어넘어도 과하게 뛰어넘어버린 것이다. 부지 내에서 차를 타고 이동했던 곳이 집도 아니고 별장이라니! 그럼 여긴 왕궁 쯤 되나?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던 성무는 그냥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래, 그냥 부자라고만 알고 있자. 어차피 비페르가 100억을 가지고 있든 100조를 가지고 있든 자신에게 있어선 똑같은 부자다. 오십보백보, 부자는 그냥 부자. 생각을 놓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아, 내 남자친구는 갑부.…



"휴, 이제 배고파졌어요."


"…생각의 정리가 다 끝난 모양이로군."


"네! 많이 부자든 조금 부자든 부자는 부자잖아요? 저랑은 상관없습니다."


"단순해서 좋군."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닥터는 한결 밝아진 채 따라오고 있는 순진한 청년을 돌아보았다.



"문제는 여기가 어디쯤인지 모르겠다는 거지."


"…몰라요?"


"나 여기 안살아. 잠깐 산 적은 있었지만 오죽 넓어야지. 젤먼에게 전화해서 사람 보내라고 해야겠군."



성무는 그저 놀랍다는 눈으로 노집사에게 전화하는 닥터를 바라보았다. 집에서 길을 잃는다는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구나! 진짜로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직접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난 젤먼은 둘을 온실로 안내해주었다. 비페르가 원시인을 잡아다가 풀어놓을 장소 중 꼽혔던 그곳이다. 노집사는 아직 점심시간은 이르다며 차와 간식을 차려주곤 바삐 자리를 떠났다. 하나 더, 성무가 찾던 배낭도 함께 가져다주고 갔다.



"아, 다행이다! 다 있네."



배낭을 뒤적거리며 성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일 중요한 가족사진도 있었다. 훼손되지 않도록 비닐에 감싸진 그대로였다. 성무는 가족사진을 꺼내어 보았다.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실적의 사진이기에 가운데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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