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어]_내_침실에_원시인이_산다_내_정원~외전 - 7

128일전 | 169읽음

을 느끼며 그렇게 생각했다. 앞으로 또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고, 혹 결혼까지 한다 하더라도 자신을 이만큼이나 귀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렵겠지. 귀엽다느니 예쁘다느니,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Fesse? 왜 그러지?"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성무의 모습에 비페르는 당황했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손만 슬쩍 가져다댔을 뿐인데 왜 갑자기? 혹시 어디 아픈 것은 아닌가 걱정이 그의 얼굴 가득 드리워진다. 성무는 훌쩍훌쩍 울면서 눕혀졌던 상체를 일으켜 비페르의 가슴에 매달리듯 안겨들었다.



"나, 나 버리지 마요! 구박 좀 받아도 괜찮은데… 아, 아니면 안 들키게 숨어 있을게요! 약혼녀랑 결혼해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또 혼자가 되기는 싫다. 다른 누군가와 새로이 잘해볼 자신도 없다. 게다가, 이 사람이 그 짧은 사이에 너무 많이 좋아져버렸다. 그러니까 어떻게 그냥 곁에 머무를 수는 없을까.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그냥 지금처럼 사랑해주기만 하면 되는데…. 울먹울먹 무어라 소리치는 성무의 말에 비페르가 진정하라고 품에 안긴 작은 등을 토닥였다.



"천천히, Fesse. 천천히 말해 봐."



너무 빨라서 못 알아듣겠다. 겨우 알아들은 단어는 나나 결혼 정도였다. 비페르가 필수품이 된 전자 사전을 꺼내자 성무가 다시금 또박또박 주제를 말했다.



"나, 버리지 마요."



버리지 마. 이해했다. 비페르는 해석 된 단어를 보고 미간을 조금 좁혔다. 그 반응에 성무의 몸이 흠칫한다.



"버리지 말라고?"


"…네."



그럴 생각 전혀 없건만. 오히려 이쪽에서 떠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비페르는 고심했다. 아까 결혼 어쩌고도 말하던데. 혹시 결혼도 약혼도 안하고 관계만 가진 것이 불안했던 것일까. 동양은 정조관념이 강한 편이라고 들었다. 엉덩이는 남자기는 하지만 불안해 할 수도 있겠지. 아무튼 귀여운 것. 어찌 이리도 귀여운 짓말 골라하는 것일까. 비페르는 웃으며 성무의 눈물 젖은 뺨에 키스했다.



"결혼하자."


"…뭐?"


"곧 준비하지. 사랑스러운 나의-."



잠깐 전자 사전.



"신부여."


"……."



성무는 넋이 나간, 초점 없는 눈으로 비페르를 쳐다보았다. 엉? 결호온?! 버리지 말라고 하긴 했다만 거기서 왜 결혼이? 게다가 신부? 내가 신부입니까? 나… 웨딩드레스 입는 거야?!



"아…하하하하……."



뭐지, 이거. 좋아해야 하나 화를 내야 하나. 성무는 무어라 말도 못한 채 그냥 웃었다. 우와, 나 결혼한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비록 상대가 남자지만 꿈꾸던 대로 결혼해서 가정을 가지게 되었네? 꿈은 이루어진다☆ 어쨌거나 버리진 않을 모양이었다. 신부고 순백의 드레스고 다 집어치우고 성무는 일단 만족했다. 그래, 안 버린다니 됐다.



"어, 음. 땡큐."


"천만에."



그러니까 하던 거 마저 하자. 비페르는 머지않아 새신부가 될 원시인의 목덜미를 콱 깨물었다. 성무가 짧은 신음을 내뱉는다. 단단하면서도 탄력적인 피부 결을 미세한 부분 하나 놓치지 않도록 손바닥 가득 매만지고 쓸어내렸다. 수줍음을 희미하게 띠우면서도 손바닥 아래의 몸은 뜻하는 대로 움직이고 반응하며 춤춘다.



"하읏…."



무심결에 허리를 들어 올리며 성무는 목을 뒤로 길게 젖혔다. 드러난 목젖이 위아래로 크게 꿈틀거린다. 그 휘어진 허리를 받치듯 쓸어지나 엉덩이로 내려간 손길이 뜨겁게 느껴진다. 안쪽의 좁은 구멍은 벌써부터 군침을 삼키듯 움찔거리고 있었다. 성격만큼이나 단순한 몸은 주어지는 자극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몸만 좋은 것도 아니요, 마음도 상대방을 좋아하고 있었으니 더욱 그랬다. 안달하듯 오물거리는 입구에 기다란 손가락이 틈을 비집으며 가닿았다.



"귀여운 Fesse…. 요 작은 엉덩이가 움찔움찔 조르고 있구나."



네거티브에 가까운 밤의 한국어 대사다. 성무는 뺨을 붉히며 끙끙거렸다.



"알면, 좀…."



빨리 좀 풀어주든가. 손가락 끝이 슬쩍 주위를 맴도는가 싶더니 심술 맞은 웃음소리와 함께 빠져나가버린다. 성무는 눈을 치켜떴다. 평소에는 잘만 덥석덥석 덮쳐오더니만 오늘은 왜!



"왜, 왜 안…하는데!"


"유혹해봐, Primi. 엉덩이를 치켜들고 귀엽게."


"무, 뭐……."



얼굴을 지나 귓불이며 목 아래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를 지경이다. 자신의 몸을 홱 뒤집는 손길에 성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굳혔다. 유, 유혹하라니… 연애경험은커녕 야동 본 횟수도 대한민국 또래 남성 평균치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거늘! 욕정이 없어서가 아니고 컴퓨터도 티비도 비디오도 없어서다. 성무는 어쩌나 낑낑거리다가 슬금슬금 무릎을 세워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이, 이렇게…?"


"그래, 귀여워. 직접 벌려서 내보여 보거라. 얼마나 갖고 싶어서 안달인지, 눈앞에 보여 봐."


"……."



변태 자식, 이럴 땐 한국말 무지 잘하네. 전자 사전도 없이 술술이다. 성무는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애가 닳아 두 손을 제 엉덩이 쪽으로 뻗었다. 다리 사이를 벌리고 손으로 새하얀 둔덕을 붙잡아 양옆으로 당겼다. 약간 서늘한 공기가 숨겨져 있던 입구에 와 닿는다. 손가락 하나도 들어가기 힘들 만큼 꽉 다물려져 붉게 움찔거리는 그것을 비페르는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는 젤을 꺼내어 꼬리 뼈 약간 아래쪽부터 진득이 흘러내리게 했다.



"읏! 차가!"



잔뜩 치켜 들린 엉덩이가 움찔 떨린다. 달래듯 그 뽀얀 둔덕을 쓰다듬으며 비페르가 말했다.



"자, 이제 구멍 속을 넓혀야지. 내가 들어 갈 수 있도록."


"지, 직접…?"


"그래, Fesse. 가지고 싶지 않나. 좋아하잖아, 귀여운 것."



뜨거운 열이 속을 가득 채우며 가장 느끼는 곳을 소름끼치도록 시원하게 긁어주고 비벼줄 것이다. 성무는 무심코 마른 침을 삼켰다. 조, 좋아하긴…하지……. 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입구와 입구 주변에 늘어진 젤을 손가락에 묻혔다. 그리고는 천천히 스스로의 밀지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으……."



뜨겁고 축축한 내벽이 손가락을 꽉 물어온다. 자신의 몸이었지만 이렇게 느껴보는 것은 당연하게도 난생처음이었다. 성무는 짧게 숨을 내뱉었다. 가운뎃손가락이 뿌리 끝까지 들어갔지만 얕다. 그의 손가락은 절대로 긴 편이라고 말 할 수 없었다. 크기도 별로 안 크다. 손가락 하나 집어넣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성무의 모습에 비페르가 손가락 세개를 합친 정도의 가는 딜도를 손에 쥐어주었다.



"도움이 될 거다."


"이, 이걸……?"



으악, 야동 같은데서 구경은 해봤어도 직접 자신의 몸에 쓸 거라곤 꿈에도 상상치 못했는데. 하지만 여기서 나 못해! 하고 내던지기에는 몸이 너무 달아있다. 성무는 숨을 크게 내뱉으며 딜도의 끝을 자신의 항문에 눌러대었다.



"으읏, 으……."



단단한 막대가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내벽을 여기저기 누르며 거의 끝까지, 깊숙이 밀어 넣었다.



"아우……."



그리 굵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살덩이와 무기질의 막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딜도를 삼킨 채 움츠러든 엉덩이로 비페르의 손이 다가왔다. 그는 삐죽 튀어나온 막대의 끝을 붙잡고 천천히 움직였다.



"으아, 앗! 비, 비페르…."


"이 정도로는 모자라겠지? Fesse."


"으, 응……."



모자라다. 제대로 닿지도 않고 가는데다가 뜨겁게 밀착되어 비비지도 않는다. 머리를 설레설레 젓는 성무의 모습에 비페르가 나직이 웃어다. 딜도가 한 번에 쑥 빠져나가더니 이번에는 인간의 것과 상당히 흡사한, 동양인 평균 발기크기 정도의 바이브레이터가 뒤쪽을 뚫고 들어왔다.



"아윽! 아아……."



열기는 없었지만 약간 물렁하면서도 인간의 피부와 비슷한 감촉이다. 거기에 우둘투둘한 작은 돌기가 잔뜩 돋쳐있었다. 그것이 몸 안 가득히 박여들었다. 윽윽대며 들어 올린 엉덩이를 떠는 성무를 비페르가 안아들어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



"아으…읏!"



허벅지에 눌러지며 바이브레이터가 더욱 깊게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동시에 부르르 진동을 하며 내벽을 돌기로 마구 짓누르고 비벼댄다.



"아아, 흐… 이, 이거… 악!"


"아주 좋아하는 걸, Fesse…."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성무는 허리를 움찔움찔 흔들어대며 비페르의 가슴에 매달렸다. 자신의 몸속에서 바이브레이터가 멋대로 날뛰고 있다. 숨이 헉헉 턱 끝까지 밀려올라왔다. 휘어지는 등을 쓰다듬어주며 비페르가 다정하게 물었다.



"어때, Fesse. 이걸로 만족하나?"


"아흑, 아니, 우, 나, 나…!"



찌릿찌릿한 자극은 온몸을 쑤시고 있었지만 평소의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의 쾌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성무는 더듬더듬하면서 비페르의 하지로 손을 뻗었다. 천위로 잔뜩 발기해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의 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흑, 이거… 넣어 줘…."



귓가에 짧은 키스가 떨어졌다.



"원하는 대로, 내 사랑."



직장 속을 파고들어 덜덜 떨고 있던 흉물스런 기계가 바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벌어진 입구가 크게 빠끔거린다. 허전해할 틈도 없이 또 다른 막대가 가득히 차고 들어온다. 이곳은 제 자리라고 주장하듯 거침없이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흐읍! 윽, 아아아!!"



굵직한 목에 팔을 감아 매달린 채로 성무는 소리 높여 울었다. 좋다! 자신이 바라던 것이다. 신이 난 내벽이 들어 찬 수컷을 맞아 잔뜩 빨아 당겼다. 거칠어진 비페르의 숨소리가 머리 위로 켜켜이 쌓여간다. 성무는 허리를 흔들어대며 눈물과 교성을 동시에 흘려냈다.



"으앗, 아, 앗! 하아, 웃! 비페, 르…!"



눈을 떠도, 감아도 앞은 그저 새하얗고 새빨갰다. 커다랗고 강한 수컷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뒤흔들어댄다. 완전히 정복당한 몸은 주어지는 쾌락을 솔직히 받아들이며 붉게 물들어갔다.



-키앙!



시끄러워 죽겠다. 침대 밑에서 잘 자다가 기어 나온 여우는 한창 합체중인 두 사람을 사납게 노려보고는 홱 돌아서서 가버렸다. 한 명은 듣지 못했고 다른 한 명은 못 들은 척 했기에 아무 소용없는 항의였지만.






비페르의 집, 즉 본가는 성무의 예상처럼 수도권에 위치해있지는 않았다. 물론 주요 수도권에 따로 업무용 집이 있긴 하다. 하지만 본가는 한적한 지방에 위치해있었다. 그냥 왕궁이라고 해도 무방한 저택을 수도에 밀어 넣으려면 빌딩을 수십 채 밀어버려야 할 테니까. 그리하는 것은 돈 낭비를 넘어서서 세간의 지탄을 받을 행위-그렇잖아도 수도권 집값은 충분하고도 넘쳐나 피토할 만큼 비싸다-이기에 비페르의 조상은 그냥 땅 넓고 한적한 곳에 저택을 지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건물은 아니고, 떼돈 벌었을 때부터 짓기 시작해 조금씩 증축해온 호화스런 대저택이었다.



값쌍 땅이 널따랗겠다, 돈도 시간이 갈수록 불어나겠다, 1인 기업이 아닌 여기저기 친척 널린 가문이다 보니 저택은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갔다. 마치 왕가처럼 가문 사람 뿐 아니라 고용인들까지 대대로 살아가는 바람에 현재의 저택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정확히는 전체 부지의 크기가 엄청났다. 품고 있는 숲이 두개에 호수 하나, 강줄기 하나, 연못이 다섯. 농장이며 목장까지 있다. 가장 큰 중앙 저택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건물들이 워낙 많다보니 방의 숫자는 이루 셀 수조차 없었다. 아침이 되면 애들을 학교로 데리고 갈 30명 정원 스쿨버스가 한 대도 아닌 두 대가 나타났다. 말하자면 현대판 영지요 영주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와 달리 영지민이 마음대로 떠나갈 수 있다는 것 정도일까. 물론 초야권도 행사하지 않는다. 편의시설도 잘 되어있어 통신비 무료에 역시나 무료인 내부 버스 다니고 공원이며 놀이터는 기본에 커다란 마트와 영화관, 스포츠 센터, 병원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원가 또는 무료! 20분마다 오는 버스로 한 시간 거리에 제법 큰 도시가 있으니 상당히 살기 좋은 곳이었다. 성별불문 나이불문 국적불문, 근면성실하신 분 상시 모집합니다. 문의 전화 XXX-XXXX-XXX



그렇게나 넓은 곳이었지만 개인비행기가 착륙할 만한 활주로는 없었다. 관리시설 역시. 경비행기용은 있었지만 성무도 여우도 닥터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행기는 이제 그만. 비행기란 게 편한것도 아니었기에 공항에서부터 저택까지는 차로 이동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래저래 녹초가 된 성무는 널따란 차안에서 여우를 끌어안고 비페르의 허벅지를 베개 삼아 잠들어버렸다. 바깥에서는 새빨간 노을이 짙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어라."



눈을 떠보니 낯선 곳이다. 성무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 한 번 하고 몸을 일으켰다. 차에 탔던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비페르가 옮겨다온 것일까.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주 넓고 또 고풍스러운 방이다. 한 번에 군고구마를 백인 분 쯤 구워 냄직한 커다란 벽난로도 보인다. 둥글게 높은 천장에는 여신과 별자리를 나타낸 천장화와 웅장한 샹들리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집 좋네."



옷은 어느새 잠옷으로 갈아입혀져 있다. 성무는 침대 아래로 발을 내딛었다. 부드럽다. 맨바닥이 아니라 틈 하나 없이 온통 융단이다. 슬리퍼도 있기에 그걸 신었다. 저만치서 빛이 흐르는지 물이 흐르는지 모를 화려한 크리스털 분수대를 툭툭 건드려보던 여우가 폴짝폴짝 뛰어왔다.



-끼앙


"어, 너는 있었구나. 비페르 씨는 나갔나?"



성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냥 방 하나인데 길을 잃어버리 것만치 넓다. 조명도 어두워 더욱 그러하다. 조금 스산해질 정도였다.



"…여기 그 사람 집 맞겠지?"



대답 못하는 여우에게 말을 걸면서 성무는 자꾸만 두리번거렸다. 어디선가 따뜻한 공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쌀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작은 방 없나. 그때 작은 새 소리 같은 벨이 울렸다. 성무는 깜짝 놀라며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도 크다. 워낙 커서인지 자동문이다.



"아, 의사 선생님!"



문을 열고 들어 온 자는 박한석이었다. 그는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커다란 문은 저절로 닫혀졌다.



"피 좀 뽑자."


"…네?"


"네 남편 될 사람이 검사하란다. 군대 갔다 왔을 테니 파상풍 주사야 맞았을 테고, 그 섬에서 발견 된 특수한 질병은 없건만 귀찮게 시리. 그래도 기생충은 있을지도 모르니. 이따가 소변이랑 대변 샘플 채취해."


"켁, 남편이라뇨! 전 군대까지 갔다 온 남잡니다?"



가지고 온 가방을 열어 속이 빈 주사기를 꺼내며 닥터가 성무를 뾰족하게 쳐다보았다.



"결혼하쟀다며?"


"…그런 적 없는데요. 대답은 했지만."


"그게 그거지. 팔이나 내밀어."



닥터는 투덜투덜 거리며 성무의 혈액샘플을 채취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어야하는 건지. 주치의도 종류별로 달고 있는 주제에. 이런 건 의사까지 갈 필요도 없이 간호사한테 맡겨도 되잖아. 난데없이 납치당해서는 이래저래 시달리고 있으니 열이 받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잖아도 별로 좋은 성격은 아니건만. 닥터는 투덜거리면서도 기본적인 검사를 마쳤다. 샘플은 부지 내 병원으로 보내어질 것이다.



"일단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군."



속은, 특히 정신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비페르 성격상 어지간히 티 나지 않는 이상 전문의에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근데 비페르 씨는 어디 있어요?"



주사자국 남은 팔을 소독약 묻은 솜으로 내리 문지르며 성무가 슬쩍 물었다. 가방을 다시 주섬주섬 챙기며 닥터가 대답했다.



"글쎄, 밤늦게 쯤에나 돌아올 거다. 오랜만에 온 거니 집안 식구들 만나느라 바쁘겠지. 직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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