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어]_내_침실에_원시인이_산다_내_정원~외전 - 6

163일전 | 372읽음

니가 목숨 걸고 나 좀 지켜주라. 넌 멍청하게 착하잖아. 여우의 속내를 까맣게 모르는 성무는 그저 귀엽다는 얼굴로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너도 먹는 게 좋았던 거겠지."



그 심정 내가 아주 잘 안다. 여우를 끌어안은 채 히히거리는 성무의 허리를 비페르의 팔이 콱 감싸 당겼다.



"으악!"


-키앙!


"이제 가자."



원시인과 여우는 동시에 캭캭거렸다. 놔라, 이놈아! 날 어디로 끌고가려는 거야! 우리 그냥 이 섬에서 살게 해줘요!! 하지만 매정한 정원 주인은 둘을 함께 달랑 들어다가 시동 걸린 헬리콥터 안에 던져 넣었다. 안쪽 문은 미리 잠가뒀다. 바깥쪽 문과는 달리 안전을 위해 조종석에서만 열 수 있다. 막다른 길목에 막힌 둘은 겁에 질려 아우성쳤다. 엄마! 나 헬기 싫어, 무서워! 캬앙! 이거 뭐야, 시끄러워! 패닉에 빠진 둘의 옆으로 비페르가 올라탔다.



"괜찮다."


"안 괜찮아!"


-캬앙!



이놈은 만날 저만 괜찮대! 성무와 여우는 서로서로 몸을 의지한 채 바들바들 떨었다. 투투투투 몸체를 흔들며 헬기가 공중으로 떠오른다. 끄아아아악!! 키이이이잉!! 숫제 비명으로 변한 절박한 외침이 하늘 높이 퍼져나갔다.






헬리콥터는 좁은 장소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수직상승, 수직하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비행기는 보통 활주로를 필요로 한다. 그것도 여객기 쯤 되면 상당히 길어야했다. 못해도 2천 미터쯤은 되어야 그럭저럭 안전한 이착륙이 가능하겠네, 하는 것이다. 때문에 재벌에 갑부라 개인용 초음속 여객기 한두 대쯤 몰고 다닌다 하더라도 스포츠카처럼 A호텔 입구, B클럽 뒷골목, 히말라야 중턱 즈음 등 제입맛대로 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공중에서 낙하산 메고 뛰어내린다면 또 모를까.



그래서 비페르도 큼직하고 잘빠진, 옆구리와 꼬리날개에 제 가문 문양까지 그린 비행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행장까지는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가야만 했다. 성무와 덤으로 붙은 여우가 아무리 울고불고 생난리를 쳐도 이것만은 어찌 할 수 없었다. 정원을 싹 밀고 활주로로 바꾸지 않는 한은 말이다.



수면제 삼키고 지진이 일어나든 해일이 몰려오든 2012년 영화가 실사로 펼쳐지든 까맣게 모른 채 잠이 든 닥터와 달리 비페르의 과보호 때문에 두 눈 생생히 뜨고 활주로가 있는 공항까지 도착 한 성무는 턱을 덜덜 떨며 헬기에서 내렸다. 거의 도망치다시피, 데굴데굴 굴러나온 그의 품에 꼭 안긴 여우 역시 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하였다. 복슬복슬하던 털은 그새 윤기를 잃고 바싹 서 있다. 몇 시간만 더 공중에 머물렀다간 스트레스성 탈모가 일어날 정도다. 그래도 소득이 있다면 짧은 시간 만에 둘의 사이가 상당히 돈독해진 것이었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은 공포에 시달리며 둘이 함께 생사를 넘나들었으니 어지간한 원수라도 친구여! 할 조건이 아니던가. 처음부터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유지해온 둘이었으니 이젠 형제여! 복숭아나무 아래로 고~ 를 외쳐도 좋을 사이가 되었다.



"크흑, 썩을 변태 놈."


-크르르릉



둘은 한마음 한뜻으로 비페르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경쟁사의 모 씨가 짚으로 만든 인형부터 천 년 간 이어온 비술까지 써 저주를 걸었음에도 소화만 좀 안되고 말았던 비페르 씨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지만, 노려보는 것쯤이야 깃털이 300mm 철판에 떨어지는 정도의 충격밖에 되질 않는다. 비페르는 귀여운 여우를 품에 꼭 끌어안고 있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덩치 큰 놈이 뭐라고 했기에 분위기가 바뀐 것일까. 헬기가 무섭고 태운 놈이 미워도 밥은 먹어야했기에 성무는 비페르의 뒤를 졸졸 따라 차에 올라탔다.






전 세계에 크고 작은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비페르였지만 가는 곳마다 제 집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는 곳마다 제 집인 사람은 등대면 내 자리인 노숙자밖에 더 있겠는가. 무소유가 다소유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세계 10위권 내에 드는 재벌가 가주님도 집 떠나면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만 한다. 돗자리 깔아놓고 도시락 까먹을게 아니라면 말이다.



비페르와 성무와 여우가 탄 차는 수행원 줄줄이 이끌고 공항 근처에서 그나마 괜찮은 식당 앞에 멈춰 섰다. 그다지 잘 사는 나라가 아닌, 그다지 유명하지 못해 조그만 공항의 근처였기에 웅장한 고급 레스토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차라리 기내에서 식사하는 것이 여러모로 더 고급이겠지만 비행기에서 밥 먹였다간 애가 제대로 먹기는커녕 체할 것만 같았다. 적어도 비페르가 보기엔 그랬다. 성무는 헬기 공포증이 있었지 비행기 공포증은 없었지만.



앞서 도착해 식당 인수 마치고 종업원이며 요리사까지 싹 갈아치운 젤먼이 문 앞에서 그의 주인을 맞이했다. 건물까지야 어찌 할 수 없다지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내놓아서야 집사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아 마땅한 일인 것이다. 그리 준비를 했음에도 인테리어를 얼마 손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당연히 기내에서 식사를 하실 줄 알았던지라 시간이 부족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아, 저 누추한 벽지! 아, 저 촌스러운 조각상! 아, 저 허름한 장식등! 지저분한 바닥에는 아예 카펫을 새로 사와 좌악 깔아두었다. 비페르가 식사 할 룸은 스티커 벽지 사다 붙이고 가구며 장식물 일체를 죄다 바꾸었다. 나머지는 그냥 뒀다. 수행원들이야 적당히 먹어도 된다. 그 룸의 식탁에서 이곳에서 유일한 한국어 동시통역사인지라 잠이 덜 깬 채로 억지로 끌려 온 닥터가 앉은 채 이마를 짚고 졸고 있었다. 비페르가 한국어 마스터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끌려다니 게 될는지도 모른다. 낯모르는 통역사 앞에 엉덩이를 내밀어둘 생각 따윈 비페르의 머릿속에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애비나 자식 놈이나 사람 참 고생시킨다.



음식이 준비되는 사이 약간 침울하게 앉아 있던 성무가 비페르를 흘낏 쳐다보며 물었다.



"한국…가요?"



눈치코치 없어도 헬기에서 내렸던 곳이 공항일는 것쯤은 안다. 마침 비행기가 날아오르고 있었으니까. 성무의 물음에 비페르가 약간 난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향이 많이도 그리운 모양이로군.



"지금 한국행 비행기는 없다."



개인 비행기라 하더라도 멋대로 이 공항 저 공항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로며 시간을 미리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간 항로가 겹쳐 무시무시한 공중충돌이 벌어지게 될 지도 모른다. 바로 갈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우선 본가에 들러야한다. 모친도 방문한다했으니.



"…없군요."



비행기 표가 없나보다. 성무는 밀려드는 안도감에 표정을 묘하게 찌푸렸다. 여길 떠나는 게 늦추어졌다고 기뻐하기는. 사람 마음이란. 변태라고 싫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진짜 엊그전게? 아무튼. 울적해지는 성무의 얼굴에 비페르도 덩달아 한숨을 내쉬었다. 애가 저렇게나 우울해하니 일정 다 걷어차고 당장 한국으로 기수를 돌리게 하고 싶다. 허나 모친 때문에라도 불가능했다. 자신이야 밉보여도 상관없지만 사랑스러운 엉덩이가 잘못 걸려 고생하면 안 되니까.



"늦어도 일주일이다."



모친은 내일 도착한다 했으니 빨르면 사오일 뒤엔 한국 땅을 밟게해줄 수 있을 것이다. 비페르의 말에 성무가 반색했다.



"일주일이요? 아, 저야 좋죠."



우와, 표구하려면 일주일이나 걸린대. 한국행 비행기가 얼마 없나보다. 아니면 요새 관광 철이라 표가 없는 건가? 어쨌거나 기뻤다. 당장 쫓겨나는 게 아니었구나. 일주일은 더 볼 수 있는 거구나. 기쁘면서도 동시에 가슴 한쪽이 아리다. 나란 인간, 정이 너무 많은 인간. 귀국했다가 막 보고 싶어지면 어쩌지? 흑흑흑. 성무는 자신의 무릎 위에 얌전히 앉아있는 여우를 쓰다듬었다. 그래, 너라도 같이 가자. 넌 나 따라 올 거지? 여우가 꼬리를 홱홱 쳤다. 와, 맛있는 냄새다~. 때마침 음식이 나왔다. 성무와 여우는 잠깐이나마 시름을 잊고 밥에 몰두했다.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밥맛은 좋았다.






요새 통 되는 일이 없는 박한석 씨가 소리쳤다.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돌아가겠다니까!"



섬에서야 공로뿐이었지만 여기서부터는 육로도 해로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왜 굳이 질색인 비행기를 타겠는가. 하지만 일개 의사이자 교수가 혼자 몸으로 수많은 무리들의 두목을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어쩌겠는가, 실질적인 힘이 없는 것을. 그와는 달리 헬기 공포증은 있어도 비행기 공포증은 없는 성무는 순순히 비행기에 올라탔다. 여우도 헬기에 비해 훨씬 조용한 비행기에는 큰 거부감이 없어 보였다. 나중에 기압이 변화하게 되면 깽깽거릴지도 모르겠지만.



"근데 어디 가는 거예요?"



한국행 비행기 표는 없다더니만. 성무의 물음에 비페르가 대답했다. 이 정도 말은 이젠 쉬이 알아듣는다.



"집."


"어… 비페르 씨 집이요?"


"그래."



별장이 아닌 집이다. 그의 말에 성무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돈 많은 사람들은 집을 몇 채 씩 가지고 있다더라. 전세 빌라가 그 정도였으니 집은 더 좋겠지. 어느 나라 수도권의 100평 넘는 아파트일지도. 지금 탄 비행기 좌석만 해도 아주 넓었다. 비행기가 아니라 어디 호텔 방엘 들어 온 것 같다. 역시 돈이 많으니까 좋구나. 이곳이 바로 1등석인가. 소파에 대형 TV, 침대도 있다. 비행기가 통째로 눈앞에 선 남자의 소유라는 사실은 꿈에도 상상치 못하는 서민 성무였다. 자가용 비행기라니, 그거 영화나 만화에서나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는 침대에 폴짝 뛰어 올라앉았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런 호사해보겠냐. 내내 안전한 봉의 품에 머물러있던 꼬마 여우가 덩치 큰 생물의 수가 둘러 줄어들자 기가 살아 꿈틀거렸다.



"왜? 답답해?"



놓아주자 침대 아래로 톡 뛰어내리더니 귀를 쫑긋 세운 채 주변을 탐색한다. 킁킁거리며 몇 바퀴 맴을 돌더니 안전해 보이는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몸을 둥글게 말았다. 배도 부르고 지치기도 했고, 한 숨 잘 생각인 모양이다. 그리하여 둘만 남게 되었다.



"……."



성무는 침대의 매트리스에 엉덩이를 붙인 채 뭔지 모를 음료를 따라고 있는 비페르를 바라보았다. 카메라 들어서 찰칵 누르기만 하면 화보 혹은 광고다. 좀…많이 변태라서 그렇지 잘생기고 돈 많은 놈이다. 변태라고 해도 그… 하는 건 정상적이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죄다 촬영되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한성무는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지. 하지만 길어야 일주일 후면 헤어져야 한다.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자신은 머나먼 동쪽 땅 끝으로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표가 생기면 그보다 더 빠를지도 모르지. 앞일을 생각 할 때마다 가슴이 쓰라렸다. 그래, 나 저놈 꽤 많이 좋아하나봐.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잖고 서야 사내놈이랑 헤어지는데 이렇게나 마음 아프고 슬플 리가 없잖은가. ……밥 때문인가?



"…비페르."



나지막한 부름에 비페르가 성무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지, 내 귀여운 Fesse."



아, 저 느끼한 헛소리도 그리워지겠지. 성무는 무심코 눈물을 글썽했다. 새로 좋은 사람 만나서 잘 먹고 잘 살아. 그래도 지금은 내가 그, 그… 연인이니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암만 생각해봐도 미친 짓 같은데, 그래도 얼마 안 있음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될 테니까. 성무는 비페르에게로 걸어갔다. 자신보다 한 뼘은 더 큰 남자가 다정한 눈동자로 내려다봐온다. 성무는 아주 많이 쪽팔려 하면서 입을 열었다.



"야, 나 너 좋아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아한다고. 그래도 아직 러브까지는 말 못하겠다. 헤어지기 직전이라면 글쎄, 생각해 보겠지만. 좋아한다는 말에 비페르가 미소 지었다. 그렇잖아도 잘난 놈이 웃기까지 하니까 그림이 따로 없다.



"나도 좋아한다, Fesse."


"그, 고맙기도 하고… 아무튼……."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며 성무는 고뇌했다. 아놔, 진짜 이래도 될까. 귀국하면 노말로 돌아갈 건데 이래도 될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이 없었더라면 절대로 안 할 짓이다. 한다 해도 수개월은 족히 뜸을 들였겠지. 하지만 길어야 일주일이다. 그보다 더 빠를지도 모른다. 바로 지금이라도 당장 비페르의 살기등등한 부모가 나타나서 이 쓰레기를 내 눈앞에서 당장 치워! 하고 소리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할 수 있을 때 하자. 성무는 뒤꿈치를 치켜들었다.



-쪽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그냥 들이댔을 뿐이다. 툭 부딪쳐서 어이구 죄송합니다 하고 지나칠 정도의 닿음이었다. 요새는 초등학생도 안 할 쪽!을 선보인 성무는 몸을 배배꼬며 나름 유혹했다.



"저기… 할래……?"



아이고 어머니 쪽팔려라. 사나이로 이 세상에 첫울음 터뜨린 이래 지금만큼 쪽팔린 적이 또 있을까. 아, 있다. 거시기 동영상. 성무는 태어나서 두 번째로 많이 쪽팔려하면서 하하하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뭐. 안 해도 되고……. 허나 굶주린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그냥 지나치랴. 것도 옛다, 드세요 하고 상까지 차려서 내어주는데. 고양이라기엔 과하게 큰 맹수가 덥석 먹이를 물었다.



"Fesse…."



너는 어째서 이렇게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이냐. 가슴이 벅차오르다 못해 말문이 다 막힐 지경이다. 뭐지, 이 사랑스러운 생물체는. 아무래도 인간이 아닌 듯하다. 인간의 탈을 쓴 요정이라거나 천사라거나 귀여움의 정령 혹은 사랑의 정령이 아닐까. 저 몸을 배배 꼬며 쑥쓰러워하는 모습을 보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작아작 씹어 삼켜도 모자랄 사랑스러움이다.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주의, 위의 묘사는 어디까지나 비페르 씨의 주관적인 시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특수 합금으로 제작된 두께 600mm짜리 콩깍지 착용 중.



"으왁!"



몸이 번쩍 들어 올려 진다. 성무는 약간 바동대다가 비페르의 목에 팔을 감았다. 남자의 품에 들어 안겨지는 것도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나 노말로 살아갈 수 있을까, 순간 그런 걱정이 들었다. 한국 가서도 남자 애인 사귀게 되는 거 아니야? 허튼 생각하는 사이 침대가 코앞이다. 몸을 감싸고 있던 천들이 떨어져나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작은면서도 탄탄한 알몸이 비페르의 눈앞에 숨김없이 드러났다. 얼굴을 비롯한 팔과 다리는 볕에 그을려 동양인 평균보다 짙은 갈색이다. 몸뚱이도 얼마간 노출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약간 누런 정도일 뿐이다. 그리고 아래쪽은, 특히 뒤쪽은 트렁크 팬티 모양으로 유독 새하얗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이 귀여운 원시인과 다른 무수한 남녀들과는 아예 종 자체가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이다. 무어랄까, 신기하다. 이렇게 예쁜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그것이 자신의 손에 들어와 있다는 것도.



"아, 좀- 적당히 봐요! 피부에 구멍 나겠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터럭 하나 빼놓지 않고 샅샅이 훑어 내리는 시선에 성무가 투덜거렸다. 볼 게 뭐가 있다고. 남들과 다를 거 하나 없는 그냥 몸인데. 딱히 잘난 곳도 없이 평범하다. 그나마 못나지는 않아서 다행이랄까. 살이 찌거나 배가 나올 겨를도 없이 열심히 살아 온 덕이다. 직접 온몸으로 뛰는, 그런 종류의 근면성실을 새겨놓은 몸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볼거리는 객관적으로 봐선 전혀 없다. 그런데도 눈앞의 이상한 남자는 매번 무슨 좋은 구경거리라도 되는 마냥 시선으로 온몸을 핥아 내린다. 솔직히 이해할 수 없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마치 스스로의 몸매가 보기 좋은 것처럼 느껴지니까.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같은 남자랑 몸을 섞는 거, 여전히 꺼려지고 무섭기도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계속 같이 지내다간 왕자병이라도 걸리겠다니까…….'



성무는 값비싼 보석이라도 다루듯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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