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어]_내_침실에_원시인이_산다_내_정원~외전 - 5

163일전 | 371읽음

승차감은 영 좋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덜컥거리더니 순간 부드러워진다. 별장에 도착한 것이었다. 작은 여우는 혀를 쭉 빼물고 헥헥거리다가 귀를 쫑긋 세웠다. 바깥에서-



"이거 놓지 못해?! 난 못 타! 안 타! 크아악, 이 나쁜 새끼야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틀림없다. 봉이다. 게슴츠레하던 눈이 반짝 떠지고 축 늘어져있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드디어 안전한 상대를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친절한 봉은 기세도 좋게 소리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제법 높은 서열인 모양이다. 그렇잖고 서야 저 난리를 피울 수 있을 리 없잖은가. 이제는 살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 봉은 자신이 이 무정한 상자 속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다. 그때-



-덜커덩



줄이 풀려나가고 다시금 상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우는 재빠르게 발톱을 바닥에 박고 작은 몸을 지탱했다. 상자가 크게 기울어진다. 무게 중심이 흐트러진다. 묵직하고도 커다란 상자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한 남자의 두 손 뿐이었다. 지금이다. 여우는 굴러 떨어져가는 물건들을 바라보다가, 힘껏 박차 올랐다. 쿵! 작은 몸이었지만 흐트러진 무게중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어어어-!"



남자가 비틀거린다. 어떻게든 상자를 떨어뜨리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넘어지는 대신 손을 놓아버렸다. 우당탕! 젠장, 월급 깎이겠군. 잠금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상자의 뚜껑이 그 서슬에 활짝 열렸다. 빛이다!



-캬앙!






그리고 여우가 지프차에 실어지기 다시 하루 하고 조금 덜 전. 베개를 부여잡고 훌쩍거리던 성무는 자신의 처지를 인정했다. 그래, 내 팔자가 이렇지 뭐. 어쩐지 일이 너무 술술 잘 풀려나가더라. 그래도 이 정도면 최악은 아니다. 한국에 보내 준다고도 했고, 시계 빼앗아 갈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알고 보니 순~ 꾼 아냐, 꾼! 순진한 나를 꼬드겨 못할 짓 다 하고나니까 버리다니. 돈 많은 남자들이 다 그렇지 뭐, 흥. 그래, 가라 가. 누가 뭐 아쉬울 줄 아냐! 으흐흐흑……."



엄마! 나 여자도 아니고 남자한테 소박맞았어요! 머릿속으로는 결론을 냈건만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가 않는다. 아무리 유전병력 있는 변태새끼라지만 그래도 정이 제법 들었나보다. 흑흑흑흑, 개새끼. 난 돌아가서 미숙 씨랑 잘 먹고 잘 살 테다! …다시 받아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땡- 하고 올라왔다. 눈물을 훌쩍거리던 성무가 파묻었던 고개를 들었다. 뭐지. 엘리베이터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속에 든 것이 드러났다.



"…밥?"



음식이 가득 담긴 트레일러다. 성무는 비실비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라면 사준다더니만, 사기꾼 자식…."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먹어야 산다. 성무는 분노를 반찬 삼아 꾸역꾸역 밥을 입에 집어넣었다.



맛은 있다.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지."



비페르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간 취미생활에 집중하느라고 일이 제법 미뤄져 있다. 대부분은 아래쪽에서 적당히 처리가 가능했지만 자신의 손을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일도 더러 있는 탓이다. 그래도 이제는 물고기를 어항에, 엉덩이를 침대에 몰아넣어 놨으니 여유가 생겼다. 마음만은 여전히 초조했지만. 침실에다 들여 앉혀놔도 눈앞에 어른거리다니, 중증이다.



"급한 일이 생기면 전처럼 관찰실 쪽으로 보내게."


"예."



비페르는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벌써 저녁 시간이 머지않았다. 틈틈이 관찰 카메라를 통해 확인해 보니 내내 베개에 얼굴 파묻고 무어라 웅얼웅얼 몸부림도 쳐가며 자다가 점심 잘 먹은 후론 텔레비전 보면서 뒹굴 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크게 심심해보이지는 않았다. 도중에 나오려 들었을 때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무언가 즐길 거리를 더 구해다 줘야겠군.'



이곳에는 한글화 된 것이 없다. 책이나 영화나 게임 등. 본가로 돌아 가며는 운동을 가르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사냥용 숲에 승마장도 있으니. 한국에서는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물어볼까. 비페르는 걸음을 빨리 해 엘리베이터에 탔다.



"Fesse."



내 귀여운 엉덩이. 저만치 침대 위에 늘어져 TV 화면에 시선을 집중 중인 성무의 모습이 보였다. 비페르는 절로 떠오르는 미소를 만면에 머금은 채 침대로 다가갔다. 텔레비전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인기척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 돌아보지 않는 성무에게 바싹 몸을 붙이며 뺨에 입술을 대었다.



"으엑! 뭐야, 너!"



성무가 화들짝 팔을 내저었다. 내쫓는다더니 또 왜 이래! 설마 쫓아내기 전까지 즐기려는 심산인가! 파렴치하다. 변태를 넘어선 악당이다. 악마여, 물러가라!



"Fesse?"



돌연 싫은 기색을 내비치는 성무의 태도에 비페르가 의아해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끙끙거리며 달라붙어 오더니… 혼자 오랫동안 내버려 두었다고 화가 난 것일까. 혼자서 외로웠구나. 그는 사랑스러운 원시인을 품으로 꽉 끌어다 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아, 안 괜찮아!"


"미안, Primi."



성무의 발버둥이 움찔 잦아드었다. 이 자식… 그래도 미안한 줄은 아나보네. 아주 나쁜 놈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분한 건 마찬가지라 성무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머리로 비페르의 가슴을 툭 들이받았다.



"미안하면 그러지 말란 말이야, 나쁜 놈."



무어라 쫑알쫑알 안겨온다. 착하기도 하지. 잠깐 다독여 준 걸로 금세 기분을 풀다니. 비페르는 한쪽 손으로 성무의 등을 토닥거리며 다른 쪽 손으로 전자 사전을 검색했다.



"어쩔 수 없다. 조금만 참아라."



최대한 빨리 일 마무리 짓고 많이 놀아 줄 터이니. 아직 어휘력이 딸려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은 무리였다. 비페르의 말에 성무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다, 라…… 혹시 집안에서 정해 준 약혼녀라도 있는 것일까. 같이 잡일 하던 아줌마들이 드라마를 주제로 수다 떨던 내용이 기억났다. 가난한 집 처녀 A와 부잣집 총각 B.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지만 부잣집 총각 B의 부모님은 둘의 사이를 강력히 반대했는데… 그 와중에 나타난 부잣집 총각 B의 어릴 적 약혼녀 부잣집 처녀 C! B의 부모님은 C와 결혼하지 않는다면 A가 무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B를 협박하는데……. 화제의 주말 연속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 비록 처녀 총각이 아닌 총각만 둘이지만 비슷한 상황이지 않는가. 성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이 사람 부모라도 길길이 날뛰겠어. 후계자가 대학도 못 나온 가난한 사람을, 그것도 여자도 아닌 남자를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당연히 화내겠지. 성무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렇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구나. 그는 가슴아파하면서도 대답했다.



"알았어. 어쩔 수 없지 뭐……."



비페르는 순순히 고갤 끄덕여주는 성무를 힘주어 끌어안아주었다. 무어라 더 표현 할 수 없으리만치 사랑스럽다. 온종일 물고 빨고 품을 넘어 심장 속에 넣어두고 싶을 지경이다. 친척들에게 권리를 좀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일을 줄여야지. 그렇게 결심하며 비페르는 속삭이듯 재잘거리는 입술에 키스했다.






"그러니까 리지에가 온다는 말이군."



고누판을 앞에 두고 닥터가 말했다. 줄줄이 지다 보니 이젠 젤먼이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게임을 찾아서 들고 왔다. 이러다간 부루마블이며 젠가, 할리갈리 등 보드 게임이라는 보드 게임은 죄다 섭렵할 기세다. 그렇다고 일부러 져주는 것은 양쪽 모두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누 말을 집어 들며 젤먼이 대답했다.



"당연히 오셔야지. 첫 며느리가 아닌가."



"아직 결혼은 안했다만? 뭐 리지에라면 좀 웃고 말겠지. 아마."



확신 할 수는 없었다.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리지에는 좋은 여자였지만 비페르의 모친이요, 그 부친의 아내다. 또한 미친놈 널뛰기같은 연애의 반대쪽을 차지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닥터는 무심코 미간을 손가락으로 내리눌렀다. 그나마 아들놈이 얌전해. 상대가 얌전해서인가.



"…그냥 결혼하는 게 낫겠다."


"어째서?"


"그게 여러 사람 편한 일이니까. 원시인 청년과 헤어지고 또 다른 연애를 한다면 과연 이번만큼 얌전할까. 나는 지긋지긋한 일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아. 그냥 도장 찍어. 저놈에게 더 이상 좋은 상대는 없을 거라고 장담하지."


"……너무 폄하하는군."


"원래 진실은 주머니속의 고슴도치만큼 따가운 법이지."



닥터는 고심하며 말을 옮겼다. 젤먼도 이건 모를 거라고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그 자신도 처음 해본다. 이번에도 좀 아슬아슬 하겠다.



"그 문제는 주인마님께서 결정하시겠지."



인상을 약간 굳힌 채 젤먼이 말했다. 글쎄 나는 최소한 아가씨, 아니면 과부, 그것도 안 되면 유부녀라도 괜찮으니 여자였으면 하는데. 할머니는 좀 곤란하겠지만.



"본가로는 언제 돌아 갈 생각인가."


"내일 오전이라네."



젤먼은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비페르의 모친 리지에는 그 다음날 아침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성무는 퉁퉁하게 부운 눈을 비볐다. 어제 분명 비페르가 말했다. 내일 아침 떠난다고. 즉, 잠깐의 호화로운 생활은 이것으로 끝이다. 허리 쑤신 생활 역시. 아무튼 짐승새끼. 그는 침대에서 상체만 일으켜 앉은 채 막 씻고 나오는 짐승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피 대신 정력제가 흐르는 놈. 그래도 몸매는 참 좋다. 저 몸이 얼마나 단단하고 뜨거운지 요 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넘칠 정도로 알게 된 성무는 무심코 마른 침을 삼켰다. 뭐, 잘하긴 잘하더라. 너무 오래가서 문제지. 지가 무슨 에너자이전가. 힘세고 오래가는 거시기.



성무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래봐야 오늘로 끝이지. 어제부터 계속 생각해온 것인데도 또 코끝이 시큰거리다. 젠장, 진짜로 정들었나봐. 하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보름은 족히 봐왔지, 아마. 그 중 삼일은 아주 찰싹 달라붙어 있었고. 든 자린 몰라도 난 자린 안다고 속이 쓰리고 아프다. 잘 가라, 변태 새끼야.



"Fesse, 이리 와."



먼저 옷을 입은 비페르가 성무를 위해 준비 된 옷을 들며 불렀다. 긴팔에 긴바지다. 적도 부근의 열대 섬 용 옷은 아니었다. 본가의 날씨는 덥기는커녕 약간 쌀쌀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기내도 본가 건물도 난방이 잘 되어있긴 하지만 너무 얇고 또 짧은 옷을 입힐 수는 없었다. 미관상에서라도 말이다. 엉덩이의 속살을 보는 것은 혼자로도 족했다.



"자, 잠깐만…."



성무는 약간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이고 체력 달려. 몸 보신용 음식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그게 축적 될 여유를 주질 않는다. 먹는 족족 죄다 빨려나가는 기분이었다. 입혀주려는 것을 확 빼앗아 직접 입자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성무는 나도 손발 다 있거든! 하고 쏘아붙이려다가 관뒀다. 커다란 손길의 머리칼을 헤집는 느낌은 제법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니….



"가자."


"…응."



성무는 비페르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닫히기 직전, 얄미운 해파리들이 하늘거리는 것이 커다랗게 눈에 들어왔다. 하아, 저놈들도 그리울 거야. 무거운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그 즈음 여우가 박스에 던져지고 있었다.






헬리콥터들이 비행장에서 대기 중이다. 주인이 방문하지 않았을 때의 별장에는 관리인 스물 남짓만 머무른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섬을 떠나기에는 헬기가 부족했다. 최우선은 주인인 비페르와 그를 위시한 몇몇 사람들, 그리고 주인의 짐이다. 짐을 실은 헬리콥터들이 1차적으로 날아올랐다. 세 대 정도가 남은 비행장으로 검은 리무진이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젤먼과 닥터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노집사가 리무진의 문을 열어주자 비페르가, 이어 성무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항구도 없던데 어떻…으악?!"



성무는 비행장과 대기 중인 헬리콥터들을 발견하고 입을 쩍 벌렸다. 헬기다! 빌어먹을 헬기다! 성무는 군 시절 헬기 추락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뒤로 헬리콥터 공포증이 있었다. 혹한 속에서 뺑이 치며 내죽는 한이 있어도 헬기만은 타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었다. 때문에 나무 위에서 구출 될 때도 꽥꽥 소리 지르고 난동을 피웠건만 또 헬기라니!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비페르의 팔에 매달렸다.



"아, 아니지? 설마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 줘! 배, 배가 필요해! 배로 가!!"



미쳤냐! 왜 헬기야! 비페르는 돌연 자신의 팔에 매달려 떨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치는 성무를 의아스럽게 내려다보았다. 그는 이왕 매달려 온 거 품으로 끌어안으며 조금 떨어져 선 닥터에게 시선을 주었다. 어이, 해석. 닥터가 뚱하니 입을 열었다.



"헬리콥터 타기 싫은 모양인데? 하긴, 그때도 생난리를 쳤었지."



나무 위에서 구조 될 때에는 타는 것도 아니고 비페르가 직접 헬기에서 내린 줄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붙잡아주었건만 상처 입은 살쾡이처럼 캭캭거렸었다. 그러다 결국 떨어져 아래에 미리 깔아줬던 매트에 안착해 구조된 것이었다. 비페르는 징징거리는 성무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미안하지만 Primi. 헬기밖에 없다."


"…차라리 뗏목을 만들어 타고 가겠어!"



닥터가 옆에서 동시통역을 해주었다.



"뗏목 만들어 가겠단다. 차라리 마취 시키지? 아니면 수면제 먹이던가."


"몸에 안 좋아."



닥터의 눈썹 끝이 비죽 치켜 올라갔다. 나는 수면제 먹고 납치됐거든. 나도 공중이동수단은 딱 질색이거든. 성무 정도로 대놓고 기겁하진 않아도 닥터 역시 비행기든 헬기든 아주 싫었다. 때문에 수면제도 미리 준비해왔다. 그 중 하나를 흔들어 보였지만 비페르는 짧게 고개저었다. 그거 먹였다가 내 엉덩이 영영 못 깨어나면 어쩌려고. 비페르는 필수품이 된 전자 사전을 꺼내어 톡톡 두드렸다. 추락, 구명조끼, 낙하산.



"걱정마라. 절대 추락 안 해. 구명조끼도 낙하산도 있다."


"싫거든! 됐거든! 너 혼자 가!"



가슴을 밀어내며 바동바동 거린다. 그 즈음 지프차가 비행장 안으로 들어왔다. 비페르는 앙탈은, 하고 발버둥치는 성무를 달랑 들어 안았다.



"이거 놓지 못해?! 난 못 타! 안 타! 크아악, 이 나쁜 새끼야아!"



아이고 동네 사람들! 변태가 사람 잡아요! 하지만 이 빌라 사람들은 동정심이라곤 금붕어 눈곱만큼도 없는지 다들 멀거니 구경만 하고 섰다. 그래, 이놈은 이웃사촌이고 나는 낯모르는 동양인 A라 이거지? 이 매정하고도 차디찬 세상!



"놔, 놔, 놔!"



성무가 몸을 크게 비틀었다. 여우가 몸을 잔뜩 움츠렸다. 둘은 동시에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있는 힘껏 남의 몸을, 상자를 박찼다.



-우당탕!



"어?"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 비페르를 밀치고 탈출에 성공한 성무가 어리둥절해 두리번거렸다. 설마 사람을 밀쳤는데 이런 소리가 날 리가- 그때 또 다른 소리가 그의 귓가를 때렸다.



-캬앙!


"앗! 너는!"



작은 여우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느 인간들이 그러하듯 겉모양만 얼핏 보고 이 여우는 뒷산 여우, 요 여우는 앞산 여우, 저 여우는 들판 여우-하고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성무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여우는 그 여우다! 새알을 교환하고 삼계탕을 나누어 먹었던 바로 그 녀석! 성무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여우가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내 봉!



"우와, 이 녀석!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그렇게도 내가 좋았냐?"


-크릉



살아남으려면 선택지가 이것 밖에 없었음. 여우는 동그란 눈을 반짝거리며 꼬리를 살살 흔들었다. 나 여기 무섭거든? 덩치 큰 생물이 너무 많아. 그러니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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