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어]_내_침실에_원시인이_산다_내_정원~외전 - 10

167일전 | 367읽음

은 자신은 지금보다 한참 어렸다. 이때는 그래도 꽤 살만했는데. 잘사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그럭저럭 먹고 살았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아버지가 변하셨다. 모든 일에 의욕을 잃어 직장마저 그만두셨다. 보험금 탄 걸로 먹고 살다가 아들 혼자 내버려두고 훌쩍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문득 콧날이 시큰해졌다.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계신 걸까….



"……살아는 계시겠지."


"누가? 네 부모님?"


"아버지요. 어머니께선 돌아가신지 꽤 되셨어요."



조각 케이크의 초콜릿 장식을 포크로 콕콕 찌르며 닥터가 물었다.



"행방불명?"


"어… 아마도요? 진짜 행방불명 처리된 건 저겠지만요. 원양어선이 난파되어서 일 년이나 소식이 없었으니까, 지금쯤 사망처리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긴 그렇겠군. 보고 싶으면 네 남편더러 장인어른 찾아 달라 부탁해. 살아만 있다면 하루 내에 찾아 낼 거다."



사진도 있겠다 사는 곳 빼고 이름이며 기타 인적사항도 알겠다. 빠르면 관공서에 연락해서 곧장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 못 찾겠으면 대대적으로 현상금이라도 걸든가. 성무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좀 그러네요. 근데 남편이니 하는 소리 좀 안하면 안 돼요? 영 듣기 꺼림칙합니다."






"결혼 할 거라며."


"……그래도 말이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요."


"내가 미쳤냐. 그런 놈이랑 결혼하게. 넌 좋다면서?"


"그야 뭐……."



성무는 붉어진 뺨을 손끝으로 긁적거렸다. 비페르 그 남자를 사, 사, 사… 좋아하니까.



"하지만 남이 그렇게 부르는 건 또 다르죠! 전 비페르 상대니까 좋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한테도 그런 취급당하기는 싫습니다."


"그러냐. 한데 아버지는 왜 안 찾으려고? 사이가 나빴나?"


"썩… 그런 건 아니지만요……."



성무는 복잡한 얼굴로 눈을 숙였다. 찾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좋은 부친이었다. 비록 전 재산 다 들고 도망치고, 빚보증까지 세웠지만 재산이야 애초에 아버지 것이었으며 빚보증도 키워준 값 했다 치면 된다. 이런저런 거 다 제쳐두고 생각하자면 유일한 피붙이다. 동성결혼하면 애 낳기는 글러먹었으니 더욱 그렇다. 그렇긴 한데….



"휴우……."



만나서 뭐라고 말 하냐고. 입이 찢어져도 나 이 남자랑 결혼 할 건데 내가 아내야, 라고 말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말했다간 호적 파겠다고 덤비시려나? 성무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아, 어쩌지. 비밀로 하고 슬쩍 만나볼까.



"부친에게 결혼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네… 어? 어떻게 아셨어요?"


"뻔하잖아. 한국은 아직 동성결혼이 허락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인식도 그다지 좋지 못하니. 듣자하니 하나 뿐인 장남인 모양인데 남자랑 결혼한다 말하면 당연히 펄펄 날뛰겠지."


"그 말이 정답입니다만요……."



나올 말이야 뻔하다. 거시기 당장 떼버려라, 제사는 누가 지내냐, 사내자식이라고 키워놨더니 계집애였어! 따라 와, 그냥 같이 죽자, 수치심을 안고 익사해라 등등등. 역시… 차마 말 못하겠다. 성무는 괴로워하면서 푸딩을 퍼먹었다. 으, 달아.



"비밀로 해달라고 하면, 비페르가 그러자고 해 줄까요?"


"애교라도 떨면서 잘 부탁해봐라. 베갯머리송사가 최강이라잖냐."


"……그, 그게. 그땐 영… 정신이 없어서……."


"……듣고 싶지 않다. 하여간 부탁하면 들어주겠지."


"그럴까요?"



정말로 부탁하면 들어 줄까. 들어 준다면 당장이라도 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싶다. 가서 못해도 이 시계 정도는 팔아서 맛있는 거라도 잡수시라고 드려야지. 성무는 기대감에 들떠 활짝 웃었다. 이왕 가는 김에 삼겹살이랑 라면도 먹고.






"지금 출발하자."


"지금?!"



한국에- 라고 운을 띄우자마자 곧장 튀어나온 대답이었다. 성무는 여우를 품에 끌어안은 채 젤먼에게 준비하라 전화 거는 비페르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 말 다 끝내지도 못했는데. 그는 통화가 끝나자마자 물었다.



"왜 갑자기? 어머니 오신지도 얼마 안 됐잖아."


"그 때문이다. 빨리 와, Fesse."



비페르는 싸늘해진 표정으로 성무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피만 안 튀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 오갔던 말싸움은 결국 명확한 끝을 보지 못한 것이었다. 리지에의 말이 절반 이상 농이라는 사실을 비페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30퍼센트 정도는 진심이다. 자칫 틈이라도 내보였다간 엉덩이를 홀라당 낚아채가고도 남을 여자다. 쉰이 코앞이면서 이런 어린애를 넘보다니! 겉만 화려한 독니 품은 식은 꽃에게 엉덩이를 내 줄 수는 없다. 그러니 일단 피하자. 당분간 피해있으면 방랑벽 있는 여자이니 또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릴 것이다.



"야, 좀 천천히- 으앗!"



비페르는 자신의 보폭을 성무가 쫓아오질 못하자 아예 달랑 들어안았다. 차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비행 준비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일단 집을 떠나야만 했다. 순진한 엉덩이를 음흉한 모친의 곁에 무방비하게 놓아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조금만 꼬드겨도 홀라당 넘어가고 말겠지. 그는 잠깐만, 잠깐만 하고 소리치는 성무를 차 안에다 밀어 넣었다.



"내 말 좀 들어 보라고!"



성무가 버럭 소리쳤다. 차 문을 닫고 나서야 한숨 돌린 비페르가 그를 돌아보았다.



"말해라."



말하는 투가 참으로 무뚝뚝한 것은 비단 한국어가 짧은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느끼한 말을 종종 해대는 변태라는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인지 성무는 아무렇지 않게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냈다.



"갑자기 한국에 가는 건 그렇다 쳐도, 내 아버지 말이야. 혹시 아버지를 만나게 되면, 미안하지만 안 사귀는 척 하면 안 될까?"



비페르는 전자 사전을 두드리며 말했다.



"천천히, 다시 한 번."


"한국에 아버지가 계시잖아."


"아버지, 말인가. 어머니는?"


"어, 예전에 돌아가셨어."



비페르는 잠깐 머뭇했다가 알맞은 단어를 검색했다.



"조의를 표하지."


"…고마워. 아무튼 그 아버지를 만나는 보고 싶은데."


"찾아 두라고 하지."


"아니, 아니, 아니!"



성무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놔뒀다간 무슨 소릴 하면서 찾을지 알 수 없다.



"그, 아버지가 내가 남자, 어… 애인이 생겼다는 걸 아시면… 아무래도 좀, 많이 싫어하실 거거든……."



못해도 소주 열 병은 기본으로 깨지겠지. 그 중 한 병 이상은 자신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들 것이다. 성무의 말에 비페르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싫어하는 건가."


"응… 아무래도. 미안……."



비페르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하기야 자신이 그 아버지라 해도 싫을 것이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들을 낯선 남자, 그것도 국적마저 다른 외국인에게 빼앗기게 되다니. 그 빌어먹을 사위에게 총부터 들이대고 보겠지. 그 앨 데려가려면 머리에 바람구멍 두 개는 생겨야 할 거다. 하나는 내 몫, 하나는 먼저 간 아내 몫. 살아남는다면 허락해주지.



"이해한다."



충분히. 성무의 얼굴에 안도가 어렸다.



"고마워! 그러니까 아버지한테는 일단 비밀로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원하는 대로, 사랑하는 Fesse."



두 입술이 살짝 맞닿았다. 성무는 눈가를 살짝 붉혔다.



"…아버지 앞에선 그런 말도, 이런 일도 하면 안 돼. 절대로야, 부탁해요."



이번에는 성무 쪽에서 쪽, 짧게 입 맞췄다.






"출발하셨다고 합니다."



리지에가 루프스 가로 시집오기 전부터 곁을 보살폈던, 친구나 다름없는 중년의 여집사가 나직이 고했다. 리지에는 짧게 웃으며 맞은편에 앉은 한석을 바라보았다.



"알고 보니 겁쟁이네. 조금 놀렸다고 꼬리에 불붙은 토끼처럼 도망치는 것 좀 봐."


"진심도 조금은 섞여있었으니까 그러지."



리지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청순한 표정을 짓자, 마치 갓 성인의 문턱에 발끝을 들인 처녀처럼 젊고 순수해보인다.



"내게는 미뇽이 있는데 왜 새로운 강아지를 건드리겠어. 다만 비페르가 괴롭히면 구해는 줄 요량이었지."


"나부터 그만 괴롭히시지?"


"그럼 무슨 재미로 살라고. 남편도 없는데 미뇽마저 내 곁을 떠나면 새하얗게 말라 죽어버릴 거야. 자, 우리 건배나 하자. 독니에 콱 깨물린 가엾은 강아지의 미래를 위하여~."



달빛처럼 고운 소리를 내며 잔과 잔이 마주쳤다.






루프스 가의 한국 별장은 제주도에 위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무의 아버지가 제주도에 있을 확률은 낮았기에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의 국제공항에 비행기로 착륙했다. 서울에는 별장은 없어도 루프스 가가 소유한 6성급 호텔은 있었다. 방랑벽이 있는 비페르의 모친, 리지에가 재작년에 투자 한 것이었다. 호텔의 이름은 Mignon으로 검은 고양이가 마크였다. 덧붙이자면 닥터는 이 호텔의 M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친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비페르는 성무의 아버지, 한무운의 조사 결과를 받았다. 현재 그는 행방불명 상태였다. 하나 있는 피붙이마저 무인도 표류 중이었기에 실종신고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허나 행적이 묘연해진지는 2년이 넘은 채였다. 그러니 1년여 전에 빚쟁이가 성무에게 찾아 온 모양이었다. 빚쟁이로부터 아버지가 종적을 감추었다는 말을 들었었기에 성무는 비페르로부터 소식을 듣고도 놀라지도 않았다.



"그럴 거라고는 짐작했어. 내가 빚 다 갚았는데도 아직 행방불명이면… 그거 말고도 사채가 더 있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 당시로부터 4년 전에 돈을 빌리고 못 갚았으니 4년 사이에 몇 천 쯤 더 빌렸을지도. 성무가 걱정스레 비페르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찾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왜지."


"어, 그러니까 빚 말이야. 아직도 행방불명인 것이 아무래도 빚 때문인 것 같거든. 괜히 덤터기 쓸 수도 있는데……."



사채업자들이 얼마나 지독한지는 소문만 들어도 쉬이 알 수 있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흉흉한 말들, 있잖은가. 남자는 섬으로 보내어 새우 잡이를 시키고 여자는 사창가에 팔아넘긴다고. 특히 어촌에 살적에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바다에다 노도 돛도 없이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멍텅구리 배를 띄워놓고 거기다 빚쟁이를 태우는 거다. 빚쟁이는 벗어 날 방도도 없이 종일 그곳에서 새우만 잡아야 한다. 빚 다 같을 때까지 계속! 평생!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성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이며 표정이 자못 심각해보여 비페르도 심각하게 물었다.



"빚이 어느 정도지."



얼마나 엄청나기에 저러는 건지. 성무가 대답했다.



"음… 한 오천만?"



자신에게 돌아 온 빚이 그 정도였다. 설마 1억까지 가진 않겠지, 망할 아버지. 비페르는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오천만 달러 정도야.



"걱정마라. 그 정도야 얼마 안 되니."



성무는 감탄했다. 오천만원이 얼마 안 된다니. 역시 부자는 부자인 모양이다. 그래도 평범한 월급쟁이라면 몇 년을 모아야 하는 큰돈인데…. 연봉이 3천을 넘는다 하더라도 자신처럼 죽어라 아끼지 않는 이상 생활비로 천만 원은 넘게 빠져나갈 테니까. 5천 6천 버는 사람이라 해도 1년 넘게 걸리는 돈이다. 감탄도 잠깐, 성무는 이내 시무룩해졌다. 돈이 너무 크다.



"그래도 안 돼. 아무리 연인사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의 돈을 턱턱 내어주는 건 안 된다고."



양 손목에 각 10억짜리 시계 차고 한성무 씨가 말했다. 연인 관계라도 과도한 금품은 금지. 비페르는 웃으면서 귀여운 연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게는 정말로 적은 돈이다. 쇼핑 몇 번 하면 쓰는 돈이야."



시계 컬렉션 서넛 늘려주고 신형 스포츠 카 두엇 뽑아주고 혈통 좋은 말과 경비행기 하나 사면 바닥이 보이는 돈이다. 호화요트는 고작 오천만 달러 가지고는 모자라서 못 산다. 최소한 1억 대는 되어야지. 그런 쇼핑을 자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5천만 달러 쯤이야 전 재산에 비하면 적긴 적다.



"쇼핑 몇 번이라니!"



오천만원을! 하기야 좋은 차 한 대 가격이긴 하다. 보니까 차도 이것저것 많은 듯하고…. 성무는 양심에 찔려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미안합니다…. 오천보다 많으면 내가 벌어서 갚을 게."



턱 아래로 손이 들어와 엄지가 입술을 훑는다. 귓가에 숨이 닿게 하며 비페르가 속삭였다.



"내 곁에만 있어."



음습함이 숨겨 내린 달콤한 목소리에 성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귓가를 길게 핥는 혀가 목으로 내려간다.






성무는 낡디 낡은 배낭 속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들려나오는 것은 바스락거리는 비닐봉지다. 그는 그것을 열어 속에 든 사진을 꺼내었다. 유일하게 남은 가족사진. 그 사진 뒤에 코팅으로 인한 접착력으로 따라붙어 올라온 사진 한 장이 팔랑, 아래로 떨어진다. 부드럽게 슬라이딩해 탁상 밑으로 들어갔다.



"이거야."



성무는 가족사진을 들고서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비페르에게로 다가갔다.



"이게 나고 오른쪽이 어머니, 왼쪽이 아버지야."



비페르는 사진을 받아들어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지금보다 훨씬 작은 엉덩이다. 어렸을 때도 참 귀엽다. 확대시키고 축소시켜 뽑은 뒤 각각 침실에 걸어놓고 지갑에 넣어놓아야겠다. 보다보니 욕심이 생겼다. 비페르가 앞에서 얼쩡거리는 성무에게 물었다.



"다른 사진은?"


"응? 없어. 전세 집으로 이사하면서 다 버렸거든. 고등학교 때는 돈이 없어서 앨범을 못 샀고."



버렸다와 앨범을 사지 못했다는 말은 알아들었다. 비페르는 다시금 물었다.



"무슨 앨범?"


"학교. 고등학교 말이야. 학교에서 다 찍거든."



비페르는 전자 사전의 도움으로 학교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내용을 이해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학교에 앨범이 남아있겠지. 그는 당장에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무슨 학교?"


"어, 고등학교는 ○△였고, 중학교는 ◎◇중학교, 초등학교는 ☆△였었지 아마? 유치원은 생각 안 난다."



럭키. 이걸로 단체사진 개인사진해서 최소 6장 확보다. 비페르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맺혀진다. 그는 젤먼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에 프리미가 다닌 학교들을 뒤지라 명했다. 흔적이란 흔적들은 죄다 찾아 낼 것. 사진 한 장이 천금의 가치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 소식은 좀 있어?"



어제 비페르가 개인적으로도 사람을 풀고 전국 각지 대부분의 심부름센터에 의뢰도 해놓았다. 만약 이렇게 해서도 찾지 못한다면 각종 매체의 광고를 동원해 현상금을 걸고 수소문 할 예정이었다. 비페르는 성무를 품으로 끌어당겨 뺨에 키스하고 머리를 어루만졌다. 스르륵 내려간 한쪽 손은 엉덩이를 주무른다. 성무는 만날 있는 일이다보니 그러려니 하고 얌전히 안겨 있었다. 빚 질 것도 있으니 평소보다 더욱 고분고분 얌전을 떨었다.



"금방 찾아 낼 거다. 마침 전화가 오는군."



비페르는 한 손으론 여전히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며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노집사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어, 응. 난 여우랑 티비나 보며 놀고 있지 뭐."



근데 이놈은 또 어디로 숨었나-. 여우야 여우야 하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성무를 뒤로 한 채 비페르는 침실을 나섰다.






"말씀 드린 그대로입니다. 연락은 조금 전에 왔습니다."



표정을 굳힌 채 젤먼이 말했다. 의뢰를 받은 심부름센터에서 방금 전 서툰 영어로 한무운 씨가 이틀 전 괴한들에게 납치되는 장면이 CCTV에 찍힌 것을 발견했다고 알려왔다. 확인해본 바에 의하면 조직 폭력배와 연결 된 사채업자들이라고 한다.



"일본계열이라고 하더군요."



비페르의 미간에 깊숙한 골이 파였다.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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