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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어]_내_침실에_원시인이_산다_내_정원~외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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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어] 내 침실에 원시인이 산다

    조용한 숲이다. 그 숲 속에 주인 잃은 굴집이 하나 있었다. 누군가 살아온 흔적은 아직 여실히 남아있다. 하지만 그 주인은 떠난 지 오래…는 아니고 삼일 쯤 되었다. 짐승의 가죽이며 나무를 깎아 만든 도구들, 빈 그릇이며 통 따위가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그 중에서도 유독 큼직한 원통이 하나 있다. 큼직한 닭 두 마리가 육수 속에 출렁거리던 그 통이다. 본 주인은 소화 된 지 오래인 그 통으로 작은 네발짐승 하나가 접근해갔다.

    -크응

    코끝을 실룩실룩 거린다. 희미하게 풍기는 좋은 냄새. 물로 씻어냈지만 닭고기와 육수의 냄새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작은 여우는 통 안에 머리를 박았다. 혀를 내밀어 할짝거려봤지만 냄새와 달리 맛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실망하며 돌아서려는 그때, 덩치 큰 동물의 기척이 들려왔다.

    -킹!

    흠칫 몸을 낮추어 두리번거리다가 통 속으로 몸을 숨겼다. 깊이도 제법 되고 크기도 몸을 웅크리면 딱 맞을 정도로 적당한, 안정감 있는 동굴과 비슷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꼬마 여우가 몸을 숨기기 무섭게 몇 명의 사람들이 커다란 박스를 들고서 나타났다. 비페르로부터 귀여운 엉덩이의 물건을 모조리 수거해오라는 명령을 받은 고용인들이다. 그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보이는 물건들을 죄다 박스 속에 던져 넣기 시작했다.

    "취향 참 독특하구만. 상대도 그렇지만 뭐 이런 쓰레기까지 다 주워오래."

    "그러게나 말이야. 타다 만 장작도 가지고 가야하나?"

    "일단 주워 봐. 하나라도 놓쳤다간 다시 여기까지 와야 할 테니."

    왕복 6시간의 거리다. 특수 훈련을 받은 건장한 남자든 비쩍 곯은 어린애든 다시 오가기 싫은 건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들 중 하나가 굴집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밖에 있던 사람 하나가 박스를 밀어 넣어준다. 워낙 큼직한 박스라 입구를 다 가렸다. 덕에 그렇잖아도 어두침침한 안이 더욱 캄캄해졌다. 남자는 손전등을 켜고 눈에 보이는 것을 대충 집어다 박스에 던져 넣었다. 그 중에서는 큼직한 통도 하나 끼어들어 있었다.

    '낑….'

    통 채로 박스에 내던져진 여우는 소리 없이 낑낑거렸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건지. 먹을 것 좀 없나 하고 습관적으로 왔다가 난데없는 수난이다. 하지만 끽 소리도 내지 않고 통 속에 얌전히 숨어있었다. 덩치 큰 생물들이 너무 많다. 도망칠 엄두조차 내질 못했다.

    "다 끝났어!"

    남자가 박스를 먼저 바깥으로 밀어내며 소리쳤다. 다른 사람이 뚜껑을 들어 박스를 덮었다. 다행히 공기의 유입이 완전히 차단된 박스는 아니었다. 남자들은 박스를 줄로 단단히 묶어 들어올렸다.

    "돌아가지."

    성무의 물건들과 불청객 하나가 숨어 든 박스는 덜렁덜렁 별장을 향해 옮겨 져갔다.

    여우가 얼결에 박스 포장되기 이틀하고 조금 전. 그러니까 약 삼일 전. 성무는 개에게 쫓긴 고양이 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높다란 나무 위에 기어 올라가 캬옹캬옹 농성을 하는 중이었다.

    "뭐, 뭐야! 난 죄 없어! 먹고 살려고 한 것뿐이라고!"

    성무는 나무 아래를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으악, 저 무서운 덩치들 좀 봐! 다들 덩치가 보통이 아니다. 하나같이 육체파 운동 선수들 같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날이 더워 알통 우락부락 드러난 자들도 더러 있었으니… 성무는 더더욱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흐흐흑, 내려가면 난 죽는 거야. 범죄자에 도주까지 했으니 날 가만 둘리가 없어! 그냥 나무를 꼬옥 붙들어 잡고 여기서 생을 다하겠노라고 훌쩍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Primi!"

    저 밑에 나쁜 외국인의 모습도 보인다. 성무는 볼을 부풀리며 입술을 있는 대로 잔뜩 내밀었다. 저 나쁜 새끼.

    "야 이 나쁜 놈아!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날 까맣게 속이다니! 모, 못할 짓 다 해놓고선, 그러고선 배신이야! 크아악! 저리 가! 꺼져! 면상만 번드르르하면 다냐! 치사하고 더럽고 쪼잔한 새끼야악!"

    흑흑흑. 저 새끼 진짜 나빠.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있어. 성무는 나무줄기에다 얼굴 파묻곤 훌쩍였다. 아무튼 내 팔자가 이래. 어떻게 여자는커녕 남자 하나 제대로 못 만나냐! 하긴, 아버지부터가 그 모양이었지!

    "…뭐라고 말하는 건지."

    나무 아래의 비페르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 위에 열매처럼 매달려 있는 엉덩이가 무어라 열심히 소리는 치고 있는데 도통 해석을 할 수가 없었다. 통역기는 가지고 왔지만 목도 쉬고 울고 화내느라 발음도 부정확한데다가 거리도 멀어서 기계가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한다. 통역가에게 전화를 걸어 들려줘도 잘 들리지 않는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는 도와 줄 생각은 조금도 없이 옆에서 혼자 재밌다고 히죽히죽 웃고 있는 닥터를 노려보았다. 시선을 느낀 닥터가 뚱하니 그를 돌아봐온다.

    "왜?"

    "저 녀석이 뭐라고 하는 거지."

    반응을 봐선 틀림없이 알아들은 모양이거늘. 닥터는 아아, 하고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네놈 욕하는데?"

    "…어째서."

    "자신을 속이고 배신했다는군."

    "속였다고?"

    비페르는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속인 기억 따위 없는데. 굳이 속이고 할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말도 잘 안 통하니 거짓말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지 않는가.

    "듣기로는 사람들을 보고 놀란 모양이다. 아마 너를 같은 조난자거나 그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나보지."

    "……그런가."

    그러고 보니 자신이 누구고 어떤 사람인지는 말해 주지 못했다. 말이 통해야 알려주지. 하지만 필립 파텍이며 바쉐론 콘스탄틴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갔을 텐데. …못 알아 본 건가. 순진한 엉덩이 같으니라고.

    "애 내려오게 말 좀 잘 해줘."

    닥터가 한쪽 눈썹을 못마땅하니 치켜들었다.

    "내가 말 걸면 쓸데없이 질투해서 귀찮게 굴려고?"

    "…안 그래."

    "지랄, 뭘 믿고. 각서 써라. 지장 찍고. 그러면 도와주지."

    "……."

    결국 비페르는 반한석 씨가 원시인에게 말을 걸고 나누어도 절대로 질투도, 그로 인한 해코지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는 각서를 쓰고 지장과 인장도 찍었다. 그런 뒤에서야 닥터가 앞으로 나섰다.

    "어이, 애송이."

    성무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또 누가 한국말을 하는가 싶었는데 웬걸, 중년의 동양인 남자다. 그는 눈물 젖은 눈을 끔벅끔벅하며 남자의 부름에 대답했다.

    "왜, 왜요? 당신도 저 외국인이랑 같은 편이지!"

    "뭐 임마, 난 한국인이다."

    헉! 한국인이래! 성무는 눈을 커다랗게 치떴다. 한국인이다! 동포다! 같은 편이다!

    "지, 진짜요? 진짜로 한국 사람이에요?!"

    "국적 바꾸기는 했지만 어렸을 적 한국에서 살았어. 그러니 한국 사람이기도 하지."

    "근데… 저 외국인이랑은 무슨 사이세요…?"

    한국인이라는 말에 경계를 조금 늦추면서도 성무는 의심의 시선을 버리지 않았다. 한두 번 당하는 것도 아니고, 또 당할 수는 없다. 닥터는 옆에 선 비페르를 흘낏거리며 대답했다.

    "친구 놈 아들놈."

    "아… 친구 아들……."

    "한데 넌 뭘 배신당했다는 거냐?"

    닥터의 물음에 성무는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곤 분노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 자식 밀렵꾼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두목경찰이었잖아요! 어, 어떻게 날 팔아넘기려고……!"

    "밀렵꾼? 경찰?"

    저놈이? 닥터는 풋 웃어버렸다. 비페르의 말대로 나름 귀엽긴 귀여운 청년이다. 그는 나무 위의 원시인을 향해 내려오라 손짓했다.

    "밀렵꾼도 경찰도 아니니 내려와도 된다."

    "……그럼 뭐하는 놈인데요?"

    "음… 사업가?"

    일단 사업도 하고는 있다. 가지고 있는 기업체도 큰 거 중간 거 작은 거 여럿 되고. 성무가 엑? 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 사업가요…? 그렇게나 부자였어요…?"

    "어, 그래. 제법."

    성무는 새삼스럽게 저 아래서 인상 팍 쓰고 있는 외국인을 바라보았다. 그냥 돈 좀 많은 밀렵꾼인 줄 알았는데 무려 사업가란다. 회사원도 아니고 회사를 가진 사람. 즉, 부자다. 어쩐지 비싸 보이는 시계를 두 개나 막 주더라. 성무는 슬그머니 눈치를 살폈다. 내려갈까. 헉……."

    올라 올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막상 내려가려고 보니 무지하게 높다. 그나마 발 디딜 곳 넉넉한 울퉁불퉁한 열대 나무라지만 한번 잘못 디뎠다간 그대로 낙하, 봉이고 뭐고 이승과 바이바이 손 흔들게 되는 것이다. 성무는 더더욱 줄기에 착 달라붙으며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모, 못내려가겠어요!"

    "뭐?"

    닥터가 옆에 선 비페르에게 말했다.

    "못 내려오겠다는데?"

    "뭐?"

    "막상 내려오려니 무서운 모양이지."

    "Primi!"

    이런 가엾은 것! 비페르는 얼른 나무 아래로 바싹 다가갔다. 위로 고개를 꺾자 줄기에 자싹 매달린 채 겁에 질려있는 엉덩이가 두 눈 가득 들어왔다. 어쩌지. 나무를 자를까. 자칭 자연보호주의자의 껍데기는 엉덩이 앞에 녹아내리고 말았다.

    "무서워서 내려오지도 못하는 애를 뛰어내리라 할 수는 없고, 헬기를 불러."

    "알겠습니다, 주인님."

    곧이어 헬기가 타다다다 날아올랐다. 헬리콥터 공포증이 있는 원시인 탓에 약간의 소동이 조금 더 이어졌지만 나무 위의 엉덩이, 아니 한성무 씨는 무사히 지상에 내려설 수 있었다.

    도망쳤다가 구출된 성무는 다시 담요에 덮어 씌어져 지프차에 올라탔다. 그는 약간 기죽은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섬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동쪽에서만 머무르지말고 서쪽에도 좀 와 볼걸. 하지만 늦게나마 이렇게 구해졌으니 됐다. 이미 지나간 일,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이랴. 게다가 무인도 유일의 건물로 보이는 것이 눈앞에 나타나자 차라리 늦게 발견되어 아는 사람이 생긴 뒤에 오게 되어서 다행이다 싶어졌다.

    "우……."

    뭐냐, 저게. 아주 커다란 건물이었다. 담장도 무슨 성벽마냥 높다. 커다란 철문은 이중으로 되어 있으며 감시도 철저했다. 안으로 차가 들어서자 앞에 모르는 눈으로 봐도 아주 비싸 보이는 외제차가 떡하니 기다리고 있다. 비페르가 성무의 팔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으, 응? 내려?"

    뭐야, 다 왔나? 이 근처에 집 있나? 한데 차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비싸 보이는 외제차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잘빠진 수제 리무진이다. 차안에서 아주 뒹굴 수 있으리만치 넓기도 했다. 성무는 주춤거리다가 비페르가 잡아넣는 바람에 차에 탔다.

    "내 옷… 더러운데……."

    시트 더러워져도 세탁 비 못주는데. 의기소침하고 겁먹은 성무를 비페르가 한쪽 팔로 어깨를 감아 안으며 다독여주었다. 말은 안 통해도 마음은 전해진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 아무튼 좋은 사람. 성무는 초롱초롱하게 눈을 반짝였다.

    "나 버리면 안 돼요?"

    버릴 거면 못해도 한국행 비행기 표 값. 비페르는 자신에게 기대오며 반짝이는 눈빛을 보내오는 성무의 뺨에 가볍게 키스했다.

    "귀여운 Fesse."

    엉덩이, 넌 이제 내꺼야. 그래도 듣는 귀가 많을 때에는 Fesse보다는 Primi를 애용해 주신다. 아무나 다 듣고 있는데서 엉덩이 엉덩이하고 돌아다녔다간 가엾은 집사 영감님 뒷목잡고 쓰러질 것이다.

    "원하는 것이 있나."

    돈이라면 썩어 넘친다. 물질적인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지. 비페르의 필요한 거 있음? 하는 말에 성무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원하는 것이라….

    "어…음… 옷?"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옷이다. 가죽옷 한 벌과 찢어진 셔츠가 다다. 성무의 소박한 바람에 비페르는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 엉덩이는 욕심도 없지. 10억짜리 시계 두 개를 챙기긴 했지만 그쯤이야 애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무진이 멈춰 섰다. 방탄유리로 된 창은 까맣게 덮여있어 바깥을 볼 수가 없었다. 대신 스크린 내려서 켜면 바깥 풍경이 전후좌우 온갖 방향으로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나타난다. 성무야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으니 그냥 창문이 갑갑하게 깜깜하네, 싶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진짜로 다 왔어요?"

    비페르가 문을 열자 성무가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히어링도 토킹도 일부분만 될 뿐이다. 대꾸가 가능한 닥터는 다른 차에 탔다.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성무는 유일하게 아는 사람인 외국인의 뒤를 쫓아 차에서 내렸다. 그의 눈앞에 거대한 저택과 그 저택의 정문으로 통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허억! 무지 큰 집이다……."

    크긴 했지만 아파트처럼 까마득하게 높진 않다. 대신 옆으로 펑퍼짐했다. 빌라인가? 외장이 화려한 것이 보통 빌라는 아닌 모양이다. 비싸겠지. 창문도 많고 주위에 사람들도 많다. 이 작은 섬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을 줄이야.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성무는 자신, 정확히는 비페르를 향해 공손하게 고개 숙여오는 사람들에게 마주 꾸벅꾸벅 인사했다. 90도까진 아니지만 각도 있는 인사들이다. 여기 사람들은 다들 예의가 바른 모양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건방진 외국인 빼고.

    "저기, 몇 호에 살아요?"

    워낙 커다란 집이다 보니까 길 잃을까봐 걱정 된 성무가 물었다. 하지만 비페르는 그냥 미소만 지어주고 말았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야 대답하지. 대신 근처에 있던 닥터가 대답해주었다.

    "여긴 호수 없다."

    "네?! 그, 그럼 어떻게 집 찾아가요?"

    "저 놈이 주로 쓰는 건 두 개야. 하나는 1층이고 다른 하나는 맨 꼭대기 층이지."

    "헉! 꼭대기 층?!"

    그렇다면 말로만 듣던… 듣던… 기억이 나질 않았다. 뭔가 좀 어려운 말이었는데. 아무튼 고급 아파트나 빌라에서는 맨 꼭대기 층이 비싸다고 들었다. 성무는 존경스런 눈빛으로 비페르를 바라보았다. 역시 사업가라 다르구나.

    "비싸겠네요. 월세예요?"

    "어… 전세야."

    :우와, 이렇게 좋은 데 전세라면 엄청 비쌀 텐데.

    "……한 10억 쯤 하려나."

    성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1억도 아닌 10억! 10억이면 수도권 아파트를 전세가 아니라 통째로 살 수 있는 돈이 아니던가! 아무리 호화 빌라라지만 달랑 두 채에 전세금이 10억이라니. 아래턱이 벌어지다 못해 떨어져나갈 지경이다. 비페르르 올려다보는 성무의 눈빛이 더욱 더 초롱초롱해졌다. 이 정도 부자면 받은 시계도 몇 백 할 거 같다. 설마 10억짜리 집에서 사는 사람이 몇 십 짜리 시계를 차고 다닐까. 어쩌면 몇 천만 원 쯤 될지도 모른다.

    성무가 10억 전세에 놀라는 사이 비페르는 드디어 별장까지 데리고 오는 것에 성공한 엉덩이를 어디다 넣어 둘까 고심하고 있었다. 우선 목욕부터 시켜야겠지. 그런 뒤에… 관찰실이 좋을 듯싶었다. 1층 침실에는 사람이 너무 많이 드나든다. 일단 관찰실에 넣어두었다가 이삼일 적응기간을 거친 뒤 본가로 데리고 가자. 그는 옆에 딱 붙어서 따라오고 있는 성무를 배부른 사자처럼 바라보았다. 꿈에라도 내 곁을 떠날 생각은 하지 않은 게 좋을 거다, 프리미.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성무는 이리저리 구경하느라 바빴다. 역시 전세금 10억짜리 고급 빌라다. 빌라 복도에 무려 천장화까지 그려져 있었다. 저런 건 백화점이나 박물관 같은 데나 있는 줄 알았는데. 벽지며 장식이며 샹들리에며 모두 눈 돌아가게 번쩍번쩍했다. 이러니 전세금만 10억이지. 아마 집도 엄청 좋을 것이다.

    외국인의 뒤만 쫄쫄쫄 따라 문 두 개를 거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이게 욕실이야 운동장이야?"

    무지막지하게 넓은 욕실이었다. 성무는 넓고도 번쩍거리는 욕실을 두리번거렸다. 혹시 이거 공용인가. 혼자 쓰기엔 너무 넓다. 저 욕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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