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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1-289(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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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작 - 취몽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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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주르륵, 주르륵.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장대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

    숲 한가운데를 헤치며 한 남자가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 연신 뒤를 돌아보며 허겁지겁 도망치던 남자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나무는 남자의 진로를 방해하듯 막아섰고 달리는 속도가 늦춰질수록 점점 초조해졌다.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덮쳐들 것만 같은 공포에 온몸이 흠뻑 젖은 남자의 이가 덜덜 떨렸다.

    휘청! 미끄러운 돌을 밟았는지 한차례 휘청거린 남자는 곧 균형을 잃은 채 나동그라졌다. 온몸을 덮쳐 오는 고통에 크으! 신음을 내지르던 남자는 문득 더 이상 온몸을 적시는 빗줄기가 느껴지지 않음을 깨닫곤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들었다.

    순간 섬광이 쏟아졌고 반사적으로 감았던 눈을 조심스레 뜬 남자는 어느새 자신이 포위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투명한 막에 감싸인 듯 빗줄기는 일정한 간격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밝게 내뿜다가 이제는 은은해진 빛 덩이는 주변의 사물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었다.

    남자는 포위한 자들을 바라보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HA…… HA…….”

    남자의 정신은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건 꿈이야. 현실이라면 동물이 사람처럼 걸어 다닐 리 없어. 중세 시대 갑옷을 입은 자들이 가볍게 날아다닐 리도 없고. 판타지 영화도 아닌데 사람 손에서 불덩이나 번개가 나갈 리도 없어. 우릴 사냥할 리도 없고. 이건 꿈이야…….

    “뭐야? 네이비 씰이라고 해서 긴장했더니 별거 아니네?”

    현실을 부정하며 붕괴되어 가던 남자에겐 처음 듣는 생소한 언어였지만 네이비 씰이란 단어 하나가 귀에 틀어박히며 남자의 정신을 현실로 끌어냈다.

    남자는 투덜거리듯 중얼거리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옷차림에 담배를 꼬나 문 청년은 자신의 부대를 알고 있었다.

    그래, 여긴 어느 나라의 극비 군사 무기 실험장인 거야. 그렇지 않고는 설명이 안 돼.

    남자의 정신은 저 좋을 대로 상황을 끼워 맞춰 결론을 내리곤 무리의 수장으로 보이는 청년을 향해 절박한 음성으로 외쳤다.

    “Please help me! I am a U.S. Navy! I will surrender!”

    남자의 외침에 청년은 난감한 듯 뒷머리를 긁적거리곤 말했다.

    “He……Hello?”

    상대가 영어를 하자 남자는 눈에 띄게 안도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에…… What's your name?”

    “My name is John Smith! U.S. Navy Lieutenant.”

    “에, 또 그러니까…….”

    영어를 잘 못하는지 청년은 버벅거렸지만 존은 끈기 있게 참았다. 자신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이상 어떻게든 대화를 해야만 했다. 한참 버벅거리며 뭐라 말하려던 청년은 이내 포기했는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중얼거렸다.

    “내 주제에 영어는 무슨 영어냐. 헤이 존!”

    청년의 부름에 존은 억지로 미소 지으며 반응했다. 뜻이 통했는지 청년도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양키, 고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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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 진입의 정석 (1)

    “보충 병력이라고 온 게 이 애들이라고?”

    “……예.”

    “우리 중대가 그래도 꽤 정예군 아니었나? 쪽발이 놈들한테 나름 유명하지 않아? 취재도 나오고 그랬는데?”

    “그래서 이 정도 인원이라도 배정받은 겁니다. 다른 부대는 대대 통틀어 한두 명이 다인 곳도 있습니다.”

    “미치겠군.”

    준영은 혀를 차며 군복조차 입지 못한, 아무리 높게 쳐도 중 3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애들을 바라보았다. 두려운지 눈알을 굴리며 눈치를 보는 애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학도병이라니……. 보나 마나 인근에서 총 들 수 있는 남자란 남자는 죄다 강제징집해서 끌고 왔을 게 뻔했다. 저 애들 중 과연 지원해서 온 애들은 몇 명이나 되려나.

    준영은 불쾌한 듯 가래침을 한번 내뱉곤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이미 피난민들이 다녀갔는지 깨끗하게 털린 슈퍼에서 간신히 건진 담배였다.

    “헤헤, 중대장님…….”

    1소대장인 민원후 병장이 손바닥을 비비며 자신을 부르자 준영은 민원후 병장에게 담뱃갑째 던져 주었다. 이미 보급이 끊긴 지 오래였다. 모든 것은 자체 조달로, 식량과 의복마저 근처 민가와 가게를 털어야 했다.

    “오! 잘 피우겠습니다!”

    “꼬불치지 말고 소대 애들이랑 마지막 순간에 나눠 피워라.”

    마지막이라는 준영의 말에 민원후 병장은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가 이내 다시 웃음 지었다.

    “마지막입니까?”

    준영은 턱으로 지원병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애들 데리고 싸우라는 윗대가리들밖에 안 남았어. 더 이상 도망갈 데도 없고 사령부 애들 소문 들어 보니까 이미 우리는 반란군으로 규정됐다는군. 그나마 항복한 군대를 동원했다가 되레 합류할까 봐 일본 애들이 직접 나선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준영의 말에 민원후 병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다가 준영을 따라 담배를 한 개비 물곤 불을 붙이며 말했다.

    “언제입니까?”

    “조만간.”

    준영은 새 담뱃갑을 뜯으며 말했다. 그의 품에서 나온 담뱃갑을 노리는 듯 민원후 병장의 눈이 반짝였지만 슬쩍 무시한 준영이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북쪽의 위대하신 수령님이 급사한 직후 북쪽 애들이 일제히 남쪽으로 밀고 내려왔다. 중국 애들은 동맹을 이유로 참전했고, 일본 애들은 남한 지원을 명목으로 상륙했다.

    기습이었지만 뭔가 약조가 되어 있었던 듯 쌀나라 애들은 대한민국을 버렸다. 주한 미군은 저희 대사관만 보호하며 망명 신청을 하는 정치인과 부자 양반들만 골라잡아 본국으로 보내 버렸고 몰려든 피난민들에겐 오히려 사격을 가했다.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전쟁이 터지자마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며 한나라로 망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애국자와 매국노를 선명하게 구분해 냈다.

    소수의 정치인들과 항복 결정에 반발한 군 장성들을 중심으로 임시정부가 구성되어 전선을 유지했다. 초반엔 그럭저럭 몇몇 전투에 승리도 하며 저력을 보였으나 그게 다였다.

    계속되는 공격에 전선을 유지하기는커녕 후퇴하기 바빴고 전 국민이 일치단결해도 모자랄 판국에 정치판은 항복과 결사 항전으로 분열되어 전쟁 와중에도 투덕거려 힘을 모을 수 없었다.

    한국을 떠나려는 자들이 항구와 공항에 북새통을 이루고, 도와 달라는 정치인들의 피 토하는 절규를 강대국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외면하는 사이 홀로 외롭게 싸워야 하는 한국군으로선 북한과 중국, 일본이라는 세 개의 전선을 유지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병사들은 지원병과 징집을 통해 어느 정도 충당이 가능했으나 고급 인력이라 할 수 있는 군 장교들은 대부분 전사했다. 더 이상 갈 곳도 작전목표도 없다. 각지에서 모여든 잔여 병력을 재편하는 와중에 현역 중사에 불과한 준영이 중간 간부의 부족으로 인해 임시로 대위 계급장을 달고 중대장을 맡을 정도였다.

    방어선을 펼친 엑스포 광장은 간간이 이어지는 폭격의 여파로 멀쩡한 건물들은 볼 수 없었고 포탄 구덩이가 바둑알처럼 즐비했다.

    “웁! 우웩!”

    일본 애들 자주포에 직격당한 병사의 시체 조각을 수거하는 모습을 보던 신병 꼬맹이가 헛구역질을 하자 준영은 입맛이 썼다.

    나라를 위해 이 한목숨 바친다 노래 부르던 장교들이 그 말대로 목숨을 바치고 죽어 나가니 남은 건 분위기상 빠져나가지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제 한목숨 챙기기 급급한 놈들뿐이었다.

    제2의 독립 전쟁을 부르짖으며 일어섰던 군대는 소모되는 물량의 확보를 위해 약탈에 가까운 물자 징발과 강제 징병을 벌이며 어느새 강도와 같은 무리로 변질되었다.

    “탄은 좀 남았냐?”

    준영의 질문에 민원후 병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씻지 못해 떡진 머리를 긁적였다.

    “죽은 놈들 시체 조각까지 뒤져서 탄약을 회수하고는 있지만 전투 한 번 하면 총검 들고 싸워야 합니다.”

    “수류탄이나 유탄은?”

    “마찬가집니다. 분대별로 한 세 발 근근이 돌아갑니다.”

    “대전차무기는?”

    “무거워서 버린 지 꽤 오래됐죠?”

    “미치겠군.”

    민원후 병장의 말에 준영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이제는 탄약 보급마저 끊긴 지 오래였는데 위에선 결사 항전만 부르짖고 있다. 그나마 먹는 건 아직까진 잘 나오지만 점심때 먹은 내용물이 얼마나 잘 소화가 됐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신병 꼬맹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배가 확정된 전투였다. 최신 첨단 무기로 무장한 일본 애들이 장갑차와 전차를 앞세우고 공중 지원을 받으며 진격해 올 텐데 딸랑 소총만 가지고 상대하라는 건 말 그대로 덴노 헤이카 반자이였다. 준영은 절대 그 꼴을 볼 생각이 없었다.

    “애들 정리해라.”

    준영이 한 말의 속뜻을 알아챘는지 민원후 병장이 굳어진 얼굴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디까지요?”

    “너처럼 미친놈이나 나처럼 정상적인데 나이 좀 되는 놈들 빼고 앞날이 창창한 새 나라의 어린이들만. 나머지 놈들은 알아서 튀라고 해.”

    “그럼 중대 병력이 확 줄어들 텐데요? 대대장이 싫어할 겁니다.”

    “나도 모르는 대대장을 네가 어떻게 알고 있냐? 도망쳐서 일본 애들한테 투항한 대대장 대신 새로 내려온 대대장이 있어?”

    “저도 본 적 없는데요.”

    “그럼 가서 시키는 대로 해. 아! 소대장들한테 이것도 주고.”

    준영은 품에서 담배 두 갑을 꺼내 민원후 병장에게 던졌다. 민원후 병장은 어디서 그리 담배가 계속 튀어나오는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준영을 바라보다가 후다닥 방어진지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른 명가량의 중대원들이 머뭇거리며 준영에게로 다가왔다.

    청바지에 회색 면 티를 입고 방탄모만 쓴 고등학생부터 크기가 맞지 않는지 여러 겹으로 접은 전투복에 운동화를 신은 중학생까지. 살아온 날보단 살날이 더 많이 남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은 표정으로 준영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전시 탈영병은 즉각 사형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 탈영병에 대한 처우는 더욱 가혹했다. 그걸 직접 목격해 온 병사들이니 아무리 중대장의 명령이라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준영은 그중에서도 그나마 고참이라고 제대로 차려입은 고 3이라던 학생에게 대충 만든 백기를 건넸다.

    “이거 들고 저 다리 건너가라. 어린놈들만 모여서 항복하면 일본 애들도 양심이 있으면 살려 줄 거다.”

    “주, 중대장님…….”

    “왜? 남아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헛소리는 하지 말고 빨랑 꺼져.”

    “하, 하지만…….”

    “확! 빨리 안 가!”

    준영이 머뭇거리는 고등학생에게 소리칠 때 부루릉! 차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려 보니 지휘관용 차량이 준영과 병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뭐야? 새로 온 대대장인가?”

    병사들은 불안해하며 어찌할 줄 몰랐지만 준영은 태연스레 중얼거렸다.

    준영의 앞까지 다가온 차량이 멈추더니 조수석에서 무궁화 견장을 두 개 단 한 중령이 화난 얼굴로 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리쳤다.

    “지금 전투준비하지 않고 모여서 뭐하는 건가! 중대장 누구야!”

    “접니다.”

    준영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중령에게 다가갔다. 아직까지 고급 지휘관이 남아 있다니 희한한 일이었다. 한차례 훑어보니 군복과 전투화는 물론 견장까지 비까번쩍한 신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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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 진입의 정석 (2)

    ‘큭, 소문이 사실이었군.’

    준영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미 굴러먹을 대로 굴러먹은 군 간부들과 병사들 사이에 은밀히 돌던 소문이 있었다. 끈질기게 저항하는 군 간부 회유책으로 연금과 지위를 보장한다는 소문이었다.

    그 소문에 갑자기 실종되었던 군 장성과 영관급 장교들이 떡하니 모습을 드러냈다. 어차피 패배가 확정된 전쟁. 전범 재판은커녕 노후를 보장해 주니 마지막에 숟가락이라도 걸쳐서 안정을 보장받으려는 얄팍한 심사였다.

    준영의 눈앞에 있는 중령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전쟁 초창기부터 굴러먹은 준영이다. 살아남은 고급장교의 얼굴을 다 아는 건 아니었지만 이제는 슬쩍 쳐다보기만 해도 전쟁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는 분간할 수 있어서 그 소문이 사실임을 확신했다.

    경례도 하지 않고 삐딱한 자세로 짝다리를 짚은 채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모습이 불쾌한지 중령은 인상을 쓰며 준영을 향해 씩씩거리면서 다가왔다.

    “자네가 바로 크레이지 테러리스트라 불리며 유격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 유명한 김준영 중사로군. 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장교도 아닌 고작 부사관 따위가 중대장직을 수행하다니.”

    “지금은 대위입니다만?”

    “쯧! 계급장만 달면 단 줄 아나? 아무튼 일본군의 공세가 임박한 지금 전투준비에 사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모여서 뭐하는 건가!”

    눈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하다는 듯 준영에게 따지듯 묻던 중령의 눈에 고 3 병사가 들고 있던 백기가 띄었다. 중령과 눈이 마주친 고 3 병사는 화들짝 놀라며 백기를 내팽개쳤고 중령은 인상을 일그러트리며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으려고 했다.

    처척! 철컥! 중령이 권총을 뽑기도 전에 준영의 곁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소대장들의 소총이 중령을 조준하며 노리쇠를 장전했다. 이심전심이랄까? 어디서 굴러들어 왔는지 모를 개뼉다귀보단 같이 전장을 헤쳐 온 준영의 의도에 동조한 소대장들이었다.

    갓 들어온 병사들은 준영 일행과 중대장을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눈치만 살폈지만 준영을 따라 전투를 수행했던 병사들은 오히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낄낄거리며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했다.

    “바, 반란이냐!”

    “반란이라니, 무슨 그리 섭한 말씀을. 그저 다 죽게 된 마당에 살날이 창창한 애들 좀 살려 보자는 겁니다.”

    일제히 총구가 자신에게로 향하자 당황한 중령이 권총을 뽑으려는 자세로 굳어진 채 외쳤고 준영은 느긋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 모습에 중령은 준영을 노려보며 외쳤다.

    “전시 집단 탈영은 절대 용서받지 못한다는 걸 잘 알 텐데!”

    “집단 탈영이라뇨? 이 애들은 중대장인 저에게 일본군에 항복하라는 정식 명령을 받은 겁니다.”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칠 생각은 하지 않고 비겁하게 도망치려고 하다니!”

    “저희야 그 조국을 위해 이 한목숨 바치겠지만 얘들은 아직 애들이잖습니까. 학도병이라니, 농담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지 참……. 어차피 강제로 징집해 왔을 것 아닙니까? 전투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머릿수나 채우는 이놈들은 짐밖에 안 됩니다. 전쟁하는 데 걸거친다고요.”

    “고작 그런 이유 따위가 변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고작 그런 이유? 그러면 그 조국을 위해 높으신 양반들은 왜 도망친 겁니까? 이미 우리가 반란군으로 규정됐다는 소문이 쫙 돌았는데 이 애들을 개죽음당하게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여기서 죽으면 반란군이라 보상금도 못 받는다고요. 댁들이야 항복해도 연금 받으면서 떵떵거리며 살 테지만.”

    “헛소리! 무슨 말을 하건 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었어! 아무리 공이 높아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거다! 군법회의에 회부될 각오를 하도록! 넌 사형이야, 사형!”

    중령의 말에 준영은 뒷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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