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pocampus]메마른바다 - 9

128일전 | 44읽음

로 말하자고 한 것도 그게 옳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었고 중간고사 기간 내내 맞고 있으면서 바로 담임한테 이르지 않은 건 시험기간에 문제 일으키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다. 덕분에 일은 악화 되어 전치 12주의 부상을 당했고 성적도 떨어졌다. 기껏 담임한테 얘기 했어도 결과는 참패였다. 옳은 것, 합리적인 것, 바른 선택을 했다고 믿었으나 지나치게 고지식했고 정직했다.



"뒤처리 부탁한다고 부반장~!"



오세준과 그 무리들은 바닥에 시체처럼 누워 있는 승호를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리고 멍하니 앉아 있는 도훈을 향해 침을 뱉으며 저들끼리 욕설을 주고 받는다. 오세준은 손까지 흔들며 도훈의 옷을 던져 주었고 진유현은 도훈을 향해 비웃음을 보내며 느릿느릿 지하창고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승호는 죽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움직임이 없었다. 코 끝에서 미약한숨이 겨우 느껴지는 걸 알고서야 한숨 놓았다. 멍하니 상처투성이의 승호를 바라보며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나는 거만했던 거야."



죽은 듯 새하얀 승호의 얼굴은 피와 먼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네 입장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그건 결국 자기만족을 위한 거였지. 도와 줄 마음이 없으면서 형식적인 행동만 했어. 상황을 얕보고 너를 깔봤다. 책에 쓰여진 해답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지 않는 거라는 것을 나는 잊고 있었다."



도훈은 주섬주섬 바지를 챙겨 입고 승호의 몸을 일으켰다. 신음조차 없이 꿈틀거리며 경련하는 몸은 고통을 느끼되 의식은 아직 없었다. 피가 말라붙은 다리에 바지를 입히고 찢어진 승호의 와이셔츠 대신 자신의 것을 입혔다. 승호를 들쳐 업고 두 명 분의 가방을 챙겨 지하창고를 나서지만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날은 어두워져 있었고 바람은 쌀쌀했다. 무작정 큰 길로 나가 겨우 택시를 잡은 도훈은 병원을 가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자신의 집으로 행선지를 정했다.택시기사가 여러 가지로 참견하는 바람에 도훈은 대충 둘러대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이틀째 고열을 앓고 있는 승호는 도훈의 할머니가 간호하고 있었다. 부반장이라 승호네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던 도훈은 우선 승호의 집에 전화를 하려 했으나 사흘 내내 아무도 안 받는 통에 승호의 부모님과는 통화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에는 승호대신 도훈이 결석계를 내주었고 담임은 "이번엔 윤승호냐."하고 짜증냈지만 순순히 승호의 결석을 병결로 처리해 주었다. 진유현은 한동안 시치미를 떼고 있었고 오세준 패거리도 아직 정학 기간이었다. 승호의 친구들이 부반장에게 찾아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도 독감에 걸렸다고 둘러댈 뿐이었다. 문병 오겠다고 떼쓰는 정민태를 말리는 게 제일 힘들었다.



"썩을 놈들! 어린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천벌을 받을 것들......"



승호가 불량배들에게 당했다고 알고 있는 도훈의 할머니는 혀를 차며 보이지 않는 깡패들을 향해 폭언을 했다. 남자아이가 강간을 당한 통에 늙은 할머니는 심장이 내려 앉을 뻔했으나 오랜 경험과 숙련된 솜씨로 치료해 주었다. 덕분에 병원보다 집을 선택한 도훈은 안심할 수 있었다. 병원으로 가면 아무래도 부모님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단 승호의 의견을 물은 뒤 신고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도훈은 할머니에게 승호의 몸에서 나온 정액을 잘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남사스러운 것을 왜 보관하냐며 펄쩍 뛰신 할머니였지만 경찰에 증거물로 제출할 거라고 말하자 꺼림칙해 하면서도 할머니는 알았노라고 대답했다.



승호가 깨어난 건 하루가 더 지난 뒤였다. 승호는 자신이 한도훈에게 신세지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으나 할머니의 따뜻한 간호에 마음을 놓았다. 한도훈의 할머니는 어릴 적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생각나게 했다. 배가 아플 때 괴상한 노래를 부르며 배를 쓰다듬어주던 그 주름 잡힌 따스한 손이 사무치도록 그리워졌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돈 때문에, 서로의 사업 때문에 악다구니를 쓰지 않던 그때가 가슴 저리도록 생각이 났다.



그제서야 서러워져서 승호는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도훈의 할머니 몰래 한 참을 울었다.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마음 속 한 곳에선 도훈에게 떠넘기고 싶었다. 하지만 도훈도 피해자다. 그리고 그 1차 원인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원망만 할 수도 없다.결국 진유현이 밉고 증오스러운 것이다. 시원하게 진유현을 원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왔었다. 그렇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예전의 관계를 못 잊어 질질 끌어 왔던 감정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유현에게 물어 뜯기던 지하실에서의 일로 그 질긴 미련을 끊을 수 있게 됐다. 이제 맘껏 미워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불 속에서 오열하며 승호는 자신이 웃고 있음을 깨달았다.



"집에 전화했는데 계속 안받으셨어. 부모님 핸드폰 번호 알지?"



도훈이 머뭇거리며 무선전화기를 내밀었다. 승호는 아무 말없이 전화를 받아 들어 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한 참 울렸지만 어머니는 받지 않으셨다. 몇 차례 전화 후 통화가 안되자 아버지 번호를 눌렀다. 서너 번 신호가 간 후 금새 전화 연결이 됐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정하게 흘러나왔다. 순간 울컥하고 울음이 솟아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눌러 참고 승호는 겨우 말할 수 있었다.



"아버지. 저 승호인데요..."


"승호냐? 그런데 핸드폰에 찍힌 번호는 누구냐? 친구네 집이야?"


"얘, 제가 며칠간 친구네 집에 신세지게 됐는데요...저...."



"쯧. 벌써부터 그렇게 외박하는 거 좋아하면 못쓴다. 적당히 놀다가 집에 들어가. 지 엄마 닮아서 쏘다니는 거 좋아하기는..."



승호의 아버지는 승호가 사흘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전혀 모르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저...집에 계속 전화했는데 아무도 안 받으시던데..."



"뭐?! 그 여자 또 집에 안 들어갔어? 이런 망할...아무튼 아빤 여기 부산이야. 한동안 집에 못 들어가는 줄 알고 있어.그럼 바빠서 끊는다."



뚜-하는 신호음이 들리고 전화가 끊겼다. 왠지 허탈해지는 것을 느끼며 승호는 전화기를 도훈에게 건네주었다.



"뭐래? 걱정 많이 하셨지? 화 많이 내시던?"



도훈의 말에 잠시 어이가 없어져서 "하하"하고 작게 웃었다.



"두 분다 요 며칠간 집에 안 계셨나 봐. 잘 된 일이지. 어차피 이런 거 알려져 봤자 좋지 않으니까."



승호는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도훈은 그런 승호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 표정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진유현의 정액. 할머니가 보관해 뒀어. 네 피랑 같이 엉켜 있으니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거야. 네가 생각만 있다면 학교가 아니라 직접 경찰에..."



"그만!!"



승호가 귀를 틀어 막으며 몸서리 쳤다. 자신이 너무 직접적으로 말했다며 도훈은 후회했다.



"미안..."



승호는 무릎을 세워 그 틈에 얼굴을 넣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떨리는 몸은 진유현이 무서워서 인지 그날 일이 떠올라서 인지 아니면, 부모님께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서 인지 본인조차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


"절대, 절대 아무한테도, 경찰도 선생도 우리 부모님도!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난 죽어버릴 거야. 알았어? 절대 말하지마!"



승호가 눈을 부릅뜨며 도훈을 바라보았다. 물기가 맺힌 눈엔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했다.



"말 안 할게. 약속해."



"그, 그... 진유현의 그...게 묻어있는 것도 버려. 내 피랑 같이 있다며. 그딴 거 버려, 아니 태워! 증거 따위 남기지마!"



"알았어. 그렇게 할게."



도훈은 순순히 대답했다. 왠지 평소의 한도훈 답지 않다고 생각하며 승호는 도훈을 망연히 올려다보았다.



"너는 괜찮아?"



승호가 표정을 알 수 없는 넋이 나간 얼굴로 물었다.



"난 기절해서 잘 모르겠는데...너는 맞지 않았어?혹시 너도 당한 건..."



자신이 말해놓고 승호 스스로 몸서리쳤다. 도훈에겐 그날 기부스가 깨져서 상처가 덧난 것 외에 새로 생긴 외상은 없었다. 덕분에 예정보다 일주일을 더 석고덩어리를 팔에 차고 있어야 했지만 승호에 비하면 약과라고 도훈은 생각했다.



"아니, 난 멀쩡해 지나칠 정도로"



도훈은 자조의 웃음을 띠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차라리 내가 당했다면 경찰에 신고하기도 쉬웠을 텐데...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 역시 오만에 불과하다며 스스로를 책했다. 당한 사람의 고통은 당한 자 밖에 모른다. 그것을 '나라면...'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이미 뼈에 사무치도록 깨달았다.



"그래...다행이다..."



승호는 한숨을 쉬며 웅크렸던 몸을 폈다. 드러난 상체는 반창고투성이어서 보기 흉했지만 기운도 없어서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조금 숨을 돌리고 나니 승호는 자신이 그다지 부반장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따지고 보면 부반장도 나로 인한 피해자야.'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자리에 누웠다.



"좀 더 자고 싶어."


"그래. 쉬어."



승호는 이불 속으로 몸을 누이며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그만두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대던 부반장의 고함을. 문을 열고 나가려는 도훈의 등을 향해 승호는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고마워..."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 어깨까지 이불을 끌어올린 승호는 벌써 의식이 반쯤 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 방금 자신이 뭐라고 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도훈은 문 앞에서 굳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심한 자괴감에 빠져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도훈은 유난히 멍해지는 일이 잦아졌다. 옆에서 말 걸어도 딴 생각하기 일쑤였고 쉬는 시간마다 하던 복습도 잘 안하고 있었다. 수학여행 날짜가 다가와서 학급임원의 일이 쌓였지만 뭔가 나사 하나 풀린 것 같았다. 확실히 일 처리는 제대로 하고 있었지만 보는 사람이 불안했다. 반장인 진유현과는 싫어도 마주치게 되어 있었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승호가 다시 등교했다. 꼭 수학여행을 사흘 앞둔 날이었다. 몸이 좋지 않아 수학여행에 불참할거라는 예상과 달리 승호는 수학여행 참가자 명단에 올라와 있었다. 도훈은 가능한 말리고 싶었지만 승호는 무언가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진유현과 결판을 낼 거야. 아니, 결판이 나지 않아도 좋아. 이번 여행에서 녀석에게 기 죽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해. 더 이상 그 자식한테 미련 없어. 그 자식 뜻대로 하지 않을 거야. 내가 왜 한 번 밖에 없는 수학여행을 그 자식 때문에 포기 해야 돼? 이제 겨우 민태랑 형석이랑 진영이랑 다시 친해졌는데 왜 나만 빠져야 되냐구. 그 자식이 뭔데, 내가 왜 그 새끼 때문에...내가 왜..."



동공이 풀린 눈으로 승호는 허공에 읊조리듯 말을 토해냈다. 그 사건 이후로 승호는 더욱 주눅이 들 거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이렇게 발악하는 모습이 도훈에겐 더 불안했다. 이러다가 승호의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학교에 등교한 후로도 승호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거나 때때로 굉장히 추운 듯 양 팔을 감싸 안고 부들부들 떨거나 초점 없는 눈으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러다 사람 하나 망가질 거라고 도훈은 머리를 감싸 쥐며 답답해 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남의 일에 참견하게 되었지?'



하지만 이미 연관되어 버렸다. 여기서 손을 끊는 것은 그야말로 비겁한 짓이라고 도훈의 가슴이 끊임없이 질책한다. 평소처럼 관망하는 자세로 되돌아가는 건 도망치는 것에 불과하다며 도훈의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는다. 자신의 방법대로 해결하려 했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갇혀 도훈은 무력한 자신을 비웃었다. 수학여행 날짜가 다가왔다. 1학년 1반 아이들은 수학여행 가는 날 아침, 오세준 일행이 예전보다 조금 빨리 정학에 풀려 이번 여행에 참가한다는 비보를 듣게 되었다. 반 분위기는 먹구름 속으로 침체되어 들어갔다.



"씨발, 저 새끼들은 정학 풀리자 마자 수학여행이래?"


"그냥 지들끼리 놀지 일정 빡빡한 수학여행엔 뭐 볼 거 있다고 따라온다냐?"


"아우~~이거 어디 제대로 놀겠냐 젠장."


"그래도 1학기 소풍 땐 이 정돈 아니였는데"



"그때랑 지금이랑 분위기가 같냐? 저 새끼들, 완전 본색을 드러냈는데 그 앞에서 관광버스 춤추며 놀자고?"



여기저기서 상스러운 욕이 흘러 나오지만 당사자들은 여유만만이다. 버스의 가장 뒷자리를 차지하고선 서로 키득대는 오세준 패거리들은 아직도 여기저기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 필시 정학 중에도 끊이지 않던 어디어디 남고와의 싸움 탓에 입은 상처라고 아이들은 생각했다. 그런 반 분위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담임만이 "짜식들, 오늘따라 말도 잘 듣고 조용하네." 하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승호는 민태랑 앉아 오늘 가져 온 간식거리를 뜯어놓고 있었다. 아직 버스는 출발하기 전이라 서로의 간식을 교환하거나 킥킥대며 수다떨기에 전혀 불편함은 없었다. 도훈은 아픈 몸으로 담임의 잔심부름을 유현과 같이 하면서 틈나는 대로 승호를 흘끔거렸지만 정민태, 김형석, 안진영들과 활짝 웃으며 떠드는 모습에선 별다른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도 윤승호한테 관심 있냐?"



반장 진유현이 간식 담긴 박스를 나르며 비웃었다. 멀쩡한 다른 팔로 비교적 가벼운 상자를 들고 가던 도훈은 움찔했지만 그 사건이 있던 날 이후 반장과는 학급일 이외에 한 마디도 사적인 얘기를 나누지 않았었다. 요 며칠 그래왔듯 도훈은 반장의 비웃음에 침묵으로 대답했다.



"너 요즘 계속 윤승호 훔쳐봤지? 하긴, 그때 그런 걸 봤으니 좀 달라 보이기도 할거야. 왜, 이제 와서 새삼스레 꼴려?"



-툭. 상자를 떨어뜨린 도훈이 주먹을 쥐고 무시무시한 눈으로 유현을 노려봤다.멀찌감치 걸어가던 3반 반장이 "으악! 먹을 게 담긴 상자란 말야!" 하고 호들갑 떠는 게 보인다. 도훈은 딱딱한 얼굴 그대로 진유현에게서 시선을 돌려 상자를 마저 운반했다.



"큭큭큭 한도훈. 의외란 말야. 네 녀석이 그렇게 멍청한 표정을 하는 거 나 처음 봤다고. 그렇게 윤승호가 좋아?"



"조용히 해라.다른 아이들이 들으며 이제껏 힘들게 쌓아 올린 이미지가 무너질 테니."



낮은 목소리로 대꾸하고 도훈은 빠른 걸음으로 반장에게서 떨어져 갔다. 한시도 같이 있기 싫은 거다. 그러나 도훈의 그런 반응을 즐기듯 유현은 입술 끝으로 웃으며 즐거워했다. 대충 담임이 시킨 잡일을 끝내고 버스로 돌아 오니 김제하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언제까지 화낼 거냐."



진유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윤승호한테 무슨 짓 했는지 아직 가르쳐주지 않았어."



제하는 유현에겐 시선도 주지 않으며 말했다.



"그냥, 평소보다 좀 심하게 손봐준 것뿐이야. 물론 네가 그런 거 싫어한다는 건 알지만 이건 내 문제야."



유현 역시 제하를 보지 않은 채 정면을 보며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서로를 보지 않은 채 이뤄지고 있었다.



"그저 때린 정도로 저렇게 맛이 가지 않아. 지금 윤승호의 상태가 정상이라고 생각해?"



"흐음. 나도 수학여행 안 간다고 버틸 줄 알았는데 스스로 가겠다고 하니 의외야. 하지만 뭐가 어쨌다는 거지? 윤승호는 지금 친구놀이에 빠져 그 어느 때 보다 즐거워하고 있다구."



"날 속일 생각 마. 윤승호에게 무슨 짓 했어. 오세준에게 물어 볼 수도 있었지만 네 입으로 듣고 싶다. 진유현."



이를 가는 듯 짓씹는 소리로 제하가 뇌까렸다. 겨우 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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