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pocampus]메마른바다 - 8

162일전 | 106읽음

는지. 다행히 잘 마무리 되긴 했지만. 어쨌거나 저 녀석이 기어오르는 바람에 반 분위기가 아주 개떡같이 되서 말이야."



"큭큭...그래 얘기는 들었다. 유현이 너 애들한테 신임을 잃었다며?"



"쯧...신임을 잃다니, 그저 너랑 나랑 친구라는 게 밝혀지면서 몇몇 놈들이 멋대로 실망한 것 뿐이야."



오세준의 표현이 맘에 안 들었는지 진유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요즈음의 분위기는 확실히 유현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비록 자신은 무고하게 끝났다 하나 불명예스런 문제로 학교에 아버지 비서가 다녀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테이프를 들은 선생님 중엔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황을 잘 모르는 아이들마저 슬슬 유현을 피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예전보다 더 따르는 멍청한 녀석들도 있다. 그리고 제하의 잔소리는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리고 가장 짜증나고 화가 치밀어 올랐던 건 발 아래의 윤승호였다.



"어때? 친구놀이는 재밌었어?"



유현이 구두 끝으로 승호의 턱을 툭툭 쳐댔다. 승호는 아까 비틀린 팔을 잡고 벽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요령 좋게 비틀렸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은 팔에 이상은 없었지만 아직도 저릿저릿한 느낌이 남아 승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흐음...수학여행을 그 놈들이랑 조 짜기로 했다며?"



유현이 이죽거린다. 승호는 아무 말없이 무릎을 모으며 웅크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도훈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오세준 외 네 명의 학생들은 눈을 부라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그들이 할 수 있는 불만표시의 전부였다. 진유현의 말을 어길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허락 없이 도훈을 건드렸다간 오세준이 가만 안있을 거다. 그들의 불만을 코끝으로 비웃던 진유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재밌는 거 보여줄까?"



진유현이 눈을 빛내며 승호의 목덜미를 잡아챈다. "악-"하는 소리를 내며 질질 끌려 나온 승호의 눈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주위의 시선이 느껴졌다. 진유현의 눈이 기분 나쁘게 번들거린다.



"세준이한테 얘기 듣기로...너네 이런 거 싫어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스트레스정돈 풀릴 거야."



오세준은 "호오-?" 하는 소리를 내더니 금새 기대하는 표정이 되었고 다른 아이들도 "뭔데?뭔데?"하는 얼굴이다. 한도훈은 움틀거리며 당장이라도 튀어 나가려고 했으나 뒤에서 누르는 힘이 녹록치 않다. 덩치 두 명의 힘을 당해내기가 힘들었다. 무력하게 눈만 부릅뜬 채 노려보던 도훈은 잠시 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윤승호의 머리채를 뽑을 듯이 잡아챈 진유현이 그 입에 자신의 입을 갖다 대고 있었다."휘이~"누군가의 입에서 휘파람이 나왔다. 다분히 야유조의 휘파람이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유현은 승호의 입술과 혀를 잡아뜯을 듯 짓씹었고 승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르려 하지만 그마저도 유현의 입에 삼켜지고 말았다.



"아...아프....아팟!...앞...."



비릿한 피가 목구멍을 타고 전해졌다. 진유현이 입을 떼었을 때 승호의 입은 붓고 갈라지고 터져서 피가 송글송글 배어 나오고 있었다. 한도훈은 머리가 멍해서 아무 말 못하고 있었다. 승호는 유현을 마주보기가 무서웠다. 입이 따가웠다. 그리고 유현이 잡고 있는 팔이 너무 아팠다.



"악-!"



와이셔츠의 단추가 떨어져 나갔다.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진유현이 부드러운 살점을 물어 뜯는다. 비명을 지르며 유현의 머리와 어깨를 쥐어 뜯는 승호의 손을 무시한 채 자신의 양 팔로 승호를 감싸듯 결박한다. 처절한 비명소리가 유현의 품에서 지하실 전체로 울려 퍼진다.



승호의 바지가 벗겨지고 맨살이 드러났다. 허벅지를 쥐어뜯는 유현의 손은 에로틱하지 못하다. 여기저기 유현이 이빨로 물어 뜯는 통에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흐르는 승호는 고통과 분노와 억울함으로 미친 듯이 몸을 뒤틀었다. 손에 집히는 건 닥치는 대로 잡아 뜯었다. 진유현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뜯어내고 교복 와이셔츠를 잡아 뜯고 뭐든 가까이 있는 건 이빨로 물어버렸지만 그에 못지않게 진유현의 난폭함은 원시적이었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앗---!!!!!"



상처를 물어뜯고 피가 나면 있는 힘껏 빨아먹었다. 이미 승호의 상체엔 대 여섯 개의 크고 작은 상처가 나 아직도 피가 흘러내렸다. 귓불에서도 이빨자국과 함께 송글송글 핏방울이 베어 나오고 있었다. 피가 흘러내리면 진유현은 혀를 내어 길게 핥았다. 그리고 더 이상 피가 흘러나오지 않을 때까지 이빨로 자근댄다.



"야, 저거 진짜 잡아먹는 건 아니겠지?"


"설마....그런데 저래서는 죽어버리는 거 아냐?"


"빙신아, 저 정도로 죽냐."



바짝 긴장한 무리들이 담배가 타들어가는 것도 잃은 채 침을 삼키며 눈 앞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현은 승호의 저항이 성가시다 싶으면 배에 주먹을 찔러 넣기도 하고 세차게 따귀를 때리기도 했다. 넥타이를 풀어 제치고 승호가 잡아 뜯어 단추 서너 개가 나간 와이셔츠에 산발이 된 진유현은 눈만 형형하게 빛나는 것이 거의 미친 사람 같았다. 오세준이 드물게 진지한 눈이 되어 지켜보고 있었다. 한도훈은 있는 힘껏 소리치며 그만두라고 외쳤지만 새겨 듣는 이는 없었다.



"제기랄....어째서 너 따위가..."



승호의 남은 옷들이 거추장스럽다는 듯 벗겨내며 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너 따위가 왜..."



승호만이 그 중얼거림을 들을 수 있었지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유현은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의미불명의 말을 중얼거리며 피가 엉겨 붙은 손으로 자신을 밀쳐내려는 승호를 힘으로 짓눌렀다.



"젠장, 너 따위가 왜 이렇게 거슬리는데..."



손으로 더듬어 승호의 항문의 위치를 찾아냈다. 유현이 중지 손가락을 대충 넣다 뺐지만 어깨를 물어 뜯기는 통에 승호는 알지 못했다. 우악스럽게 손가락이 들어갔다 나가고 무언가 낯선 물체가 항문을 찢으며 들어 올 때 승호는 머리 회전이 정지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담배피던 소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사람의 처절한 비명이라는 게 이렇게 소름 끼치는 것이리라곤 생각도 못한 도훈은 반사적으로 몸서리를 쳤다. 도훈은 유현이 앞섶만 푼 채 승호의 하체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는 잠시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잊었다. 그러나 승호의 몸이 미친 듯이 부들거리고 그 다리를 타고 진득한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나서야 상황파악이 된 도훈은 온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탈력감을 맞보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승호의 비명도, 지켜보던 아이들의 감탄인지 불만인지 모를 낮은 욕설도. 마치 귀가 잘못되기라도 한 듯 지잉-하는 이명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반장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곧 승호는 죽을 거라는 무서운 예감이 들었다. 한도훈의 얼굴에서 공포가 어린 것은 초등학교 이후 처음이었다.



"그만둬어어어어-------!!!!!!!!"



뒤에서 짓누르고 있던 두 사람은 의외의 힘으로 밀치는 도훈에게 깜짝 놀라 순간 방심했다. 기부스한 팔의 석고가 부서져 나가는 것도 잊고 도훈은 그들에게서 빠져 나오는 대로 진유현에게 달려들었다. 진유현은 신음 소리만 꺽꺽 내며 반쯤 기절해 있는 승호의 몸을 붙들고 정신없이 열중하고 있었다. 흉악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달려드는 도훈을 제지한 것은 오세준이었다. 세준은 등 뒤에서 도훈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재빨리 감아 올렸다. 도훈의 뒷덜미로 감아올린 자신의 손을 마주잡고 세준은 힘을 주어 그 양 어깨를 꺾었다. "윽"하는 소리와 함께 도훈이 인상을 썼지만 발버둥치는 몸은 어깨가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진유현을 막고 말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놔! 너희들 제정신이 아냐, 놔!"



"여기서 네가 더 난리쳐 봤자 상황은 나아질게 없어. 쯧쯧...네가 윤승호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아니. 그냥 유현이 한테 눈 딱 감고 한 번만 고개를 숙였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을..."



도훈이 눈을 부릅뜨고 세준을 노려보려고 했으나 그가 자신의 등 뒤에 있어서 쉽지 않았다. 대신 눈을 부릅뜬 채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는 승호의 몸에 달라붙어 추악한 행위에 열중하는 진유현을 죽일 듯 바라보며 어금니를 깨물고 말했다.



"이게, 내 탓이라는 거냐? 나에게 책임을 돌리는 거냐? 잘못된 건 너희들인데, 부조리한 건 너희들인데! 어째서 내가 너희들한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거냐!"



"세상은 부조리해 부반장.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어."



부반장이 고개를 힘껏 젖혀 오세준의 코를 들이 받으려 했다. 오세준은 "이크크"하며 겨우 피했지만 스치듯 턱에 맞아 혀를 깨물 뻔 했다.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해서 나까지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 없어! 원래 그런 거라고 체념하며 지내면 평생 그렇게 체념하고 사는 수 밖에 없는 거다! 너희들의 죄 값은 반드시 받게 하고 말 거야. 오늘 이 일은 절대 잊지 않을 거다--!!!"



서늘했던 지하실은 긴장과 흥분으로 달아 올라 있었지만 그 공기만큼은 칼날같이 날카로웠다. 진유현이 윤승호를 뜯어 먹듯 안는 것도, 부반장과 오세준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도, 다른 무리에게는 초조하고 땀을 쥐게 하는 구경거리였다.



그러나 허공에서 스파크가 일듯한 날카로운 분위기는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하체에 피가 잔뜩 엉켜 눈이 풀린 채 늘어져 있는 윤승호는 이미 시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유현은 피로 범벅 된 자신의 것을 바지 속에 다시 넣었지만 아직도 승호의 몸에 남아 흐르는 피를 핥느라 도훈과 세준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산발한 머리카락의 끄트머리에 피가 엉겨 붙고 입가도 시뻘건 진유현의 모습은 미친 사람마냥 무시무시해서 그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부반장을 보면 종종 느끼는 거지만 말야. 말투도 국어책 같고 굉장히 교과서적이란 말야. 너 사실 윤승호 싫어하는 것 아니었어? 왜 그렇게 쟤를 감싸는 건데?"



"싫어하는 것과 이것은 별개의 일이야. 아무리 미워하는 사람이라도 강도를 당하면 신고 정도는 해주는 게 기본이다.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눈앞에서 당하는 게 기분 좋을 리 없잖아!!"



부반장이 몸부림쳤다. "허어~"하고 혀를 차던 오세준이 뒤에서 도훈을 붙들어 맨 그 자세로 도훈의 목덜미를 혀로 핥았다.



"너도 승호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 거야?"



능글맞게 중얼거리는 세준의 말에 도훈은 분노로 간신히 유지하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죽여버린다--!!!!"



싸움의 요령만 모를 뿐 도훈은 키나 완력이나 세준에게 뒤지지 않는다. 제대로 이성을 상실한 부반장이 발악하자 오세준은 "아차"하며 버거워 했고 그제서야 다른 네 명이 당황하며 달려들었다. 넷이 달라붙어 도훈을 바닥에 꿇게 만들었다. 기부스한 석고는 절반이 깨져서 바닥에 석회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도훈의 일곱 번째 안경이 박살이 나서 저만치 굴러가 있었다. 거친 숨을 쉬며 충혈된 눈으로 오세준을 올려다보는 도훈의 얼굴은 악귀의 형상이었다.



"난 다 끝났는데 너희들 쪽은?"



세준의 등 뒤에서 유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산발하던 머리는 다시 정돈되어 있었다. 교복은 이미 더러워져서 피와 먼지가 여기저기 엉겨 있었지만 유현의 표정은 예전의 평온함을 되찾았다. 그런 평온함이 입가와 턱 전체에 퍼진 혈흔과 대비를 이루어 지독히도 부조화스러웠다.



"어때, 너희들 중 생각 있는 놈은 가서 해도 좋아. 시체 같은 승호자식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팔팔하게 살아 있는 한도훈도 괜찮고."



저벅저벅 걸어오는 유현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도훈을 향해 웃어 주었다.



"도훈이가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매우 궁금해지는데?"



한도훈의 입가가 비틀리며 증오를 담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디 해보시지. 네 놈들의 정액 채로 고스란히 가져다가 경찰서로 달려갈 테니까.이번에야 말로 확실한 증거가 되겠군."



다시 이성을 회복한 도훈이 싸늘하게 내뱉었다. 전혀 주눅들지 않은 도훈의 모습에 보고 있던 다른 네 명은 기가 질렸지만 유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그럼, 저기 있는 승호에게 관심 있는 사람 없어? 내가 너무 격하게 놀았는지 너덜너덜해 졌지만...그래도 생각 있으면 한번 해 보라구."



오세준 무리는 유현에게도 질려버렸다. 가벼운 스트레스 풀기로 정욕을 해소하기엔 승호의 몸은 만지고 싶은 기분조차 들지 않게 생겼다. 전염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보이는 울긋불긋한 흉한 상처가 가슴을 붉게 물들였고 무릎에는 교복바지가 반쯤 걸린 채 하체는 피에 절어 있었다. 거품을 물고 눈이 뒤집혀 기절한 그 모습은 아무리 상대가 여자였다 해도 행위를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다들 빼기야? 너네들 아직 그 쪽으론 처음? 그럼 경험 있는 세준이가 시범을 보이는 건 어떨까. 세준이도 꽤 거친 거 좋아하지?"



이죽거리는 유현을 발끈하면서 쳐다보지만 세준이가 경험 있다는 말에 휘둥그레져서 다른 세 명은 세준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시체랑 하는 취미는 없다구. 유현이 네가 살 다 발라먹고 우리한텐 뼈만 주기야? 저런 거랑 무슨 재미로 하냐?"



진유현이 김샜다는 듯 쳇-하고 혀를 찬다. 옆에서 "주, 죽은 걸까?" "모,몰라..." 박재석과 강지원이 수군거린다.



"안 죽었어. 내가 그 정도도 조절 못할까 봐."



진유현이 방긋 웃었지만 강지원은 '조절 못하잖아!'하고 속으로만 외쳤다.



"이런 짓하고도 무사하리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발 아래에서 들려오는 음험한 소리에 유현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무언가 십 년 묵은 체증을 확 풀어 버린듯한 상쾌한 표정의 유현은 아까만 해도 눈에 가시 같던 도훈이 이제는 그렇게 거슬리지도 않았다. 살기를 담으며 노려보는 얼굴도 오히려 기분 좋을 정도다.



"왜. 경찰에 신고하게? 승호가 그걸 바랄까?"



도훈의 어금니를 가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선생한테 말하려고? 쟤네 부모한테 상의해보려고? 승호가 자기네 부모를 얼마나 무서워하는데. 그런 짓 했다가는 저 녀석, 진짜 자살이라도 할 걸."



"이미 자살한다고 해도 충분히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야! 차라리 주위에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편이 승호를 보호하는 길이라구! 그런 식으로 협박한다 한들 나한테 통할 거 같아?!!"



진유현이 묘한 표정으로 도훈을 내려다 보았다. 무슨 감정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눈으로 유현이 조용히 그러나 왠지 부드럽게 말했다.



"너 진짜, 윤승호에 대해선 모르는구나. 꽤 친할 줄 알았는데."



"뭐?"



"윤승호는 자살 안 해. 왜 인줄 알아? 자기가 자살하면 부모님들에게 폐가 되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 일이 알려지면 어찌 될지는 또 모르는 일이지."



진유현의 말에 대꾸할 말을 잃은 도훈은 딱딱하게 몸이 굳어졌다. 몸이 차갑게 식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하고 무력하게 당한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도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증오도 차갑게 가라앉아 다시 예전의 이성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윤승호가 부모님을 무서워하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지난번 식당에서 했던 대화를 떠올려 보면 진유현의 말이 허튼 소리는 아닌 듯했다.



따지고 보면 도훈은 승호를 위해 무언가 할 생각이 없었다. 승호를 설득할 생각도 없었고 도와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다만 원치 않게 연관되어 버린 이상 최소한의 할 일은 하자고 생각한 것뿐이다. 자습이 방해 되는 게 싫어서 승호를 양호실에 넣어 버렸고 오세준 일행과 대립한 것도 승호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였다. 식당에서 선생님께 사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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