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pocampus]메마른바다 - 7

167일전 | 111읽음

나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는 건 이 테이프가 증명해 주고 있어."



진유현은 '하아-'하고 한숨을 쉬더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부반장을 바라보았다.



"나도 처음에 그 테이프 듣고 깜짝 놀랐어. 하지만 그날 일을 되새기며 생각해보니 뭔가가 이상하더라구.그래 도훈아, 내가 세준이의 친구였단 사실에 배신감을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그날 난 세준이를 말리러 간 거 였잖아.그 대화들을 이렇게 편집해서 가지고 올 정도로 내가 미웠던 거야?"



부반장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날 뻔했다. 짐짓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담임을 쳐다보는 유현의 얼굴은 가증스러웠다.



"편집이라니? 그게 정말이냐. 도훈아?"



깜짝 놀란 담임이 의심의 눈초리로 되물었다.



"말도 안됩니다. 편집되지 않았어요. 그날 진유현이 오세준을 말리러 왔다는 것도 거짓말입니다."



"녹음 된 내용을 잘 들어보세요.테이프의 마지막 부분에 저와 세준이랑 강지원, 김한수...걔네들이랑 저랑뭔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잖아요.말하기 부끄럽지만 도훈이를 보호하려는 과정에서 세준이랑 싸움이 나버렸거든요.여기에 녹음된 제 목소리도 굉장히 공격적으로 들리지만 그건 세준이한테 하는 경고였어요.그게 편집되서 마치 제가 도훈이한테 말하는 것처럼 들린 거라구요!"



"거짓말입니다.진유현이 저에게 폭력을 가하려고 하는 것을 오세준이 말리려다 보니 생긴 트러블이었습니다."



"말도 안돼. 너를 린치한 세준이가 왜 나를 말렸겠어? 말에 앞 뒤가 안 맞잖아 도훈아."



"처음부터 오세준은 적당히 끝낼려고 했어.그런데 네가 일을 크게 벌릴까봐 말린 거지.테이프에도 나와 있잖아. [졸업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편집되면 얼마든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이야.내가 이 일을 선생님께 말하겠다고 했더니 세준이가 그렇게 말한 거잖아.도훈아, 내가 미처 세준이를 학생부에 신고하진 못했지만 네가 계속 당하는 건 지켜보는 나로서도 많이 괴로웠다구.그렇다고 이렇게 누명을 씌우는 건 너답지 않아."



담임은 이 두 학생의 말에 뭐라고 대꾸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나서서 중재해야 할 담임조차 어찌할 바를 모르니 주위에서 보고 있던 선생들도 답답해 했다. 진유현은 끝까지 테이프가 편집된 내용이라고 우겼다.



"선생님, 요즘 컴퓨터 기술이 많이 좋아졌어요.저렇게 소음이 많은 테이프 정돈 간단히 편집해서 조작할 수 있다구요.도훈이가 저에게 나쁜 감정을 품고 있는 건 이해하지만 이렇게까지 나오다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전 반장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나봐요."



유현이 자책하는 투로 말하자 담임이 당황했다. 주위가 모두 영문 몰라 어리둥절한 상황에 도훈은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유현이만 느낄 수 있는, 노여움이 배어있는 목소리였다.



"경찰에 증거물로 제시하죠."



진유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진유현을 경찰에 고소하겠습니다. 이제까지 당한 육체적, 정신적 보상을 받겠어요. 물론 오세준들까지 포함해서 입니다.이 테이프가 편집된 거라면, 경찰에서 밝혀주겠죠."



담임이 펄쩍 뛰었다.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뭐?" "안돼! 경찰이라니!"하고 소리치는 선생님들도 있었다.확고한 표정의 도훈을 보며 담임은 절대 안된다고 말렸다. 경찰이 개입하면 사건이 커진다. 학교의 명예도 명예지만 담임에게 지워지는 부담도 큰 문제고 무엇보다 진유현의 부모가 가만있지 않을 거다.진유현과 한도훈의 대립은 팽팽했다.경찰에 고소까지 얘기가 나온 마당에 두 사람은 절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사람까지 골치 아팠다.담임은 일단 보류를 한 후 유현은 교실로, 도훈은 병원으로 돌려보냈다.



소문은 금새 퍼졌다. 더구나 1반의 진유현이라면 입학식 때 신입생 대표였고, 행사 때나 선생님들이 필요할 때나 이래저래 얼굴을 디밀고 다니는 통에 학교 일에 관심 갖고 있는 애들이라면 그를 알고 있었다. 성적 좋고 얼굴 좋고 집안 빵빵한 놈이 성격까지 좋다며 농담하듯 질투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모범생 반장이 폭행사건에 가담했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으니 다른 반 일에 관심 없던 아이들까지 귀를 세우고 소문에 몰두했다.그리고 그 폭풍의 한가운데인 1반은 등 뒤에서 무서운 기운을 내뿜는 오세준 패거리 때문에 살기 넘치는 분위기로 변해버렸고 폭풍의 핵인 진유현은 계속 저기압이었다.



교무회의가 소집되고 반장은 수도 없이 불려갔다. 예정보다 일찍 퇴원한 부반장 역시 몸을 추스리기도 전에 교무실로 가야 했다. 한도훈이 입원해 있던 것은 불과 며칠. 두 달은 통원치료를 해야 했고 야간 자습은 금지였다. 그 와중에 진단서를 끊고 피해보상을 청구하려는 한도훈은 법적 소송까지 결심한 차였다.오세준 패거리들은 이미 잔뜩 얻어터졌고 각각 부모님들이 다녀간 상태였다. 진유현의 문제만이 남아 주위 사람 모두를 피곤하게 만들었다.그런데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같았던 문제는 의외로 간단히 끝을 맺었다.



--공고1학년 1반 강지원 1학년 1반 김한수 1학년 1반 박재석1학년 1반 오세준1학년 1반 임경철위 학생들을 2주간의 정학에 처함을 공고한다.



"말도 안돼!"


"진유현 얘기는 왜 없냐? 걘 어떻게 된 거야?"


"자세한건 모르겠는데 1반 부반장이랑 서로 합의 봤다나 봐."


"응? 난 1반 부반장이 오세준네한테 사주 받고 거짓말한 거라고 들었는데?"


"아냐, 아냐, 오세준이랑 1반 반장이랑 원래 친했는데 그걸 안 1반 부반장이 오해하고 그런 거래."


"무슨 소리야! 내가 알기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삽시간에 퍼졌다. 그 파장은 컸으며 아이들의 학교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테이프에 관한 건은 현장에 있던 선생님들이 입 조심하기로 합의를 보아 모두 쉬쉬 하고 있었다. 그날 한도훈이 증거로 제시했던 테이프는 담임의 손에 들어가 그 후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시나리오는 이러했다.오세준 패거리에게 맞아서 정신을 잃기 직전의 한도훈에게 진유현의 모습이 비쳤다. 이미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 했던 도훈에게 세준과 허물없이 이야기 하는 진유현의 모습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도훈을 구하러 온 진유현이 오세준과 말다툼하는 험악한 모습을 보고 그게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도훈은 착각했다...는 것.이렇게 테이프의 진상은 가려지지 않은 채 사건은 한도훈의 오해로 마무리 되었다. 이것에는 명예를 훼손당하고 싶지 않는 학교측과 유능한 학생의 학생부에 오점을 남겨서 대학진학에 문제를 주지 말자는 일부 선생들과 진유현의 부모가 뒷작업을 벌인 탓에 이루어진 결과였다.



한도훈은 강하게 항의했다. 담임에게 테이프를 돌려 달라고 했으나 담임은 곤란해 하며 어물쩡 넘어가려 했다. 게다가 테이프를 같이 들었던 선생님들마저 도훈의 처지를 외면하고 있었다. 언제 입을 맞췄는지 오세준과 그 패거리들도 진유현이 일러준 말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도훈은 스스로 경찰에 찾아갈 생각까지 했으나 진유현은 미성년자라 고소가 제대로 이루어질 지도 알 수 없는 판국에 증거물도 없으니 자칫하면 자신만 곤란한 입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함을 누르고 학교측에 항의하는 것이 도훈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담임은 짐짓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일은 그냥 덮어두자고 했다.



"설령 니 말이 사실이라고 치자.하지만 너를 실제로 때린 애들은 처벌 받았잖아. 게다가 진유현은 한 번 밖에 안 나타났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테니까 그만하자. 응?이번 중간고사도 제대로 못 봤는데 계속 이 일에 신경 쓰느라 다음 시험에도 성적 떨어지면 너만 손해 보는 거 아니냐? 유현이도 그동안 맘 고생 심했는지 반장일 하면서도 평소 3~5등은 유지하던 놈이었는데 7등으로 떨어졌어. 너희 둘 다 그러는 바람에 우리 반 평균도 많이 떨어져서 이번 중간고사에서 3반한테 졌단 말이다."



담임은 끝까지 진유현을 믿었다. 평소 냉철하고 사리판단 정확한 부반장이라 해도 사람이 그렇게까지 폭력에 당하면 사고력이 흐려질 수 있는 거라고 담임은 애써 생각했다. 그 테이프의 진상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이미 담임 스스로의 손으로 버렸으니 확인할 방도도 없다. 그렇게 사건을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이 학교 쪽에선 최선이었다.



가증스러운 건 진유현 측이었다. 눈 앞의 폭력을 방지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며 병원비 전부를 대주겠다고 유현의 아버지 비서라는 사람이 찾아 왔었다. 도훈은 완강히 거절했으나 이미 두 달치 치료비는 물론 이후의 약값, 검사비 등등이 병원에 납부 된 상태였다. 위로금 명목으로 돈봉투를 내미는 비서가 도훈의 표정을 보고 알아서 물러나지 않았다면 도훈은 혼자서라도 진유현네 집에 쳐들어 갔을 것이다.



부모님은 현재 해외 근무 중이라 도훈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얼마 없는 친척들은 지방에 있거나 서울에 있어도 서로 사이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손주 뒷바라지 하는 할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릴 생각 또한 추호도 없었다. 평소 어른이라고 특별할 거 없다고 생각해온 도훈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도움이 될 어른이 없다는 게 분하다고 이를 갈며 생각했다.



"야, 야, 반장이 오세준이랑 원래 친했대."



"뭐야, 난 오세준이 반장한테 쫄아서 조용한 건 줄 알았는데. 괜히 김빠지네. 반장이 오세준 보다 센 줄 알았잖아."



"아냐, 모르는 일이야. 깡패들 세계에도 서열이란 게 있어서 아무리 친해도 힘의 우열이란게 있대. 끼리끼리 논다고... 소문의 부반장 린치사건엔 역시 반장도 개입되어 있는 걸까?"



"반장이 뭣하러 부반장한테 그러겠냐?"



"그래도 명색이 반장인데 부반장이 공부는 제일 잘하잖아. 그리고 저번에 윤승호 양호실 데려다 줄 때 말야. 그때 반장 표정 봤냐? 장난 아니었어."



중간고사 성적이 발표되고 수학여행 일정이 잡혔어도 반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했다. 반장에 대한 신뢰도는 예전 보다 많이 떨어져 있었고 기부스를 하고 수업 듣는 부반장의 모습은 참담했다. 담임은 툭하면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냈고 몽둥이 드는 일도 잦아졌다. 정학 중이라 오세준네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교실 맨 뒷줄의 텅 빈 자리들은 오히려 그들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아, 씨...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수학여행이냐 젠장."



이렇게 몇몇 아이들이 불만을 토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수학여행이 분위기 전환이 될 수도 있다며 기대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이 수학여행을 통해 뭔가 바꿔 보자고, 큰 맘먹고 결심한 아이도 있었다.



"저기...승호야...수학여행, 우리랑 같은 조 하지 않을래?"



1학기 때 같이 어울리던 정민태였다. 뜻밖의 제안에 승호는 놀라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지만 조금 어색해 하면서 미소 짓는 민태를 보며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그래..."



계절은 가을이 무르익어 단풍이 지고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시원했으며 노랗게 익은 은행나무가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청소하는 수위아저씨의 모습마저 한가로워 보였다. 윤승호는 왠지 가슴이 뛰었다. 교실의 공기는 무거웠지만 자신에게만은 뭔가 새로운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예감했다. 오세준들도 없고 진유현도 요즘 눈길 하나 주지 않는다.



민태와 같이 수학여행 가는 버스에 앉기로 약속하면서 정민태, 김형석, 안진영과도 조금씩 말을 하게 되었다. 모두 예전에 같이 놀던 친구들이었다. 변화가 생길 거라 예측하자 승호는 누구보다도 이 여행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꼭 부반장과 얘기를 해 보자고, 우울하지만 굳은 마음으로 결심했다.



시원한 가을의 공기. 누렇게 익은 벼들의 황금물결. 분홍색 코스모스가 시골길 가장자리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으면 벌들은 분주히 그 위를 오간다. 고추 잠자리들이 파란 하늘을 날고 석양 무렵이 되면 허공에 성가시게 날아다니는 하루살이 무리를 피하느라 당황하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다 보면 길 끝에서 보이는 어머니와 아버지. 아버지 손에 자전거를 맡기고 어머니 치맛자락을 잡아 집까지 오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누렁이와 검둥이였다. 마루 위에 말려놓은 새빨간 고추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면 그것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교정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면 승호는 가끔 어릴 적 일들을 떠올리며 상념에 젖곤했다.



"승호야 뭐해! 빨리 와!"


"응, 알았어."



승호는 서둘러 앞서가는 민태의 뒤를 따라갔다. 요 며칠 새 완전히 예전의 관계를 다시 되찾은 네 명의 소년들은 수학여행에 대한 화제로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오랜만에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게 된 승호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으아아아악--!!!"



비틀려 올라간 한쪽 팔에서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이 들렸다. 이어지는 발길질에 소년은 토하고 또 토했다. 등위로 쏟아지는 구둣발의 압력은 잊고 있던 고통들을 되살아나게 했다.



"그만둬 무슨 짓이야!!!"



허름한 지하창고에서 벌거벗은 소년이 한 팔엔 기부스를 하고 등 뒤에서 교복 입은 두 학생들에게 짓눌린 채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아악!!"



다른 한 소년이 다시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른 소년은 교복을 입고 있었으나 먼지와 구둣발자국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웅크린 몸에 발길질을 하는 건 같은 교복을 입은 진유현이었다.



"유현아, 눈에 띄는 상처는 내지 않는다며. 담임이 눈치채면 너야 괜찮겠지만 제일 먼저 우릴 의심한다구."



어두운 지하창고를 희미한 형광등 빛 하나에 의지한 채 서너 명의 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며 아무렇게나 앉아 있었다. 맞고 있는 소년은 윤승호였고 벌거벗은 소년은 한도훈이었다. 속옷바람으로 박재석과 김한수에게 자유로운 팔이 붙들려 꿇어 앉혀진 도훈은 죽일 듯 진유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진유현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옷차림은 단정해서 넥타이도 깔끔히 매여 있었지만 표정이 이상했다. 눈빛에 광기가 어려 있었다. 친구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오세준은 유현을 말렸다. 세준은 유현을 힐끔 보더니 한숨을 쉰다.



"뭐, 내 친구들은 저기 있는 부반장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인데...저 녀석은 어떻게 할거야?"



오세준 뒤로 살기어린 눈을 번뜩이며 임경철, 강지원이 목재 위에 앉아 담배만 뻑뻑 피워대고 있었다. 한도훈을 누르고 있는 녀석들은 당장이라도 도훈을 밟고 싶었으나 진유현의 허락이 없는 통에 이빨만 갈면서 욕지거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한도훈은 포기해. 저 자식이라면 불구가 되는 한이 있어도 너희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질 거야. 안타깝지만 직접적인 린치는 너희들 정학이 풀리고 한동안 조용해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유현의 싸늘한 말투에 담배 피던 두명은 "어우-썅" 등의 욕설을 하며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고만 있었다.



"잘 아는군. 반장. 그런데 지금 또 이런 일 벌이는 건 뭐냐. 이번에도 너희 부모님과 선생님들을 동원하여 빠져나갈 생각인가?"



도훈이 분을 참고 애써 차분히 말하려고 노력했다. 진유현은 바닥에서 겨우 숨을 고르는 승호를 바라보다가 도훈에게 고개를 돌렸다. 한쪽 입술만 틀어 올려 웃으며 유현은 비아냥댔다.



"왜? 이번에도 녹음하게?"



도훈의 몸이 꿈틀거렸다. 화를 참지 못해 이빨을 악 다문 도훈을 뒤쪽의 녀석들이 힘으로 짓누른다. 꽤 서늘한 계절임에도 팬티 한 장 차림의 한도훈은 분노로 몸이 추운 것도 잊고 있었다.



"그래서 부반장 옷을 벗기라고 한 거야? 또 소형녹음기라도 갖고 있을까 봐?"



오세준이 으쓱하며 참견한다.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설마 저 녀석이 그런 걸 갖고 있을 줄 몰랐지. 그것 때문에 얼마나 진땀 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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