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pocampus]메마른바다 - 4

128일전 | 50읽음

현의 소꿉친구라는 메리트도 갖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김제하는 윤승호를 싫어했다. 이유를 몰라서 승호는 더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진유현과 짝이 되고 친해졌을 때 제하가 승호를 노려보는 표정은 살벌함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눈에 띄게 승호를 괴롭힌다거나 싸움을 걸어오진 않았지만 승호는 진유현이 자신때문에 제하와 종종 말다툼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돌변한 진유현의 행동에 김제하의 입김이 있나 싶었다. 아니, 처음 한동안은 정말 김제하가 진유현한테 자신에 대한 무슨 나쁜 말이라도 한 줄 알았다. 진유현의 행동은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더욱더 김제하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김제하는 유현이 자신을 괴롭히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야 했다.



"그만둬! 이런 짓 너답지 않아!"


"뭘 새삼스럽게 그래? 나 원래 이런 거 너도 잘 알잖아."



찌는 듯이 무덥던 어느 여름날 진유현이 오세준의 집에 윤승호를 끌고 갔던 오후였다. 바닥에는 상체가 벗겨진 채 찢긴 자국과 멍 투성이가 되어 늘어져 있는 윤승호가 있었고 그 위에서 진유현이 맥주를 쏟아 붓고 있었다. 피가 난 상처에 맥주가 부어지자 아픔을 느꼈는지 승호의 몸이 꿈틀거리며 경련을 일으켰지만 끝내 정신을 온전히 차리진 못했다. 오세준과 그 패거리는 옆에서 화내는 김제하 때문에 기분 잡쳤다는 듯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고 실수로 김제하에게 이곳 위치를 알려준 임경철은 똥 씹은 표정으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오징어 다리를 뜯고 있었다. 사방수소문해서 진유현을 찾아낸 김제하의 얼굴은 땀에 젖어 있었다.



"전 까지만 해도 그렇게 친했잖아!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실실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애한테 뭐 하는 짓이야! 이제야 정신 차린 줄 알았더니 그새 못된 버릇이 도진 거야?!!"



오세준 패거리들은 이제 아주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진유현에게 저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오세준 말고도 또 있다는 것이 신기했던 것이다. 곧 김제하의 뽀송뽀송한 얼굴이 진유현의 주먹에 나가떨어지리라 예상했지만 진유현이 한숨을 쉬며 맥주를 붓던 팔을 내려놓자 오징어를 씹던 임경철은 사래가 들릴 뻔했다. 불알 친구란 위대한 거라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오세준이 키득댔다.



"세준아. 오늘은 흥 떨어졌다. 애들 다 보내."



오세준은 좀 더 구경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엉덩이를 발로 차며 쫓아냈다. 하지만 본인은 이 집 주인이기에 싱글거리며 도로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아~ 맥주 흘린 자국 치우는 건 내 몫이라구. 남의 집에서 놀 땐 좀 더 집주인을 생각해주라 유현아~"



오세준이 입가에서 미소를 놓지 않으면서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팽팽하게 눈싸움을 하며 서로 노려보는 제하와 유현은 오세준의 말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런 이런, 둘 사이가 너무 뜨거워서 나만 외롭잖아. 할 수 없지. 나는 승호랑 놀 거야~"



그렇게 말하곤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승호의 상체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쯧쯧 먹는 걸로 장난치면 안되는데" 라고 말하며 맥주가 흐른 승호의 배를 한 입 가득 빨아 넣는다. -쿵



"야! 이 자식!!"



좀처럼 욕이 나오지 않는 오세준의 입에서 곱지 않는 말이 튀어 나왔다. 유현에게 어깨를 발로 채여 방안을 한 바퀴 구른 오세준이 불같이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누워있는 승호를 미친 듯이 밟아대는 유현을 보곤 제하와 한 몸이 되어 말릴 수 밖에 없었다.



"진유현! 너 정신 안 차릴래!! 그러다 얘 죽어!"


"야 이 미친 놈아! 미칠려면 나가서 미쳐! 내 집에서 발광하지 말라구!"



승호의 멀어진 의식 사이로도 오세준과 김제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현의 발길질은 제하가 승호의 위로 엎어져 감싸는 바람에 실수로 제하를 발로 찬 유현이 스스로 깜짝 놀라면서 진정이 되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그런 식으로 감싸준 적은 처음이어서 그때만해도 제하를 미워하던 승호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의식 저 너머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제하는 승호를 끌어 안고 유현에게 미친 듯이 소리지르고 있었다.



"그만둬! 얘한테 왜 이래! 너 요즘 이상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단 말야!!"



진유현은 차갑게 승호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유현의 얼굴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조금은 진정 된 제하가 씨근덕거리며 말했다.



"네 성격 원래 그런 거, 예전부터 봐온 내가 제일 잘 알아. 하지만 그런 거 숨길 줄 아는 녀석이었잖아! 윤승호 얘한테 어떤 감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 자식한테 관여하지마. 너한테 도움되는 자식 절대 아니야. 예전처럼 가면 쓰고 착한 척 구는 게 차라리 나아. 이렇게 니 원래 성격 드러내고 이 자식 두들기다간 언젠가 너 후회할 거라구!"



"뭐야, 그 말은 저 멍청이가 언젠가 나한테 물 먹일 거란 얘기야?"



"나도 몰라.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넌 윤승호랑 관여 되어서 좋을 게 전혀 없어.그렇게 이자식을 몰아붙이다간 너도 나도, 이 녀석에게 관련된 우리모두 후회하게 될 거야! 내 말 들어 진유현!"



논리적으로 뭔가 맞지 않다 싶었지만 김제하가 뿜어내는 기운은 그의 말에 엄청난 무게감을 실어다 주었다. 오세준도 얌전하기만 하던 김제하의 서슬 퍼런 모습에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진유현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김제하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인상을 험악하게 굳히더니 낮게 욕설을 뇌까리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오세준은 "어어?" 하면서 진유현을 뒤따라 나갔고 남은 건 넝마가 된 승호를 끌어안고 있는 김제하뿐이었다.



승호는 간간이 끊어지는 의식 때문에 상황 모두를 파악할 순 없었지만 확실한 거 하난 얻었다. 진유현이 자신을 싫어하게 된 건 김제하와 상관없고 김제하가 자신을 감싸주긴 했지만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하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지만 마음속이 서럽도록 차가웠다. 아무도 자신을 진정으로 걱정해 주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승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의식을 흐르는 대로 내맡겼다.



"[창조자]라는 게 겨우 이런 거였나."



까매져가는 의식 너머로 제하의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했다.



붉었다. 사방이 붉었다. 아아, 드디어 나는 맞아 죽었구나. 진유현한테 맞아서 이건 다 내 피인 거야. 몽롱해진 의식사이로 찬 바람이 느껴졌다. 거센 바람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차라리 그 강함에 모든 걸 맡겨버리고 싶었다. 숲, 대지, 마을. 대륙을 바람이 되어 여행하는 착각에 잠시, 아주 잠시 빠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신차려보니 나는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멍한 의식 속에서 내 피라고 생각했던 것은 수평선 끝까지 붉게 물든 거대한 바다였다.



"뭐야 또 그 꿈?"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말소리가 메아리 되어 사방에 울렸다.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파랬다. 지난 번엔 석양 때더니 이번엔 한 낮 인가 보다. 꿈의 세계에도 시간개념이 있는 걸까? 괜히 웃음이 나왔다. 꿈에서 이렇게 의식이 확고한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꿈이란 것을 알면서도 깨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내가 이 비슷한 꿈을 꾼 건 중학교부터였다. 꿈이란 게 깨고 나면 그 내용을 잊어버리게 마련이라 정확하게 중학교 때부터라곤 할 수 없지만 내 기억은 중학교 때부터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바람 핀 것이 어머니에게 들킨 날이었다.



그날 밤은 기억도 나지 않는 수 많은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악몽의 끝에서, 나를 삼켜 버릴 듯이 거대하고 붉은 바다 위로 끝없이 추락하는 꿈을 꾸고 깜짝 놀라 잠이 깼던 것이다. 그렇게 꿈이 반복되면서 익숙해지니 이렇게 느긋하게 꿈속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뭐 그런 것이다.



피식하고 실소를 흘리며 시원하게 펼쳐진 붉은 바다를 향해 기지개를 켜보았다. 언제나 느끼지만 정말 신기한 바다였다. 대체 무슨 물질로 만들어진 걸까. 나는 바위 아래에 몸을 숙이고 가만히 그 붉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젤리 같아서 손으로 만져보면 물컹하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어쩌면 바다 전체가 하나의 부드러운 판 같은 것으로 되어 있어서 저 위를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호기심에 살짝 오른손을 넣어보았다.



"왓! 이게 뭐야."



젤리가 아니라 안개인가. 바다에 담가 본 손은 어떤 마찰도 받지 않고 수면 아래로 쑥 들어갔다 나왔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보고 다시 조심스럽게 손을 넣어 봤다.역시 아무런 마찰도 없다. 어쩌면 이 붉은 바다는 액체가 아니라 기체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끔씩 흔들리듯 보이는 저 잔잔한 파도는 파도가 아니라 기류인 걸까? 이것들은 구름 같은 걸까? 하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는 전혀 기체 같지 않다. 구름같이 포송포송한 느낌도 없고 안개처럼 희미한 경계선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액체나 부드러운 고체로밖에 보이질 않는데....



순간 섬뜩했다. 바닷속으로 넣었던 손에서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분명 무언가를 움켜잡는 움직임을 했었는데 손끝에선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손목째로 사라진 느낌이다.



"우와왓!!!"



당황해서 손을 뺐다. 다행히 손은 그대로 붙어 있었고 다섯 손가락 모두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었다. 겁에 질려 오른손을 움켜쥐고 이 망망대해를 바라보는데 그러다가 곧 한가지 사실을 알았다. 이 넓고 끝없는 바다 위에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이었지만 굉장히 무서웠다. 나 혼자.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는 공간. 나는, 꿈에서조차 혼자였다.



승호에게 있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세준 패거리들의 타겟은 부반장에게 돌려졌다.그들은 틈만 나면 부반장에게 시비를 걸었다. 차라리 시원하게 주먹다툼이라도 한 방 터졌으면 하는 게 지켜보는 아이들의 마음이었건만 그들은 감질나게 부반장을 집적대기만 하고 있었다. 공부 방해는 물론이거니와 욕설, 험담, 기분 나쁘게 툭툭치는 패거리들의 행동에 부반장은 동요하지 않고 있었다.



가끔 맞받아치는 부반장의 말투에 전혀 주눅이 든 기운이 없다. 오히려 부반장의 독설에 패거리쪽 얼굴이 시뻘개져서 주먹이 나가기 직전까지 상황은 진행되곤 했었다. 그러나 번번히 오세준과 반장 진유현의 제지로 주먹질은 불발이 되고 만다.이러다 보니 속이 터지는 것은 오세준 패거리였다. 직접 손을 대지 않는 오세준은 자기 자리에서 남일 보듯 구경만 하고 있었고 진유현은 승호 때와 마찬가지로 무관심이었다. 반 아이들 몇 명이 "반장, 그래도 선생님한테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고 물을 때마다 "내가 보기엔 부반장 보다 저 녀석들이 더 골탕 먹는 거 같은데"라는 식으로 웃어 넘기곤 했다.



사실 반 아이들 눈에 부반장은 새로운 다크호스였다. 부반장이 저렇게 요지부동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걸 보면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기왕이면 요즘 들어 날뛰는 오세준패거리가 잠잠해지길 바라는지도 몰랐다. 교실의 수런거림은 앞으로 부반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걱정스러움과 부반장의 성격을 반 년 동안 지켜봐 온 아이들의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새로운 고수가 등장했다고 흥분하는 학생도 있었다.



친구가 없기는 부반장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부반장 스스로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숙제를 보여주고 물건을 빌려주는 사소한 대화상대야 얼마든지 있었지만 같이 놀러 다닌다 거나 고정적으로 잡담을 한다거나 하는 상대는 없었다. 윤승호와는 다른 의미로 이 반에서 붕 뜬 존재다. 그럼에도 존재감은 강력해서 진유현과 함께 이 학교의 양대 카리스마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그렇게 괴짜 부반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에 대한 관심으로 교실은 술렁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기대는 오산이었다. 부반장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정의감이 있지도 않았고 오세준들에게 관여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무엇보다 그는 소란을 싫어한다. 처음엔 패거리들 역시 '이놈 혹시 굉장한 싸움꾼 아냐?'하며 겁먹고 있었다. 그래서 부반장을 손 봐주려고 날짜 잡을 땐 진유현과 오세준의 일정에 맞추기로 하며 소심하게 행동했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유령 아파트에서 완강히 저항하는 부반장을 오세준이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부반장이 싸움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았다.



"와하하! 이 자식 이제 보니 약해 빠졌잖아! 난 또 좀 하는 줄 알고 열라 쫄아 있었지."



"병신, 또라이. 찍소리하나 못 내면서 교실에선 그렇게 잘난척했냐?이 등신새끼!...어?"



신나게 발길질을 하던 한 명이 기우뚱-하더니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피투성이의 부반장이 그 발을 잡아챈 것이다. 하지만 부반장의 남은 힘으론 그 정도가 한계였는지 일어나지도 못하고 다시 주저앉으며 낮게, 그러나 다른 무리들이 들리게 확실히 말했다.



"여럿이 몰려다니지 않으면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바보들. 고작 이깟 거에 의기양양하다니 너희들의 그릇은 그것밖에 안되는 거다."



안경은 깨져서 저만치 날라가 있었다. 얼굴은 피투성이에 교복 여기저기가 찢어져서 퍼렇게 멍들고 팔 하나는 접질렀는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승호라면 가능한 얼굴에 손대지 않았겠지만 진유현이 맘대로 밟으라고 허락한 이상 부반장의 편의를 봐줄 생각은 없었다. 얼굴이 처참해서 상태는 심각해보였다.



"새끼가 죽어도 입은 살아가지고!"



아까 넘어졌던 박재석이 부리나케 일어나 다시 덤벼들었다. 부반장은 그 발길질을 겨우 막아내고 "하압!"하는 소리와 함께 박재석의 허리께를 붙잡고 온몸으로 덮쳐 넘어뜨렸다.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자신의 체중을 싣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부반장의 마지막 공격방법이었다. 중심을 잃고 다시 넘어진 박재석은 뒤통수를 찧으며 괴로워했지만 재석과 함께 넘어진 부반장 역시 고통으로 숨을 헐떡거렸다. 주위의 무리들이 낄낄거린다.



"야, 박재석. 넌 저렇게 얻어터진 놈 하나 처리 못하냐?"



박재석은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늬들이 친구냐! 저 새끼가 반항할 거 같으면 빨랑빨랑 밟아야 할 거 아냐!"



하고 고래고래 소리쳤으나 다른 아이들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여유만만이다. 피투성이의 부반장이 제아무리 발악을 한다 해도 박재석처럼 방심만 하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옆에는 중학교 때 짱이었던 오세준과 그 실력을 본 적은 없어도 오세준 보다 위라는 진유현이 있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그릇이라..."



오세준이 빙글빙글 웃으며 헐떡이는 부반장을 내려다 보았다.그의 턱에는 방심한 탓에 맞은 멍 자국이 보였지만 그 외에 외상은 없어 보였다. 이 공터에서 네 명을 상대로 싸우는 부반장의 반항은 꽤 격렬한 것이었다.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서 나선 것이 오세준이었지만 이미 다른 애들한테 몇 대 맞은 부반장을 쓰러뜨리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부반장이 아무리 운동신경 좋고 힘이 세다고 한들 생전 주먹싸움 안 해 본 골수 도련님이었으니까.



"그럼, 이런 녀석들에게 얻어 맞는 자신의 그릇은 얼마나 크길래?"



오세준이 쭈그려 앉으며 부반장을 내려다 보았다. 부반장은 시력이 나쁜지 눈을 찡그렸지만 코 앞까지 들이댄 오세준의 얼굴을 못 볼 리 없었다. 눈을 찡그린 이유는 오세준의 얼굴이 지나치게 가까이 있어 불쾌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도 못 이겨 내다니 나도 별 큰 그릇은 못 되는 것 같군. 하지만 최소한 한 사람을 둘러싸고 여럿이서 주먹질 할 정도로 비겁하진 않지. 친구를 어느 한순간 손바닥 뒤집듯 배신하지도 않고, 남 앞에선 선한 척하지만 뒤로는 온갖 썩은 짓을 할 만큼 위선적이지도 않아."



뒷부분은 저 쪽에서 팔짱을 낀 채 구경만 하는 진유현을 향한 말이었다.오세준은 아직도 분노로 번뜩거리는 부반장의 눈을 보며 혀를 끌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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