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pocampus]메마른바다 - 3

193일전 | 559읽음

맙소사, 하는 한숨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 나올까 봐 얼른 이불로 입을 틀어막았다.터져 나오는 오열을 참아내느라 공기가 기도로 역류할 뻔했다.따가운 햇살에 빛나는 냇가. 아버지와 승호는 물장난을 치고 어머니는 소라를 잡으며 환히 웃으시던 여름날의 풍경. 그림 같은 세 식구의 모습이 쨍 하고 깨지는 소리가 귓가에서 울리는 환청이 들렸다.



다음날은 엄청난 고열에 시달렸다.학교엔 미리 전화해서 담임에게 말했다. 담임은 어제의 무단 조퇴를 추궁하려고 했으나 승호의 목소리를 듣더니 알겠다며 오후라도 학교에 나올 수 있으면 나오라고 했다. 본디 학교 입학할 때도 좋은 성적으로 들어왔고 1학기 때도 별 문제 없이 성실하게 공부하던 승호였다. 반 분위기가 어떠한지 모르는 담임은 최근 지각과 무단 조퇴가 잦은 승호의 상태를 사춘기에 따른 방황 같은 걸로 인식하고 있었다.



"지난번 교평 점수가 안 좋은 거 알고 있지? 이번에 중간고사도 시작하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하지 않으면 이제까지 좋은 성적 올린 거 다 깎아먹을 수도 있어. 신경 좀 써라 응? 오후 수업엔 들어올 수 있지?"



"예, 그럴게요. 예. 예."



담임의 말에 대충 대답하면서 승호는 수화기를 놓았다. 머리가 멍멍하다. 이대로는 오후 수업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아프니까 모든 것이 서러워진다.어젯밤만 해도 실컷 싸우시던 부모님은 언제 나가셨는지 집은 텅 비어 있고, 아파 죽을 거 같은데 오후에라도 학교 나오라는 담임이 야속했다. 이럴 때 부를 친구조차 없다는 게 너무 서러웠다. 민태, 형석, 진영같이 1학기 때 잘 놀았던 친구들은 진유현과 오세준 패거리의 서슬에 눌려 승호를 외면한지 오래다. 전학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부모님이 아시는 건 죽기보다 싫었으니까.승호는 억지로 일어나 약상자에서 해열제를 찾았다.



그날 자습시간, 어지러운 몸으로 교무실을 찾았다. 담임은 요즘 해이해졌다며 승호를 꾸중했지만 아직도 열이 있는 몸 상태를 보고 크게 혼내진 않았다. 그러나 그냥 집에서 쉬고 싶다는 승호의 부탁은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오늘 수업은 안 했으니 자율학습이라도 하고 가라는 것이다.열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런가 하면 손발이 차고 식은땀이 자꾸 흐른다. 자신의 걸음이 비척대고 있다는 걸 승호도 알고 있었지만 몸은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교실에서는 상황파악 못하는 오세준 패거리에게 둘러싸여 언제나 그렇듯 그들의 간식거리를 사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오세준은 승호상태가 나쁘다는 걸 알았지만 잠자코 바라보기만 했다. 일을 시키는 이들도 승호가 아프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편리한 심부름꾼을 아프다는 핑계로 내버려두고 싶진 않았다.



"어? 뭐야, 크림빵 사오랬지, 누가 슈크림빵 사오랬어? 너 슈크림이랑 크림의 차이도 몰라?"



"이 새끼 봐라. 콜라도 두 개밖에 안 사왔네. 야, 너 이제 머리까지 나빠졌냐?아까 열나게 받아 적더니만 왜 이따위로 사오고 지랄이야!"



"잔돈도 틀리잖아! 내가 얼마짜릴 줬는데 이렇게 돈이 조금 남는다는 게 말이 돼?씹새꺄 너 삥땅쳤지!"



웅웅거리는 승호의 머리 위로 고함이 메아리쳤다. 승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럴 리 없다고 잔돈을 계산해 봤지만 자신의 실수가 맞았다. 액수가 맞지 않다.이젠 다른 의미로 식은땀이 흘렀다. 아까만 해도 멍멍하던 정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눈앞에 있는 아이들의 험상궂은 얼굴은 살기등등했다.'오늘도 얻어터져서 뻗어버리면 끝장인데...'어쨌든 교실에선 때리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이대로 끌려간다면 뒤의 상황은 뻔했다.



"미. 미안, 내가 물어줄게. 잠시 실수해서..."



뒤로 물러나며 변명해봤지만 그들은 머리를 쥐어박거나 정강이를 툭툭 치면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끌고나갈 기세다. 승호는 모자란 잔돈을 손에 쥐고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지금 맞으면 이번에야말로 병원 신세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유치하다. 그만해라."



난데없이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제일 먼저 반응해서 고개를 든 건 문제집을 풀고 있던 진유현이었다.교실 맨 뒤에서 벽에 몰려 식은땀을 흘리는 승호를 둘러싸고 세 명의 남학생들이 으름장을 놓는 고요한 교실이었다. 그 고요함을 깬 부반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부반장. 가만히 있다가 웬 참견이야?"



말을 받아 친 것은 자리에 앉아서 자기 패거리들의 하는 짓을 구경하던 오세준이었다.



"교실이 시끄러워서 자습을 할 수가 없잖아.돈이 모자라면 나중에 교실 밖에서 받으면 되지.여럿이서 한 명 가지고 트집잡는 것도 이제 그만둘 나이 아냐?"



윤승호의 머리를 툭툭 치던 강지원이 '이것 봐라?' 하는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박재석은 기가차다는 듯 바라보았지만 부반장은 그런 걸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승호를 에워싸고 있는 아이들의 곁으로 다가갔다.승호는 이제 보니 부반장이 꽤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른 체구에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잘 몰랐지만 교실 맨 뒤편을 차지하는 오세준 패거리와 같이 서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 키였다.



"야, 넌 아프면 양호실에나 갈 것이지. 이런 데서 뭐 하는 거야?"



부반장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인상을 썼다. 승호를 둘러싼 무리를 무시하고 승호의 팔을 잡아 끌었다.



"누구 맘대로 얘 데려가냐? 우린 이 새끼한테 잔돈을 뜯겼다고."


"어차피 나중에 받으면 될 거 아냐."


"썅, 좋은 말할 때 비켜라. 너도 같이 죽고싶냐?"


"비켜야 할 건 너네들이다. 난 이 녀석 데리고 양호실 갈 거다."



승호의 머리 위에서 부반장과 나머지 네 사람의 신경전이 팽팽했다.가뜩이나 어지러운데 평소와 다른 상황에 부딪혀 승호는 갈팡질팡하고 있었다.오세준 패거리의 입이 점점 사나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간간히 뜻 모를 욕도 섞여 있었고 까딱하다가는 한대 칠 기세이건만 부반장은 승호의 팔을 단단히 잡은 채 한마디도 지지않고 맞받아쳤다.화가 난 한명이 부반장의 머리를 갈겼다.



"박재석!"



벌컥 소리 지른 것은 진유현이었다.부반장은 머리만 돌아갔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비뚤어진 안경과 헝클어진 머리를 고쳐 잡을 뿐이었다. 박재석은 씨근덕거리며 반장과 부반장을 번갈아 보더니 마지막엔 오세준에게로 시선이 박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눈빛으로 사인을 보냈다.



"양호실 보내줘야지. 얌전하던 부반장님께서 친히 모셔준다잖냐. 우리 친구 승호가 아프다는데 어쩔 수 없지 않겠어?"



아까부터 싱글싱글 웃던 오세준의 말투에 박재석이 '우엑'하고 인상을 찌푸린다. '우리 친구 승호'는 이제껏 오세준이 승호를 호칭했던 도련님, 샌님, 아가씨, 약골, 범생 등등의 애교어린 명칭 중 가장 닭살스러운 호칭이었다. 다행히도 부반장과 다른 세 명 사이에 더 이상의 불화는 없었고 부반장은 환자를 부축하는 폼치곤 다소 거칠게 승호를 질질끌고 문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 뒷모습을 한껏 노려보던 진유현은 다시 문제집에 눈을 돌렸지만 표정은 보기 드물게 딱딱했다.



소란스러운 반의 분위기가 다시 수그러들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화가 풀리지 않은 오세준 패거리들은 저들끼리 욕을 했고 오세준은 뭐가 좋은지 혼자 빙글빙글이다. 잔뜩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는 진유현을 멀리서 김제하가 노려보고 있고 나머지 아이들은 새로운 인물의 출현에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1학기 때, 윤승호와 친했던 일행들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나름대로 번민하고 있는 늦은 여름의 교실이었다.



양호실엔 아무도 없었다. 해열제든 뭐든 약을 먹여야겠지만 부반장으로선 선반의 약들이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선생님이 안 계신 책상의 서랍을 여기저기 뒤질 수도 없어서 땀을 흘리는 승호를 일단 침대에 눕히고 보았다.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주고 양호실 창문을 닫아 소음을 차단해 주었다. 얇은 이불이나마 목까지 덮어 준 뒤 부반장은 말없이 교실로 돌아가려 했다.



"저, 저기!!"



승호는 뭔가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반장이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단 고맙다는 인사정돈 예의라고 생각했다.



"저기...고, 고마.."


"고맙다는 인사할 거면 관둬."



부반장은 등을 돌린 채 승호가 있는 침대의 커튼을 쳐주며 말했다. 부드럽게 커튼을 치는가 싶더니 홱-하고 이쪽을 쳐다본다.



"그렇게 꼴사납게 자습을 방해하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참견한 것뿐이야. 바라는 게 있다면 네가 오늘 내내 여기서 보내든지 오세준들이랑 일찌감치 학교를 나가버리든지 하는 거다. 쉬는시간, 점심시간마다 너네들이 반 분위기 흐리는 것도 짜증나. 가뜩이나 그 애들 때문에 선생님들이 우리 반 안 좋아해서 수업내용도 별론데 자습시간까지 방해받고 싶지 않아."



말이 비수가 되어 승호의 가슴에 꽂혔다. 말을 돌린다거나 하는 배려는 전혀 없었다. 원래 말을 골라서 하는 성격도 아니고 승호가 상처받을 걸 걱정하는 부반장도 아니다. 그저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승호에게 확인차 충고를 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근성 없는 녀석이 제일 싫어. 나쁜 상황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녀석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따위 눈곱만치도 없다. 오늘은 내 참다못해 충동적으로 그랬지만 앞으로도 내 도움 따위 바랄 생각이라면 꿈도 꾸지마."



그렇게 말하고 부반장은 나가버렸다. 말은 서리 발 내리듯 차가웠지만 양호실 문을 닫고 나가는 것은 환자를 고려하듯 매우 조용했다. 별로 승호를 생각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무의식인 거다. 말투는 직설적이지만 선천적으로 예의가 배어있는 것뿐이다. 아마 자신이 승호의 신발까지 가지런히 놓아주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을 것이다.



혼자만 남은 적막한 침대 위에서 승호는 말없이 천정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반 애들 중 승호가 맞고 다닌다는 사실을 눈치 챈 애들은 꽤 된다. 비록 얼굴은 멀쩡하다 하나 여름이라 드러난 소매와 목덜미에 푸르고 붉은 멍 자국을 한 명이라도 봤다면 입 소문으로 금방 반에 퍼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끔씩 승호와 오세준 패거리가 오후수업을 빼먹고 사라지는 것을 서로 사이 좋게 놀러 갔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없었기 때문에 둔한 애들 빼곤 절반 이상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담임에게 이르고 싶지 않은 게 학생들의 심정이었다. 솔직히 팔에 드러난 멍 자국만으로는 얼마나 심하게 당하는 지 알 수 없어서 그저 "버틸 수 있으니까 버티겠지 뭐."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진유현이 그 폭력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부반장이 알고 있는 정보도 다른 애들과 다를 바 없어서 미련하게 당하고 사는 것은 윤승호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원체 심하게 개인주의이고 자신에게 피해만 없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이 그의 성격이었다.



그러나 한 번 예외가 있었다. 예전에 승호가 심부름으로 빵을 한아름 사 들고 복도를 뛰어 가느라 부반장과 부딪힌 일이 있었다. 묵묵히 같이 빵을 주워준 부반장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려 했으나 싸늘하게 내려다 보는 그 표정에 말은 목구멍에서 나오지 못했다. 경멸조의 그 얼굴을 보고서야 부반장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승호는 알았다.



그 일을 떠올리자 메마른 눈가에 열이 올랐다. 아니, 얼굴 전체가 열로 뜨거웠지만 몸은 시리도록 추웠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부 다 자신을 싫어한다고 믿고 있다. 1학기 때 같이 놀았던 친구들도, 그리고 그렇게 살갑게 대했던 진유현도 이제는 다 자신을 싫어한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예전만큼 다정하지 않다. 따뜻함이 신물 나도록 그리운 적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눈물이 흐르려 하는 걸 애써 참아 본다. 승호는 내가 뭘 그리 잘못했나 하고 수 백번 생각했던 것들을 또 한 번 곱씹었다. 그리고 자신이 진유현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곱씹을 때마다 떠오르는 건 엉뚱하게도 김제하의 얼굴이었다.



그것은 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는 3월의 어느날이었다. 아직 반 아이들 얼굴조차 다 외우지 못할 때라서 김제하의 느닷없는 부름은 의아한 것이었다. 승호는 무언가 비장한 표정으로 옥상 위의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김제하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



"웬만하면 서로 익숙해지고 나서 너한테 이런 말 하려고 했는데"



키는 승호보다 반 뼘 정도 작은 얼굴에 안경을 껴서 더 동안으로 보이는 하얀 얼굴은 굉장히 진지했다. 진지하고 심각해서 조금은 적대적인 느낌마저 드는 김제하의 첫인상은 깐깐해보이지만 귀여운 느낌이었다. 문제는 대뜸 꺼낸 한마디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 [창조자]지?"



분위기로 보아 결투라도 신청하는 줄 알고 상당히 긴장해 있던 승호였다. 그러나 제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잠시 동안 에? 하는 표정으로 있어야 했다.



"숨길 필요 없어. 난 [통찰자]야. 내 눈을 속일 생각 마."



이번에도 승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머리 속에서 제하가 하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했으나 보충내용을 제하에게 들어야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정말로 무슨 소린지 몰랐다. 그 말을 들은 제하의 표정이 생긴 것답지 않게 하도 험상궂어져서 승호는 긴장했다. 이러다간 주먹이라도 날아올 기세였다.



"모른다니...모른다고?"



눈을 부릅뜨며 승호를 쳐다보지만 승호로썬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얘기였다. 그리고 당황하는 승호의 표정에서 승호가 정말 제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자 제하는 조금 표정을 풀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거야?"


"뭐, 뭘?"


"아직 아무것도 안 만들었냐구."



승호는 오늘까지 제출해야 할 만들기 숙제가 있었나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이번엔 김제하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그럼,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없어? 간질증은? 갑자기 발작하는 증상 같은 거 없어? 예전에 사고로 장시간 기절했던 경험은?"



승호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제하를 내려다 보았다. 사람을 병자 취급해도 유분수다. 어째 종류도 하나같이 기분 나쁜 병들로만 늘어 놓는지 승호는 맘이 상해버렸다.



"내가 환자로 보이냐! 왜 갑자기 시빈데?"



인상을 구기는 승호 앞에서 김제하의 표정은 점점 난색을 표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는 "그래, 모를 수도 있어"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병자는 눈앞의 이 녀석이 아닐까 하며 승호는 빤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부담을 느꼈는지 김제하가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가라앉아 있었다.



"유현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승호는 김제하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입만 벙긋 벙긋했다. 진유현이라면 담임이 임시 반장으로 뽑은 터라 반 아이들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아직 한 달도 채 지나지 못한 상태였지만 진유현이 그럭저럭 괜찮은 임시반장이라고 생각하던 승호에게 제하의 질문은 요점을 잡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뭔 소리야. 갑자기 반장은 왜?"



승호가 반장이랑 얘기해 본 것은 고작 해야 숙제나 학급비 걷을 때였다. 당황하는 승호를 앞에 두고 "아니, 아무것도 아냐."라고 말한 제하는 당사자인 승호보다 더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리고는 "불러내서 미안했다. 쓸데없는 얘기였으니 잊어줘."라고 말하고는 휑하니 가버렸다.



어이가 없어진 승호는 그 후로 김제하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긴 했지만 별로 이상한 점은 발견 하지 못했다. 교우 관계도 좋았고 성적은 꽤 상위권에 운동도 곧 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기초부터 담임이 임시반장으로 골라 시선을 끌었던 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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